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기쁨인 똑똑한 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문장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정희진의 글쓰기 4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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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기혼 여성이 페미니스트일때 내적 갈등이 더 심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힘든 점이고요..비혼 비출산이 현실적으로 가장 개인에게 깔끔한 선택이지만 출산이라는게 여성의 의무만이 아니라 하나의 권리이자 특권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면 특권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게 하나의 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수하님이 말씀하셨고.


“버릴 수 없고, 버리고 싶지 않은 내 삶의 조각들을 다 부정하는 게, 부정하라고 말하는 게 페미니즘은 아니라고 느껴요. 저는요. 하지만 자주 그렇게 ‘들리기는’해요.”

라고 단발머리님이 말씀하셨다.  (https://blog.aladin.co.kr/selfsearch/13917094)

나는 여기에 *인식론적 특권*을 이야기 하며 부정과 분열을 쓰라는 종류의 댓글을 달아 놓았다.(https://blog.aladin.co.kr/jyang0202/13919676) (https://blog.aladin.co.kr/jyang0202/13918760)


그렇다. 오늘의 글감은 이거다. 50살 쟝쟝, 보고 있나? 너는 지금 어젯 저녁 (타발적 금주) 한 달을 종료하고 신나게 소맥을 마셨고 ㅋㅋ 동생 남친 소개 받고 동생이 그와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ㅋㅋㅋㅋ(니 인생 아니라고 그렇게 막 생각해도 되는 거냐?) 늦잠 자고 일어나서 아, 오늘 어떻게 가성비 넘치게 쉬지? 궁리하며 글은 노트에 세줄 ‘만’ 쓰자. 라고 먹었던 마음을 손바닥 처럼 뒤집으며 나의 비타(🫢)와 단발머리님 수하님한테 하고 싶은 말을 써보도록 하자. (명절 노동 고생하셨어요 ㅜㅜ)



1.


나는 나의 모순과 분열이 나에게 글을 쓰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없으면 책을 읽을 필요도 글을 쓸 필요도 안생겼을 것 같다. 일상에서는 모순적인 인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은 꽤나 능숙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종족이며, 그것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듯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욱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라는 사실은 나를 자주 상처받게 한다. 어쨌든 ‘그럴 수 밖에 없는’ 인간에 대해 꽤나 붙잡고 생각해 보았고,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궁금한 것은 그들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모순에 대한 개인 특유의 생존전략(해결하는 방식)이다. 


나는 그게 잘 안돼서 힘든데 어떻게 하세요?? 그러면 괜찮은 사람들은 곧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많은 중년 남자들은 허세에 가득차서 하나마나 한 소리를 곧잘 대답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생각을 많이 한 것 처럼 쉽게 재빨리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한국사회의 모순 아닌가?ㅋㅋㅋㅋ 응? 여기까지 쓰고 나니 그럼 나는? 하고 자문하게 된다. 물론 나는 아직은 미미님만 알고 있는 천재니까 재빠른 버전과 천천한 버전 둘다 가능하다, 푸하하하.


지금의 나에게 분열과 모순을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하는 시선이 *가까스로* 생겼다면 그것의 8할 정도는 페미니즘 공부에 빚지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페미니스트로 나를 정체화하냐? 라고 묻는다면 분명 그렇지만… 나는 페미니스트 보다는 글을 읽고 쓰는 사람(그걸 공부라고 말하기로 했다)으로 나를 더 정체화하고 싶다. 물론 나의 공부는 학위도 없고, 증명서도 없고, 돈도 안된다. 되려 나의 돈을 쓰게 하고, 없는 체력을 갉아먹고(ㅋㅋ), 깔끔했으면 좋겠을 방을 무거운 책 더미로 어질러 놓고, 친구들과 멀어지게 하며, 시시때때로 나를 많이 많이 많이 마아아않이 아프게 했지만, 그렇지만 그 결과로 나는 나를 좀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미워서 나를 미워하던 짓들을 이제는 조금 많이 멈추게 되었다. 


아마 나는 결혼 제도에 안착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나는 ‘종’으로서의 여성을 포기하고 재생산을 하지 않게될 것이고. 그건 페미니즘 때문이 아니다. 부끄럽지만 그건 페미니즘적 실천이 아니다. (그래서 기혼 유자녀 여성이 ‘부역자’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가.) 내가 이렇게 지내는 건 내가 유달리 강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나는 적응하지 못했다.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만약 됐으면 했을 것이다. 지금도 된다면 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이제는 딱 그 만큼의 나를 안다. 또 미래의 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것이 만약에 페미니즘을 위한 실천이었다면 나는 나를 미워하게 되어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쩌.다.보.니. 이렇게 살고 있게 된 것이고, 이렇게 사는 삶을 뭐라고 하는 시선에 주눅 들기 싫을 뿐이다. 어제도 나는 동생들에게 타발적 4B라고 스스로를 놀렸다. 안하는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안하게 된거야. 그런데 안하다보니까 삶이 너무 깔끔해. 부딪치는 게 없어. 간단하고 컴팩트해. 그러므로 어찌보면 인식론 적 혼란이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것들 말고도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넘쳐 나기 때문일 거고.


