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김선지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라고 했을 때 먼저 떠올렸던 것은 게릴라걸스였다. 여성이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발가벗어야 하는가, 라는 문제제기는 정말 놀라웠었고 그 물음 하나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었다. 아니나다를까 이 책의 저자 역시 작가의 말에서 바로 게릴라걸스의 그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게릴라걸스의 물음은 이미 삼십년도 더 전에 시작된 것이었는데 현재 우리에게 그 물음이 똑같은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나 역시 여성미술가들에 대해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 책을 읽다보니 모르는 여성미술가들이 너무나 많았다. 여성에 대한 비하로 인해 남자의 이름으로 작품을 판매하고, 아버지나 스승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작품들도 많았고 새로운 화풍을 시도하고 당대의 미술계에 혁명적인 그림을 그려낸 여성 화가들의 역할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던 일화들도 많았다.

 

사실 책을 읽으며 이들의 이야기가 굳이 '싸우는 여성들'의 세계사,라고 할만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글을 읽을수록 느낌이 달라졌다. 지금도 '여성'이라고 하면 좀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근현대뿐 아니라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 당시의 시대 상황을 생각한다면 '싸우는 여성들'에 담겨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더 깊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화가는 아르테미아 젠텔리스키 뿐이었고 수잔 발라동의 이름은 그 동료 화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보기만 했었다. 프란츠 할스의 그림은 너무 낯이 익은데 그의 그림으로 알려진 많은 작품들이 현재는 유디트 레이스테르의 작품으로 판명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을 때는 내가 정말 너무 많은 여성화가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음을 실감했다.

특히 3부에서 언급하고 있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여성들의 작품 이야기는 놀라움과 감탄 그 자체다. 종이오리기 작품이라는 것이 가장 놀라웠는데 펜화처럼 보이는 작품이 정말 종이로 오렸나? 라는 의심이 들만큼 정교한데 사진이 아니라 실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체를 숨겨야 했던 여성들이 미술사에 있어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는데 더 많은 여성예술가들의 자신의 이름과 작품을 찾을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심도 한몫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