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으로 딱히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을 때, 뇌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바로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가 이 기본 상태가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뇌의 각 영역 들이 활성화된다. 


아동기에 만성 트라우마에 시달린 희생자들 중에는 자기 인식 능력이 심각하게 사라져 거울을 보고도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기 인식을 담당하는 영역이 자기 경험과 관련된 영역과 함께 기능을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느끼려면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하고,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식해야 한다. 자기 감지 시스템이 망가졌다면 다시 활성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 기본적인 느낌을 인지하는 뇌 영역들이 모두 신체의 기본 생명 유지 기능인 호흡, 식욕, 배설, 수면과 기상 주기를 제어하는 영역과 가까이 위치한다... 


내수용감각 수준이 높을 수록 삶을 통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야 '왜' 그렇게 느끼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뇌의 감시탑인 내측 전전두엽 피질이 우리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면 그러한 반응도 불가능하다. 내측 전전두엽 피질을 강화하는 마음챙김 방식이 트라우마 치료에 초석이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내면에서 어딘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에 고질적으로 시달린다. 그리고 과거의 일이 생생하게 살아나서 내면의 안락함을 갉아먹는다. 이들의 신체에는 폭탄처럼 쏟아지는 강력한 경고 신호가 쉼없이 주어지고, 이 사태를 통제하기 위해 직감을 무시하고 몸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식하지 않고 둔감해지는 능력이 크게 발달한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숨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공황 증상은 공황 발작이 일어났을 대 발생하는 신체 감각을 두려워하게 되면서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몸의 메시지를 무시하거나 왜곡하면 그 대가로 정말 위험한 것, 실제로 해가 되는 것을 감지할 수 없게 된다. 안전한 것,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함께 치러야 하는 대가다. 자기 조절을 위해서는 자신의 몸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약이나 알코올, 끊임없는 재확인, 다른 사람의 소망에 충동적으로 응하는 행동 등 외부적인 조절에 의존해야 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서 신체상 뚜렷한 원인이 없는 신체 증상이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만성 요통과 목의 통증, 섬유 근육통, 편두통, 소화 불량, 대장 경련, 과민성 대장 증후군, 만성 피로, 다양한 천식 증상 등이 그러한 증상에 포함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성인들은 자신의 느낌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신체의 감각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챌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지도는 정서적 뇌 안에 저장되어 있고, 이 지도를 바꾼다는 것은 중추신경계의 일부를 재평성한다는 의미다


...아기가 양육자와 정서적으로 조화를 이루 때 신체적인 조화도 이루어진다.... 


유아기에 안전한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커서도 기분과 정서적 반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심장 박동, 심박 변이도, 스트레스 호르몬 반응, 면역 인자 감소 등 생리학적인 스트레스 징후도 나타난다. 


... 생후 첫 2년 동안 엄마가 아이에게 무관심하고 아이와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면 그 아이가 성인기 초반에 해리성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생애 초기에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안전을 느끼지 못하면 자신의 내적 상태를 감지하는 능력이 손상되고, 과도한 의존성이나 자해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 무엇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면, 스스로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도 없다. 또는 '뭐라도' 느끼려는 극단적인 노력이 면도칼로 자기 몸을 베거나 낯선 사람과 주먹다짐을 하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생애 초기 양육의 질적 특성이 다른 트라우마와 상관없이 아이의 정신적 건강 문제를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어린시절 학대를 당하거나 방치된 사람, 또는 성적인 것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내면의 지도에 그와 전혀 다른 메시지가 기록된 상태로 살아간다. 경멸과 수치심이 자기 자신에 대한 대표적인 느낌이 되고, '그는 (혹은 그녀는) 내 운명이야'라고 생각하면 잘못된 대우를 받아도 저항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양육자와의 상호 관계는 무엇이 안전하고 무엇이 위험한지 알려주고,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사람과 우리를 실망시킬 사람을 알아보게 하며, 필요한 것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이러한 정보는 뇌 회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저장되어 있고 자기 자신과 주변 세상을 생각하는 방식의 틀을 형성한다. 이 내적 지도는 시간이 흘러도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지도가 경험을 통해서도 바뀔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진지한 사랑의 관계, 특히 뇌가 또 한 번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경험한 깊은 사랑의 관계는 사람을 바꿔 놓을 수 있다


양육자의 학대나 방치가 원인인 아동기의 트라우마 후유증에서는 감정 조절, 충동 조절, 주의력과 인지 능력, 해리, 대인 관계, 자기 자신과 대인 관계에 대한 사유의 틀(스키마)에 만성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일관성 있게 양육된 아이들은 자기 조절력이 뛰어난 아이로 자라고, 일정치 않은 양육 방식에 따라 자란 아이들은 만성적 생리학적으로 흥분성이 높은 아이로 자랐다. 예측하기 힘든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은 관심을 얻기 위해 큰 법석을 만드는 경우가 많고 작은 어려움만 접해도 심하게 좌절했다. 흥분 상태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만성적인 불안에도 시달렸다. 놀이를 하고 탐험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주변을 재확인했고, 커서도 만성적으로 긴장하고 모험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었다.


성폭력이 장기적으로 친구 관계와 연인 관계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주는지......

학대 당한 소녀들은 사춘기 이전에 동성이든 이성이든 친한 친구를 사귀는 경우가 드물고, 청소년이 되면 남자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지만 그 관계는 대체로 혼란스럽고, 그로 인해 큰 충격을 입는 경우가 빈번하다. 


성적 학대를 받은 소녀들은...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므로 동성이든 이성이든 친구가 없다. 자기자신을 증오하고, 생물학적인 변화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서 쉽게 과잉 반응을 보이거나 완전히 멍해지는 상태가 되고 만다. 


사춘기 초반이 되자, (성적) 학대받은 아이들은 성욕을 증대시키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안드로스테네디온의 수치가 대조군에 비해 3~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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