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미술관에서 권진규전이 열리고 있다.
교과서에 실린 지원의 얼굴로 널리 알려져 있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터라
왠지 내게는 자코메티의 조각과 연결되어 슬픔의 작가로 기억되어 있었다.
실재 본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단연 비구니였다.


춘엽의 비구니
본인의 얼굴을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뭐 누구의 얼굴이든 비슷비슷했지만)
그 간결한 선과 그 선이 자아내는 단아하지만 내면에 간직된 힘이 느껴진다.
동양미라고 하는 것이 아마 이런 것이리라.
그의 스승이 사사한 부루델의 활 쏘는 사람이 드러내는 육체적 힘과 비교하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부르델 활쏘는 사람
그리스 초기 작품을 연구해서 그런지 부조와 말, 동물을 이용한 작품들도 재법 있었는데 그렇게 익숙한 주제를 자기답게 풀어낸 그의 작품에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이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서 웃었다. 내가 권진규를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나 보다.

포스터에도 함께 담긴 작품이다.
힘과 간결함이 느껴진다.
작가의 작품을 한곳에서 보지 않았다면 결코 그가 얼마나 재능있는 작가였는지 알 수 없었으리라.
스케치를 보면 화가의 재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의 선들은 한치의 주저함도 없다. 마치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아는 듯 하다. 그가 천재작가로 불리는 이유를 이제야 수긍한다.
참 귀한 기회였다. 좀 더 자주 그의 작품을 접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