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미술관에서 권진규전이 열리고 있다. 

교과서에 실린 지원의 얼굴로 널리 알려져 있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터라  

왠지 내게는 자코메티의 조각과 연결되어 슬픔의 작가로 기억되어 있었다. 

실재 본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단연 비구니였다. 




춘엽의 비구니

본인의 얼굴을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뭐 누구의 얼굴이든 비슷비슷했지만) 

그 간결한 선과 그 선이 자아내는 단아하지만 내면에 간직된 힘이 느껴진다.

동양미라고 하는 것이 아마 이런 것이리라. 

그의 스승이 사사한 부루델의 활 쏘는 사람이 드러내는 육체적 힘과 비교하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부르델 활쏘는 사람

그리스 초기 작품을 연구해서 그런지 부조와 말, 동물을 이용한 작품들도 재법 있었는데 그렇게 익숙한 주제를 자기답게 풀어낸 그의 작품에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이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서 웃었다. 내가 권진규를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나 보다. 



포스터에도 함께 담긴 작품이다. 

힘과 간결함이 느껴진다.

작가의 작품을 한곳에서 보지 않았다면 결코  그가 얼마나 재능있는 작가였는지 알 수 없었으리라.  

스케치를 보면 화가의 재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의 선들은 한치의 주저함도 없다. 마치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아는 듯 하다. 그가 천재작가로 불리는 이유를 이제야 수긍한다.

참 귀한 기회였다. 좀 더 자주 그의 작품을 접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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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re 2010-01-2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넘 귀엽죠 ^^ 이거 보러가야겠어요 친구랑~ 요즘은 그닥 전시가 없어서.
해외에서 오는 대형전시는 당기지가 않고요.

무해한모리군 2010-01-28 16:23   좋아요 0 | URL
일단 해외에서 온 녀석들은 개학하고 나서 --;;

피오래님 후기를 기대해봐요.
저는 아무래도 이런 쪽엔 식견이 없어서요.

fiore 2010-01-28 22:49   좋아요 0 | URL
다녀온다한들 제 후기는 .. 후질 거라능;;

무해한모리군 2010-01-29 08:57   좋아요 0 | URL
후진게 어딨어요ㅎ

후애(厚愛) 2010-01-2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집니다. 저도 가서 보고싶네요.^^

무해한모리군 2010-01-28 16:22   좋아요 0 | URL
미국에 훨씬 훨씬 좋은 미술관들이 많은걸요.
돈이 있는 곳에 예술이 있다~

비로그인 2010-01-28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님에게는 늘 에너지가 넘치시는듯!! 아마 저 무표정 인물상들도 구경하는 휘님 보면서 몰래 웃지 않았을까.. 싶네요 ^^


무해한모리군 2010-01-28 16:21   좋아요 0 | URL
그런 사진도 있는데... 몰래 폰카로 찍은.. ㅎㅎㅎ
인물상들이 쭉 늘어져 있는 앞에
제가 면접 보듯이 앉아있는 모습을 폰카로 찍은 ㅋㄷㅋㄷ

blanca 2010-01-2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보니까 마음이 그냥 잔잔해집니다. 이렇게 여기저기 다양한 문화생활을 풍부하게 체험하는 휘모리님이 또 부럽구요

무해한모리군 2010-01-28 16:20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싱글이고, 휴일이면 밖으로 나가고 싶어요..
하루 종일 사무실에 갖혀있다보니 그런지 ㅎㅎ

Mephistopheles 2010-01-28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하여 일부 예술가들은 피카소처럼 벽에 X칠하며 세속적으로 살질 못할까요?

무해한모리군 2010-01-28 16:19   좋아요 0 | URL
너무나 예민해서 그런게 아닐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