그런데 (동생네 집 벽에 걸린 영화 엽서들을 보면서) 미친 <헤어질 결심>이 미친 영화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묻게 했어😭 이게 인생이다라고 보여주는 것 같은 거야. 내가 고독하고 혼자를 너무도 편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내가 고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시시때때로 외로운 건 내가 *감당*하면 된다 라고 생각했는 데, 아닐 수도 있는 거야. 아니게 되는게 맞는 거지. 그건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인생을 설계하고 싶다는 것 밖에 안돼. 또 다른 의미로 현실을 제대로 직면하지 않은 거야, 난. 


그러니까 붕괴, 그거라니까. 나는 이미 붕괴되어 있고, 이제 조금은 복구되었으므로, 계속해서 이마저도의 붕괴를 염두해두고 있어야 하니까 큰코다치지 않게 미리미리 예방 차원에서. 그래, 사랑을 공부하자. 언니들이 말했어. 사랑은 불가항력. 물론 그것은 쓰려거든 연필로 쓸 수도 있지만, 머리로도 하는 것이지만(ㅋㅋㅋ), 그렇다고 안할 수는 없으니 미리미리 공부해서 나쁠 것은 없지. 그렇지만 사랑 그거 열심히 공부해도 결국 공부다 끝냈는 데 못할 수도 있음. (아놔 ㅋㅋㅋ 이렇게 여기서 글 끝내고 싶네?) 음 나는 노래를 들으면서 가슴을 찢어버리는 기술도 배웠는 데 사랑을 못할 수도 있겠…아니 나 지금 또 뭐쓰고 있지?ㅋㅋㅋㅋㅋㅋ


여튼 처음으로 다시 돌아오자. 동생이 정식으로 소개해 준 동생 남친을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체로 내가 동생들에게 저지른 나쁜 짓 들이었다… 이를 테면 중딩 동생을 데리고 <올드보이>를 보러 갔다던가 초딩 동생에게 <지구를 지켜라>를 보여줘서 트라우마를… 안겨줬다든가… 언니 고딩 주제에 왜 그렇게 다크한 영화를 많이 본거야? 그런 언니여서 미안… 내 안에 해소되지 않은 폭력의 욕구가 있었던가봉가… 하지만 생각해줘. 동시대의 영화중엔 <달마야 놀자> 같은 게 있어. <늑대의 유혹> 이런 거. 내 안의 어두움은 그런 상업 영화들로 충족되지 않았단 말이다…ㅋㅋㅋ 그렇게 어렸을 때 부터 내가 너희를 단련시켜줬기 때문에 넌 <미드소마>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이제 나는 못본다… 4B로 사는 거 너무 간단하고 시원하고 좋은 데, 딱하나 안좋은 거를 꼽으면 나홍진이나 아리 애스터 못 봄. 근데 뭐 안봐도 됨. ㅋㅋㅋㅋㅋㅋ 은 아니고. 여차저차 하다보니 나는 처음 만난 동생 남자 친구에게 “메일 게이즈(Male Gaze)”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번에 메일 게이즈 때문에 엄청 싸웠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가까운 시일 안에 동생 남친은 내 동생과 헤어지게 된다고…(씨익)



2.


나는 왜 또 삼천포로 빠지는 글을 쓰고 있는가 정신 차려. 나는 원래 인식론적 특권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이렇게 길을 잃으면? 인용하려던 문장을 가져오자.ㅋㅋㅋㅋ 


“(45) 언어는 언제나 현실보다 늦게 당도한다. 언어는 현실을 가시화하지 못한다. 우리의 현재가 바로 인식된다면, 이미 가부장제 사회가 아니다. 역사상 그 어느 사회에서도 지배적 언어(인식)는 단 한 번도 약자의 편이었던 적이 없다. 가부장제는 인류 문명의 기반이었지만, 현대 페미니즘은 1949년에 출간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기준으로 해서 백 년이 안되었고 한국 사회에서는 30~40여년 되었다. 그 시간도 *법 제정과 젠더 주류화라는 공적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남성의 철학’ 자유주의의 자장*안에서 였다.”


희진샘은 천재다. 그가 당대의 여성 지식인으로서 스스로 취한 페미니즘 마저도 *공적 영역&자유주의 자장* 안이었음을 자백하신다. ㅋㅋㅋㅋ (아님 말고ㅋㅋ) 샘 진짜 쌤. 진짜. 쌤. 사랑해요. 내가 쌤 좋아하는 거 알죠?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이별… 그것이 순리  (아 주접 그만 떨자)  


그렇다. 언어는 현실보다 늦게 당도하고, 사회적 약자인 나의 언어는 세상에 없다. 남성들의 언어와 시선에서 벗어나오기 위한 페미니즘을 열심히 읽어도, 그 페미니즘이 당신에게 쾌감이 느껴지는 언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당신이 쓴 당신 자신의 언어는 아니다. (물론 나 자신만의 투명한 언어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아무도 쓰지 않은 것. 그것이 곧 자원이다. 현 시점의 나는 그것이 명백히 *자원*임을 안다. 그냥 자원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아무도 해석해 주지 않은 가난하고 뒤죽박죽인 나의 몸을 통과하고 있는 지금 나의 삶을 써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미리 살고 쓴 여자들의 글을 읽는 것. 거기에 내 삶을 견주어 보면서 여성의 몸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글을 이어가보며 나름의 연대를 도모하는 것. “(42) 사회적 약자가 약자인 이유 중 하나는, 먼저 경험한 선대의 역사와 맥락을 모르고 오류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여성주의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늘 ‘내가 처음’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언어는 현실보다 늦게 당도하므로… 가장 가까운 나의 현실(버지니아 울프 언니는 플랫폼 자본주의를 살아보지 못하셨음)을 언어화 하기. 어딘가에 나와 같은 물음표를 지닌 여성들이 있다고 믿으면서. 


