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전두환 - 전2권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화해가 가능하려면 학살자를 학살자라 부르는 것이 가능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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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5-2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놈의 헛소리를 들었더니...

<이후 박 씨는 “개인적으로 화가 나서 막말 좀 했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게 됐다”며 “누구를 지지하고 안 하고를 떠나 학살자라는 말에 아직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김여진 이외의 분들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고 사과한 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자문위원직을 사퇴했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게 느껴진다... 역겹다 --

람혼 2011-05-21 11:55   좋아요 0 | URL
저도 "미친 X" 때보다 오히려 바로 저 해명(이랍시고 한) 답변에 더욱 크게 분노했었습니다. 학살자라는 말에 그 잡놈의 기분이 안 좋았던 이유는, 아마도 그가 바로 그 학살과 학살 이후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은 일종의 역사적 공범자였기 때문이겠죠. 온갖 병신들이 무섭게 창궐하는 요지경 세상입니다, 여전히.

무해한모리군 2011-05-22 20:1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람혼님
사유의 악보를 잘 보기만 하고 너무 어려워서 리뷰는 못쓰고 있습니다 ㅠ.ㅠ

벌써 다른 나라같으면 총을 맞거나 돌을 맞거나 해서 죽었을 인사가 버젓이 어른 행세를 하고 다니니 죽고나면 세금으로 기념관 짓겠다고 하지 않을지 벌써 걱정입니다.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현재 역시 이그러지게 마련이라는 걸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허망한 죽음에 억울하다는 생각만 든다.   

재보궐 선거 지원을 나갔다 오시는 길에 교통사고라고 들었다. 

올해의 시작에 하셨던 인터뷰의 마지막 구절을 옮겨온다.

"현재 학생운동이나 청년운동, 농민운동을 보면 휴업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거든.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가 하면, 사회 개량화라는 측면도 있기는 하겠지만, 정치사상적으로 보면 이들이 변혁운동의 전망을 못 보고 있다는 것이거든. 희망이 없잖아. 희망이 있어야 운동을 하는데, 그게 없으면 운동을 못하는 것이거든. 곧 있으면 혁명세상이 온다는 확신을 가져야 해. 힘차게 준비해야 되거든. 그런데 그러면 이전에는 못했냐 하면 그건 아니야. 이제 우리 세상이 온다는 카운트다운을 남겨 두고 있는데, 이제 와서 놀고 있는거야. 놀지 말고 빨리 힘을 내서 준비해야지. 지금과 같은 때가 언제 다시 올지는 모르는거야."

http://www.vop.co.kr/A00000350511.html 

추모게시판

 http://kdlp.org/chumo_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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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5-1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은 왔어. - 문익환 목사님

조선인 2011-05-1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통사고 나신 줄 몰랐기에 금요일 저녁 처음 소식을 듣고 기가 막혔더랬습니다.
그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5-16 11:01   좋아요 0 | URL
저도 위독하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큰 어른 빈자리가 너무나 클 듯 합니다.

Mephistopheles 2011-05-1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요상하게 돌아가는 세상이라고 밖에...빨리 떠야 할 양반들은 벽에 X칠하며 살 기세들이고 오래오래 남아 계셔야 할 분들은 빨리도 가시는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글샘 2011-05-16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하나 떠나시는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바라 2011-05-17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봽지는 못했지만, 정광훈 의장님 하면 언제나 집회현장에서 '아워 워드 이즈 아워 웨폰'이라고 외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바람구두 2011-05-1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변함없이 진지한 모습이군요.
저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바람 2011-05-1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세상에~
 

 혼인하고 달라진 것은 오직 하나 경조사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솔직히 정신없을 정도다. 주말이면 두꺼운 책을 붙잡고 읽어보려고 발버둥쳐야하는데 이번 주말은 날도 좋고 나들이도 많아서 추리소설 세권을 먹었다. 

 어떻게 나이들고 싶은가? 나는 고운초이야기의 할머니 탐정처럼 늙고 싶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오래된 잡화점을 나이 쉰이 넘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커피콩과 다기를 파는 가게로 일신할 만큼 추진력이 있으며, 새로운 집들이 생겨서 낯선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이 끈적한 이웃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와 좋다고 말하는 쿨한 할머니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일흔이 넘은 나이에 매일 동네를 돌며 쓰레기를 주울만큼 건강하고, 주변의 어려움을 모른척 하지 못하는 따듯한 마음의 소유자이고,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여전히 곱게 차려입고 싶고, 몸이 불편해진 친구를 살뜰이 챙기며 수다떠는 천상 여자다.  

