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 8 - 아들들 딸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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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앤 시리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첫번째와 마지막 권.
빨간머리 앤을 탄생시킨 첫 권을 좋아하는 거야 당연한 일.
마지막 권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가장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기 때문이고,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반전주의자가 된 까닭이 된다.

다리를 절뚝이며 젬이 돌아올 때까지 4년이 넘도록 기차역을 지킨 개 먼디.
끝내 피리를 부는 사나이를 뒤따라간 나의 사랑 월터.
목사관의 제리도 중상을 입고, 칼은 한쪽 눈을 잃어버리고,
그나마 무사히 돌아온 건 공군에 입대했던 '다갈색 도련님' 샤아리뿐.

그렇게 전쟁에 희생되는 남자들 뒤에는 더 큰 희생을 감수하는 여자들이 있고,
그 여자들이 있기에, 남자들은 자신의 희생을 기꺼워 한다.
앤과 수잔, 낸과 다이, 페이스와 우나(창조사에선 유나), 그리고 릴라(창조사에선 리라), 그녀들이 있기에.

아, 그러나 그 희생이 진정 값진 희생이었다 하더라도,
그리고 메레디스 목사의 신념에 고개를 끄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제국주의와 독재의 시대로부터 얼마나 전진했는지
나로선 확신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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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아기 몸무게는 2.7~8kg, 주수에 맞게 착착 늘어나고 있는데,
이번에도 전치태반 진단을 받은 데다가 마로 수술할 때 우여곡절이 좀 있었던 터라,
선생님이 만의 하나를 대비해 수술 일자를 조금 더 앞당기고 싶어하네요.
최종적인 날짜는 다음주에 확정 되겠지만,
작은새언니가 받아온 날짜가 선생님이 권장하는 날짜와 맞아떨어져
8월 9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에, 또, 알려드릴 것은 (페이퍼 제목을 보고 눈치챈 분이 많겠지만) 드디어 이름을 결정했다는 사실.
마로 이름이야 제가 20살 때 이미 찜해놓은 거니 고민이 없었는데,
마로와 버금가는 이름으로 동생 이름을 지으려니 참 어렵더군요.
한자로 할까 순우리말로 할까부터 시작해서
한자로 하면 돌림자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순우리말로 한다면 마로와 소리가 비슷해야 하나 아니면 아예 달라야 하나,
기껏 내가 생각해낸 이름은 옆지기 마음에 안 들고, 옆지기가 생각해낸 이름은 내 마음에 안 들고,
옥신각신 고민하다 지쳐 태명 그대로 '백호'라고 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는데...

병원 가기 전 날 우연히 나온 친정 조카 이야기.
"그러고보면 해든이 이름이 참 탐나. '해를 든 아이' 뜻도 좋고, 음도 좋고, 영어표기도 쉽고(Haden)"
"하지만 해를 들고 있으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해와 같은 아이나 해와 같은 사람이 훨씬 좋지 않아?"
"알라딘에 안 그래도 해아라는 여자아이가 있는데, 그 이름도 참 좋지?"
(이 대목에서 갑자기 옆지기와 나와 눈이 딱 맞았습니다.)
"해와 같은 사람, 해람, 어때?"
(바로 나온 옆지기의 대답) "그거 좋다. 이거로 무조건 결정이다!"

어원을 따지자면 '해+사람=해+살+암'이니까 해살 또는 해암이 더 뜻을 반영하는 이름이겠지만,
문법이나 어원 무시하고 '해람'으로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시부모님이 반대하지 않는 한(오늘 말씀드렸는데 특별한 반론은 없었어요. 히히)
마로 동생의 이름은 해람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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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18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해람이 이름이 참 좋아요^^ 수술 날짜 다 되어가네요. 몸 건강히 잘 보내시기 바래요. 더울 때라 좀 걱정이네요. 그래도 잘 견디시리리 믿어요. 해람이 만날 날이 정말 기대되죠?^^

라주미힌 2006-07-18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순산하세요.

