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는 영혼을 타락한 신으로 보았다. 영혼은 무덤처럼신체 안에 갇혀 있으며, “영원한 환생의 주기에 따를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보았다. 피타고라스와 오르페우스교는 영혼을 해방시키려면 정화 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겼다. 플라톤도 이러한 생각을 받아들였지만 자체 정화, 즉 이성을 통해 해방될 수 있고 신의 지위를 되찾을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는 더 높은 불변의 층에 영원한 실재가 있다고 그것을 이데아 idea라고 생각했다. (플라톤이 쓴 용어는 에이도스 eidos이다. 이것이 영어로 번역된 것이 이데아이다.) 플라톤은 [향연]을 통해 개별적인 아름다운 신체에 대한 사랑도 정화와 변환을 거쳐 이상적인 미의 심미적 명상(테오리아 theoria)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적인 형상이 정신 속에 숨겨져 있다고 보았다. 플라톤은 자라투스트라처럼 정신적 삶의 목표를 추상적 존재에 대한 집중으로 보았다.

 

플라톤은 명상을 통해 단일한 신의 영역에 접근할 수 있다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재들의 위계를 상정하고 맨 꼭대기에 부동의 원동자가 있다고 보았다. 이것은 불멸이자 부동이며, 본질적으로 순수한 사유지만, 생각의 주체인 동시에 생각 자체이기도 하다. 그 원동자는 우주의 모든 변화와 흐름을 유발하며, 모든 것이 하나의 원천에서 흘러나온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신적 실체이므로 다른 동물과 식물보다 우위에 있다. 말하자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의 대사슬에 최초 창안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동의 원동자 아래 인간이 있고 그 아래 동물과 식물이 차례로 존재하는 존재 가치의 피라미드를 상상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사유의 목적이 불멸, 일종의 구원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플라톤의 경우처럼 사유는 그 자체로 정화의 형태로 여겨졌으나 테오리아, 명상은 논리적 추론만이 아니라 엑스터시적 자아초월을 유발하는 훈련된 직관이기도 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힌두교를 기원으로 보는 수행의 체계와 유불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수행의 전승이 그리스 철학자들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게르하르트 베어의 [유럽의 신비주의]를 통해서도 유럽의 신앙과 종교적 수행체계가 동양의 그것과 다른 면보다 같은 면이 더 크다는 것을 느끼기는 했으나 그 유사성이 그리스 철학자들의 테오리아까지 닿아있다는 것이 신비로운 지경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유대교와 힌두교의 유사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다소 어폐가 있다고 본다. 유대교와 힌두교가 기복신앙적인 면이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겠지만 유대교가 기독교로 이어지고 카톨릭이 타락하여 이교도들을 포섭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상(성모상,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형상, 십자가) 곧 이미지화된 대상까지 신앙하도록 하고 종교회의를 통해 삼위일체설을 유포하는 시점에 이르러서는 힌두교와 유사성을 찾을 구석 이를테면 기독교의 삼위일체설과 인도의 세 신(브라흐마, 비쉬느, 시바의 창조신, 유지신, 파괴신의 삼위를 신앙하니) 개념이 유사하고 성상을 통해 신앙해 나가는 데는 같을지 모른다. 하지만 유대교는 초기에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형상을 숭배하지 않았고 오로지 유일한 창조신을 신앙한다. 유사성을 억지스럽게 찾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또 힌두교는 브라흐마를 개체아인 아트만의 근원이라고 여겼다. 다시 말해 신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유대교는 이후 카발라 철학으로 발전하기 전까지 신과 인간을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로 완벽히 타자화했다. 힌두교와 유대교는 유사하다기보다 전혀 다른 인식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맞지 않나 생각된다. 나의 근원이 신성이라고 보는 것과 나는 그저 신이 만든 피조물일 뿐이라고 보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물론 카발라 철학에 이르면 하나님의 숨 곧 하나님의 영이 인간에게 불어넣어져 인간이 생령이 되었다고 보니 힌두교의 가르침과 유사해지기는 하지만 이번 장에서 언급되는 시대의 유대교 상식과는 맞지 않은 것이다.

 

이 외에도 공자와 제자백가 그리고 도교에 대한 내용도 언급되기는 하지만 동양인 독자로서는 너무도 상식선에서의 내용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의책장 2022-12-24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라님, 춥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 되세요❤️ Merry Christmas🎄

이하라 2022-12-24 17:48   좋아요 1 | URL
하나님께서도 포근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 되세요. 메리크리스마스^^

scott 2022-12-25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라님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이하라 2022-12-25 06:31   좋아요 0 | URL
스콧님도 메리크리스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