 커피콩을 팔며 무료로 커피를 시음할 수 있게 해주는 옛주택에서 나무를 가져와 지은 낡은 가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언젠가 비가 많이 오던 날 유후인에서 들렀던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찻집이 떠오른다. 나도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 일하고 있으며, 멋진 속옷을 챙겨입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고운초 동네에 일어난 사건을 커피집 할머니가 풀어가는 형식의 마음이 살짝 덥혀지는 소품이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는 형사인 아가씨를 모시는 집사가 아가씨에게 말만 듣고는 추리를 통해 살인사건을 단숨에 해결해 버리는 이야기이다. 술과 담배에 관련된 두 사건을 나는 맞추었는데 왜 술과 담배인가 하며 자기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  

 전통추리극 형식에 집사의 시니컬한 말투, 부잣집 도련님 경감의 자기자랑, 아가씨의 이 둘에 대한 짜증이 유머요소다. 

 편애하는 작가 사폰의 작품이다. (그렇지만 주말에 사포라고 잘못말해서 놀림받았다 --;;) 음침한 분위기가 작품 전반을 뒤덮고 있다. 그의 글답게 오래되고 편안한 분위기의 가족이 운영하는 서점, 잊혀진 책들의 보관소, 오래된 타자기와 멋진 서재가 있는 사연이 있는 오래된 저택 등 독서가라면 매혹될 장소들이 속속 등장한다.  

 첫번째 권에는 글쓰는 자의 고통이 절절히 느껴진다. 악의와 선의, 욕망과 좌절이 뒤엉킨 채 주인공의 머리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조금씩 드리워간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뀌는 새벽 내 어두운 마음속과 딱 어울린다.. 

여하간 월요일은 밝았고, 처음 구워본 바게뜨를 씹으며 마음을 꼭 쪼매고 이제는 일하러 갈 시간이다. 멋진 할머니가 될 고민보다 멋지게 오늘 하루도 버티는게 더 시급한 문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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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5-1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을 보고 왠지 휘모리님이 <고운초이야기>를 읽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안그래도 이 책 궁금했는데. 딱 잘라 묻자면.. 사서 보라고 추천하시나요?

왜? 월요일은 피곤한거죠? 목요일쯤 되면 기운이 펄펄 났다가 (주말에 별 신통한 일 할것도 아니면서) 다시 월요일이 되면 시들시들이에요. ㅎㅎ

앗, 방금 팀에서 누가 대리턱을 낸다는 메일이 왔어요. 점심은 순두부+LA 갈비랍니다.. 오후에 다른 팀 앞에서 갈비 냄새를 풍겨줘야겠군요~~~

무해한모리군 2011-05-16 10:53   좋아요 0 | URL
음 그냥 보통이요 ^^
제가 드릴게요!
주소를 주세요 ㅎㅎㅎ

비로그인 2011-05-17 00:03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휘모리님.. 저도 마침 나눠보려던 책들이 있으니 낼 리스트 가르쳐 드릴께 맘에 드는 책 있으심 고르시어요~~

2011-05-18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9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1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1-05-1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사폰의 책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기에 천사의 게임 역시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며 정작 구매조차 하지 않고 있다지요. 바람의 그림자가 너무 좋았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5-16 10:54   좋아요 0 | URL
저는 꽤 오래전에 중고책에 싸게 올라왔길래 구매했으나 이제야 읽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미스테리한 인물에게 성경 같은 책을 쓰라는 의뢰를 받는 이야기라 종교에 대한 문답, 글을 쓰는 사람의 고통 같은 것이 잘 그려지고 있어요 ^^

... 2011-05-16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수께끼는...>를 샀는데 이렇게 아리까리한 평을 써주시다니요..;;;

무해한모리군 2011-05-16 18:21   좋아요 0 | URL
그냥 범작이었어요 ^^

하늘바람 2011-05-1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페이퍼 보니 고운초 할버니 더 빨리 읽고 싶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5-20 10:15   좋아요 0 | URL
가벼운 읽을거리예요.
하늘바람님... 건강이 제일이예요 ^^
 
결혼을 향하여
존 버거 지음, 이윤기 옮김 / 해냄 / 199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좋기는, 더위먹은 사람 입에 한 줌의 눈
좋기는, 바다로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에게 부는 봄바람
더 좋기는, 연인들 침대를 덮고 있는 홑이불 한 장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늙는 것, 일을 잃는 것, 죽음에 다가서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것을 피할 방법은 없다.

