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일등의 특별 선물이다. 서재 이미지를 직접 그려서 보내주셨다.

초등학교 6학년때 현진건의 소설을 만화로 그리신 솜씨가 고스란히 베어나온다.

 

 

 



 

자세히 보면 제임스 딘 손에 담배가 보이지 않는다.^^

 

 

 

 



찬미님의 서재를 통하여 두줄시를 처음 접했다. 이번에 보내주신 두줄 시집에서 우선 찬미님의 글을 먼저 읽었다.

돌멩이

걸려 엎어지면 걸림돌
디디고 올라서면 디딤돌

 

 



손수 만드신 책갈피까지...선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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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5-02-0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진 선물이네요...^^ 박찬미님도 멋진 분이신 듯..

stella.K 2005-02-03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멋져요.^^박찬미님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Laika 2005-02-03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저거 정말 박찬미님이 그리신거예요? 놀랍습니다. 놀라워요....깔끔하게 정리된 잉크님 서재도 놀라워요..ㅎㅎ

진주 2005-02-0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 스켓치 보다 사진이 사이즈가 줄어서 그런지 얼굴 표정이 못한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으로 저런 걸 해봐서 얼굴까지 닮게 그리는 건 잘 안 되더라구요..
참, 손가락에 담배가 있었군요..몰랐어요. 제가 워낙 담배 구경을 못 해놔서 못 알아봤네요^^

비연님, 스텔라님, 라이카님-잉크님이 일등하셨답니다^^ 제 칭찬해 주셔서 고맙구요(^___^헤벌레)

미네르바 2005-02-03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져요. 그리고 무지 무지 부럽구요. 가보로 물려줘도 좋을 것 같네요^^ 내 선물은 아직도 안 왔으니... 누군가 찬미님과 저 사이를 심하게 질투를 하는 것 같아요.(우체부 아저씨가^^)

플레져 2005-02-04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대단~~
디디고 일어서면 디딤돌. 이 말 저두 새길게요 ^^

icaru 2005-02-0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어~~엉엉....부러워서 눈물나네요... ㅠ.ㅜ
찬미님 멋지시다!!!

잉크냄새 2005-02-0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첫선물이 너무 뜻밖이고 근사해서 기분 좋더군요.
저도 미술에 조예가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지만, 워낙 손이 말을 듣지 않는지라...암튼 값진 선물입니다.

sweetmagic 2005-02-04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호밀밭 2005-02-15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제임스 딘 이미지는 계속되니까 좋아요. 그림도 너무 멋지고요. 아직은 이미지를 바꾸지 않으셨네요. 님, 오랜만에 인사 드리네요.

잉크냄새 2005-02-1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다 오랫만이네요. 앞으로 오랫동안 제임스 딘으로 밀고가야 할까봅니다.^^
 

116666

어느 서재지인이 캡쳐해주신 숫자이다. 줄에 꿰어져 달랑달랑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낼것만 같다.

1) 6

예전에 허접한 농담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로 웃기지도 않은 것인데, 그때는 왜 그리도 낄낄거리며 웃었는지. 아마 잘 웃는다는 것도 순수하다는 말일것이다.

< 변씨가 소장이 되면 -> 변소장 , 육씨가 계장이 되면 -> 육계장 .....> 뭐 이런 시답잖은 농담이었다.

2) 66

가끔 나이에 비해 늙어보이는 사람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이에 비해 젊어보이는 것도 별로고 늙어보이는 것도 별로이다. 자기 나이에 맞게 나이들어 간다는 것, 그것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 여긴다.

며칠전 업체 부장님 한분의 주민등록번호를 볼 일이 있었다. 66년생, 그분은 예전에 등장한 선전 " 세상을 다 가져라"에 나왔던 아저씨의 인상과 똑같다. 적어도 50년대생일것이라 생각했는데 66년생이라니. 그분을 볼때마다 66이란 숫자가 떠오른다.

3) 666

아마도 < 오멘 > 이란 영화로 기억한다.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공포스럽고 독살스러운 눈매를 가진 정나미 떨어지던 남자 아역배우의 뒷통수에 선명하게 찍혀있던 숫자, 666. 악마의 숫자라고들 하곤 했다. 묵시룩에 등장하는 이 숫자를 피켓에 적어들고 1999년이 오기전에 회개하라던 사람의 모습도 언뜻 떠오른다.

