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들

To. 똑똑이 난티나무님을 비롯해 열심히 *공부*하는 저의 도반님덜께 모처럼 제 필사노트에 남아 낡아가던 문장들을 공유해봅니다. 


(99) 예나 지금이나, *‘똑똑한 여성’은 ‘특이한 여성’을 의미*한다. 남성사회는 여성이 언어를 갖는 것, 똑똑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여성들도 원치 않는다. 프란츠 파농이 온몸을 떨면서 간파했듯이, 흑인은 백인의 타자이며 동시에 흑인의 타자이다. 여성의 타자 역시 여성이 아니라면, 이미 가부장제 사회가 아닐 것이다. ...

(101) 그러나 반대로 억압받는 자의 시각에서 기존 사회를 보면, 이들의 타자성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력과 지성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이 된다(이것이 바로 모든 탈식민주의 사유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주류의 언어를 규범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익힐 수록 이들은 더욱 열등해지지만, *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노동에 근거하여 자기 언어를 갖기 시작하면 말할 수 없이 ‘똑똑해진다’.* 저항할 수록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102) 여성에게 (기존) 언어가 없다는 사실은, 이처럼 인식론적 *특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기 경험과 지배 언어 사이의 갈등과 분열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새로운 언어를 생산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모든 인식, 특히 새로운 언어는 현실에 의문을 품을 때에만 생성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100)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혹은 지금은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훗날 독자가 될 수도 있는 누군가에게 하는 행위이다. 너무 민감하고 개인적이고 흐릿해서 평소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를, 가끔은 큰 소리로 말해 보려 노력해 보기도 하지만, *입안에서만 우물거리던 그것을, 다른 이의 귀에 닿지 못했던 그 말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적어서 보여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그건 글쓰기를 통해 공유되는 고독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 눈앞의 인간관계보다는 깊은 어딘가에서 홀로지내는 것 아닐까?* 그것이 둘 만으로 구성된 관계일지라도. 말이 전하기에 실패한 것을 글이, 아주 길고 섬세하게 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나는 침묵에서 시작했다. 읽을 때만큼 조용하게 글을 썼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내가 쓴 것을 조금씩 읽었다. 몇몇 독자들이 나의 세상으로 들어오거나, 나를 그들의 세상으로 끌어들였다. 


-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186) 이런 점에서 공부는 곧 태도다. 배움의 태도란 결국 자기 자신과 대상을 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세상을 대하고 집중하고 그 집중을 지속시키는 나의 태도를 알아가는 것이 바로 자신에 관한 앎이다.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은 곧 자기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알아간다는 말이 된다. 

(216) 이 시대에 성장의 기쁨을 느끼는 것은 괴로움을 감수할 때만 가능하다. 자칫하면 고립되고 외로워질 수 있다. 

(217) 나의 기량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이 성장이라면, 성장이 있는 삶은 기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는 이렇게, 성장을 통해 기쁘게 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공부의 목적은 재미가 아니라 기쁨이다.*

- 엄기호 <공부 공부>


(138) 인생 공부를 포함해 공부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일상, 읽기, 여행, 경험과 그 해석, 인간관계, 쓰기……. 그중에서도 나는 ‘쓰기’가 공부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 쓰기가 최고의 공부이자 지식 생산 방법인 이유는 쓰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 글을 쓰다가 막히거나 진도가 안 나가는 상황이 있는데, 이는 거기서 멈추고 다시 질문해야 한다는 좋은 신호다. 이럴 때는 글쓰기를 정지하고 모든 것을 재점검해야 한다. 쓰다가 길을 잃은 느낌이 드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 정희진,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물론 다 넘 좋은 책들이기 때문에 다들 읽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뭐, 이런 책들, 다 읽지 않나요? ㅋㅋㅋㅋ 


난티님의 격렬한 질문에서 나와 비슷한 똑똑함을 알아본다 ㅋㅋㅋ 임신중지 페이퍼에서 똑똑이 비타님과 똑똑한 수하님이 모성이 특권이 될 수는 없는 건가? 고민하셨는 데, 가부장제에서 모성이 특권이 될일은 절대 없지만... 모성의 위치에서 겪는 분열하는 삶에 대한 인식을 새로운 언어로 쓰는 것은 *인식론적 특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니 언냐들, 쓰시기를. 이미 쓰고 있지만, 써요, 써!! 그리고 분열 없으면 좋은 글 안나옴 ㅋㅋㅋ 


솔닛, 읽고 쓰는 사람은 고독과 친해져야 하나보다. 그런데 고독도 연대의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나니 그것이 독서라고. 아 역시 솔닛 넘 좋아. 너무 좋아. 


*공부의 목적은 기쁨이다* 라는 말이 되게.. 되게 좋게 들린다. 하하하하하!!!