스물넷 젊은 그녀는 열렬히 사랑하고 있고, 남보다 빠르게 죽어가고 있다.  

누구나 하는 젊은 날의 아주 작은 실수 - 그러니까 사람에게 쉽게 매혹된...는 그녀를 절망으로 몰아가고 젊은 그녀의 육신 곳곳을 병들게 했다. 

이 소설의 말미에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쌓인 너무나 아름다운 결혼식 장면은 

그 결혼식 이후에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깊은 고통의 시간들 만큼이나 환상적이다.   

이 잔인성이 저지르지 못할 일은 없다. 그리스도에게 육신이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의 육신 역시 뭇 인간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배신당하고, 매도단하고, 버림을 받았지만 그는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의 육신, 창백하고, 가녀리고, 마침내 죽음을 당한 육신은 그의 사랑을 증거한다. - 134쪽 

인생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살아남는 일이야. 죽을 때까지 살아남는 일이야. 아멘 - 179쪽

커다란 고통의 와중에 찬란한 찬라의 인생의 아름다운 정점을 그려내는 것  

고통은 너무 길고 행복은 너무 짧더라도 눈부시게 아름답기에 삶은 견뎌볼만한 것이다. 

딸에게 왜 하필이면 이걸 주시려는 것이지요? 이중주가 끝났을 때, 시계 수리공 안경을 쓴, 나이 많은 쪽이 물었다. 
개똥지빠귀가 매일 아침 내 집 앞 나무에서 노래했어요. 두분께서 만드신 이 피리가, 뭐라고 할까요, 내 딸의 뇌리에 남아 있는 개똥지빠귀에게 말을 걸 수 있었으면 해요.
위안이 되겠지요. 우리도 그래서 이런 것을 만드는 것이고요...... - 65쪽

늙은 작가 존 버거는 이 소설이 낙담해 있는 이들에게 개똥지빠귀 피리가 되기를 원한게 아닌가 싶다. 한국판 저작권료를 전액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 기부한 이 섬세한 소설이 생각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사랑이라는 것도 있다. 너의 경우 사랑은 텅스텐만큼이나 무겁구나. 너는 이 프랑스 여자에게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주고 싶어한다. 그러면 선별하거라. 너는 이 여자를 사랑한다. 여자는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 모두가 죽어가고 있다. 여자는 곧 죽을 것이다. 그러니까 서둘러라. (중략)
옛사람들은 금속은 모두 지하에서, 수은이 유황과 짝을 지으면서 생긴 것이라고 믿었다. 지노, 너도 짝을 짓거라. 그 여자와 결혼하거라. 너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지 바이러스와 결혼하는 것이 아니다. 고철은 쓰레기가 아니다. 지노야, 그 여자와 결혼하거라. -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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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1-05-10 0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품절이라 안타깝군요...

무해한모리군 2011-05-11 08:26   좋아요 0 | URL
네 그리 많이 팔리지 못했나봐요.
1쇄만 찍었더라구요.
저는 운좋게 어디 서점 구석에 박혀있던 것을 발견해서 읽었답니다 ^^

turnleft 2011-05-11 09:59   좋아요 0 | URL
예.. 결국 저도 그냥 영문판으로 주문했어요 ^^;;

무해한모리군 2011-05-12 10:15   좋아요 0 | URL
저도 영문판으로 사서 읽고 싶어요.

dreamout 2011-05-1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을 미혼 여성인 친구에게 선물한 적이 있는데, 제목을 보고 나더러 결혼 언능 하라는 얘기야. 라고 약간 화를 내더군요. ㅋ 그후에 읽어나 봤나 모르겠네요.. 아휴.

무해한모리군 2011-05-11 08:2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글이 너무 아름다워서 조만간 원서로 읽어봐야겠어요..

머큐리 2011-05-1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님 페이퍼를 보다... 이 책을 너무 사람해서 여러 사람에게 사서 보내주던 누군가가 생각납니다.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5-11 08:28   좋아요 0 | URL
틀림없이 좋은 분이셨을거 같아요.
표현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외워버리고 싶었어요.
물론.... 가능하진 않지요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1-05-1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는다는 것보다,
늙고 지치고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못 놓는 욕심 가득한 추악함을 가질까봐
요즘 더 두려워지고 있어요.
신화에 있잖아요, 영원을 요구했으나 젊음을 함께 요구하지 않은 이야기.