가끔 행동이 표독스러운 인간을 대할때마다 뒷통수가 궁금하곤 했다.  슬쩍 지나치며 바라본 뒷통수에 666이란 숫자는 용서가 되어도 비듬은 용서되지 않았다.

4) 6666

6자 네개로 그리던 그림이 있었다. "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 육육은 육육은 삼십육 / 육육은 육육은 백두산 " 라고 부르며 동작에 맞추어 그림을 그리면 곰이 그려진다.

동그라미 여섯개는 얼굴 하나, 눈 둘, 입 하나, 귀 둘, 몸통 하나. 육육은 양팔, 삼십육은 가슴에 새기던 숫자 마크, 또 육육은 양다리, 백두산은 다리 안쪽선을 그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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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2-0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
요렇게 말이죠?^^(입주변은 곰답게 조금 변형시켰고, 가슴에 36은 못 썼네요)

Laika 2005-02-0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 - 저희 식구 여섯이었습니다...지금은 아들 손자(아직 뱃속에 있지만) 며느리....외손자 ... 사위...

icaru 2005-02-02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박찬미님...작품...대단하세요~! 동그라미동그라미동그으~라미..

표독스러운 인간의 뒤통수가 궁금타....666이라는 낙인보다 더 용납 안 되는 비듬이라니..

앗...저희 집 식구도 6 이었다죠...


플레져 2005-02-0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찬미님, 그림 넘넘 잘 그리셨어요!!
저희두 식구가 여섯, 시댁에 제가 시집가자 식구가 여섯, 얼마전에 티격태격한 언니가 66년생, 오멘에 나온 악마의 숫자 666, 현재 6 네개와 관련된 꺼리가 없습니당 ^^

Laika 2005-02-0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매일 새벽 6 시에 문을 열고,

미스 하이드님의 이벤트도 매일 새벽 6 시에 시작합니다. ^^


진주 2005-02-02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메~제가 여기서 그림 잘 그렸다고 칭찬 받네요 ㅎㅎ
복순이 언니님, 플레져님 고마워요.

잉크냄새 2005-02-0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찬미님 / 명작입니다. 몸통을 표현하는 동그라미 하나가 빠진것 같아요. 이 노래말고도 " 아침먹고 땡, 점심먹고 땡, ~~~ 아이고, 무서워 해골바가지 " 하면서 그리던 해골도 있었죠.^^
라이카님 / 매일 아침 6시에 시작하는 이벤트는 뭐죠? @@
복순이언니님 / 비듬에 관한 지저분하고 추악한 추억이 있는지라... ( 이미 알고 있을것 같은데요)
플레져님 / 이곳은 여섯식구가 대세를 이루네요. 오메~ 그 영화 제목이 < 오멘 > 이었군요. ^^

미네르바 2005-02-02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정말 6이라는 숫자 네 개를 줄에 꿰어서 흔들면 딸랑딸랑하며 맑은 소리를 낼 것 같네요^^ 그나 저나 박찬미님 초등학교 6학년 때의 그 만화 실력을 여기서도 유감없이 보여주는군요.

잉크냄새 2005-02-0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맑은 풍경소리가 날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올 겨울중 가장 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무실 창을 통하여 내다보이는 무채색의 건물과 앙상한 가로수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더 을씬년스럽다. 건물도, 아스팔트도, 잎을 떨군 나무도 무채색의 음산함을 간직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길을 걷는 사람들의 움추린 옷과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만이 무채색이 아니다.