간단하고 명료하고 깔끔한 글쓰기가 좋을 수도 있다. 아, 팔리는 글은 그런 글들이니까 좋은 게 맞다. 그런데 그건 세상에 좋은 거고. 내게 좋은 글은 내가 사랑하는 글들은… 그런 글들이 아녔다. 나는 그런 글 들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갈등, 삶에 대한 부정, 불안함, 불편함, 명확하지 않음, 초조함, 붕괴- 내가 가진 생각과 / 나의 몸과 / 나의 일상 사이에서 오는 분열. 아름답지 않다는 것. 삶이 고통으로 꽉 차 있다는 것. 아프지 않은 삶이나 사랑은 없다는 것. 그러나 삶이 없지도 않다는 것. 삶을 없앨 수는 없다는 것. 가끔의 안녕, 찰나의 행복, 곱씹어야 하는 안정, 그럼에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다짐, 매일의 노동과 매일의 수치와 매일의 꿋꿋함. (그런데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면 역시 태어나지 않는 것이 맞다)을 읽을 때 나는 좀 움직여졌다. 내 몸을 잘 움직여서 하루를 움직여서 잘 살아낼 수 있었다. 여튼 나는 그런 글들을 좋아하고… 


다행스럽게도 나같은 평범한 여성도 글을 읽고, 써볼 수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태어나서 살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에게 가장 가성비 좋은 도구는 역시 글이다. 글은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다.)


“(43) 나를 비롯해 여성도, 여성주의자도 젠더에 대해 알기 어렵다. 여성주의는 *과정의 사유*다 왜냐하면 여성주의는 *그 자체로 모순*인 사유이기 때문에 매 순간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도대체 누가 여성이며, 그것은 누가 정하는가. 현실이 계급 문제로만 이루어져있지 않듯, 젠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 남녀 간 권력관계로 ‘보이는’ 젠더는, *여성들 간의 차이와 남성들 간의 차이*를 매개로 하여 작동한다. 

이러한 여성주의의 모순과 복잡함은 *사상의 한계가 아니라 자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주의적 사고 방식은 가성비가 높은 공부이며 빼어난 인식론일 수 밖에 없다. 여성주의는 다른 사유처럼 공부해야만 획득할 수 있는 어려운 인식이다.”


모순, 나의 모순. 나의 모순은 나도 모순이면서 모순을 잘 인정하지 않는 것. 나의 모순이 보이면 그걸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 내 시선이 남의 모순을 꿰뚫어 버리면 괴로워하는 것. 그래서 나를 싫어/미워하는 것? 그러지 않으려면…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했다. 그것은 어떤 부분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게 했고 그것이 이상한 게 아니라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했다. 


애나 번스의 <밀크맨>에 나온다. 하늘은 파랗다. 그런데 하늘은 파랗지만은 않다. 까맣고 회색이고 분홍색이고 주황색이고 섞여있다. 그런데 하늘을 파랗다고 한다. 파랗지만은 않아요. 너는 잘못되었어 파랗다고 말해. 하지만 안다. 우리는. 하늘이 파랗지만은 않다는 걸. 어떤 사람들은 하늘이 파랗다는 ‘말’에 압도 당해서 파랗지 않은 하늘을 파랗다고 생각하고, 다른 색깔들을 인정하지 않게 되어 버린다. 더 무서운 것은 그래서 파랗지 않음이 확연히 드러나는 황혼녘의 아름다운 하늘을 보지 않기도 한다.  그것을 죄책감 없이 아름답게 바로 볼 수 있기 까지. … 내게 필요한 것은 공부였는 데, 그 공부를 멈추지 않는 거였는 데, 그게 살려고 그랬던 거구나.라고 지금은 좀 말해 볼 수 있다.



3. 


“(49) 우리는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는 한 해방은 없다. 여기서 공부의 첫단계는 이론을 적용하지 말고 ‘지금 여기 자신’의 위치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이다.”


선생님은 내가 하는 것들을 공부라고 말씀주셨고, 내가 하는 글쓰기를 훈련이라고 말해주셨다. 나는 이 삶(읽고 쓰는 것)을 계속 할지 말지 계속 흔들렸고 지금도 흔들린다. 그렇지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정말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물론 홉스에겐 집사 ㅋㅋㅋ)인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고. 니가 쓰는 거 세상에 필요한 글이라고 말해주시는 것 같아서 나는 이 책을 ‘공부하면서’ ‘기뻤’다. 그리고 나의 기쁨을 ‘때때로 그만 읽고’ 싶어하는 언니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만 읽고 싶은 마음) 나는 기쁜데, 그대들도 기뻤으면 좋겠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똑바로 보는 것이라고. 인류가 발전시켜 놓은 (이라고 망쳐놓은 이라고 읽는다) 현 시대의 모든 기술과 권력들이 무자비하게 통과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몸으로 자신의 문제를 *똑똑히 똑바로* 보는 것. 남자들이 (실천도 못할 꺼면서 가르치고 싶어서 드릉드릉) 쓰는 당위의 글(하나마나한 소리)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세상과 견주는 물음표의 글을 계속해서 써나가는 것. 그런 식의 존재 증명. 그런 식의 삶. 똑똑한. 이미 그렇게 살고 계시는 분들을 발견하게 된 나의 안목이 *감사*한데 나만 기쁘고 나만 감사할 순 없지!!! ㅋㅋㅋ 