Joule 2006-07-18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좋아서요. 저는 결혼해도 애 못 낳겠습니다. 좋은 이름 조선인님이 다 지으셔서요. 한 번도 아이 가지신 거 축하 못드려 죄송합니다.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제게는 좀 요원한 존재입니다. 낯설다고나 할까요. 아이가 태어났다고 했을 때 도대체 저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그저 난감하기만 합니다. 하긴 그러고 보니 조카들 두엇도 나이를 한참 먹고나서야 얼굴을 보았네요. 해람이가 그저 건강하게만 태어났으면 제가 더 바래 줄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해람이보다 조선인님이 더 건강하셔야 하구요. 해람이 낳고 나중에 시간되면 저랑 한 잔 해요. :)

울보 2006-07-18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람이 이름 참 이뻐요,,,,축하드려요 이름지으신것,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바람돌이 2006-07-18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우리 해아 등장! 해람이 해아 동생되겠네요. ^^
저 역시 이름이 너무 무거운거 좀 그래요. 학교에 가끔 보면 엄청난 이름들을 가진 아이들이 있는데(뭐 태양, 영웅, 통령, 전하 등등) 다들 이름 무게에 눌린다는 느낌이... 아이가 해를 내내 들고 있으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해람이 너무 예뻐요. ^^

hnine 2006-07-18 0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람, 예쁜 이름이네요.
건강하게 순산하시기를 바랍니다.
산후조리원은 어떻게 해결 하셨는지요.

조선인 2006-07-18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생각보다 한 주나 성큼 다가와 두근두근합니다.
라주미힌님, 고마워요.
쥴님, 바보, 이미 축하해준 적이 있다구요. 기억 못 하다니 서운해요.
울보님, 석류 이름 지을 때도 참 힘드셨겠어요.
바람돌이님, 해든이와 해아가 일등 공신이죠, 암요.
hnine님, 산모도우미로 마음을 다잡았어요.

水巖 2006-07-18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 참 좋은데요. 불으기도 좋고 해암은 좀 어감이 이상해요. 내 호를 지어주신분이 처음에는 海巖이라고 하려다가 어감이 이상해서 수암으로 고쳤다고 하더니 해암보다는 해람이가 참 좋은데요.

토토랑 2006-07-18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이름이에요
아이 이름 지을때 참 고민되고 조금은 겁도 나고 그래서 저는 몇번 갔던 작명원에 부탁드렸거든요. 우움..이런 멋진 이름이 있는데 저두 조금만 더 고민해볼것을 그랬나봐요 >.<

sooninara 2006-07-18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멋진 이름..
해든 아이가 무거울거라니..생각만 해도 부담 팍팍이구만요.
해든이의 괴로움을 생각도 못했음.ㅋㅋ
해람이 순산하세요

paviana 2006-07-18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무 예뻐요.마로와 해람이...
두분은 작명소를 차리셔도 될 듯해요.ㅎㅎ

비자림 2006-07-1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름 이쁘네요.
순산하시길 빌게요.^^

반딧불,, 2006-07-18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명소 추천입니다!
정말 멋진이름.
해람아...이쁘게 잘 크고 날짜 맞춰서 잘 나오렴!

아영엄마 2006-07-1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람이, 그 이름처럼 햇살같은 사람으로 커갈거예요. 이제 해람이가 세상을 볼 날도 얼마남지 않았네요. 순산하시고 빨리 회복되시길 바랄께요~. ^^

nemuko 2006-07-18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 못지 않게 멋진 이름이네요. 해람이 엄마 뱃속에서 조금만 더 참고 있다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ceylontea 2006-07-1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만큼 멋진이름이네요...8월9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조선인 2006-07-1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님이 칭찬해주시니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토토랑님, 저희도 작명소 가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이 모든 공은 해든과 해아에게.
수니나라님, 저도 생각 못 했는데, 옆지기 말이 일리가 있더라구요. 불쌍한 조카. ㅎㅎ
파비아나님, 어이구, 둘만으로 족해요. 작명소는 절래절래~
비자림님, 넵, 고맙습니다.
반딧불님, 날짜 전에 진통 오지 않게 조심 조심 또 조심입니다. ^^
아영엄마님, 햇살같은 아이라니, 정말 근사합니다.
네무코님, 마로 이름이 너무 거창해서 해람이 이름짓기가 더 힘들었어요. ㅎㅎ
실론티님, 9일로 아주 확정난 건 아니고, 이번주 토요일에 다시 공표할게요.

