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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임 (20주년 기념판) - 자책과 후회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
타라 브랙 지음, 김선주.김정호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3월
평점 :
본서의 부제는 ‘자책과 후회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이다. 영문 원제는 ‘Radical Acceptance: Embracing Your Life with the Heart of a Buddha’인데 영문 원제는 시적 감성이 있고 한국어 부제는 직설적이라 바로 와닿으면서도 책의 성격과 주제를 잘 설명하고 있다.
본서는 출간 20년이 넘었으니 많은 분들이 이미 경험해 보신 내용일 것이다. 이번 개정판이 처음인 분들도 불교의 심리 치료적 면과 영성 저작들에 대한 애호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끌릴 만한 저작이 아닐까 싶다.
이 리뷰를 쓰고 있는 리뷰어 본인도 이 책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미, 숙고하고 부대끼고 상처나고 일어서고 부서지고를 반복해오던 삶 속에서 불교와 읽어온 심리 치료서들과 심리학 저작들에, 내 삶의 무게와 상처와 괴로움이 어우러지며 갖게 된 교훈들과 이 책의 내용이 결이 다른 바가 크게 없었다.
나를 사랑하고 내게 먼저 자비로워야 하고 그 자비를 타자와 세상으로 향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벗어나고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거듭되어감은 알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나를 알고 있고 타자가 근본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며 비난하고 염오하는 나라는 존재의 진짜 모습이 무언지는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잘 알지 않는가 말이다. 나는 나를 알기에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나를 안다는 것은 내가 나를 비판할 부분이 있다 해도 그것이 타자의 시선과 다른 바에서의 비판이고, 타자가 사실도 진실도 모르며 퍼붓는 비방을 두려워하다가 그들의 비방이 진실을 모르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아프다는 마음의 통증은 어느새 퍼뜩 사라져 간다. 두려움은 사실과 진실을 모르는 이들의 비난과 비방의 규모를 예단하기 때문이고 아픈 이유는 그들의 관점을 극단화해 미리 경험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안다. 나의 삶과 나의 여정은 내가 안다. 타자의 시선과 외면이 두렵고 배척이 아프다 해도 내가 나를 알기에 나는 나를 포기할 수 없다. 나를 나도 잘 모르겠을 때 그러면서도 살고만 싶을 때 사람은 자살을 시도하고 때로는 그 시도가 성공도 할 것이다. 하지만 더는 삶에 연연하지 않게 되고 타자의 시선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지옥 속에서도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자각할 수 있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바는 나를 알면서 실현되고 붓다의 가르침은 나를 해체하면서도 나를 완성해 가게 한다. 결국 타자의 오해와 세상의 배척 속에서도 누구나 자신다운 자신이 되어간다. 그러한 여정의 시간이 길고 짧고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본서는 나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며 타자와 세상을 받아들이고 연민과 포용, 자비와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이해와 명상을 통해 체험하고 체득하고 실천하도록 해 주는 책이다. 삶이 벅찼던 이들은 이 책이 아니더라도 결국 같은 결론에 이르셨을 것이고 삶이 지금 이 순간 벅차지만 잠시의 틈, 안도할 겨를이라도 순간순간 주어지는 이들에게는 본서가 유용할 것이다. 안도할 잠시의 틈도 없는 분들은 그러한 틈을 만들 기회부터 가져야 한다.
살아가다 보면 “사장님 (또는 사모님) 절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고 말해오는 대상은 넘치고 넘친다. 그렇지만 진짜 혹할 만한 대상은 자신의 영혼이 그런 말을 건네 올 때일 거다. 내 영혼의 목소리가 아직 들려오지 않는 나날에는 이런 책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