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 - 신화와 어원으로 읽는 요가 이야기
클레망틴 에르피쿰 지음, 류은소라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요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친구가 정통요가를 배우면서 몸이 가뿐해지고 물구나무 자세도 쉽게 하는데 물구나무를 서고 나면 두통도 사라지고 몸이 좋아지는 걸 느낀다면서 내가 흥미로워하니 요가의 변형 말고 정통 요기가 쓴 요가책으로 한번 배워보라며 추천해 준 책을 받은 후 부터였다. 사실 그때 요가의 준비 자세가 명상이 아니라 태양숭배인 것을 알고 좀 당황하기는 했었다. 물론 심신수련처럼 신앙의 자세로 요가의 동작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이 책의 표지를 보니 단번에 읽고 싶어졌다. 더구나 카드 뉴스에는 '당신이 요가 동작을 잘 하는지에 관심이 없다'라고 하니 이 책은 요가책이라기보다는 요기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책으로만 요가를 배운 나는 - 그것조차 이십여년이 넘었는데 당시의 책에는 요가 자세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얼핏 삶의 자세가 달라지는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하기도 했고 식이요법이나 호흡, 명상에 대해서도 수련자에게 교육을 하듯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그때의 기억들로 이 책을 펼치기도 했으니 그것이 독인지 약인지 잘 모르겠다. 신화,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각각의 자세에 대한 신화 이야기에 더하여 그 자세의 상징성에 대한 설명으로 끝이다. 요가 자세에 대한 설명이나 호흡, 순서도 없다. 그래서 대충 훑어보다가 살짝 밀어뒀었는데... 그래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펼쳐드니 처음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요가에 대한 관심이 더 컸기 때문에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신화 이야기와 그의 상징성을 읽고 있으려니 요가에 있어 명상과 자세를 취했을 때의 호흡과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시체자세도 그저 편하게 누워 몸을 이완시키고 불면을 해소해 쉽게 잠들 수 있게 하는 자세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몸과 정신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자신의 내부에 흐르는 에너지를 느끼며 또렷한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럼으로써 시체자세를 취하며 요기는 생생히 살아있게 된다는 것이다. 죽음의 기원을 떠올리는 자세로 오히려 현재의 살아있음을 깨닫는 삶의 자세가 나오는 것이다.

'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굳이 신화를 믿고 신앙을 따르는 요기와 같지 않다 하더라도 그 자세에서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게 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오랫동안 쟁기 자세를 하면서 그때만큼은 복식 호흡이 저절로 되고 조금씩 일직선으로 뻗는 다리 자세가 안정적으로 넘어가곤 했었는데 수술 후 1년동안 다리를 올리는 것조차 못하고 있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뱃살때문에 복식호흡도 곤란해지고 자세 유지를 1분정도만 하는 것도 힘들어지고 있지만 바로 이 쟁기 자세가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신진대사를 도와주는 것이며 이런 수련은 농부가 쟁기를 다루듯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루는 것이라고 하니 더 열심히 요가 수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쟁기자세에 얽힌 이야기속에서 자나카 왕이 밭을 갈다가 사랑하는 딸 시타를 발견하게 된 것 처럼 무엇을 행하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많겠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모든 것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아프고난 후 내 몸이 예전같지는 않게 되었지만 조금 더 소중히 여기게 된 것이 많아졌다는 것과 같은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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