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연 외래 이야기도 들려주시구랴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은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라는 상을 받았다고 한다. 2006년에.
어떤 상을 받았든, 심사위원과 나의 관심과 흥미는 일치하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그닥 관심이 없었는데 왠지 이 책을 읽다보니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칭찬을 할만한 작품은 이런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부정수호외래의 다구치 선생이 그냥 무심코 툭 내뱉는 말들에 킬킬거리며 웃어대며 읽었다.
사실 이 책은 처음부터 무지 재미있게 읽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쌓아두기만 하고 나중에 읽어야지...하다가 겨우 손에 잡고 두어쪽 읽으면 다른 책이 끼어들어 잠시 이 책을 접어두고, 다시 꺼냈다가 접어두고를 세네번은 반복했던 것 같다. 내 경험상 그정도 반복되면 재미있는 책도 괜히 재미없게 느껴져 한동안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오늘 마음 잡고 이 책을 잡고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킬킬거리면서.

난 다구치 선생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더라. 의료지식이나, 뭔가 수술실에서 느껴질듯한 피비린내라거나 번뜩이는 메스, 말없이 환자를 둘러싼 수술팀....그런 살풍경한 상상들이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이라는 책을 섬뜩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갖게 했는데 그런 이야기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아니, 오히려 더 흥미진진하게 이야기의 진행을 따라 갈수 있어서 좋았다.

이야기가 뜻밖의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사실들에 조금은 놀라웠지만, 어디서나 '조직'이라는 것은 탄탄하게 자기들의 성벽을 쌓고 있고, 특히 의료진들의 자기 방어와 일반인들이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맘 한편으로 조금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그게 현실인 것이다.
물론 다구치 선생이 부정수호외래를 맡고 있고, 괴짜공무원 시라토리가 있는 이상 깨부수지 못할 성벽은 없을테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저자의 말을 보니, 집필중에나 후에 다시 읽어봤을때나 '와 재미있다'의 감상뿐 별다른 것은 없다고 씌어있다. 그러나 나 역시 그 말을 할 수밖에. '정말 재밌게 읽었다'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