해리포터7 2006-07-18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뜻도 좋구 이름 예뻐요..울아들이름하구도 비슷하네요.ㅎㅎㅎ 역시 해 자로 시작한답니다..바다의 별이란 뜻이어요.해처럼 밝게 자라길 기원할께요..마지막까지 몸조심하셔요.조선인님!

starrysky 2006-07-1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오모, 뜻으로나 어감으로나 최고의 아가 이름이여요!! 안 그래도 마로 동생 이름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근사한 이름을 생각해내셨군요. 조선인님도 옆지기님도 멋져요!! ^^
8월 9일이면 이제 20일 정도 남았네요. 제가 막 두근두근 설레요! 제일 몸 무거우실 때인데 조선인님 건강 유의하시고요, 해람아, 곧 만나자~ ^-^

조선인 2006-07-18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해성인가요? 해람에 한자도 만들어줄까 고민이긴 한데, 바다 해라. 음... 고민해 보겠습니다. ㅎㅎ
별총총하늘님, 어감도 괜찮은가요? 다행 다행.
새벽별님, 지금보다 더 이뻐하셔도 되요. ㅎㅎ

balmas 2006-07-19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제 드디어 해람이가 세상 보기 며칠 전인가요? ㅎㅎㅎ
이름이 뜻도 좋고 부르기도 좋고 참 좋군요. 조선인님이 작명에 재능이
있으신 것 같아요. 하나 차리시죠. ㅋㅋ
나오기만 해라, 해람아, 이뻐해줄 사람이 너무 많단다. ^______________^
출산일까지 건강 잘 챙기세요. :-)

조선인 2006-07-19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3주쯤 남았어요. 배시시~

rainy 2006-07-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산하세요.. 산후 조리도 어려움이 많으시겠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조선인님 위주로 잘 하시구요.. 키울날이 창창한데 엄마가 씩씩할 수 있도록이요^^

kimji 2006-07-1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하게, 끝까지 건강하게!
해람, 이름 곱습니다. 아이가 그 이름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

전호인 2006-07-19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뻐할 수 밖에 없는 이름을 지으셨군요.
제 딸이름이기도 하답니다.
해석이 저와 같군요.
아버님께서 돌림자를 넣어서 지어오신 이름이 있는 데 그것을 사용은 하되 집에서 예쁘게 부르기 위해서 저는 "해람"이라고 지었지요. 예명인 거져!!!!
현재 해람이는 초딩3년이랍니다.
"해같은 사람=해람"이었지요. 또하나는 "해처럼 세상을 환하게 비추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뜻도 있답니다. 또한 녀석의 인터넷 등의 ID는 "SUNWOMAN"으로 한답니다.
아주 예쁜 아이가 태어나고 건강할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조선인 2006-07-20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니님, 고맙습니다. 어제 산모도우미를 예약했어요. 면접이 없어 조금 찜찜하지만 믿어야죠. *^^*
김지님, 넵, 끝까지 건강하게!!!
전호인님, 와, 이런 인연이, 덕분에 든든합니다.
 

일요일 저녁을 먹다가.

빗줄기는 가늘어졌지만 하늘엔 계속 먹구름이 가득.
밥 먹다말고 딴 짓하느라 발코니로 쫓아나간 마로.
혼쭐을 내주려고 일부러 엄한 목소리로 마로를 불렀더니 창밖을 올려다보며 한참 딴청을 피우다가...

똥그래진 눈으로 내게 달려와서 고한다.
"엄마, 어떡해. 저녁이랑 밤이 붙어 버렸어요."

(아직 저녁인데, 밤처럼 캄캄하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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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7-1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런 아찔한 표현이.^-^

waits 2006-07-18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이들이 다 저런 말을 하는 건 아니죠?
송마로양의 어록을 꼭 만들어주셔야 할 듯..^^

조선인 2006-07-18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아주 가끔 아이들의 말이 그대로 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어릴때님, 이 카테고리가 바로 마로 어록이랍니다. ㅎㅎ

水巖 2006-07-18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지금부터 신조어를 만드냐, 마로야.

