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 2
ㅡ죽음은 살아 있어야 한다
죽음은 살아 있어야 한다.
사십구일은 살아 있어야 한다.
적어도 일 년에 사나흘
기일 전후만큼은 다시 살아 있어야 한다.
죽음이 살아 있지 못해서
삶이 이 지경이다
죽음이 죽음과 함께 죽어버려서
살아 있음이 이토록 새카맣다.
삶의 정면이 이토록 캄캄하다.
죽음아 죽음들아
홀로 죽어간 죽음들아
홀로 죽어서 삶을 모두 가져간 죽음들아
삶을 되돌려주지 않는 죽음들아
뒤도 돌아보지 않는 죽음들아
죽음은 살아 있어야 한다.
죽음이 삶 곁에 살아 있어야 한다.
죽음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야
삶이 팽팽해진다.
죽음이 수시로 말을 걸어와야
살아 있음이 온전해진다.
죽음을 살려내야 한다.
그래야 삶이 살 수 있다.
그래야 삶이 삶다워질 수 있다.
그래야 삶이 제대로 죽을 수 있다.
죽음을 살려내야 한다.
죽음을 삶 곁으로
삶의 안쪽으로 모셔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