누구나 정치인이, 성공한 기업인이, 떡상한 유튜버가, 돈버는 지식인이, 연예인이, 셀럽이 될 수는 없다. 세상은 어려워져 이제는 공무원도 회사원도 되기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나의 경우 주부나 엄마가 되지 못한 것에 가깝다. 내 인생에 답이 없는 데 남의 인생에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다. 아무튼 답은 없다. 답이 있었으면 인류가 왜 이 모냥이겄어. 그렇다고 답 없네~ 하고 죽어버릴 수는 없으니까 나는 내가 사는 방식을 공유해보는 거다. 읽고 쓰고 살기. 다만 쓰는 것이 어려운 종류의 것임을 이제 좀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매일 쓰세요. 자주 쓰세요. 공부하세요. 읽으세요. 또 공부하세요. 읽으세요. 우리가 처한 이 언어없는 상황이 *인식론적 특권*인데, 수하님 말대로 그것이 정말 *특권*이 되게 하고 싶다면, 그런 세상을 정말 바란다면. 쓰세요. 써서 올리세요. 쓰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쓰지 않으면 모르니까 쓰세요. 하하, 나 여기서 오래오래 알라딘 할게요.  



4.


(그런데 이 시점에서… 고민이 되는 것은….) 나는 여성의 노동에 기대지 않았으면 글을 쓰지 못했을 여성을 담아내지 못하면서도 감히 여성에 대해서 쓴 ㅋㅋ 남자들의 문학(철학..정치학...과학...생물학...다)이 싫고… 그런 문학을 여성 독자들이 계속해서 사주고 팔아줬다는 사실에 분개하며, 그래도 남자 치고는 잘쓰는 사람들이 있긴 하니깐, 남자가 썼으면 엄청 음청 완존 잘쓴 글만 인정해줄 건데ㅋㅋㅋㅋ(아 필립로스 너를 어떡하니ㅋㅋㅋㅋㅋ) 


이제 막 쓰기 시작한 여자들 글은 완전 편애 할 것이라고 맘 먹었는 데… 인간. 어쩔 수 없는 것이...  ‘공부’ 안한 냄새 나는 (출판 된) 글은 여자가 썼다고 해도 이제 좀 싫다. 기후위기 시대의 나무 낭비 아닌가. 전자책으로 냅시다. 물론 여기서의 공부란 정희진이 말하는 공부인데…  다행이야. 정말, 나에겐 플랫폼 자본주의ㅋㅋㅋ가 있어서 나무 낭비 안하고 이딴 누더기 같은 글을 올려볼 수 있군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번 글은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면 좋겠다. 계속 읽기고 쓰기를 멈추지 않는 용기?!


인식론적 특권을 과학기술의 발달로 공략(?)하는 나는 2022년의 신자유주의 페미다. 

구원은 없다. 공부만 있다. 내가 하는 걸 공부로 인정 하든 말든 나는 공부한다. 그렇다. 난 정희진의 저주에 걸린 사람. 마법에 풀리려면 그가 읽은 책들을 더 처먹는 수 밖에 없다. 50살의 나여, 보고 있냐? 이불킥하고 싶겠지만 어쩔 수 없어. 여기까지가 너의 최선이었다. 



*덧붙임*
나는 기혼 유자녀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몸으로 산 글들이 분명히 더 필요해질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너무 필요하지만. 잘 쓴 글 말고 날 것의 글. 쓰다 보면 더 잘 써지게 되겠고. 분열과 모순이 글쓰기와 공부의 원동력이자 자원이라면, 그들 보다 더 공부 잘하고 똑똑해질 사람이 어디있단 말인가. 사실 4B해보니까 분열이 별로 없어서 페미니즘 공부할 의욕이 안 생겨...(응? 거짓말임) ㅋㅋㅋ 농담임.. 농담임둥!!!! 
세상을 바꾸는 전투적 페미니스트도 필요하지만, 남성들이 쓴 모성이 아니라 여성 자신이 쓴 모성도 필요한 법이고, 페미니즘의 인식론없이 쓰는 모성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마나 한 소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그리고 이 종이 유지된다면 반드시 재생산한 엄마가 있기 때문에) 열공하면서 자기 삶을 써주세요. 언냐들. ㅋㅋ 태업은 필수, 파업은 선택! 아아아아모르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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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2-09-12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맥락일지는 조금 까리하지만 어제 읽던 책에서 본 구절을 옮겨봅니다.