평양거리를 촬영한 뉴스의 한자락이 떠올랐다. 온통 회색의 거리를 단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던 거리, 언뜻 보이던 강렬한 빨간색이 왠지 부자연스럽던 거리가 떠올랐다. 그리고 셀수없을 정도의 색들이 줄지어 지나가는 서울의 거리를 떠올렸다. 옷가지들의 색의 다채로움에 무채색이 묻혀져버린 거리, 내형적인 면이야 어떨지 몰라도 가끔 뉴스를 통해 바라보는 서울거리가 온통 회색빛이 아닌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IMF가 터진 직후, 신입사원으로 부도위기의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팀으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톨게이트를 빠지자마자 위치한 공장은 온통 회색이었다. 봄이 막 움트기 시작한 직후였지만 잔디밭에 듬성듬성 머리를 내민 초록의 생명들이 그 건물을 덧칠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 잠시 일행과 떨어진 순간, 왠지 모를 공포와 한기를 느꼈다. 두리번거리며 잠시 짚은 건물벽에서 뿜어져나오던 한기를 잊을 수가 없었다. 종종 걸음으로 재빠르게 달려가며 뒤돌아본 건물의 음산한 복도는 이미 생명이 다해가고 있었다. 사람의 온기, 무생물의 존재를 따스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의 온기였다. 의욕을 상실한, 지쳐 초라하게마저 느껴지던 그 회사의 사람들의 몸에서 건물은 더 이상 온기를 느끼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뒤돌아보니 사무실 곳곳이 떠들썩하다. 정신없이 전화기에 매달린 사람들, 시답잖은 농담으로 웃음웃는 사람들, 한치앞도 불안한 현재를 미련하도록 열심히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온기가 있어서 이 건물은 아직 따뜻하다. 사람사는 곳의 떠들썩함, 그것이 어느날보다 귀하고 정겹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내 자리로 돌아왔다. 아직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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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2-0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 뛰고 난리 법석을 피우면 우리 엄마는 그러시죠
"인제 사람 사는 맛이 난다"
고요...........

미네르바 2005-02-01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젠 떠들썩함이 그리워지네요. 학교에서 4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떠들 때...유난히 그렇게 떠들 때가 있지요. 비오는 날이라던가, 잔뜩 찌푸린 날들...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치고(그래서 종종 목이 쉬지요^^), 교탁을 두드려 보아도 통제가 불가능할 때... 그 때는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지요. 그런데, 방학을 하고 한 달이상 아이들을 보지 못할 땐, 그 시끄러운 소리가 그리워지더라구요. 그 시끄러움 속에는 사람의 온기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냄새도 나지요? 그 시끄러움은 살아있다는 증거겠지요?

Laika 2005-02-0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엔 특히나 더 이런 따스한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지나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따뜻한 보리차나 마셔야겠습니다. ^^

hanicare 2005-02-0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기와 온기.삐죽삐죽 다소 불규칙하고 어수선한 것들이 뿜어내는 입김일까요?
이제는 단정한 것보다 그런 쪽에 마음이 끌리는군요,

2005-02-02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2-0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회색을 보면 싸늘한 기운을 품고 죽어가고 있던 그때의 그 건물벽이 떠오릅니다. 무채색이란 이런거구나 하고요.
사실 전 회색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 예전에 보물섬에 등장하는 칼잡이가 회색머리였죠. 그때이후로 쭈욱~~ ) 그 건물벽을 만진 이후로 회색에 정이 가지 않더군요.
 
 전출처 : stella.K >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김광석 이야기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한때는 세상의 모든 의도적인 것들이 세상을 망친다고 생각했지
지금도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김광석의 <수첩> 中에서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네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태공에게 잡혀온 참새만이/한숨을 내쉰다

남자처럼 머리깍은 여자/여자처럼 머리 긴 남자
가방없이 학교가는 아이/비오는 날 신문 파는 애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포수에게 잡혀온 붕어만이/한숨을 내쉰다

백화점에서 쌀을 사는 사람/시장에서 구두 사는 사람
한여름에 털장갑 장수/한겨울에 수영복 장수
번개소리에 기절하는 남자/천둥소리에 하품하는 여자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독사에게 잡혀온 땅꾼만이/긴 혀를 내두른다





 
들을 만한 가수의 노래가 귀한 시대

 1964년 대구시 대봉동 번개전업사에서 3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서울로 이사. 창신초등학교, 경희중/고등학교 졸업. 1982년 명지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면서 암울한 사회상황 속에서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방황하던 시기. 친구로부터 노래책 <젊은 예수>를 선물받고 <못생긴 내얼굴> <야근> 부르다 울어버림. 91년 7월 마당 세실 극장에서 62일간의 단독 라이브 콘서트. 92년 경이적인 1천회 콘서트 기록 수립. 1996년 1월 6일. <서른 즈음에> 생을 마감.

 누구인가.
 가수 김광석의 짧았던 생애의 기록이다. 다행일까. 나는 그의 마지막 공연을 대학로 학전 소극장에서 아내와 함께 관람했다. 중간쯤에 앉았는데, 어눌한 듯이 흘러가는 그의 목소리와 노래 부를 때의 숨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한 사내의 인생 이야기 속에 빠져 있었다. 그는 노래로 이야기했다. 노래를 부르지 않고 관객들을 향해 조용조용히 이야기하는 그것도 하나의 노래였다. 그는 천성적으로 ‘가객’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던 그 공연의 울림이 가시기도 전에 그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묘했다. 우리가 본 공연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니.