토토랑 2006-07-18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마로는 정말 대단해요 *^^* 아마도 엄마를 닮아서 그런거겠죠? ^^

sooninara 2006-07-1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뛰어난거야 알고 있었징...
잘 모아두면 시집 한권 내겠어요^^

국경을넘어 2006-07-18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문학적 표현을 ^^ 이전에 어떤 녀석은 초등학교 시절 한 여름에 학교 다녀와서 한참을 낮잠자고 나서는 해가 남아 있는 것을 보고 가방 챙겨가지고 학교가려고 했습니다. 비몽사몽간에 집을 나서는데 동네아저씨들 "왜 이리 학교 일찍 가"하는 바람에 진짜인 줄 알고 더 열심히 가다가, 분위기가 이상해서 보니 저녁... 에구구... 그게 바로 지금 자판 두드리는 사람입니다 -.-;;;

가을산 2006-07-1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나이에 저녁과 밤을 구분한단 말입니까? @,@

반딧불,, 2006-07-18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마로에겐 감탄만!

조선인 2006-07-18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마로가 만든 신조어야 이거 말고도 많다구요. 헤헤
토토랑님, 전 시와 동떨어진 사람이구요, 옆지기의 감성을 닮은 듯.
수니나라님, 그 집이야 재진이와 은영이가 출판한 책으로 이미 꽉 찼잖아요.
폐인촌님, 푸하하하하 아드님 못지않게 귀여우세요.
가을산님, 어린이집을 다니니까요. 엄마가 저녁에 찾으러오는지, 밤에 찾으러오는지 최대 관심사거든요.
반딧불님, 헤헤헤, 오늘 미역국 먹었어요. *^^*

전호인 2006-07-1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상한 저 표현!!!!!!!!

조선인 2006-07-1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칭찬해주신 거죠? 고맙습니다.

코코죠 2006-07-19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젠가 마로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를 쓸 거에요. 그때 마로가 저한테 초상권이랄지 저작권료를 주장하지 않도록 조선인님이 힘 좀 써주세요.

조선인 2006-07-19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오즈마님~ 마로를 주인공으로 해주신답쇼? 기꺼이 제가 뇌물을 바치겠나이다. 무슨 로비를 원하십니까?
 
Anne 6 - 행복한 나날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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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전질로는 창조사 판(신지식 옮김)과 동서문화사 판(김유경 옮김)을 가지고 있는데,
동서문화사 판은 완역을 자부하지만 번역체가 좀 거슬리고,
창조사 판은 구어체에 가까운 매끄러운 번역이 좋지만 슬쩍 빠지는 부분이 있어
2권을 번갈아 비교해 가며 읽게 된다.
이런 나를 보며 옆지기는 구박, "또 앤이냐? 외워라, 외워. 번역 탓하지 말고 영서를 사면 되잖아!"
나의 항변, "영문 전질은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가서 살 거야. 보내줘!!!"

각설하고 연휴 동안 다시 앤을 뒤지게 된 건 마로와 해람이 때문.
시어머니만 믿고 있다가 어머님에게 사정이 생겨버렸다.
산후조리원을 가야 하나, 산모도우미를 구해야 하나, 걱정만 하다가 오늘에서야 마음을 정했고,
그 마음을 다잡기 위해 다시 읽은 "어머니가 된 앤(창조사)" 그리고 "행복한 나날(동서문화사)".

특히 다시 읽고 싶었던 부분은 월터 이야기.
6살 난 월터는 막내동생 리라(동서문화사 본에 따르면 릴라)의 출산을 앞두고,
아버지의 친구인 파커 의사 댁에 2주일 간 맡겨진다.
그러나 출산의 신비를 아직 모르는 월터는 파커 의사 댁 아이들의 장난어린 거짓말에 속아
어머니가 죽도록 아픈 줄 알고(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한밤중에 그 집을 빠져 나와 장장 6마일
(9.6558km, 대략 강남역에서 봉천역 너머 봉천우체국 정도)을 걸어
노변장(동서문화사 본은 고유명사로 취급해 잉글사이드라고 표현)에 돌아온다.

