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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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가 소중한 까닭은 '솔직해지려는 노력'을 담아내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스로의 추한 욕망, 또는 흔들리는 양심을 마주하는 것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죠. 완연히 솔직하지 못한 것이 인간성의 한계라면, 되돌아보고 성찰하려는 노력은 인간성이 가진 잠재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316)


책의 말미에 저자는 일기에 대해 솔직해지려는 노력이 담겨있다 말하고 있다. 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기도 하지만 조선시대 양반님네들의 일기라는 것은 또한 후손이 보고 은혜를 갚거나 시시비비를 따지거나 잊지말아야 하는 일들에 대한 기록이 되기도 하는 것이라 누가 볼까 비밀스럽게 써야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요즘 시대로 따지자면 개인 SNS에 쓰는 공개적인 기록과 비슷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렇게 조선시대의 양반들의 일기를 통해 당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책의 제목은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이라 되어있는데 그 의미는 시시콜콜하지만은 않다. 

조선시대라고 하면 왠지 머나먼 옛날 이야기라 생각되는데 예나 지금이나 온갖 비리가 넘쳐나는 것은 똑같고 부모가 자식사랑하는 것이나 집안의 대소사에 일가친척이 모였다가 사소한 이야기로 싸움이 시작되는 것 등 사람사는 건 정말 똑같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시험장의 온갖 비리라거나 어렵사리 과거에 급제해도 관직에 오르기까지의 시간은 길기만 한데 어렵사리 관직을 받아도 신입의 길은 멀고 험난하기만 하다. 가끔 드라마에서 과거시험을 볼 때 컨닝을 하거나 대리시험, 답안지유출 같은 것이 그려지면 현시대의 일을 비유적으로 그린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조선의 실상이 그리하다고 하니 웃기면서도 마음이 좀 씁쓸하다. 

암행어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얼마전에 봤던 드라마에서 암행어사 혼자 떠나지 않고 수행원을 데리고 가면서 음식도 겨우 구해 끼니를 떼우거나 쥐도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할수도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던 것이 떠올랐다. 암행어사도 다 똑같지는 않고 누구는 관종처럼 자신이 어사임을 알아보는지 계속 확인을 하고 또 누구는 모범생처럼 없는 돈 쪼개가면서 겨우겨우 암행을 하는 모습은 교과서로는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여러이야기중에서도 노비들에 대한 것은 계급제도에 대한 부당함도 떠오르지만 가난한 양반네 노비로 태어나 자신의 의복마저 손수 마련해야하는 처지이기도 하고 어리숙한 양반을 속이고 중간에 수수료를 챙기거나 선물을 빼돌리기도 하는 모습은 노비들도 자신의 재산을 축적해나갈 수 있었던 현실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동료 노비에게 아내도 뺏기고 홀로 죽어간 노비의 모습은 안타까운데, 도망간 노비는 결국 잡혀 죽임을 당하는건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자식까지 낳아 살다가 옛주인에게 돌아가는 모습은 안도의 한숨 이면에 바꿀 수 없는 신분제사회의 족쇄를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일기를 통해 여러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현대의 이야기와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도 일기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한가지 좀 어색한 것은 일기에 담긴 내용들을 옮겨적으며 현대어로 표현한다던가 - 부장,이 왠말인가 - 굳이 안써도 될 것 같은 히키코모리나 영어 표현들은 솔직히 조금 어색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막힘없이 재미있게 술술 읽히기는 하지만말이다. 

사사로운 기록이지만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있고, 어쩌면 가십처럼 흥미롭게만 읽고 넘기게 되는 이야기들일수 있는데 그 기록들에서 역사를 볼 수 있게 해주고 있으니 조선의 미시사를 좋아한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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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2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록의 나라 조선. 국가기록에서부터 개인 기록까지 어찌 이리 쓰는걸 좋아했을까요? ㅎㅎ
이 책에 담긴 소제목들을 보니 재밌을듯하네요. ^^

chika 2021-04-26 00:13   좋아요 0 | URL
방대한 일기의 내용을 흥미로운 부분만 편집했으니 재미없을수가 없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