불량 판결문 -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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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썼다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워버리고. 이제는 도대체 뭘 쓰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불량판결문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내가 경험했던 온갖 법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늘어놓고 있어서 싹 다 지우고 책에 집중을 해 봤다. 이 책은 신안군염전 노예사건, 저유소 풍등 화재 사건 등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의 변호를 맡았던 최정규 변호사가 법원과 관련된 실질적인 모습에 대해 쓴 글이다. 그런데 뭔가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답답해지고 있어 이 책에 대해 도대체 뭘 이야기해야할지 모르겠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은 악법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악법은 뜯어 고쳐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라 생각하지만 불량판결문을 읽다보면 부디 제발 악법에 걸려드는 일이 없기만을 바라게 될 뿐이다. 

재판일정이 타당한 이유없이 연기되어버린다거나 예정된 시간에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사실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코에 걸면 코걸이, 목에 걸면 목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이건 그나마 장신구를 신체의 어느 곳에 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명분이라도 있는데 도무지 법은 그 법해석이라는 것을 왜 판사에 따라 달라져야하는지 이해할수가 없다. 최근 1차소송과 달리 2차 소송에서 각하결정이 난 일본군 위안부 판결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학창시절 학생운동을 하던 선배가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변호사가 너무 무성의해서 선배가 변호사를 바꿔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 더 어이없었던 것은 담당변호사가 재판 당일 법원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었다. 그보다 더 어이없는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저자의 독일 법정체험 이야기는 좀 신선했다. 사실 선배의 재판을 보기 위해 법정에 들어갔을 때 온갖 잡범들의 재판이 웃기기도 했지만 시골 장터처럼 시끌벅적하던 법정은 신성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똑똑해서 사법고시에 합격한다고 하지만 이 책에 실려있는 판결문들을 읽다보면 정말 이들이 사건에 대한 이해는 하고 있는 것인가 싶어진다. 

거꾸로 철 되어있는 탄원서는 재판부에서 읽기나 했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이 더 맞을 듯 하지만 정말 만의하나 서류철만 거꾸로 되었을 것이라 믿고 싶어지는 것 말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미등록 외국인 처지가 되어버린 이주민의 아이, 비자만료된 유학생부부의 아이, 양육비청구 소송 판결이 자꾸만 연기되는 것, 장애인처우개선이 미뤄지는 것, 성범죄법, 소년법, 일명 구하라법 등등등 논쟁이 되는 판결들은 논란으로만 그치지 않고 계속적인 논의로 더 나은 방향으로 법제화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반말을 하고 재판과 상관없이 인격모독적인 언행을 하는 판사의 만행을 저지해보기 위해 재판속기를 요청하는 묘수가 아니라 그런 것 없이 모두를 존중하는 사법부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억울한 일이 있다면 나홀로 소송을 시도할 수 있으며, 부당한 판결에 항소할수도 있게 되기를, 아니 그 이전에 그런 억울한 판결 자체가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아동 성 착취 동영상 사이트 운영자 손모 같은 것이 1년 반이라는 형량만 살고 나와 세상에 돌아다니는 판결 따위는 없기를, 이런 불량판결문을 쓰는 판사따위는 부디 법복을 벗고 변호사 개원도 못하게 되기를 더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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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02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은 읽으면 정신건강에 아주 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읽어야겠죠? ㅎㅎ

chika 2021-05-02 11:50   좋아요 0 | URL
아주 해로운 이야기만 담겨있지는 않으니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