엄기호는 이 책에서 성장의 핵심은 *연속성* 이라고 말한다. 문학이 삶에서 중요한 이유는 서사에 관한 감각을 키우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배우는 이의 삶 수준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것을 공부의 시작점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 그게 공부 잘하는 방법이구나. 그나 저나 오랜만에 떠들러 본 이 책들에 자기 배려 푸코가 또 등장하네, 그땐 몰랐는 데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오는 데..? 역시 참 지성인은 또 푸코를 읽어야 하는가… (그만해ㅋㅋ)


그런데.. 희진 샘 신간은 방금 막 추가해 보았는 데... 글... 쓰다가 길은 언제나 잃는데…….. 글쓰기를 정지하고 모든 것을 재점검할 요량은 없으니 난 그냥 쓴다. 막쓴다. 잘쓰고 싶어서 안쓰는 것 보다는 일단 막쓰는 게 좋지 않을까? 미래의 나여, 보고 있나? 부끄럽지? 근데 미래의 나는 이걸 보면서 나의 성장을 알아봐서 좀 기쁘지 않을까? 암튼! 미래의 나는 그 때 쯤엔 좀 잘쓰기 위해 막쓰기를 고치는 훈련을 하고 있길 바란다! 난 이제 놀아야지 ㅋㅋㅋ 암튼 읽기 쓰기 공부 엑기스만 뽑아서 모아 봄. 연휴가 가고 있어서 초조하다!!! 다음에 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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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식론적 특권, 과정의 사유, 구원이 아닌 공부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09-12 13:35 
    0.“기혼 여성이 페미니스트일때 내적 갈등이 더 심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힘든 점이고요..비혼 비출산이 현실적으로 가장 개인에게 깔끔한 선택이지만 출산이라는게 여성의 의무만이 아니라 하나의 권리이자 특권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면 특권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게 하나의 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수하님이 말씀하셨고.“버릴 수 없고, 버리고 싶지 않은 내 삶의 조각들을 다 부정하는 게, 부정하라고 말하는 게 페미니즘은 아니라
 
 
난티나무 2022-09-11 0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었음에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역시 한번만 읽으면 안 되는 게 책!!! 다시 읽어야지!!! 그때와 지금 다가오는 문장들이 또 다르겠죠?
아 솔닛… 저 네 권 읽었는데 <멀고도 가까운> 안 읽었어요. 이거도 읽어야 겠다…
정희진샘 새 책은 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앞도 좋고 뒤도 좋네요!!!!! 맞는 말이다 정말 맞는 말이여!!!!!!!
이렇게 끝, 하면 엄기호 책 섭섭할까 봐 한번 언급하고 ㅋㅋㅋ
특이한! 인식론적 특권! 아아 뭔가 뭉실둥실 떠오른…다아…

기쁨, 똑똑함, 도반, 공부, 특이한, 상상력, 지성, 인식론적 특권, 분열, 새로운 언어, 글쓰기 ✍️!!!!!!!!!!!

공쟝쟝 2022-09-11 10:40   좋아요 1 | URL
ㅋㅋㅋ 역시 동족이야 ㅋㅋㅋㅋㅌ ☺️ ㅋㅋㅋㅋ 단어 키워드 매우 적절 😍

책읽는나무 2022-09-11 0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리베카 솔닛 저 책 읽으면서 넘 좋아서 아마도 처음으로 책에 밑줄 긋고 라벨도 붙였던 책으로 기억함에도 불구하고, 책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잠깐 소름 돋았네요???ㅜㅜ

‘똑똑한 여성‘은 ‘특이한 여성‘.....🤔
음...의미심장한 언어라고 생각되어지긴 한데...특이함이 정말??? 그런가요??ㅋㅋ
저는 <임신중지>를 완독 당시엔 그래~ 그렇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계속 깊어지고, 뭔가 찝찝하고 해결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책이 <임신중지> 책이 아닌가? 싶어요. 아마도 모성을 건드리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쟝님글을 읽다가 모성이 특권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란 문장이 눈에 확 들어 오네요. 모성이 특권이 되다!!!
특권이 된다면? 또 결과는 많이 달라질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는...
특권, 특권....^^;;;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공쟝쟝 2022-09-11 10:44   좋아요 3 | URL
하하! 그런 사회는 아마 가부장제가 뒤집어진 사회일 텐데 가능하지도 않지만 원하지도 않으시겠죠? ㅋㅋㅋ
현실에서 인식론적 특권은 누려볼 수 있으니, 가진 자리에서 자신의 글을 쓰시는 것을 지지하고 독려합니다💕
특권이 된 결과를 써보는 것도 훌륭한 문학작품이 될 수 있겠네요!
책나무님 저도 임신중지 읽고 한뼘 성장한 기분입니다!!! 생각이 참 깊어져 벌임 ㅋㅋㅋ

얄라알라 2022-09-11 13:32   좋아요 2 | URL
ㅎㅎ책읽는 나무님,
다들 9월 도서 읽으시는데
전 지금도 <임신중지> 3장 정리 중입니다.


