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논문 -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지적 수집품
산큐 다쓰오 지음, 김정환 옮김 / 꼼지락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기 전엔 『이상한 논문』의 13가지 논문 중 「세번째 논문 불륜남의 머릿속」과 여섯번째 논문 여고생과 남자의 눈」, 「열두번째 논문 '가슴의 출렁임'과 브래지어 위치의 어긋남」에 특히나 관심이 갔었다.


하지만 실제로 재밌게 읽은 건 그 외에도 「네번째 논문 하품은 왜 전염되는가?」와 「다섯번째 논문 커피잔이 내는 소리의 과학」이 있다. 


 사람만 하품이 전염되는 것이 아니었다. 침팬치 사이에서도 하품은 전염되었고 사람이 하품하는 영상을 본 26 마리의 개 중에서 21 마리가 하품을 했다고 한다. 행동전염이라는 남의 행동을 따라하는 심리적 모방성이 사람과 사람 사이나 침팬치나 침팬치 사이가 아니라 사람과 개 사이에서도 일어나는 것이 신기했다. 거울상 뉴런 이라는 공감과 모방을 불러오는 체계가 생명체 전반에서 모방심리나 반사적 동일행동을 일으킨다면 생명체 전반에서 공감도 불러올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긴 그러니까 고양이가 병아리를 돌보고 동물원에서 같이 자란 개와 호랑이를 커서도 한우리에 넣어 놔도 사고가 없는 거구나 싶었다. 인간만 그린피스 활동하는 줄 알겠지만 '사슴과'의 아기동물을 공격하던 숫사자를, 그 숫사자와 함께 사냥하던 것으로 보이는 어미사자가 공격하는 사진을 본 기억이 있다. 물론 세상이란게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어쩌면 영역을 침범한 숫사자라 공격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때론 머리 보단 가슴이 느낀대로 믿고 싶을 때도 있다. 


 하품의 전염은 4세 이하에서는 없었고 자폐증을 보이거나 조현증(정신분열)을 보이는 이들에게서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감 능력을 보일 수 있을 정도의 지성을 갖추어야 하품이 전염되는 거라고 단정 지은 어느 교수님의 말씀도 싣고 있다. 침팬치와 개가 지성을 갖췄다고 단정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런 단정질에 경의를 표한다. 고인이 된 존 내쉬 박사(영화 뷰리플 마인드의 실제 모델)도 조현증이었고 그런 증상 속에서도 대학 강의도 했었지 않나? 그 분이 조현증을 보였다고 갑자기 지성이 개나 침팬치 보다 저하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할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자폐증(7세 즈음)도 조현증도 유경험자로서 이에 대해 토를 달자면, 자폐증을 보일 때는 자신의 우주 안에 갇혀서 외부세계와 단절이 되기 때문에 주위의 자극도 변화도 자폐증을 보이는 시기에는 거의 대부분 차단되어 있는 상태와 같다. 그러니 이건 지성의 문제가 아니라 자극과 반응... 즉 피드백의 단절 문제로 보아야지 지성에 딴지를 거는 건 답이 없다고 본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도 동시에 다른 우주에 있는 것과 다름없는 조현증을 보이는 이들의 경우에는 반응과 자극의 부분적 차단을 보이는 자폐증을 넘어선 것으로 보아야할지 모르겠다. 자기만의 우주에 있거나 다른 우주에 있는 사람에게 지들 기준의 척도만 제시하며 지성이 낮다는 둥 하며 나서면 누군가 제시하는 랩퍼가 아마도 "니들이 뭔대 얠 판단해!" 하며 나설 것이다. 


