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의 아나키즘
노암 촘스키 지음, 이정아 옮김 / 해토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소설책만 읽던 머리로 잘 알지 못하는 이 책을 읽으려니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촘스키가 누구던가. 그의 글 자체가 아나키즘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쓰여진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나같은 사람을 위한 글인데.
무지 심오하고 어려울 것이라 지레 겁을 먹었지만 역시 행동하는 지성이라는 명칭은 그냥 붙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알듯말듯 하긴 했지만 - 사실 지금도 책을 한번 더 읽어봐야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 한참 책을 읽어나가다가 지식인에 대한 이야기에 괜히 웃음이 나온다.
"누군가에게 데리다의 최근 논문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달라고 요청해보면 어떨까요? 분명히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설사 있다 해도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설명해 줄 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나는 데리다의 논문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식인들이 어떤 이유로 아무도 이해할 수 없고 보통 사람들에게 설명해 줄 수도 없는 주제나 문제들을 선호하는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제 생각에 이런 경향은 지식인들이 일반 대중들을 지배하려는 또 다른 전략 때문이라고 봅니다"(242)
아니, 사실 뭐 웃음이 나올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괜히 지금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무능함만을 탓했었지, 지식인들이 일반 대중을 지배하려는 전략이라는 관점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 그래서 무지몽매한 대중이라고 불리워지는 것일까?

촘스키의 이야기는 혼자 마구 내달리지도 않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야한다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물론 그건 그가 뚜렷한 주관없이 그저 흐름에 맡기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제가 무정부주의의 본질이라고 인식해온 것이 바로 다음과 같은 확신입니다. 즉 권력은 그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며, 만약 그 정당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분쇄해야 한다는 확신입니다".(164)
권력이 집중되고, 이미 지배의 기능을 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결코 민주적이라 할 수 없으며 사회주의 체제 역시 소수의 지배계급이 존재하게 되면서 정당성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내 짧은 말로 촘스키의 아나키즘을 설명하기는 너무 힘들다. 그렇다고 책을 모두 옮겨올 수도 없고. 줄여서 얘기하다가는 자칫 그의 훌륭한 글들을 전혀 엉뚱하게 재해석하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말한 것 중 가장 짧으면서도 명확하게 다가온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책의 설명을 끝내려한다. 그가 말하는 무정부주의 원칙과 부합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우리 사회를 포함해 어떤 계급 사회에서든, 다른 사람들이 꺼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사회에서 가장 적은 보수를 받습니다. 그런 일을 누군가 하면 우리는 대개 그 일을 잊어버립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지 생산과정의 한 가지 요소인 육체노동밖에 할 게 없어 노동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그 일 외에는 다른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그런일만 해야 하고 보수도 아주 적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다음과 같은 세 종류의 사회를 예로 들어봅시다. 첫째,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로 사람들이 꺼리는 일을 임금 노예들에게 할당하는 사회입니다. 둘째, 사람들이 꺼리는 일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의미있는 일로 만든 다음 함께 분담하는 사회입니다. 셋째, 사람들이 꺼리는 일의 보수를 올려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그 일을 하도록 만드는 사회입니다. 제가 볼때 둘째와 셋째 사회 중 하나는 약간 모호하긴 하지만 무정부주의 원칙과 부합하는 사회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셋째보다 둘째 사회가 더 가깝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두 사회 중 어느 쪽도 현재의 사회 조직이나 경향과는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겁니다." (94-95)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에 순위를 매길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해야 할 일들만 있을 뿐입니다. 자신의 관심사나 의무감 그리고 능력에 맞게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관심사나 의무감 혹은 능력은 모두 서로 연관된 것들로 상호 보완적인 요소들입니다.(290)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 역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지, 나는 나의 능력에 맞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성찰해봐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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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03-23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추천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촘스키 할배는 정말 멋진 할배 같아요. ㅋ

마태우스 2007-04-0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촘스키도 데리다를 이해못하는군요 그나저나 리뷰 말입니다 이해하기 좋게 정말 잘 쓰셨네요 이주의 리뷰감이어요 164쪽의 인용문은 아나키즘의 본질을 이해하게 해주구요, 그 아래 3디 업종에 대한 촘스키의 말은 노동에도 위계가 있다고 믿어온 절 부끄럽게 하네요...

chika 2007-04-1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 고맙습니다! 이주의 리뷰 선정단,에 마태님을 적극 추천함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