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애 씨는 학생운동의 전통이 있는 독서회에서 활동했는데, 그곳의 여자 선배들이 얼마나 투철한 신념과 의식을 지녔든 간에 결혼 후에는 대개 비슷비슷한 불행에 빠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상한 얘기이지만 남편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란 없는 듯 보였다. 그리고 남편의 폭력을 피해 과 학생회장이었던 선배가 리애 씨 집에서 자고 간 다음날, 혁명의 날이 오더라도 거기에 여자들의 자리는 없을 것 같다는생각을 했다. 여자는 노동자보다도, 노예보다도, 제3세계 식민지인들보다도 더 늦게, 어쩌면 영영 해방되지 못하겠구나.

기괴의 탄생, 김금희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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