 커피잔이 내는 소리의 과학편은 처음 읽으면서 부터 처음 스푼을 넣어서 커피믹스가 녹으라고 휘저으며 스푼이 커피잔을 두드리며 내는 소리가 당연히 높낮이가 다를테지 그게 뭔 대수냐 싶었다. 평소 커피를 안마시다 보니 이런 소리의 차이가 있는지도 몰랐다. 원인이 믹스가 물과 접촉하며 발생하는 기포가 음의 고조에 영향을 끼쳤다는데 결론이 이르자 약간 소름 돋았다. "아~ 놀라운 과학적 세계!" 뭐,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근데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게 기포가 있다면 분명히 수면으로 떠오르며 터질테고 그때 일어나는 미세한 파동이 스푼과 커피잔의 충돌로 일어나는 파동이 전파되는데 교란을 주어서 오히려 음이 고조되는 것이 아니라 저하 되어야 정상 아닌가? 만약 공명현상이라 누군가 말한다면 파동학을 잘 몰라서 공명은 주파수 대역이 유사한 두파장이 합쳐지며 파장이 더 커지는거라던데 커피잔과 스푼의 충돌과는 파장이 다를 기포가 파열되는 파장은 되려 음의 고조가 아닌 저하를 가져와야 논리적으로는 타당할텐데 하며 답나온 연구에 덤덤 거려 본다.




 제목이 『이상한 논문』이다 보니 논문이 수록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 했으나 각 논문에 대한 감상평이었다. 어느 논문이나 원본 논문의 번역본이 수록되어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싶었다. 특히나 열두번째 논문의 원본 논문인 「주행 중의 브래지어 착용 시의 유방 진동과 어긋남의 특성」은 원논문 번역본 도입이 시급하다고 본다^^;


 중딩 시절 남녀 공학인데도 합반이 아니라 교무실을 중심으로 남녀반이 나뉘어 있었다. 그래서 등하교 시간과 과학시간, 체육시간 외에는 여학생들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여섯번째 논문 여고생과 '남자의 눈'」에서 논문의 저자 시라이 유코의 연구결과인 남녀공학에서 남학생의 성적이 향상되는 이적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 다만, 그저 열두번째 논문에서 가로와 세로의 움직임을 보인다는 활동시 여성 가슴의 출렁임에 대해서는 체육시간에 100m 달리기 하던(그 예쁜데 무지 많이 오동통통했던) 여자애를 보며 충분히 깨우쳤던 바다. 명확히 표현하면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동선 속에서도 나름의 규칙성(그러니까 어떠한 패턴적 동선)이 분명히 보였다. 논문 저자는 가로 세로라고 동선을 기록하기 쉽도록 단순화하였는데 좀 더 명확하자면 비대칭적으로 보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칭적일 수 밖에 없는 두개의 불완전한 타원형 동선을 그렸더랬다. 미안하다 이름도 기억 안나는 여자동창아! 이제와 얘기지만 나 너 조금 좋아했다. 꼭 가슴 때문만은 아니였어^____^


 저자가 워낙에 재밌게 집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번역도 그 원문의 맛을 놓치지 않고 있는 걸 거다. (그러니 술술 읽히지...)  논문 하나하나에서 해당 논문이 적용하고 있는 연구 방식과 논문 기술 방식 등 사회과학적 원리(?)도 알려주는데 그걸 서술하는 방식이 하나도 딱딱하지 않다. 그것 마저도 재밌는 얘기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각 논문 마다 해당 연구조사 대상에 대해 각 논문 연구자들이 가졌을 관심과 흥미, 문제의식(?)을 유추해 펼쳐내는 저자의 입심이랄까 필력이랄까가 심후하다. 입담에서 고수의 풍격을 느꼈다. 책의 얕은 맛이나 (굳이) 제법 깊이를 느껴 본다면, 세상을 보는 논문 연구자들의 야릇하게 따듯한 관심과 애정이 또 사람을 따스하고 재밌는 존재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유쾌함과 함께 포근함을 안겨줄 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10-24 17: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이 책은 논문 리뷰를 모은 것이군요. 대학생 시절에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대학교재가 있어요. 그 대학교재가 강의 담당 교수가 쓴 책이라서 안 살 수가 없었어요. 그때 제가 알라딘 서재 활동을 하고 있어서 대학교재를 비판하는 리뷰를 쓰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어요. 전 세계적으로 따지면 학술논문을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이하라 2017-10-24 17:49   좋아요 3 | URL
게다가 대상논문의 주제들이 정말 흔치않은 주제들이죠. 이런 논문리뷰도 대상논문들도 정말 예사로우면서 예사롭지 않은것 같아요^^;

사마천 2017-10-24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과학도 상식화를 참 잘시키는 것 같아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 ^^

이하라 2017-10-24 20:46   좋아요 1 | URL
재밌게 읽으셨다니 제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