-- 김선아는 드 로레티스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여성의 경험‘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성으로 젠더화하는 경험(습관, 기질, 유대감과 지각의 묶음)이 여성 주체라고 부르는 사회적 존재를 낳는다면 그것을 바로 여성주의의 개념적, 재현적, 성애적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와 주체 형성의 관계는 역사 안에서 어떤 객관적 진실을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진실을 찾아내는 데에 놓여 있다. 여성성이라는 재현과 자기 재현을 통한 경험의 진실을 찾는 것이 여성주의의 인식론이며 경험의 계보학을 구축하는 것이 여성주의의 역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결국 습관(경험)을 지속시키느냐 아니면 그 습관에 변화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여성 주체와 여성주의자 주체는 구분된다.˝ -- <가족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권명아

+ 헤어질 결심... 응? 사랑? 이 영화의 주제는 ‘사랑은 없다‘가 아니던가요? 저는 이 영화가 ˝소통의 불가능성˝을 말한다고 생각합니다만. 클클클... 조만간 헤결에 대해서도 좀 떠들어보도록 할게요.^^


공쟝쟝 2022-09-12 19:46   좋아요 1 | URL
아... 그런데 너무 어렵습니다. 일단 ‘젠더화‘라는 용어부터 어려워할 사람이 많을 것 같고요, 재현적, 객관적, 여성성, 인식론, 계보학, 여성 주체, 여성주의자 주체. 한 문단에 이렇게 어려운 단어가 많은 책을 난티님은 읽고 계시는 군요. 저는 ㅜㅜ 권명아님이 하고 싶은 말이 무슨 말인지 가닿기 위해 많은 것을 공부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언제나 체력과 시간의 빈곤에 허덕입니다. 음... 저의 퀴즈입니다. 공유해주신 이 문장을 난티나무님이 제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짓이냐고요? 정희진 샘이 말하신 공부를 해야한다는 소립니다...ㅋㅋㅋㅋㅋ
(덧, 저의 이런 ‘말‘을 ‘반지성주의적 태도다‘라고 말하는 것이 제가 지식인 혹은 강단페미들에게 실망한 이유입니다. 왜 노동계급의 여성이 공부 안한다고 생각하지?ㅋㅋㅋ)

난티나무 2022-09-13 00:06   좋아요 1 | URL
ㅋㅋ 사실 이 책 문장들이 너무 어려워서 저도 겨우 헉헉거리면서 읽었어요.
이 부분은 그나마 주석으로 달아놓은 부분이고 김선아라는 분의 책 내용을 인용하고 있어서 꾹꾹 읽히기는 하는데 책 전체가 이렇게 추상 개념인 단어들로 뒤범벅이 되어 있고요.ㅋㅋ 아 나 백자평 쓰면서 욕 좀 할려고 했는데 욕 여기서 먼저 하네요 ㅋㅋ 암튼 진짜 말 희한하게 하시는 분....@@

공쟝쟝님이 말씀하시는, 우리 각자의 경험을 글로 쓰자! 이걸 어렵게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변화하지 않는 객관성은 없다고 정희진샘이 그러셨잖아요. 객관적 진실을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진실을 찾아낸다, 내 자리에서 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여성 개인의 인식이고 그것이 여성주의고 그것이 모이면 역사다, 뭐 이런 뜻... ? 우리는 습관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러므로 여성주의자 주체들!

아 그런데 주체,라고 말하니 또 이런 구절이 생각나서 찾아갖고 와써요...
˝심문하는 법에 순종함으로써 우리는 충실한 주체의 위상을 획득한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이처럼 무죄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위 인용구의 ‘여성 주체‘를 적절히 설명하는 거 아닐까요?
˝하지만 교육은 자신이 순종하고 있다는 것까지를 볼 수 있는 인식의 힘을 동시에 제공하기도 한다. 그것이 교육이 갖는 양가성이다.˝ - 교육제도에 관한 글이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
(임옥희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공쟝쟝 2022-09-13 08:05   좋아요 0 | URL
요 댓글은 거다러너의 소문자 역사와 대문자 역사의 은유를 떠올리게 하네요 ^^ 마지막 문단도 공부의 중요성이고.
인식의 힘! 여성이 담당해온 재생산 노동은 남자들이 언어와 개념이 있어 누려온 일천한 인식의 힘보다 넓고 방대하죠. 찾아낸 경험의 진실을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네요. 그래야 여성주의자 역사가 생기는가 봅니다? 다만 여성이란 고정되어있지 않고 재현되기에 따라 바뀌겠으므로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평범한 여성들이 무엇을 떠들어대고 무엇을 사는가로 변화해가고 바뀌어갈테니, 우리는 열공하고 기쁨을 느끼는 여자를 보여주자 ㅋㅋ 💪💪

청아 2022-09-12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의 글 프린트해서 (바른 히피체가 잘 어울리네요^^*)읽었어요~♡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12 19:48   좋아요 1 | URL
미미님.. 내 글 프린트해서 읽으면... 나무낭비 종이낭비 기후위기시대의 낭비낭비!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천재를 볼 줄아는 안목 만큼은 인정인정 ㅋㅋ

단발머리 2022-09-12 18: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2) 사회적 약자가 약자인 이유 중 하나는, 먼저 경험한 선대의 역사와 맥락을 모르고 오류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여성주의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늘 ‘내가 처음’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 는 선생님 말씀의 맥락을, 저는 거다 러너의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 읽으면서 발견했어요. 근데 이게 너무 어려운게 대부분의 여성들은 인생 속에서 자신의 ‘경험‘이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역사 속에서 여성의 목소리 자체가 지워졌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제서야... 아, 내가 주류도 아니면서 주류의 시각 속에 갇혀 있었구나, 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는 우리들의 슬픈 이야기...

