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지나가고 주말은 오니까
안대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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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하늘을 치솟을 듯 하고 피로감에 미칠 것 같을 때 유일한 낙은 금요일 저녁이다. 좀 이른 시간에 졸다가 한밤중에 깨어나도 다음날 늦게 일어나면 되니까 맘껏 졸리면 잠들고 늦게까지 티비를 보면서 웃어댈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피곤해서 밤 늦도록 깨어있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지만. 아무튼 그런 나날들에 "목요일은 지나가고 주말은 오니까"라는 말은 그 말 자체만으로도 백만배 공감하면서 책을 펼쳐들고 싶어지는 마법을 지녔다. 그리고 뜻밖에도 주말을 맞이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책을 읽고 싶었지만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예상보다 더 무거운 마음이었다. 딱히 비관적이지는 않지만 왠지 조금 우울해지는 기분이었다. 뭔가 잘하고 싶지만 뜻대로 안되는, 자꾸만 어쩔 수 없다며 포기아닌 포기를 하는 느낌.


월요일이 되어 출근을 하면 일이 밀려있는 것처럼 해야하는 일들이 쌓여있고 날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도 일은 줄어들지 않고 화요일이 되었는데도 자꾸만 월요일같고 그 다음날도 또 월요일같고.

그래서 잠시 덮어두었다가 오늘 반차를 내고 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가서 기다리는 시간에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짧은 글들이 너무 마음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다.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김밥, 간단한 재료에 밥이 너무 많이 들어가 김치 같은 반찬과 같이 먹지 않으면 맛이 없는 그런 김밥을 또 너무 많이 만들어놔서 오며가며 계속 먹어도 남아있어 밥알이 말라붙어있는 김밥을 먹게 되어도 맛있다는 그 느낌이 진하게 전해져오는데 나는 이런 글이 참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저자가 친구들과 같이 김밥만들기를 하는데 같은 재료를 놓고 만드는데도 그 결과물을 보면 다 제각각이라는 것이, 그러니까 또 그렇게 제각각이지만 모두 다 김밥이고 각자의 개성대로 맛이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에서 삶의 모습을 보고 깨닫게 되는 것들이 좋다. 

오렌지가 10퍼센트도 포함되지 않은 주스도 오렌지 주스라고 하듯이 무한보정이 이루어져도 본얼굴이 누구인지 다 알아보니 그것이 가짜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왠지 어이없어 웃게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게 뭐 대순가, 하게 된다.


월요일에 이은 월요일 같은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다고 화요일이 월요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하더라도 뭐가 문제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피곤하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월요일의 반복이라 해도 '그마저 좋아진다면 매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내일이 주말일 것 같고 늘 주말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행복을 찾아내야만 할 것 같았지만 이미 내게 행복은 와 있는 것이라는 걸 다시 떠올리게 해 주는 이 책의 글들이 왠지 모르게 좋아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수많은 일이 있었던 오늘 하루, 내가 행복해졌던 단 한순간이 있다면 그것으로 오늘 하루는 무조건 행복한 하루라고 말해주고 있는 글들이 바로 그것이다. 괜히 앞서서 걱정하며 힘들게 살지말고 늘 행복하게 지내보자. 목요일은 지나가고 주말은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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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4-20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 너무 좋아요~ 어린 시절 소풍 가면 모든 집의 김밥 맛이 다 달랐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다 달라도 다 맛있었던 추억! 저 김밥러버예요!ㅎㅎ

chika 2021-04-21 09:09   좋아요 0 | URL
저는 어머니가 밥에 초양념을 하고 달걀지단에 김을 붙여서 김밥을 말아주셨는데 그거 엄청 좋아했어요. 어느 집 김밥을 먹어도 어머니가 해 주시던 맛은 없더라고요. 새삼 김밥 먹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