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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의 뇌과학 - 매일 밤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잠과 꿈에 관한 거의 모든 과학
라훌 잔디얼 지음, 조주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평소 [잠과 꿈의 명상]이란 책도 주목하며 읽었고 루시드 드림이나 유체이탈 그리고 적극적 명상 등에 대한 관심도 깊었었기에 꿈을 뇌과학으로 설명하는 본서의 출간 소식에 선뜻 관심이 갔다. 아마도 명상과 뇌의 상관관계와 명상과 관련지을 수도 있을 최면과 적극적 명상 그리고 자각몽과 유체이탈 등에 관심이 깊은 대부분에 분들이 주목할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본서는 무엇보다 ‘변성의식이랄 수 있을 잠든 상태의 의식, 꿈꾸는 단계의 의식은 일상 의식과 어떻게 다른가?’ 또 ‘꿈꾸는 의식은 우리에게 어떤 유익을 주는가?’ 그리고 ‘우리에게 유익한 단계로 꿈꾸는 의식을 우리가 의도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가?’라는 요소들에 주의해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
‘들어가며’에서 저자는 ‘꿈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뇌세포들의 전기적 활동이 만들어낸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꿈의 가장 큰 이점으로 ‘꿈이 우리에게 자기 이해라는 선물을 선사한다는 것’이라고 제시하며 ‘꿈을 해석함으로써 우리는 자기의 경험을 이해하고 새롭고 심오한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탐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다분히 상식적인 이야기이나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신경생물학자이며 암이 뇌로 전이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는 뇌 전문가로서의 저자가 전하는 전문성을 띤 정보들은 솔깃할 정도로 주목하게 만드는 바가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꿈을 꾼다고 하지 않고 꿈을 ‘본다’고 했듯이 꿈은 시각적 경험으로서 기능이 특별한데 꿈을 생생한 시각 정보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몸을 마비시키는 작용이 중요하다. 이건 근육을 활성화시키는 척수 내 특수세포인 ‘운동 뉴런’을 차단하는 글리신과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이라는 두 가지 신경 물질의 분비로 이뤄진다. 둘째로 뇌의 수행 네트워크가 꺼지는 것이 중요한데 논리, 질서, 현실감각을 담당하는 이 수행 네트워크가 꺼지면 우리는 시간, 공간, 이성의 일반적인 규칙을 무시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셋째로 주의가 내면을 향해야 하는데 저자가 상상력 네트워크라고 이르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작용해야 한다.
상상력 네트워크의 작용으로 내측 전전두피질(나와 타인의 관점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기능)이 해방되어 꿈속에서 자신만이 아닌 등장인물 모두의 생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며 다른 이의 입장을 헤아리는 ‘마음 이론’이 순기능을 하게 된다.
우리에게 꿈이 순기능을 하는 과정을 더 보자면, 기계(인공지능)가 주어진 특정 상황이 너무 유사해서 제기능을 못하게 되는 과적합의 발생을 억제하거나 해소하기 위해 머신러닝에서 일부러 ‘노이즈’를 더하여 데이터를 고의적으로 손상시키고 더 무작위적으로 만들 듯이, 꿈은 우리의 의식에 ‘노이즈’를 더하는 것과 같은 작용을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에게 투쟁 도피 반응을 과도하게 가져와 더 예민하고 긴장되게 만드는 아드레날린의 과도한 분비를 완화하는 작용을 꿈이라는 노이즈가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악몽은 우울증과 불안을 야기하고, 급격한 변화를 겪는 악몽의 변화는 치매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는데, 악몽 자체가 뇌 속 뉴런의 일부가 되어 끔찍한 장면이 대뇌피질에 깊이 뿌리내리며 악몽이 지속되기도 한다. 일부의 경우 렘 수면 단계에서 깨우거나 수면 자체를 취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이 완화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않는 경우 다음 수면에서 미뤄둔 악몽을 급격하게 몰아 꾸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여러 근거로 보아 악몽의 부정적 영향을 심각하게 볼 만도 한데 저자는 PTSD의 경우 악몽이 완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PTSD가 치유되는 경우가 있다고 악몽을 피하기만 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꿈은 우리에게 이렇게 노이즈로서 평정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악몽으로서 부조화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결국 다시 부조화를 이겨내는 것도 그 꿈을 통해서이다.
앞서 말한 수면 중 마비가 되는 일상적인 경우를 벗어나 꿈꾸면서 움직이는 ‘꿈 행동 증상’을 ‘50대’의 ‘남성’이 보일 경우 몇 년 내에 ‘시누클레인증’이라는 뇌 질환으로 발전한다. 이는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아니라 거의 항상 그렇다고 저자는 단언하고 있다. ‘꿈 행동 증상’의 원인이 불분명한 사람들의 경우 97%의 사람들이 14년 이내에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에 걸린다고 한다. 꿈 행동 증상을 보이고 전에 없던 유형의 악몽을 꾸는 건 파킨슨병의 임상적 전조 증상이라고 전문의로서 저자는 진단하고 있다. 또 꿈을 오컬트적으로 해몽하는 것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저자임에도 꿈을 통해 질병이 예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질환을 예견하는 꿈을 지속적으로 꾸거나 꿈의 내용에 주의를 기울여 암 진단을 예측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사례가 있는 것 같다.
일상을 벗어난 변성의식의 하나로 인식될 꿈이라는 것이 이와 같이 우리 일상의 균열을 예고해 주기도 한다. 살아간다는 것이 대극의 한 측면만으로는 불완전하고 안정적일 수 없는 것이란 걸 말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일상 의식만으로는 인간은 온전할 수 없지 않을까? 일상 의식과 변성의식을 둘 다 경험하며 사는 삶이 온전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가져다주지 않는가 싶다. 일상과 변성(명상 그리고 꿈)이 어우러진 의식이야 말로 인간의 온전한 의식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본서에서는 단어를 외우며 맡았던 향을 잠자는 중에 맡게 하고 기억력을 향상 시켰다던가, 학습할 때의 향과 음악을 꿈꾸는 사이 들려주고 학습 능률이 향상된 경우들도 들고 있는데, 예상 가능했던 내용이면서도 최소한의 노력으로 학습에 효율적이라니 학부모와 학생들이 솔깃할 정보가 아닐까 싶다.
후반부 내용은 루시드 드림에 대한 정의와 루시드 드림을 유도하는 다양한 방법 그리고 루시드 드림을 일상에 도움이 되도록 이용하는 법을 그리고 있다. 앞선 장에서 학습 능률과 창의력을 다루었기에 루시드 드림을 개인적인 고민 등의 문제 해결이나 다각도로 활용하는 법도 알아가는 유익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이 리뷰에서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인상적이던 일부만을 다루고 있지만, 유명인이나 유명스타들 각 개인이 뇌세포의 하나가 따로 할애될 정도로 개인들의 무의식에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던가 하는 소소하지만 인상 깊은 대목들도 있다. 꿈과 섹스, 꿈속 오르가즘의 실체에 대한 내용까지 등장한다. 관심 분야가 어디냐에 따라 다양한 감상이 이뤄질 책이 아닐까 싶다.
본서는 리뷰 서두에 언급했듯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여정에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예를 든 부부가 꿈 이야기를 공유하고 더욱 애정이 깊어지거나 환자나 수감자가 꿈에 대해 대화하며 내면의 문제들을 함께 해소해 나가는 과정은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꿈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상호 이해와 자기 이해의 여정을 위해 본서를 읽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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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웅진지식하우스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