 배우인 송승환 씨가 “김광석이란 친구가 너무 일찍 인생을 많이 알았다라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했다고 한다. ‘너무 일찍 인생을 많이 알았다’라는 그 말이 새삼 다가오는 건 무슨 까닭일까. 32라는 숫자만큼의 삶에 60, 70의 생이 담겨 있단 말인가. 아니면 그만큼 그의 인생의 슬픔과 그 노래가 잴 수 없는 깊이 때문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단 얘기인가.

이 세상에 요절한 예술가만큼 순결하고 아름다운 예술품은 없다. 요절한 예술가들은 「이상한 기적」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작품은 물론 그의 생애까지도 예술품화해 버린다. 그것은 왜일까? 그 이상한 기적이란 과연 무엇일까? 요절한 예술가는 「죽음 속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삶 속으로 죽어가기」에 성스러운 불멸의 여신이 그들의 삶을 신비롭게 표구해 준다. 이런 「불멸의 표구」야말로 젊어서 죽은 애절한 인간에 대한 신들의 보상이다.
 -시인 김승희

 어디까지 끄덕거릴 수 있는 이야기인가. 그러나 한 가지 그는 ‘죽음 속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삶 속으로 죽어’간 것만은 수긍이 간다. 아직도 그는 살아 있고 산자들보다 더 귀한 영혼의 울림을 우리에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 그의 음악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온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 어쩌다 친구들과 만나 노래방을 가더라도 그의 노래는 한 두번쯤은 꼭 선곡된다. 아련한 취기 속에서 슬픈 80년대가 그를 통해 위안이 되어 다가오는 느낌. 시대는 머릿속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감각과 육체 속에서도 각인되는 것이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원래 미국 가수 Bobdylon의 <Don`t think twice it`s Aii right>의 번안곡인 김광석의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갑자기 듣고 싶었다. 마치 고려시대 이규보의 <이상한 관상쟁이>라는 글의 관상쟁이의 話法처럼 시대를 거꾸로 노래했던 노래. 경쾌한 포크 반주에 그의 탁하고 맑은 목소리가 어울리던 이 노래는 내 노래방 애창가요 중 하나다. 왜 그의 좋은 많은 노래 중에서도 이 곡이 마음에 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지 그 리듬이 주는 경쾌함과 가사가 주는 웃음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슬퍼지니까.

 원래 이 노래 가사는 가수 양병집 씨가 만든 것이다. 남들은 어떻게 느낄 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 우선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전도된 일상의 세계를 본다. 그러한 이 노래의 어법은 내게 크게 두 가지의 의미로 다가온다. 하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짜와 가짜가 뒤바뀌어 顚倒(전도)된 요지경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주는 위태함 때문이다. 가수 김광석이 기타의 조율을 끝내고 흥겹게 이 노래를 부를 때 그 컴컴한 공연장에서 나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가치가 전도된 세계. 그 세상의 주인은 누구여야 하는가. 80년대 무자비한 군사 권력에게 시대의 키를 빼앗기고 우울한 청춘의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던 것이 70, 80년대 학번들이다. 그 시대에 우연히 선물받은 <못생긴 내얼굴>과 <야근>이 왜 그를 울게 만들었을까. 그것을 그의 불우했던 개인사에 국한하는 것은 아무래도 미흡한 석연함을 남긴다.

열사람 중에서 아홉사람이 내모습을 보더니 손가락질해/그 놈의 손가락질 받기 싫지만 위선은 싫다 거짓은 싫어 /못생긴 내얼굴 맨처음부터 못생긴걸 어떻해
너네는 큰집에서 네명이 살지 우리는 작은집에 일곱이 산다/그것도 모자라서 집을 또사니 너네는 집많아서 좋겠다/하얀눈 내리는 겨울이 오면 우리집도 하얗지
몇일이면 우리집이 헐리워진다 쌓놓은 행복들도 무너지겠지/오늘도 그사람이 겁주고 갔다 가엾은 우리엄마 한숨만쉬네/개새끼 개새끼 나쁜사람들 엄마 울지 마세요
아버지를 따라서 일터나갔지 처음잡은 삽자루가 손이아파서/땀흘리는 아버지를 바라보니까 나도 몰래 눈에서 눈물이 난다/하늘에 태양아 잘난척마라 자랑스런 우리 아버지 - <노래 못생긴 내 얼굴> 가사 全文