무해한모리군 2011-05-11 08:32   좋아요 0 | URL
저는 늙는다는 것도 너무 두려운거 같아요.
책도 잘 읽을 수 없고, 기억은 물론이고 모든 것이 흐려지고,
남을 이해할 능력도 떨어져서 심술궂은 할머니가 되면 어쩔까 싶고...
아 건강히 늙으려면 이러면 안되는데..
오늘도 과식 ㅠ.ㅠ

sslmo 2011-05-10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존 버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이윤기 때문에 이책을 읽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암튼 참 좋았어요~

님의 이 리뷰도 참 좋구요~^^

무해한모리군 2011-05-11 08:34   좋아요 0 | URL
존 버거가 너무 좋아요. 작년에 두작품을 읽었고 올해는 이 책이 읽고 싶어서 마구 뒤져서 찾아냈어요 ㅎㅎㅎ

저 제일 위에 붙인 시만 해도 정말 멋진 번역이지 않나요?

좋은 책에서 몇 구절을 빼냈더니 제 글도 그냥 읽을만해졌나봐요.

감은빛 2011-05-1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 사랑시'라니, 엄청 끌리는데요.
그런데 제목만 봐서는 절대 관심가지지 못할 책이었을 거예요.
그나저나 품절이라니.
언젠가는 만나지겠지 하고 넘어가야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5-12 08:2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거예요 ^^
인연이 닿으시면 읽어보셔도 마음에 드실거예요~
좋은 아침이예요 감은빛님!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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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 읽히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이 당하는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와서, 
차라리 뒷 얘기를 읽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좋은 소설은 무엇인가? 

이 소설은 전혀 있을 법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데도, 
등장인물들이 겪고 있는 그 고통만은 너무 일상적이라 마음에 와 닿는다. 

술팔며 몸팔며 살던 엄마와 각기 아비가 다른 두동생을 책임졌던
초장에 끝장난 무명의 전직 야구선수의 아내로 악착같이 산 은주가
전세와 대출을 잔뜩끼고 처음 산 집에서 그녀는 다짐한다.

   
 

 결혼 12년 만에 장만한 이집은, 그녀에겐 단순한 집이 아니었다. 33평 이라는 수학적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는 공간도 아니었다. 강은주는 지니처럼 살지 않았다는 근거였다. 자신의 개 같은 인생과 맞붙어 싸웠다는 삶의 증거물이었다. 아들 서원의 미래에다 거는 엄마의 약속이었다. 너만큼은 맨주먹으로 정글에 뛰어들지 않게 할 것이라고. - 33쪽 

은주는 자기인생의 최대과오가 최현수와 결혼한 일이라고 자인했다. 자인하고 나자 남편에 대한 온갖 실망과 현실적인 고난을 견딜 수 있었다. 짊어져야 할 짐을 한탄한는 대신, 짐을 지고 달리는 쪽을 택했다. 그녀는 불굴의 투사였다. 무엇보다 자기 삶의 사도였다. 폐차버스 골방에서 숨죽이며 꾸던 꿈을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 243쪽

 
   

집을 위해 베트남에 가고, 중동에 갔던 우리 아버지들이 겹친다. 내 아이는 중산층을 만들기 위해 때론 어떤 뻔뻔함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있는 어머니들도 겹친다.  

이렇게 결사적으로 살아도 불행은 느닷없이 삶을 덮친다.  

   
  갑옷을 입고 백미터 달리기를 하는 거나 같아요. 숨이 턱턱 막혔죠. 제 레인에서 벗어나고 싶었고요. 제대하고 어찌어찌 철도청에 입사했는데 2년도 못 채우고 도망쳐버렸어요. 출근하고, 퇴근하고, 월급 받고, 승진에 매달리고, 한 집안의 가장 노릇하는 미래가 제 앞에 있었어요. 그것이 삶이긴 하겠지만 과연 나 자신일까, 싶었던 거죠. 나와 내 인생은 일치해야 하는 거라고 믿었거든요. - 323쪽  
   

우리 대부분 놓쳐버린 잡을 수 없었던 꿈 한둘쯤은 품고 산다. 
죽도록 노력해도 가질 수 없던 것 한둘쯤 가지고 있다.   

