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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6 - 행복한 나날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앤 전질로는 창조사 판(신지식 옮김)과 동서문화사 판(김유경 옮김)을 가지고 있는데,
동서문화사 판은 완역을 자부하지만 번역체가 좀 거슬리고,
창조사 판은 구어체에 가까운 매끄러운 번역이 좋지만 슬쩍 빠지는 부분이 있어
2권을 번갈아 비교해 가며 읽게 된다.
이런 나를 보며 옆지기는 구박, "또 앤이냐? 외워라, 외워. 번역 탓하지 말고 영서를 사면 되잖아!"
나의 항변, "영문 전질은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가서 살 거야. 보내줘!!!"
각설하고 연휴 동안 다시 앤을 뒤지게 된 건 마로와 해람이 때문.
시어머니만 믿고 있다가 어머님에게 사정이 생겨버렸다.
산후조리원을 가야 하나, 산모도우미를 구해야 하나, 걱정만 하다가 오늘에서야 마음을 정했고,
그 마음을 다잡기 위해 다시 읽은 "어머니가 된 앤(창조사)" 그리고 "행복한 나날(동서문화사)".
특히 다시 읽고 싶었던 부분은 월터 이야기.
6살 난 월터는 막내동생 리라(동서문화사 본에 따르면 릴라)의 출산을 앞두고,
아버지의 친구인 파커 의사 댁에 2주일 간 맡겨진다.
그러나 출산의 신비를 아직 모르는 월터는 파커 의사 댁 아이들의 장난어린 거짓말에 속아
어머니가 죽도록 아픈 줄 알고(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한밤중에 그 집을 빠져 나와 장장 6마일
(9.6558km, 대략 강남역에서 봉천역 너머 봉천우체국 정도)을 걸어
노변장(동서문화사 본은 고유명사로 취급해 잉글사이드라고 표현)에 돌아온다.
물론 마로야 다음달이면 동생 해람이가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3주 가까이 엄마와 해람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면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어두운 2층에 올라가는 것도 무서워할 정도로
몹시 예민하고(또는 창조사 본에 따르면 신경질적이고) 공상적인 월터가
장장 7시간 가까이, 그것도 한밤중에, 혼자 걸어서 집에 돌아간 건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엄마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이 더 무서웠기 때문은 아닐런지.
불안에 사로잡혀 떨던 어린 월터에 대해 읽고나니 더더욱 마로를 떼어놓을 자신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