전 여성주의 읽으면서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는 일이, 우리가, 우리 경험들이 공명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풀이, 넋두리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제 나름의 (당연히 저에게만 해당하는) ‘강박‘이 있습니다. 건강하게 씩씩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읽고 쓰고 싶어요. 쟝님의 이 글 너무 좋아서 여러가지 생각이 밀려드네요. 역시 천재의 글이라 다르다. 부럽당!!!!!!!

공쟝쟝 2022-09-12 19:54   좋아요 2 | URL
와 역시 거다러너.. 그런데 그 책 절판된 책이죠? 역시 거다러너. 나에게 너무 좋은 페미니즘 선생님.

주류도 아니면서 주류의 시각에 <---- 이 말 너무 맞아요. 게다가, 나는 내 온몸에 작용하는 이 미디어의 시대가 나를 생각하지 않는 아메바로 만들어서 더 힘들어요. (이거를 푸코가 미리 알려준 거 같아요.. 그리고, 후기 저작들은 그래서 지지 않는 방법들도 알려주는 것 같다고 추측해요. 언제 읽죠? ㅜ 읽는다고 알 수 있을까요? 나는 또 초조해진다)

건강하고 씩씩하고 냉정하고 명랑하게! 우리 또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합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안읽기 때문임. 나에게 단발머리님은 푸코와 아렌트를 떠올리는 초조함.... 우리 같이 똑똑해지기 약속해요. 단발머리님. 알았죠? 너무 멀리 너무 빨리 대현자에 도달하면 안돼요!ㅋㅋㅋ 그리고.. 내가 천재인거 알아본 사람2 되겠습니다. 미미님, 단발머리님 ㅋㅋ

수이 2022-09-12 19: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글입니다. 위에서 바로 단발님이 하신 말씀, 물론 단발님에게만 해당된다고 하셨지만 전 가능하다면 많은 여성들이 서로 공명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한풀이와 넋두리가 가능하다면 물론 쓰기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시엄마와 제가 공명할 일은 거의 없지만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는 공통된 카테고리 안에서 일종의 도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어서요. 기혼자의 삶을 ‘부역자‘의 삶으로 덧씌우는 프레임은 확실히 별로였어요. 하지만 또 그렇게 쎄게 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있다고도 여겼어요. 이건 비난은 아니지만 그래, 너희도 한번 살아봐라, 이런 심정도 없지 않아 있었고. 그런 면모에서 보자면 우리보다 전 세대들 혹은 동시대 여성들, 페미니즘을 모르고 살아간 여성들, 가부장제의 억압 따위 나는 무관하게 살았는걸, 이라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들이 공부 냄새 전혀 안 나는 글을 쓰고 그 기록을 하나의 서사로 만들어낸다면 그 기록으로 또 하나의 사유가 펼쳐지리라고 봅니다. 전 요즘에서야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먹물 냄새 나는 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희진의 글은 여러모로 곱씹고 그 사유의 깊이 또한 방대해서 놀랍기만 하지만 어떤 의미로 보자면 정희진을 넘어서야 더 수많은 가닥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굿밤!

공쟝쟝 2022-09-12 20:19   좋아요 3 | URL
제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무수한 한풀이와 넋두리*를 경계하게 된 이유는 (사실 읽고 쓸줄 모르는 채 재생산을 담당해온 많은 여성들이 미치지 않고 살기 위한 나름의 방편이 바로 수다라고 생각합니다, 수다들은 분명히 가치 있고요, 제가 한풀이와 넋두리가 싫은 이유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고 *남*이야기만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걸로 당장 해소해버리고 질문을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남자들의 허세와 별로 다르지 않게 느껴져요... 그럼 나는 안하냐? 나도 겁나 많이 합니다. 뒷담화의 제왕임) 그건 휘발되기 때문예요. 그것들도 쓰지 않으면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없는 역사가 됩니다. ㅜㅜ 그렇게 여성의 목소리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예요.
정희진을 넘어서야 한다는 말 무슨 말인지 와 닿아요. 우리 좀 더 많은 수다를 떨어야겠네요. 우리의 수다를 글자로 남기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한가지 믿음이 있습니다. 저는 페미니즘적 인식론 없는 글은 빠른 시일안에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아마 페미니즘 vs *투자,자기계발,힐링*으로 양분되지 않을까요?) 신자유주의 덕택에 책 정도는 구매할 수 있는 여성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독서시장, 글 읽고 쓰는 시장에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내 몸이 반응하는 목소리가 없을 때는 모르겠지만, 내 몸이 반응하는 언어들이 있는 데, 우리가 왜 굳이 그런걸(?) 돈주고 사서 읽겠습니까?
공부냄새 전혀 안나는 글은 이미 페이스북과 많은 커뮤니티에 넘쳐 납니다. 그 글들 조차 내 몸에 침범해서 내 사고를 흔들죠. 내 주변의 사람들의 말과 함께요. 어쨌든 나는 이런 현실을 살아가고 있으므로 또 분열하고.. 그리고 그건 내 글쓰기의 자원입니다. 새로운 인식을 발견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자원을 누구보다 많이 가진 비타님이 제겐 훌륭한 도반이십니다! 굿밤 ^^

건수하 2022-09-12 2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글에 언급되다니, 영광이에요. 근데 오늘 집중해서 글 읽기 좀 힘든 여건이었던 지라, 두 번 읽었는데 천재 쟝쟝님의 글 좀 어렵고요... 일단 댓글 달고 나중에 다시 찬찬히 읽고 또 댓글 달게요.

