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또다시 미궁 속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잘 안다.
인간의 마음은 전부 미궁이다. 탁 트인 청명한 땅 따위 없다. 그게 인간이다. 우리는 그렇기에 인간을 사랑한다. 관음꾼이라는오명을 쓰더라도 관찰하고 일기를 엿보려고 너희의 창가에 다가간다.
- P143

"꿈 없는 생활은 창호지를 안 바른 장지 같잖아요?"
"어. 미안, 무슨 뜻이야?"
"틀만 있고 구멍 숭숭이라고요. 너무 훤히 보여서 불안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안을 들여다보고서 ‘저 집은 시시하게 사는구먼‘이라고 말할 것 같아요. 게다가 바람이나 모기가 들어오니까불편하진 금방 무너질 거예요. 그런 생활은요."
- P164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인데 ‘꿈이란 외부의 시선이나 바람을막는 막, 즉 창호지 같은 것‘이라는 소리야?"
"맞아요."
다에미가 가슴을 폈다.
"툭 하면 망가지니까 신중하게 다뤄야 하고 망가지면 재깍 새로 바를 성실함과 경제력도 필요하죠. 그래도 꿈이라는 창호지를 유지해야만 일상에 충실해질 수 있는 거예요!"
힘을 주어 하는 말에 유키노는 ‘그렇군‘ 하고 납득하다가 아니지, 잠깐만‘ 하고 얼른 생각을 고쳤다.
"그건 그렇지만 역시 꿈만 꾸는 사람하곤 같이 살긴 어려워. 생활에는 창호지 말고 다른 것도 필요할 텐데."
"그건 제가 보충하면 되니까요."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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