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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는 왜 경제적으로 옳은가 -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심리치료 모델, 영국 IAPT 탄생 이야기
리처드 레이어드.데이비드 클라크 지음, 솝희 옮김, 최진영 외 감수 / 아몬드 / 2025년 2월
평점 :
판형도 크지 않고 분량도 넘치지 않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깊이 넓게 심리치료 분야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심리치료가 왜 경제적인 효용성이 있는지에서 시작해 심리치료 전반에 대한 효익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모두 영국의 노동경제학자와 영국의 심리학자로 제시하는 기준들이 영국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선진국 대부분에서의 정신과적 지표들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한다. 영국에서는 성인 5명당 1명꼴로, 아동 청소년은 3명당 1명꼴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이환율(특정 기간 동안의 해당 인원을 인구 대비로 환산하는 것)로 볼 때 육체질환 각각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통계로 각기 10~20 퍼센트 내외이나 정신질환의 경우는 40 퍼센트를 육박한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진단받거나 그로 인해 치료를 받는 이들은 전체 정신질환에서 3분의 1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신질환은 육체의 질병보다 감당하기 버거운데, 각각의 환자들에게 자체 평가를 하게 할 때 육체의 질병으로 극단적 고통을 느낄 때의 괴로움을 10단계로 할 때는 지표가 2 정도에서 그친다고 하지만, 정신질환에서의 괴로움은 10단계에서 4라고 자체 평가를 한다고 한다.
정신질환은 개인 스스로도 감당하기 버겁기도 하며 결석이나 결근의 사유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일의 성취와 소득의 감소를 불러오고 자살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사회적 손실과 개인적 손실에 가장 큰 파급을 불러오는 요소인 것이다. 그럼에도 보건 의료 예산에서 정신질환이 차지하는 바는 어느 나라든 대개 15 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정신질환 시 심리치료를 받으면 치료율은 50 퍼센트를 상회한다고 하는데 이 정도로 완치율이 높은 경우는 다른 질환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한다. 심리치료의 경우 심리기법과 그 외 복약 등 거의 모든 경우 임상을 다각도로 거쳐 완치율은 상당히 높다는 것이 저자들의 보고다.
이 책의 중반과 후반은 정신질환과 심리치료의 경우를 다각도로 헤아려 보는 장들이다.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정신질환이 유전되는지 돌아보는 경우도 있으며 아동에게는 어떠한 치료가 좋은지와 정신질환은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은 필요한 의문과 답이 아닌가 싶다. 우울증과 불안증의 경우 편도체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완화할 수도 있지만 전전두엽의 편도체에 대한 영향력을 개선하여 스스로 자각하며 개선해 나가는 경우가 더 나을 수 있다고 한다. (샤이니의 종현의 경우 사망 전 담당의에게 우울증 약을 처방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고 하는데 의사는 그의 요구를 계속 묵살했다고 한다. 종현의 사망이 의사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지행동치료로 보다 나은 개선을 의도한 것이 의사의 판단이었을 것이겠지만 내담자의 상태가 당장 자살을 시도할 정도의 경우인지 아닌지 상담만으로 확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담자가 거듭 약을 요구할 때는 절박한 상황일 수도 있으니 신속하게 약을 처방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모노아민 산화효소 A (MAOA) 수준이 낮은데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으면 반사회적 성향을 띄게 되기도 한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경우 MAOA 수준이 낮아도 학대의 경험이 없으면 반사회적 성향을 띄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테면 사이코패스 성향을 타고나도 양육 환경이 좋은 경우 반사회적 성향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사회적으로 성공한 경우들이 많은 것처럼 환경적 요인이 범죄 발생 범주를 만드느냐 아니냐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듯하다. 오래된 생각이지만 이런 까닭에 환경 개선이나 범죄자에 대한 심리치료가 사회 개선에 효과적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일부 유려한 환경의 교도소에서 재소한 재소자의 경우 재범률이 거의 없는데 반해 교도비용을 아끼며 열악한 환경에서 재소한 미국 재소자들의 재범률은 월등히 높다는 사례를 [휴먼 카인드]라는 책에서 보았다. 교도비용에 심리치료비와 환경 개선 유지비용을 조금 높여도 재범률을 낮추고 사회화해서 범죄를 하지 않아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리비용을 낮추고 사회에 기여하며 세금을 납부하여 GDP와 정부 예산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시민의 인구를 높인다면 국가가 사회 전체와 국민 개개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또 교육 환경도 취업만이 아닌 행복한 경험을 추구하고 행복한 선택을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과 그 이후에도 범죄나 자살 등 반사회적이고 비사회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감소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의 사고를 유도하는 것이 본서의 저술 의도일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 개선이 심리치료의 경제적 효용성을 이야기하는 본서의 주제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진작부터 관심 가져왔고 각성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