쟝님, 페이퍼 제목 보자마가 격렬하게 클릭하고 싶었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9-12 07:58   좋아요 2 | URL
열심히 그리고 의미있게 임신 중지 읽고 계시는 얄라님 파이팅!!!
얄라님 덕분에 계속 또 생각하게 되어 좋아요^^

공쟝쟝 2022-09-12 14:29   좋아요 1 | URL
헤헤, 어렵쥬? 얄라님 어려워요 ㅜㅜ 맞아요 ㅜㅜ 페미니즘.... 근데 진짜 너무 어렵지만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부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내 언어로 꼭 다시 써봐야하는 것 같아요. 제 경우는 도저히 못읽겠는 책들은 아직 내것이 아니다 하면서 퇴각 쉽게 하는 데, 같이 읽는 책은 그래도 꾸역꾸역 읽게 되더라고요ㅜㅜ 한달에 한권이 좀 많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놔야 또 다음 권까지 늘어지지 않고. 암튼 지각생이지만 저는 지각하는 모범생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읽는 얄라님의 마음에 청심환 하나 놓아드리고...ㅋㅋㅋ 리뷰 기다릴게요!

수하 2022-09-11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가부장제 해체를 목표로 합니다 ㅋㅋ

아는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말을 서재에선 할 수 있죠. 그게 글쓰기의 묘미… 솔닛 전에 읽을 때는 힘들었는데 (위의 인용구만 보면) 다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똑똑한 공쟝쟝님도 저에게 기쁨이심을 수줍게 고백합니다. 함께 읽고 나누는 다른 분들도 모두.

공쟝쟝 2022-09-12 14:31   좋아요 1 | URL
똑똑이 수하님께 수줍게 고백 받으니까 심장이 막 나대요 ㅋㅋㅋㅋㅋ 아 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정작 다른 솔닛들은 잘 못읽어 봤어요. 오로지 멀고도 가까운만 백번 파도 백번다 좋아요 ㅋㅋㅋㅋ

등롱 2022-09-11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리베카 솔닛을 제외하고는 전부 담아둔 책들인데… 리베카 솔닛의 글쓰기에 대한 글도 너무 좋네요, 얼른 담으러 가야겠어요. 정희진 책들은 책장에 아직 꽂혀만 있고 읽지를 않았네요 어이구…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라니! 이 통찰력! 너무 좋네요.
글쓰기는 침묵하며 혼자 하는 행위지만 서로의 세상으로 끌어들인다니 … 절묘해요 ㅠㅠ

공쟝쟝 2022-09-12 14:32   좋아요 0 | URL
ㅜㅜ 어휴 등롱님~ 우리 같이 바쁜 사람들(?)은 어려운 책들보다는 틈틈이 에세이가 딱입니다 ㅋㅋ 그런 의미에서 한페이지 밑줄 백개 나오는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추천한 내가 또 자랑스럽네 ㅋㅋㅋㅋ ㅋㅋㅋ

바람돌이 2022-09-12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심사숙고해서 쓰야지하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시작하는데 그걸 계속 쓰려면 머릿속에 뭔가 밑천이 더 있어야해요. 근데 내 머릿속에는 없어. 그러니까 할 수 없이 아무말이나 막 쓰다가 그냥 어정쩡하게 글이 끝나요.
근데 여기에는 내가 글을 막 써도 내 머릿속에 들어온것처럼 내 말을 알아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나보다 더 내 머릿속을 더 잘 안달까? ㅎㅎ 그러니까 또 신나서 막 대충 쓰도 돼. 다 알라주잖아 이런면서 또 막써요. ㅎㅎ
생각을 나누고 글을 쓰서 공유한다는 것의 즐거움이 글을 쓰는 괴로움보다 커다는 것을 요즘 막막 느끼고 있어요. ^^

공쟝쟝 2022-09-12 19:39   좋아요 0 | URL
우리의
바람
돌이
님과 함께 읽고 쓰게 된 것이 매우 기쁘고 즐거울 따름입니다!! ^^ 여기서 읽고 쓰는 여성들이 공명할 수 있는 건 우리의 머릿속이 아니라 우리의 몸이 겪은 상황과 경험들에 공통점이 많은 것이겠죠. >_<
그런 의미에서 ˝잘 쓰지 않을 거면 쓰지 말라˝라는 종류의 언설도 언어를 독점한 가부장제 남성들의 주문이 아닐까요? 지들도 음청 못쓰던 시간이 있었을 꺼고, 그 시간들은 온통 여성들의 노동에 기대면서 살았을 겁니다 ㅋㅋㅋㅋ 저는 가끔 고흐편지 생각하는데요, 그 사람도 자기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못그리는 것 같아서 괴로워해요. 언제나 가장 아름답고 이상적인 글은 내 머릿속에 있고, 나의 글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죠 ㅋㅋ (위로인가? 위로다!!)
그러므로 아무말이 아닙니다. 그 시점의 바람돌이님한테 필요한 말 일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계속 아무말 대잔치 합시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