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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넛지 - 치밀하고 은밀한 알고리즘의 심리 조작
로라 도즈워스.패트릭 페이건 지음, 박선령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6월
평점 :
[다크 넛지]라는 말이 [다크 패턴] 전체를 가리키는 다른 어휘일 뿐인지 알고, 온라인상에서의 유도와 세뇌를 이르는 말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에 대한 저항을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해서 선택한 책이다. 책을 읽고는 나의 짐작과는 다른 책이라 1차 놀랐고,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한 책인지 알았는데 에세이 형식을 조금 띠고 있어서 2차 놀랐고, ‘서평달인’님의 각장을 요약한 리뷰를 읽고는 내가 쉽게 여긴 책이 이렇게 보니 깊이가 대단해서 3차로 다시 한번 놀랐다.
본서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시사평론가인 로라 도즈워스와 행동과학자인 패트릭 페이건 복수 저자의 저작이며 원제는 [Free Your Mind]로 [다크 넛지]라는 한국어 제목에서 연상되는 정보 전달 중심의 책이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자신에 의지의 자율성이랄까 자유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에 대해 다채롭게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최면이나 세뇌에 관련한 저작들 사회공학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다룬 저작들에서 사람을 세뇌시키거나 의도적으로 기호와 선택과 행위를 유도하는데 이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본서는 그 정신적 항상성을 깨뜨리며 개인과 집단을 세뇌하거나 통제하는 방법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그에 저항할 필요성을 역설하며 저항하여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지키는 법에 대한 내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광고와 마케팅 등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얼마나 심리학이 깊이 연구되었는가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또 세계대전 시기부터 미국에서는 대중심리통제부서가 존재해 대중의 심리를 컨트롤 해왔다는 것에도 대부분 관심이 없으며 전쟁시기 괴벨스가 주도해 독일 국민들의 심리를 통제해 왔다는 것은 인식하지만 미국 영화산업이 전쟁시기 얼마나 주효하게 군대에 지원하는 사람들을 유도하고 통제해 징집해 왔는지를 간과하는 경향도 있다. 현재는 영국과 미국을 비롯해 각국에서 행동경제학자들을 동원해 대중심리유도를 전담으로 하는 부서들을 운영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비롯한 방식으로 대중의 기호와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은 ‘다크 패턴’이란 이름으로 이미 대중화되어 있다. TV, 영화, SNS 등 인간이 일상에서 영유하는 많은 매체에서 사회공학적이고 행동과학적인 유도와 통제가 일상화되어 있다.
어느 분은 본서에서 스파이더맨 영화가 백신접종을 유도하고 있다거나 배트맨 영화가 엘리트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는 대목에 반감을 가지고 본서를 폄하하기도 하시던데 미국에서 대중 통제를 하는 방향성은 20세기 초부터도 대중심리통제에 영화를 활용해 왔다. 대중의 상식과 공감의 기준을 변화시키는 데는 영화만 한 것이 없다는 말이다. 20세기 초와 한국의 성풍속도나 고령자와 젊은이 사이의 대우에 대한 일상적 상식 얼마나 많이 변화했으며 그런 상식의 변화에 할리우드 영화가 미친 영향이 어느 매체보다도 가장 컸다는 걸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미국의 영화산업은 미국문화의 변화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일반인들의 풍속도에 영향을 미쳤다. 우연 같겠지만 우연이 아니라 의도였다는 근거도 적지 않다. 모든 매체와 모든 단체가 대중심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식을 그저 방치해 두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본서와 같은 문제 제기와 방법론을 전하는 저작을 읽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본서는 그냥 읽다 보면 에세이풍의 형식 때문에 쉽게 여기며 간과하게 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고 반면에 다시 보라고 한다해도 건질만 한 중요 메시지가 적지 않다는 장점도 함께 지녔다. 읽고 나서 “뭐야 이게?” 라는 감상만 남는다면 위에서 말씀드린 서평달인님의 리뷰를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장별로 놓치거나 간과하고 만 본서의 핵심이 깊이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