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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명상 ㅣ 아리예 카플란의 유대 명상
아리예 카플란 지음, 김태항 옮김 / 하모니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유대민족의 명상 체계에 대해 최초로 접하게 된 기록물이었습니다. 명상이라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인도를 떠올릴테고 동시에 중국의 유교와 도교의 전승을 떠올릴거라 생각됩니다. 또 상식적으로 티벳의 명상체계를 떠올릴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유대민족의 명상체계는 저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도 생소하지 않을까 지레 짐작했습니다.
이런 상식을 깨는 저작이기에.. 더욱이 힌두교나 불교, 유교, 도교의 명상체계만이 아닌 크리스트교와 그 이전 전승을 잇는 명상체계의 전통을 전하는 저작이기에 눈길이 손길이 선뜻 가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저작에서 유대민족 전승의 명상에 대한 접근과 분석은 우리가 익숙한 명상의 정의나 분류, 해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저자가 유대 명상 전반에 대해 서술하기 전 명상에 대해 일반적인 분류와 해석을 내놓을 때 저자 나름의 명상 계통을 분류한 대목에서 나름 분석적으로 접근하려한 면이 보이기는 했습니다. 그것이 오류라 느껴진다는 것이 함정이긴 합니다만..
저자는 명상기법의 사용 수단에 따라 지성, 감성, 육체적으로 각각 분류해 접근 할 수 있다거나 명상기법의 특징에 따라 외부지향적인 명상, 내부지향적인 명상, 비지향적인 명상으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허나 명상을 길지 않은 기간이라도 함께 하신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아시듯 이러한 명상의 분류는 극단적으로 단순화하고 일반화한 것일 뿐이지 실제 명상을 수행하고 일상에 적용하는 실제에서는 이렇게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분류는 아무 의미 없어지고 말지요. 더더군다나 비지향적인 방법이라는 분류는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지향적이지 않은 명상은 이미 명상이 아닐텐데... 저자의 설명으로는 마음의 고요함을 추구하며 내부와 외부의 모든 지각을 철수한다고 하고 있으니, 이는 요가에서 명상(디야나)의 전단계들인 '프라티아하라'와 '다라나'를 명상에 포함시켜 설명한듯 합니다. 아니라면 저자가 한 비지향적 방법이라는 분류는 명상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명상의 결과인 삼매를 명상이라 분류한 것일텐데.. 오랜 세월 명상을 수행하고 대중에게 교수해온 저자일텐데 왜 이런 이해가 쉽지 않은 방식으로 분류한 것일까 그보다 왜 이렇게 납득하기 쉽지 않은 설명을 한 것일까 생각해 보니 아마도 저자가 정통적인 명상의 체계들을 몰라서 그런 분류를 했다기 보다는 아마도 단순화 시켜 대중이 명상에 쉽게 접근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라도 명료하고 체계적인 분류와 그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하는 것인데 하는 의구심과 반감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외에는 목차에서 보이듯 유대 명상에 대한 역사와 특징 등을 간략히 주목케 하고는 만트라, 관조, 시각화, 空 이렇게 4가지 분류로 기본적인 유대명상을 설명합니다. 물론 이 기본적인 명상기법이 유대민족이라고 해서 더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리는 없습니다. 다만 산스끄리뜨어가 아닌 히브리어가 만트라가 되기도 관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 뿐입니다. 주지하다시피 그 작은 차이점이 실제 얼마나 큰 차별성이며 다른 노선으로 이끌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기도로 가볍게 다가서더니 순식간에 유대의 기도문으로 시작해 유대교 예배 의식으로 이어나가며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유대교 의식의 기본을 짚어 갑니다. 이 과정에서 히브리어 문자에 대한 기초적인 의미 해석과 기도문의 이해를 위해 하나님의 이름에서 히브리어 문자와 발음으로 드러나는 하나님의 속성에 대해서까지 두루 새기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저작에서 유대교와 천주교, 개신교에서 또 그노시즘과 마법 체계에서 모두 중요성을 인정할 하나님의 72가지 이름에 대해 다 언급하고 있거나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엔 이 책의 분량도 너무 적을 뿐 아니라 애초에 명상에 대한 저작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과 속성에 대한 해설을 위해 저작되었다고 했어야 겠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민족의 명상 체계에 대한 사소한 관심에서 비롯한 즐거운 독서가 유대 신비주의와 크리스트교 그노시즘 그리고 백마법 체계 전반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얻는 기회가 되어줄 것입니다.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이 짧은 분량의 저작물에서도 유대 신비주의와 그노시즘과 백마법 체계의 이론적 토대의 기초를 배우는 기회를 분명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미 명상에 대한 상당한 성취와 지식이 있는 이들 그리고 히브리어를 기초적인 수준이라도 공부를 한 이들 또 그노시즘과 마법 체계에 대해 사소한 수준 이상의 지식을 지닌 분들이라면 굳이 <유대명상>이란 이 저작물을 읽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선택은 자신의 몫이니까 읽지 말라는 강권이 아닙니다. 그저 구태여 사법고시 2차 시험 대비를 하여 법에 대해 더 깊이 알겠다며 고교과목인 <법과 사회>를 수강하거나,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 수리탐구 영역 점수를 올리겠다며 구구단을 다시 외울 필요는 없을 거라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