일단.. ‘때때로 그만 읽고 싶고 싶어하는‘ 은 저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표현입니다. 로맨스가 훨씬 읽기 쉽긴 하지만 ㅎㅎ 페미니즘 책이 훨씬 재미있거든요. 괴롭기도 하지만 재밌는.. 그 마음 다들 아실거라 믿으며. 계속 읽을 거예요. (혹시 그만 읽을까봐 걱정하는 줄 알고 강조 ㅎㅎ)

근데 쓰는 건.. 사실 내 문제 똑바로 보는 것보다 문제의 해결에 더 관심이 있어요. 사실 나야 어떻게든 살아가지 않을까? 문제가 해결되는걸 더 바라거든요. 그래도 모자란 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니, 될지도 모른다니 (그래서 쓰는 건 아니고 쓰고 싶어서 쓸 거지만) 계속 쓸 거예요. 무수한 한풀이와 넋두리.. 이미 조금 쓰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희진님 책 5권 머리말에서 이 부분이 인상깊었는데, 제가 자기 검열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인 것 같아요.

페미니즘이 네 주장의 설득력을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너의 지식이 너의 페미니즘에 설득력을 가져다주어야 해. 페미니즘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사람들이 네 페미니즘도 신뢰한단다. - 장춘익 (5권 9쪽)

근데.. 쟝님 50되면... 2040년쯤 되는 건가요? ㅎㅎ 우리 그때 다시 와서 이 글 꼭 다시 보기로!

공쟝쟝 2022-09-12 21:21   좋아요 1 | URL
수하님 마저 저를 천재로 인정해버리시면 3명의 법칙에 따라 제가 진짜 천재가 되어버린단 말입니다. 저 천재인거 비밀이니까 절대 널리알리지마시고 마음 속에 간직해주세요. 사실 저는 그냥 책콴자입니다. ㅠㅠㅠㅠㅠ

문제해결에 관심이 있는 수하님은 이제 곧 훌륭한 사상가가 되실 분이라 생각하고 2040년을 향해서 우리 씁시다. 저는 저 자신의 문제 해결에 골몰하겠지만 ㅋㅋㅋㅋ

*무수한 한풀이*에 대한 *강박* 저는 좀 슬퍼요. 저는 좀 슬픕니다. 언니들이 그렇게까지 아파하고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지는 몰랐어요. 젊은 넷페미니스트들 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읽는 분들이신데 조심스럽기까지 하시다니. ㅜㅜㅜ 하긴 저도 그래요. 저도 쓰면서 매일 고민하고 매일 견줘요. 쓰지 않는 부분이 쓰는 부분보다 더 많고 내 고통이 전시되는 방식으로 페미니즘이 소비되지 않기를 바라요. (그 부분에서 임신중지 페이퍼와 일맥상통합니다.)

실컷 쓰시라고 말하고 싶지만, 세상은 쓰는 사람보다 읽는 사람이 훨씬 없어요. 저는 읽는 사람들이 쓰는 글을 원해요. 그리고 읽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노동인지를 아는 사람들의 글을 원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알라딘 서재는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거든요.

공유해주신 장춘익 선생님의 지적은... 이미 너무 과로하는 사람들이 좀 편하게 사는 게 왜 나뻐? 편해야지 사유도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다른 영역에서도 신뢰받기 위해서 고생 해야하는 가? 좀 편해지면 안되는가? ㅋㅋㅋ) 저는 내 안의 노동중심주의와 자기계발의지를 항상 짜증스러워하는 인간이지만.... ㅋㅋㅋ 4차 산업혁명도 왔대고 이왕지사 이렇게 된거 모두가 태업하고 파업하며 *관대*하게 페미니즘 책이나 읽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 믿습니다.

그러니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쓰기나 합시다 ㅋㅋㅋㅋ 제가 찐천재로 인정하는 다부장님이 그런 글을 남기셨어요. *꾸준함은 힘이 세다* 꾸준하게. 2040년의 우리는!

건수하 2022-09-13 06:24   좋아요 0 | URL
사상가요…?;; 그런 답을 책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랄뿐 제가 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들고요.. (전 천재가 아니기 때문..)

내 고통이 전시되는 방식.. 맞아요 사람들은 구체적인 이야기에 더 몰입하니까요. 그래서 이렇게까지 써야하나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도 알라딘 서재가 그래서 좋아요. 지금은 주로 저와 취향이 맞는 분들 서재만 놀러가고 있는데 그만큼만 해도 벅차서 친구를 많이 늘리고 있지 않는데.. 사실 여기에도 전체 회원 중 ‘쓰는 사람’은 극히 일부인 것 같지만.

