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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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책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지 않다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읽어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특히 나처럼 책 읽다 재밌어지면 절대 참지 못하고 키득거리고 만다면 제발 맘 잡고 집에서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걸.
아, 설마 설마 했는데, 나도 모르게 푸핫 거리면서 웃다보니 어느새 잠깐만 책 읽고 다른 일을 하려고 했던 생각조차 까먹고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 책을 다 읽고 말았다. 그리고 뭔가 찡하는 느낌이 온다. 이 책은 '평양 프로젝트'이지만 실상 '통일 프로젝트'인 것 아닌가.
굳이 다른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거나 아니면 굳이 우리가 닮은 꼴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한다거나 하는 것도 없이, 어느 체제가 더 낫다거나 어느 한쪽의 체제가 모순을 안고 있다거나 점차 무너지고 있다는 걸 굳이 비교해서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없이 그저 얼렁뚱땅 오공식의 일상 이야기일뿐인 것이다. 이런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만화가 되는지는 직접 보지 않고는 확연하게 느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 안타까울뿐이다.

내가 우연찮게 알게 된 독일의 한 아저씨는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았었다. 그 아저씨와 결혼한 아주머니는 동독출신이었는데 베를린 장벽이 있을 당시 그녀의 삼촌이 장벽을 넘기 위해 유일하게 물질적 재산으로 갖고 있던 비싼 시계를 뇌물로 건네주고 총을 맞지 않고 무사히 장벽을 통과할 수 있었다는 얘기도 해 줬지만 결정적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짐으로 인해 두분이 만나 결혼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리고 평소의 왕래가 그들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해 준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잠시 책을 읽고 엉뚱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유왕래가 이뤄지면 처음엔 서먹서먹하겠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청춘남녀일까, 라는.
아니 뭐, 굳이 청춘남녀가 아니더라도 서로가 서로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이려고 한다면 남과북은 멋진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하나됨의 단면인 것이다. 일상생활만큼 서로에 대해 정직하게 잘 알수 있는 것이 있겠는가.
이 책은 그래서 멋진 책이다.
 
* 내용중에 '지역색'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어머니 고향이 황해도인데, 황해도 사람들은 성향이 둔하고 게으르다고 해서 띵해도 라고도 부른다는데.. 이 얘길 어머니에게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궁금해진다.
** 이 책은 정군님의 리뷰를 보고 처음 알았던 책이다. 키득거리느라 주위의 시선을 느꼈다던 정군님의 리뷰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도 이제 알라딘에는 그 어디에도 정군님의 리뷰는 볼 수 없다. 순식간에 그어져버린 휴전선 만큼이나 아쉽고 황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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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1-2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서평도서인가요. 많이 보시는거 같아요. 얼마전에 어떤 분의 서재에서 본거 같은데.

chika 2007-01-2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역시.. 티가 나죠? ;;;;; (하지만 정군님의 리뷰를 읽고 재밌겠다고 생각한 것은 서평도서가 되기 전의 일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