 이 노래는 불행한 개인사의 삶이요 한 시대의 상처이다. 그는 이 노래를 부르며 울었고, 80년대 현장에 있었고 노래를 불렀다. 民主化란 제자리 찾기이다. 말 그대로 ‘民’이 ‘主’의 권리를 가지는 것이 올바른 사회이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와 현실은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였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민주화의 표면만을 흉내 낸, ‘民’이 ‘勸力’을 갖지 못한 시대였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오징어로 경비원을 때리는 국회의원이 존재하는 이상한 나라라는 점에서 갈 길이 먼 시대이다.

 그의 노래의 始原은 이 지점이다. 그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노래했다. 꿈과 사랑마저 아픔이 되었던 고통의 시대. 그는 ‘두 바퀴’의 자동차처럼 위태롭게 한 시대의 대중들에게 노래로 이야기 했다. 그리고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권력은 바뀌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이곳에서는

 저작권 문제로 인터넷이 시끌하다. 국가 보안법보다 더 무식하고 엉뚱한 놈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가 보안법 자체도 비상식적인 악법이거니와 21세기를 살아가는 이 시기에 음원 저작권법은 한 술 더 뜨는 최악법이다. 국가 보안법이 특정한 권력의 이해관계를 유지시키고 고착시키는 것이라면 이 저작권법은 이제 감각과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는 먹구름이다. 권력은 이제 ‘民’의 감각마저 통제하고 싶은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장사꾼의 비열한 돈벌기의 차원이 아니다. 왜냐 하면 그런 식으로 돈을 벌려고 했었다면 그들은 벌써 재벌이 되었을 테니까.

히틀러는 독일 미술의 뛰어난 화가들의 작품을 퇴폐미술이라 하여, 회화의 강제 수용소인 ‘퇴폐미술전’에 압수했다. 이들 작품은 대략 1만 7천 여점 가량 되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 4천여점은 소각되었으며, 외국 작가의 작품을 포함한 2천여점 이상이 행방불명된 상태이다. <...> 1935년에는 베를린 소방서에서 회화 소각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독일 회화는 미치광이 히틀러에 의해서 말살되었다. 그것은 회화에 있어서의 ‘아우슈비츠 가스실’이며, 4천여점의 회화가 화염 속에서 연기로 사라져 버렸다. 여기서 20세기 저항의 회화는 화형에 처해진 것이다.
-富山妙子 「해방의 미학」 中에서

 왜 권력은 문화마저도 독식하고 싶어 하는가. 도대체 음악이 뭐길래, 그림 한 장이 뭐길래, 그리고 시 한 줄 잡문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런가.

 먹고사니즘에 빠져 있었던 전후 한국의 가난한 역사에서 문화란 거추장스러운 것들이었다. 생각해 보라. 개발독재시대의 중심이라고 자처하는 서울 시장이 청계천 복원 공사랍시고 조선시대 귀중한 문화 유산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시멘트 속에 묻어 버리지 않는가. 왜 그런가. 우선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아니 돈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최소 비용의 최대 효과’를 자랑하는 무식한 자본논리는 문화의 복원에 투여되는 비용과 묻어버리는 비용의 손익계산에서 최저 비용을 계산해 낸다. 결과는 ‘보존과 복원’의 참패이다. 거기에다가 무식한 ‘속도전’이 가해진다. 빠른 시일에 어떻든 결과를 봐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박정희 정권 시절 ‘동백 아가씨’의 폐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문화’를 떠들어대는가. 저작자의 이익과 지적 재산권을 보호해 줄 만큼 우리 나라의 문화적 성숙도가 선진국의 경지에 날아올랐단 말인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전에도 물론 돈이 된다는 것쯤은 모를 만한 먹충이들은 아니었을 게다. 그러면 왜 이제 와서인가. 음반 시장의 몰락이라는 절박감은 근본적인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원인이 아니라 현상이다. 왜냐하면 저작권법이 시행되고 밀리온 셀러가 된 음반이 나타날 징후는 어느 곳에서도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돈이 될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판단이고, 인터넷의 정치력을 상징적으로 묶어둘 수 있는 시기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음반 시장은 더 몰락해 갈 것이다. 인터넷의 자유로운 정보 제공력과 교환력, 그리고 평가와 구매를 한꺼번에 원천 봉쇄시킨 대단한 법이 발효되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나는 지금도 음반을 구입한다. 비싸더라도 듣고 싶은 음반은 구매해서 듣는다. 그런데 사는 방식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괜찮은 것 같아서 구입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사용하고부터는 들어보고 산다. 진짜 음악 애호가라면 인터넷에 떠도는 음악의 질이 원음반보다 낫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모험을 해야 한다. 좋아하는 음악 안 듣기는 뭐 하니까 몇 장 사서 돈버리고 스트레스 받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정말 싫어진다. 그러면? 사는 횟수가 줄어든다. 사더라도 다른 이들 꺼 빌려서 들어보고 산다.

