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난히 짜증이 심하게 올라온다. 별 생각없이 있다가도 문득. 그러니까 굳이 마트에서 사지 않아도 될 아이스크림이 반값이라면서 전화를 해 결국 이런 저런 물건을 사게 만들고 - 그럴꺼면 미리 전화를 했으면 같이 갔을꺼라고 했더니 내가 가면 괜히 돈 쓸까봐 그랬다나? 그런거라면 아이스크림 따위로 전화를 하지 말았어야지. 아아, 앞으로는 그 수에 넘어가지 말아야겠어.

그렇게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을만큼의 물건을 사기를 종용하고 내게는 물건값을 받아간다. 파프리카를 줄 것처럼 얘기하고 이천원 더 달라고 하니 기분이 안좋아 대꾸도 안했다. 그래도 소득하나 없는 처지가 불쌍해 이만육천원 정도의 물품 금액이 나오니 삼만원을 송금해줬다. 그냥 그랬으면 좋았는데 그에 대한 반응이 아주 좋다고 느낌표까지 붙여 답장을 하는 꼴을 보니 또 심사가 뒤틀어진다. 대출받는 것도 능력이 있어야 받는거라며 대출받은 돈으로 생활하는 걸 그냥 거리낌없이 생각하는 것도 얄밉고 내게 이천만원씩이나 꿔갔는데 그 정도는 줄수도 있는 돈이라는 말에는 뭐 대꾸할 생각도 없다. 쌀 사는 돈도 아끼느라 어머니에게 쌀을 달라고 하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은행 직원이 좀 친절하게 해 줬다고, 대출이율을 낮은걸로 해줬다고 - 그건 조건이 되면 누구나 다 그렇게 해 주는것인데도 자기에게만 특별히 해 준 것이라는 착각속에 빠져 냉큼 몇만원하는 아이스크림을 사다준다. 내게는 천원짜리 아이스크림 값도 내놓으라면서 말이다. 아니, 뭐 늘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가끔씩 스트레스 받을 때 이런것들에 막 화가 난다. 내가 끊임없이 지를 위해 돈을 써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자꾸 화를 돋운다. 아니, 단순히 그것때문만은 아니지. 내게는 그렇게 하면서 정작 본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생색내면서 돈을 써대는 것이 더 화가 나는 일인 것이지. 언젠가. 친구얘기를 꺼내며 그렇게 대출 받은 돈으로 남에게 과하게 친절하고 선물을 해대는 사람이 있다더라, 했더니 세상에 그렇게 염치없는 사람들이 있냐며.

아, 짜증나고 화나는 마음이 안풀린다. 지금 나는 나를 위로할 것이 필요한지도. 엉뚱한데 돈을 쓰고 있으니 정작 내가 쓰고 싶은 돈을 못쓰고 아끼고 있는 현실도 화가나고. 대출이자도 내가 내주고 있다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데. 아아, 정말. 끊고싶지만 끊을 수 없는 이런 것들에 화가난다. 자꾸 끌려다니는 나 자신에게도.

 

 

 

 

 

 

 

 

 

 

변덕스러운 마음을 잡기에는 맛있는 음식만큼 좋은 것이 없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세상 근심이 사라진다고 하지 않는가. 맘이 편해지면 이런저런 자잘한 짜증이 사라지지 않을까.

 

근데 어째 책 제목들만으로도 단편소설 수십편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이 기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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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20-05-0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위로 공감됨 꼭 글 쓰시길 응원 함!!

카에 2020-05-1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증났다가 짠했다가 꼴보기도 싫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