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처음에는 그 사건으로 인한 부끄러움과 이웃의 곱지 않은 시선에 외출을 피하게 된 것이었겠지. 하지만 그 후더 큰 비극이 닥칠 줄 알았다면 엄마도 그렇게 웅크리고 있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삶을 즐기지 않았을까? 따스한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을 머리칼에 받으며 해바라기밭을 거닐지 않았을까? 하다못해 거리를 걸을 때라도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고개를 들지 않았을까? 나로서는 영영 알 수없다. 너무 많은 것들을 나는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병가 때문에 시간이 많아서인지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자꾸만 인생의 유한함을 떠올리게 됐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생각하고 있다. 자꾸만 떠오르는 과거의 일들을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내려 애썼지만, 기억은 댐의 벽에 스며 나오는 물처럼 자꾸만 내 의식으로 스며 나왔다. 혹시 내 무의식이 내게 말을 걸고 있는 걸까? 머리에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해바라기밭을 거닐라고 말하고 있는걸까?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고개를 들고 거리를 거닐라고 말하고 있는걸까? 하지만 이완이 저 밖에서 나를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아는 이상 나는 결코 그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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