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우스 로마사 3 - 한니발 전쟁기 리비우스 로마사 3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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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사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사실 제대로 잘 알고 있는 것은 없다.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로마의 건국 신화라거나 시작점에 대해 오래전에 읽었지만 로마인 이야기는 로마의 위대함만을 이야기하는 로마 만세의 이야기여서 - 아니, 사실 그렇게 로마를 인식하게 되어서 로마 여행을 갔을 때 부러 아피아가도를 찾아가기도 했었다. 뭐하는 짓이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동행에게 잠시 민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맨발로 이천년이 넘은 길을 걸어보며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몇년 전 마스터스 오브 로마 라는 소설의 첫부분을 읽으며 로마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에 대해 조금 더 깊이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소설의 흐름에 대한 기억과 역사의 흐름에 대한 간극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각이 엉켜 있는 걸 풀지 못하고 막바로 리비우스 로마사 3권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역사의 흐름은 단절된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커다란 사건을 중심으로 흐름의 중간에 끼어들어 책을 읽는 것은 괜찮으리라 생각하고 리비우스 로마사의 21권부터 - 그러니까 이 책 리비우스 로마사 3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포에니 전쟁으로 알고 있는 - 리비우스가 첫머리에 밝히고 있듯이 '로마 역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전쟁을 다룬' 이야기인데 너무나 낯설게도 한니발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마치 일본의 역사 속에서 명량해전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인 것 같은? 

그런데 포에니 - 이건 카르타고를 일컫는 로마어라고 한다 - 전쟁이라고 하면 단연 한니발이 주인공일텐데 어색하다는 것은 내가 너무 일방적인 시선으로 먼나라의 역사를 바라본 것임을 절감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어색함을 넘기고 나면 역사서라기보다는 한편의 역사 대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한참 재미있게 읽어나가기 시작하다가 주중에는 집중해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 조금씩 쪼개 읽다보니 전체적인 흐름이 끊겨 온전히 빠져들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리비우스 로마사는 소설 이상의 흥미로움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은 장담할 수 있다.


포에니 전쟁이라고 하면 한니발과 코끼리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내게 칸나이 전투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흥미로움 그 이상이다. 사실 이 부분이 좀 어색하기도 했었는데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읽으며 전투 경험이 많은 호민관의 조언보다 명예와 승리에 대한 욕심으로 무리한 전투를 벌이는 지휘관의 형편없는 전략전술은 얼마나 많은 위대한 로마병사와 장군을 죽음에 이르게 했는가에 더 집중을 했었는데 리비우스 로마사는 한발 물러선 상태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라 한번 더 생각하며 로마의 전쟁을 바라보게 된다. 


리비우스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온갖 약탈이 가능하고 승리를 취할 수 있었던 1차 포에니 전쟁때보다 오히려 2차 포에니 전쟁에서의 한니발이 더 훌륭하다고 표현 한 것이다. 용병으로 이루어진 군인들을 통솔하고 본국의 지원도 없이 물자를 조달할 수 있는 약탈의 기회도 가질 수 없는 지역에서 한번의 반란도 없이 , 그러니까 오직 돈을 받기 위해 한니발의 군인으로 전쟁에 뛰어든 용병들이 급여지급이 늦춰지고 식량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단 한번의 반란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낸 한니발의 위대함에 대해 '그의 주변 모든 것이 몰락으로 빠져드는 중이었는데도 여전히 후광이 남아있었다'(707)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위대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 대한 이야기, 조금은 다른 결이지만 한니발의 만찬에 초대되어 그를 독살하려는 스키피오에게 자신의 심장을 먼저 뚫어야 한니발의 심장에 칼날이 꽂힐꺼라는 스키피오 부자의 이야기, 18살(이거나 혹은 19살이거나 여전히 십대인 것은 똑같지 않은가)에 전투에 참가하고, 시칠리아의 정예부대 300명을 만들어 낸 일화라거나 그의 공명함과 현명함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더 많이 기억에 남기는 하지만.


역사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백과사전을 보면 오히려 더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지식이 평면적이라고 한다면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읽는 것은 입체적인 영화를 글로 읽는 느낌이 들게 된다. 리비우스 로마사를 읽은 후 읽다가 사정이 있어 끊긴 후 다시 집어들지 못한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다시 읽기 시작한다면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이해하기 쉬운 로마의 역사를 알 수 있게 될 것 같다. 예전에는 그저 단순히 아피아 가도의 돌덩이에 발의 감촉을 느끼는 것으로 만족했다면 언젠가 다시 로마로 가게 된다면 그 길을 걸어다녔던 로마의 영웅들을 떠올리며 이천년이 넘는 세월의 흐름에 담긴 역사를 느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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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24 1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읽고 로마 포로 로마노를 가면 고대 로마로 빙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ㅎㅎ

chika 2021-01-24 22:49   좋아요 0 | URL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기를!
포로 로마노 터를 막 개발할 때 가보고 이후로 가보질 못했습니다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