물론 마로야 다음달이면 동생 해람이가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3주 가까이 엄마와 해람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면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어두운 2층에 올라가는 것도 무서워할 정도로
몹시 예민하고(또는 창조사 본에 따르면 신경질적이고) 공상적인 월터가
장장 7시간 가까이, 그것도 한밤중에, 혼자 걸어서 집에 돌아간 건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엄마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이 더 무서웠기 때문은 아닐런지.
불안에 사로잡혀 떨던 어린 월터에 대해 읽고나니 더더욱 마로를 떼어놓을 자신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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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7-18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후조리원에 가게 되면 그런 문제가 있네요. 고민이 많이 되시겠어요. 어떡하나요. 별 도움도 못되고.... 근데 백호의 이름이 정해졌군요. 해람이? 예뻐고 멋져요. ^^

조선인 2006-07-18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아의 어머님!!! 어제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해람이 이름을 처음으로 슬쩍 쓴 글에, 님이 가장 먼저 댓글을 다는 거 보고, 앤의 말 처럼 이름엔 우리가 인정하는 그 이상의 무엇이 담겨 있는 게 아닐까 하고. *^^*

하늘바람 2006-07-1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람이 참 예쁘네요

조선인 2006-07-1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하늘바람님. *^^*

starrysky 2006-07-18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터, 그 어린아이가 계속 마음 졸이다가 결국 한밤중에 어둠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 정말 마음 아프지요. 그걸 생각하니 진짜 아무리 씩씩한 마로라 하더라도 그리 오래 떼어놓으면 안 되겠네요. 조선인님께서는 좀 고되시겠지만 그래도 현명한 결정 내리셨다고 생각됩니다. ^^ 좋은 도우미 아주머니 만나세요~

비로그인 2006-07-18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이틀가량 엄마와 떨어져 있었던 적이 있는데, 세상 모든 것이 깜깜하게만 보였더랬어요. 아마 그런 마음에서 고민하는 것이겠지요?

조선인 2006-07-18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총총하늘님, 우린 앤을 아는 사람들이에요. 그렇죠?
쥬드님, 마로를 며칠씩 떼어놓은 적이 두 번 있었어요.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제가 더 강한지도. ^^;;

미설 2006-07-18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람이 이름 너무 좋아요. 전 우리애들 넘 평범하게 지어놓고 살짝 후회가 되는데 다소 특이한 이름은 왠지 용기?가 안 나더라구요. 제 성향 탓이겠죠?

저도 영우 수술하느라 알도를 거의 두달 가까이 할머니댁에 보내놓고 주말에 잠깐 얼굴만 봤는데... 참 못할 노릇이더군요. 영우도 힘들고 불쌍했지만 솔직히 알도가 더 안쓰러웠어요. 그래도 이제 말귀를 알아들으니 영우가 얼마나 아픈지 충분히 설명을 해주고 이해를 시켜서인지 그래도 잘 받아 들이더군요. 마로는 월령상 알도보다 더 크니까 충분히 설명해 주시고 결정되면 미리미리 그렇게 할거라고 얘기를 많이 나누면 그래도 좀 나을것 같아요. 영우 낳으러 가기 전에 알도에게 한달쯤 전부터 계속 상황에 대해 주입시켰더니 큰 문제는 없었거든요. 물론 일주일이긴 했지만 어리기도 했고 처음이었던터라...
그리고 저같은 경우는 산후관리사가 집에 오셨는데 저는 굉장히 좋았어요. 아이둘을 다 봐줄 수 있으니 좋았고 운이 좋았는지 아주 좋은 관리사분이 오셨거든요. 매일 청소,빨래, 식사는 물론이고 무조건 제가 자고 쉴 수 있도록 얼마나 시간을 만들어 배려를 해주셨던지 지금도 행운이었단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알도랑 얼마나 잘 놀아주셨던지.... 그리고 발마사지도 매일 해주시고 가끔 얼굴마사지도 해주시고...
전 태화맘이란 관리사 파견해주는 업체에 신청했었는데 물론 업체보다는 관리사분이 어떤 분이 오실지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죠..글이 길어졌네요..

조선인 2006-07-19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 태화맘이라, 검색해 볼게요. *^^*
 
Anne 6 - 행복한 나날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구판절판


주여, 길버트를 돕고 그 어머니를 도와주소서. 모든 곳의 어머니들을 도와주소서. 사랑과 이해와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민감하고 섬세한 사랑의 마음과 생각을 지닌 아이들을 거느린 우리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 큰아들 젬을 잃어버린 줄 알고 있다가 찾은 뒤 앤이 올리는 기도. 길버트는 화상 입은 아이의 치료를 위해 밤새 못 돌아오고 있었음.-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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