그런데 우리가 서재에서도 관심갖게 되는 계기가 있잖아요. 내 경험만 주구장창 쓰고 소설이나 다른 책 얘기가 없는 사람, 있어도 아주 짧고 자기 생각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에게 관심이 생길까요? 안 그래도 읽을 글이 많은데? 저는 장춘익 선생님 글 원문을 읽은 건 아니지만 (2022년 신간이길래 읽어볼까 해요) 그 정도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꾸준함이라는 덕목이 제게 아주 부족하지만… 여러분들과 함께라면! 불끈 ㅎㅎ

공쟝쟝 2022-09-13 07:51   좋아요 1 | URL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부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하는 사람을 사상가, 철학자 라고 부르지 않나요? 꼭 전공자여야 철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ㅋㅋㅋ (천재는ㅋㅋㅋ 생각해봅시닼ㅋㅋ 분명 천재여야 사상가가 되는 거 같긴 한데 그럼 좀 안될거 같음 ㅋㅋㅋ)
아니 그냥 저는 페미니즘에게 너무 큰 윤리의식 부여하는 순간 또다른 의미의 코르셋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ㅎㅎㅎ 여자 노동 안보이게 만들고 그걸로 세상 굴리는게 가부장제 자본주의고 그거 유지할라고 코르셋채우고 히잡씌우는 건뒤 ㅋㅋㅋ 거기에 여자들이 좀 편하게 살자고 하는게 페미니즘이고 대중화된 이유기도 한 건데 ㅋㅋㅋ 막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러면 안하고 싶죠 ㅋㅋㅋㅋ
자기계발서들은 이 미친 자본주의에서 너.도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거에 비함 매력 떨어지잖아요 ㅋㅋㅋㅋ
하지만 분명 의미있는 지적이라서 그게 되는 사람은 억울해하지말고 하면 될거 같습니다 ㅋㅋ!! 불끈!!!

건수하 2022-09-13 09:14   좋아요 1 | URL
기여를 못할거 같아서? ㅎㅎ 그래도 자기만족하며 읽을거예요 ㅋㅋ

공쟝쟝 2022-09-13 10:53   좋아요 0 | URL
야쓰! 자기만족! 자기중심! 💕💪💪

그레이스 2022-09-14 0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솔직하시군요
모순과 분열이 글을 쓰게 한다!
저의 경우 모순과 분열은 글을 못쓰게 하는 걸림돌인데...^^

공쟝쟝 2022-09-14 10:51   좋아요 1 | URL
아하…!!! 모순… 그걸 걷어내는 글쓰기 역시 가치있죠 ^^ 만가지의 사람 만가지의 글쓰기…. 솔직… !!

독서괭 2022-09-15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이 글 너무 좋아요. 덧붙임 부분 보니까 나한테 하는 말인가!! 싶은 착각이 드는데 ㅋㅋ 제가 좋아요 눌러놓고 이렇게 긴 글은 폰으로 읽기가 힘들어서 ㅋㅋ 하지만 피씨로 서재 들어올 기회가 빨리 안 와서 이제야 제대로 읽었네요.
‘기혼 유자녀 페미니스트 여성‘(너무 길어서 위에 가서 찾아보고 옴;;)으로서 모순과 분열, 하니 딱 떠오르는 것은 페미니스트라고 하기 어려운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이예요 ㅋㅋ 예전에 어떤 비혼 동생도 저에게 물었었어요. 남편 만날 때 페미니즘 이야기를 했었냐? 저는 남편 만날 때만 해도 페미니즘에 눈을 못 떴던 상태라 그땐 딱히 신경쓰지 않았어요. 페미니즘에 눈을 뜨고 보니 남편은 페미니스트가 아닌 것 같다고 깨달았 ㅋㅋ 하지만 저는 말로만 여성의 권리가 평등이 어쩌고 외치면서 집에서는 드러누워 있는 남자보다는 그 반대가 배우자로서 훨씬 낫다고 생각하므로 남편에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ㅋ 일단 내가 페미니스트로서 갈고 닦으면(?) 남편도 영향을 받으려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늘 성찰하고 분투하는 쟝쟝님, 천재 맞다!

공쟝쟝 2022-09-16 18:11   좋아요 1 | URL
하하, 괭님을 특정해서 쓴 글은 절대로 아닙니다!!!!!
마지막 문단에 공감합니다. 어디 주워들어가지고 책 몇권 읽었다고 입으로 페미니즘 이야기하면서 맨스플레인 하는 남자 (전 남페미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ㅋㅋㅋ 몸이 다르니깐요.) 보다는 현실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한 협상이 가능하고, 몸 가짐을 조신히 하며 (남자들이 더 조신해야합니다), 여성을 ‘섹스‘가 아닌 같은 ‘인간‘으로 보고 존중하는 그정도 수준의 인간적임만 갖추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성매매를 하지 않아야 하고, 성매매하는 남자들이랑 놀면 안되는 데. 저는 그 기준에 맞는 남자 사람을 아직 한명 봤고 친하게 지냅니다. 하하. 배우자님을 잘 아주 잘 훈련시켜주시길 바랍니다. 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7 21:57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댓글에 폭풍 공감…

특히 말로만 여성의 권리가~ 부터요. 요즘에 저 막 시키고 저는 책읽고 그러고 있답니다 그리고 <악어 프로젝트> 이런거 읽으라고 던져 주고요.

2022-09-16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6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7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7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8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10-07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축하드려요 ㅎㅎ 무슨 책 사실지 궁금합니다 ㅎㅎ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10-07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좋다하셔서 샀습니다 ㅋ
축하드려요 ~~

서니데이 2022-10-0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