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내내 빗소리 바람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니 나무가 부러져 넘어가 있는게 보인다. 피해는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지하주차장 입구쪽으로 쓰러져 지하주차장 차량들이 오고가고하는게 불편할 것 같다.
6시30분 남편 밥상을 차려주었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밥상이라며 밤새는 것도 나쁘진 않군. 그런다. 아이들도 함께 밥 먹겠다고해서 아이들 밥도 놓아주고 햄 몇조각 구워주었다. 7시10분 남편이 나갔다. 아이들은 아빠가 있을때보다 엉터리로 밥을 먹기 시작한다. 정전될 것 같아 얼른 먹으라고 재촉하지만 아이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7시20분, 정전되었다. 갑자기 어둠이 몰려오자 아이들이 겁을 잔뜩 먹었다. 현수는 도깨비 나올까봐 무섭단다. 아무래도 오늘 집에서 쉬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어린이집, 유치원 가지 말자고 말했다. 현준이는 안가겠다는데 현수는 굳이 가겠단다.
일하러 나갔던 남편은 도로 중간에 쓰러진 나무때문에 다시 집쪽으로 차를 돌려 다른 길로 사무실로 나갔지만, 결국 오늘은 일이 될 것 같지 않다며 집으로 돌아왔다. 덕분에 아이들 데려다주는 몫은 아빠. "엄마, 다녀오겠습니다."하고 큰소리로 인사하고 입맞춤하고 집을 나서는 아이들, 안 갔으면 좋겠는데......결국 현준이도 마음 바뀌어 유치원에 간단다.
바람은 여전히 나뭇가지를 흔든다. 어제 밤부터 모아놓은 재활용품들을 정리하시는 경비아저씨도 보이고, 저러다 병나시는 거 아닐까 걱정된다.
정전, 지하철 중단, 도로 곳곳 간판이 떨어지고, 나무가 부러지고...... 이런날은 집에 가만히 있으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모두들 일터로 나간다. 안쓰럽다. 조선시대에는 비오는 날이 공휴일이었다는데 가끔 그 시절 비오는 날이면 모두들 약속한 듯 일터로 나가지 않아도 되었으니 자유로웠을 것 같다. 비오는 날 도포자락 휘날리며 일터로 나갈 양반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우습다. 갓 위에 도롱이를 뒤집어 쓰지도 못할테고 감히 체면 상할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날엔 모두들 집에 있으면 좋겠다. 괜시리 돌아다니다 사고날까 걱정되는 날이다.
시댁 부모님께 피해 조심하라고 전화드리고 친정 부모님께 돌아다니시지 말라고 당부 전화를 드렸다.
모두들 곤파스를 피해 사고 없으시길 빌고 또 빈다.
아차, 광주...번개 맞아 피해가 있다는데 순오기님 동네는 아닌지 모르겠다. 순오기님 괜찮으신거죠?
후애님 출국 앞두고 태풍때문에 괜시리 조바심 나실까 걱정이다. 오늘 하루면 태풍이 지나간다고하니 애태우지 마시고 마음 편안하게 건강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