내가 저질렀던 낯뜨거워지는 멍청한 실수들
뜻하지 않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준 일들 

가끔 어쩌다 내가 이 일을 하며 살고 있고,
이런 나날을 보내는지 터무니 없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한조각씩 공감하게 된다.
가족에게 상처받지 않은 채 어른이 되긴 어렵기 때문일까?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은 삶이 드물기 때문일까?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좋았다. 

올드보이식으로 말하면
아무리 찌질해보이는 인생이라도 가장 소중한 것 하나쯤은 지키며 살았다고 돌이킬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앞이 안보이는 불행이 덮쳐올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YES'라고 말할 수 있기를, 다른 사람의 불행에 더 많이 손내밀수 있기를, 그리고 내 손을 잡아줄 사람이 더 많기를 바래본다.  

소설 나부랭이라며 비웃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 심장을 이렇게 몰랑하게 만들어 타인에게 열어놓도록 하는 것이 문학의 힘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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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1-05-0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사회과학이 전하지 못하는 뜨거움을 문학은 간직하고 있지요..^^

무해한모리군 2011-05-06 12:14   좋아요 0 | URL
그런데... 사실 저는 사회과학서적이 좋아요..
수학도 좋아하고, 아귀가 착착 맞아들어가는걸 보면 너무 신기하지 않아요? ㅎ

잘잘라 2011-05-0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읽으니, 작가가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 알겠어요. 작가는 불 때는 사람들인가봐요. 부지런히 나무 해다가 장작 패다가 아궁에 불 때는 일.. 불 조절 잘못하면 밥 타고 자다가 등짝 디고 사람들한테 욕 먹는 일도 허다하겠지요? 흐흐.

무해한모리군 2011-05-06 12:1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메리포핀스님
지금 이틀째 서른시간이상 일하고 있으니 정신이 몽롱해서 하는 말입니다만,
우리가 서로에 더 공감하고, 더 안쓰럽게 생각할 수 있게 될까요?
아니면 책 덮으면 잊어버릴까요..

마녀고양이 2011-05-02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것 하나만 지킬 수 있다면, 멋진 생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한국 소설은 수많은 '겹침'으로 다가와서, 읽기가 힘들어요. ㅠ

무해한모리군 2011-05-06 12:17   좋아요 0 | URL
저는 눅눅한 우리나라 소설은 특히! 싫어하는데,
요즘 이상하게 우리나라 소설을 많이 읽고 있어요.
흠.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나니 인생에서 쉬운건 하나도 없는거 같아요 --

따라쟁이 2011-05-03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책장에 꽃혀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쉬이 읽히지 않아요.

무해한모리군 2011-05-06 12:18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40자평을 보고 샀는데,
저는 오래오래 걸려서 읽었어요.
읽다가 두고 읽다고 다른책 읽기도 하고..
요즘 일 폭주라 이런 걸 읽을 마음의 여유가 저도 안나더라구요..

감은빛 2011-05-04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곳에서 저 책에 대한 감상을 읽었지만, 한번도 끌리지 않았는데,
이 글을 읽고 단번에 끌리게 되었어요.
덕분에 보관함에 책 한 권이 더 채워졌어요.

문학의 힘에 대해 다시 한번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5-06 12:1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과찬이십니다.
좋긴 했지만 아주 좋다는 아니었습니다..
아주 좋은 것들은 자주 만날 순 없으니까요.

2011-05-05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5-06 12:20   좋아요 0 | URL
올드보이에 최민식의 말을 기억나는 대로 따와봤습니다.

5일날 새벽 세시에 퇴근해서 다시 열한시에 출근 오후 열시에 퇴근했답니다.. 인생 뭐 --;;

님도 늘 건강하세요.

노란장미 2011-05-06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너무 좋아서..ㅎ 따라서 여기까지 왔네요.
혼자서 한줄 한줄 읽으면서 고개 끄덕이고 있어요.
내 리뷰는 너무 정신사납군.;; 혼자서 투덜대다가..ㅋ
왜 이렇게 깔끔하고 간단하게 감정을 표출하지 못했을까 아쉬워졌어요.
어쩜 이렇게 포인트만 콕콕 찝어서 잘 잡아 내셨을까...감탄합니다.
리뷰 너무 멋집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5-06 12:21   좋아요 0 | URL
처음뵙습니다 노란장미님
아휴 제 리뷰야 말로 정신없습니다.
천천히 읽고 천천히 리뷰를 썼더니 남은 잔상만 쓸 수 밖에 없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