 시장이란 구매자의 ‘선택’에 의해 좌우된다. 자유경쟁은 그런 것이다. 표절한 음악은 금방 드러난다. 국내 음악에 대한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음반 제작자의 비윤리성과 모자란 재능 때문이다. 물론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예술성과 좋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듣고 싶은 음악이 사라지고 있다. 음악은 없고 상품만 있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가수가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서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하면서 얼굴 팔고 엔터테이먼트라고 MC고 드라마 주인공도 한다. 웃기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가수들은 모두 다재다능한 천재인가. ‘노래만 잘 해서 뜨는 시대는 지났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공사장에서 등짐을 지며 언더그라운드에서 착실히 음악 수업을 하며 악기 하나에 목숨 거는 이들도 꽤 많다. 음악 하나에 그들은 목숨을 걸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이들은 좀체로 떠오르지 않는다. 파주의 세탁소집 아들 윤도현이 비닐 하우스에서 밴드 연습을 하고 각고한 노력 끝에 대중적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서울대 수석 입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은 그 모델처럼 누구나를 강조한다. 고려 페인트 ‘누구나’가 아니다. 그 말은 ‘아무도’ 하고 같다.

 그러면 본 문제로 돌아와 보자. 단지 음원을 독점해서 떼돈을 벌겠다는 것이 다일까. 나는 그 이면에서 무의식화된 정치의 통제력을 본다. 한국 사회의 자본가는 누구인가. 그리고 권력자는 누구인가. 한국 사회는 발달된 서구 자본주의 사회처럼 형식적으로도 분리되지 않는다. 사업을 해서 돈 많이 버는 사람, 돈이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도 하고 시의장도 한다. 이 문제는 결국 자본논리 속에는 새로운 검열이라는 정치논리가 혼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저작권 문제는 시장 경쟁의 자유 논리를 억압하는 자본가의 이윤 추구와 사이버의 불온성(?)을 제거하고 싶은 권력이 결탁한 새로운 검열 제도의 탄생이다. 다시 말하면 ‘정보 통제 욕망’을 ‘저작권자 보호’라는 그럴싸한 명분 속에 은폐시키는 중층적 악법이 저작권법인 것이다. 그것이 근본부터 이 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다. 또 다시 문화의 창의성이 법률의 창살에 갇혀 허덕이는 그런 사태가 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가수 김광석, 그가 그립다

공연이 중반을 넘어섰고, 다들 축하해 주고
열심이었다고, 특종이라고 악의 없는 칭찬들이다.
하지만 나의 마음 속에 일고 있는 허전함은 무엇 때문인가
나를 치열하게 해 준 것은 무엇이었나
후회도, 보람도 아닌 그저 살아있음에 움직인...... 그 움직임이 불쌍하다
무료하다
사람들이, 울고 웃고 박수치는 그 사람이, 사람들이 무료하다
즐겁지 않은 이유를 모른 채 나는 여전히 즐겁지 않다
가라앉는 것인가
무섭구나
-김광석 1995년 8월 즈음


