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간 반, 동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딴 짓 하면서 놀았다. 생각해보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지금 현재 내가 그 일을 하기 싫어하는 맘이 더 크기 때문인 것 같다. 주일학교 애들에게 편지쓰는 거 - 몇몇 녀석들에게는 어떤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지 알면서도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된다. 부모님들께도 편지를 써서 보내야하고. 열두명 모두에게 보내야하는 부담감. 벌써 이주일째 미루고 있는 중이다.
방청소. 우선 저쪽 구석에 몰려있는 책들만이라도 정리를 좀 하고 치우면 한결 깔끔해질텐데 여전히 미루고 있다. 공부를 좀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쌓아 둔 책, 역시 소설책들의 틈바구니에 밀려 나날이 밑으로 깔려가고있다. 결코 부지런해질 수 없는 것만 같은 나 자신의 문제,일 뿐인건가?

 

독거노인방문.
올해 내가 맡은 애들은... 다들 개성이 뚜렷하다. 물론 언제는 안그랬냐마는. 이번 녀석들은 하나하나 이쁘지 않은 녀석들이 없다. 다만, 내가 잘 다루지 못하고 있을 뿐. 애들에게 좀 더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갖고 시간 할애를 해야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딱 하루정도만 애들을 떠올린다. 그래서는 안되는거 아닌가.
어제는 장난처럼 성당 마당에 누우면 부활초를 사주겠다고 했더니 한 녀석이 디립따 재빨리 누워버린다. 헉,, 부모님 보실까 무서워 애원하면서 일으켜세워야 했는데.. 애들이 나보다 고단수인거야? 어쨌든 오랜만에 온 녀석을 불러 인사했더니, 너무 해맑게 웃어줘서... 죽는 줄 알았다. 애들이 왜 그리 이쁜게냐!
그런데 부활성야미사에 나온 녀석들은 잠자느라 못일어나서 그래는지 대부분 나오지 않고 아침 미사에는 반정도 나와다. 그리고 그나마 나온녀석들 다 그냥 가버리고, 착하디 착한 예비자 둘과 말없이 얌전한 녀석 둘만 남았다. 어찌된것이 우리 교리반 녀석들은 아무말도 없는데 예비자교리를 받는 녀석이 오히려 '어, 선생님 머리가 바뀌었어요'라고 말한다. 흑~ 그래, 이녀석, 평소에도 교리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차고 배우려는 마음이 넘치는 녀석인데 선생님에게 관심도 가져주고. 세례받을때, 꼭 챙겨줘야겠다는 결심을;;;;
아니 그보다도.
북쪽과 남쪽으로 성당을 기점으로 반대방향으로 주소를 짜 넣은 그 어리버리 교사 때문에 한시간이나 걸려버렸다. 고등학생들도 성당 동네에서 찾으면 바로 찾아갈 수 있는 집을 짜넣었으면서 어찌 그리 바보같은 짓을! 근데 정말 웃긴건 내가 뭐라고 하니까 그때야 안그래도 주소 하나만 동떨어져 있어서 어디로 넣어야 될지 몰라 그냥 넣었다나? 우쒸, 너 바보냐? 소리가 목구멍을 밀치고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애들도 지치다고 쫑알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한집을 포기하기가 좀 그래서 찾아갈까? 했더니 착하게도 말없이 그 먼 거리를 걸어서 따라와준다. 아, 씨... 진짜 너무 이쁜녀석들이다.
정작 집이 다 비어있고 겨우 할머니 한 분을 만나뵌 것이 전부였지만 (다른 집은 그냥 선물과 메모만 남기고 나오고) 할머니가 성당은 안다니시지만 애들이 선물 주러 왔다고 하니까 좋아라 해 주셔서 보기 좋았다.

그런데 이런 좋은 일을... 겨우 네명만 가서 했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그 중 두명이 집에서 혼자 성당 다니는 예비자, 한명은 얼마 전에야 세례를 받은, 역시 혼자 성당다니는 새영세자, 한녀석만 부모님이 애들을 챙겨서 주일학교 행사에 갈 수 있도록 해 주시는 성가정,신자.
다른 녀석들 부모님은 대부분 성당에 열심히 다니시는 분들이시다. 그런데 왜 아이들의 신앙교육에는 그리관심이 없어보이는가.

아,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는게. 이제 졸음이 오나보다. 부모를 탓하기만 할 것은 아니지. 나 역시 중요한 것들을 하고 있는가, 되돌아보면. 할말없어지는거아냐?
해야 할 일, 하기 싫지만 중요한 일, 소중한 일... 지금 내게 소중한 일을 하고 있는지.
꿈자리가 사나울것같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7-04-0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야 할 일 중 책고르기도 있지요 이벤트 상품 어여 골라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