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언제나 국민티비 김용민PD의 조간브리핑을 듣는다.
일년도 넘은 버릇인데
오늘은 처음으로 고만 울어버렸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법률대리인이었던 권영국 변호사의 글을 읽다
읽는 김용민 PD도 울고 듣는 나도 운다..
사람들은 배가 떠났다고 흔히 말한다. 난파선이 출발했다고 포기한다. 그런데... 우리가 바로 그 난파선 안에 타고 있다. 배가 떠나고 남겨진 이들이 아니라 그 난파선에 타고 있는게 우리다. 그래도 떠났다고 말하며 포기하겠는가.
오늘은 이런 생각을 하며 권영국변호사의 글을 옮긴다.
졌다. 쌍차 정리해고 사건 대법원에서.... 노동자들 이기고, 올라간 사안은 파기환송 판결, 노동자들 지고 올라간 사안은 상고기각 판결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패장은 말이 없다고 했지 않은가? 대법원에 일말의 기대를 했다는 자체가 너무 부끄럽고 참담하다.
그들은 판결 이전에 서초경찰서에 경비 병력을 요청했고, 법정 출입문 앞에서 마치 공항처럼 검문을 하고 출입을 허용했다. 나아가 법정에서 법정 경위는 캠코더를 노동자들 향해 겨누고 있었다. 이미 주변 상황과 징후는 노동자 패소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도 미련하게 법정에 앉아 선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패소...그 결말은 단 몇 초의 낭독으로 끝이 났다. 출입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청난 기자들과 카메라들...우리 사회에 혹은 사법부에 무언가 기대를 걸고 있다는 증표였을까... 여기저기서 (해고 노동자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6년간의 고난에 찬 투쟁의 기억들이 한꺼번에 되살아났다. 오늘로서 나는, 천민자본과 이를 옹호하는 권력의 카르텔이 너무도 강고한 이 땅에서 노동자들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겠다는 망상을 버리기로 한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에서 보여준 대법원의 판결은, 이 땅의 사법부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 권력과 자본, 그들이 주도하는 기득권 질서를 비호하고 정당화하는 제도적 폭력임을 깨닫게 한다.
판결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보겠다는 미련 같은 것이 남아 있다면 이제 털어버리자. 합리적인 주장과 비판마저 종북과 반사회행위로 몰리고 공권력의 횡포에 항의하는 행위마저 징벌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궤변과 같은 현실은 진실로 우리에게 절절한 대오각성을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고상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러나 강요된 침묵으로 고요한 법정에서의 환상은 오늘로서 충분하다. 세치 혀로, 서면 공방으로 뭔가 하고 있다는 마약같은 위로와 환상에서 벗어나야겠다.
생각한다. 이 땅을 우리 후손들에게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민중이 진정으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모색을 새로이 시작해야 한다. 기존의 서푼도 안 되는 입지와 정파적 이해를 모두 던져버리고 반생명, 반문명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 요구된다
세상을 바꾸지 않는 한 정리해고 된 노동자들과 그 가족의 고통을 멈출 수 없다. 세상을 바꾸지 않는 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숨을 멈출 수 없다. 세상을 바꾸지 않는 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유가족들의 진실에 대한 갈망을 풀 수 없다
우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누어져서 자신의 발등만을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전체 숲을 보며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새로운 정치적 모색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교체기를 맞이한다고 해도 우리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소송대리인으로서 동지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사명을 다하지 못한 부족함에 그저 죄스러울 뿐이다.
2014. 11. 13. 오늘로서 나는 사법정의에 대한 환상을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