 
 희미한 조명 아래서 씨익 웃으며 마음을 감추던 가수. 개인적인 친분 하나도 없는 그 가수가 나는 왜 그리워지는 것일까. 아마 나는 한 두 장 정도는 빼고 그의 음반은 거의 다 구입했을 것이다. 주인과 객이 바뀐 시대. 음악마저 향유할 권리를 내놓아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일까. 가슴도 없는 남자들에게 브래지어를 사서 보라고 강요하는 그런 넌센스를 지금 나는 보고 있다. 나는 끝내 그 브래지어를 사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진심으로 나는 가수 다운 가수가 그립기 때문이다. 삶을 노래로 바꿀 줄 아는 사람. 삶이 노래인 사람을 말이다.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의 시대는 불행하다. 거기에는 진실도 그리고 진지함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상품화된 문화와 상품화된 사람만이 있다. 그것의 소유는 돈이 결정한다.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었다. 인터넷이 빽 없고 돈 없는 노래쟁이들에게 참 좋은 선전 매체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지금은 군대에 가 있는 <크라잉 넛>도 언더 출신이 아니던가. 이제는 스타는 있을지언정 ‘가객’은 없을 것이다. 저작권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돈과 관료주의가 유착된 이 ‘무식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자본주의의 자유 경쟁마저도 거세해 버린 ‘반자본주의적’ 현실 앞에서 나는 그때의 그 무대가 그립다. 브라운관이라는 매혹적인 매체를 등지고 무대에서 통키타 하나로 승부하던 김광석. Bobdylon의 反骨性과 김광석을 겹치며 그가 우울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한 구석, 빈 자리를 쳐다본다. 그의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2005.01.27 새벽편지] 새벽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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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1-3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그보다 더 살아버렸다. 그래도 그가 그립다.
그의 콘서트를 직접 본적은 없지만 라이브 무대 테잎을 통해 들려오던 그의 목소리, 그의 삶...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노년의 로맨스, 버스 안에서 흘린 눈물을 이야기하던 그의 삶이 그립다.

깜소 2005-02-1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종...그 라이브 TAPE 저도 들어요...외로울때...잔잔히 울고 싶어질때...에~혀......

잉크냄새 2005-02-1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대포집 술한잔이 떠오르는 노래들이죠.
괜시리 코끝이 찡해지는....

burgeo1102 2009-12-12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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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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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면 어김없이 울리던 자명종 소리, 간소한 밥상 차리는 소리, 두런두런 들리던 부모님의 목소리, 삐걱 현관문 여는 소리, 뒤이어 자전거 자물쇠 푸는 소리가 들리면 난 조용히 일어나 창문을 조금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절그럭거리며 어두컴컴한 동네어귀로 사라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고 나서도 그 소리의 여운은 한참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오랜 세월 가슴 한켠이 아련하도록 들리오던 그 소리들이 아버지의 목숨이었음을 세월이 지난후에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허삼관을 만나면서 그 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옥란과의 결혼을 위해 처음 피를 판 허삼관은 삶의 고난마다 피를 팔아 연명한다. 허옥란이 결혼전 한번의 실수로 얻은 자식 일락이가 자신의 친자식이 아님을 알고 일락이를 차별하고 임분방과 한번의 외도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런 그의 모습이 그저 옹색하고 치졸하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어리숙하기에 더 인간적인 아버지와 남편의 모습 때문이다. 피를 판 돈으로 아내와 나머지 두 아들과 국수를 먹으러 가면서 일락이에게만 고구마를 사먹게 한후 울먹이며 집을 나선 일락이를 찾아 업고 국수집으로 가는 장면이나 문화대혁명을 맞아 기생 허옥란으로 손가락질 받으며 가족비판대회에 선 허옥란을 자식들에게 비판하게한후 자신도 임분방과의 외도가 있었음을 자식들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짧은 쓴웃음뒤에 길고 커다란 여운으로 남는다.

간염으로 상해로 실려간 일락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진창길을 걸으며 들르는 도시마다 사나흘에 한번씩 매혈을 하는 허삼관은 다름아닌 우리들 아버지의 모습이다. 창백한 얼굴을 감추기 위해 겨울 햇살에 얼굴을 쪼이며 피를 팔다 오줌보가 터져 폐인이 된 방씨와 뇌출혈로 죽은 근룡을 떠올리며 우는 모습, 더 이상 자신의 피를 팔수 없음에 목놓아 통곡하는 그의 모습속에 가부장적 권위로 비추어지는 보통 아버지들의 슬픈 뒷모습이 보였다. 가슴 속의 아픔과 사랑을 시원하게 한번 표현하지 못하고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커다랗게 지고 가는 뒷모습이다. 아픔에 인내하고 사랑에 서툰, 그러나 가슴 한곳에 웅어리진 커다란 사랑을 품고 가는 모습이다. 슬퍼서 울고 기뻐서도 우는, 속 깊은 울음을 간직한 모습이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평등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그는 평등을 두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사람이 죽음에 이르러 위대한 성인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결국 죽음앞에 인간은 평등하다는 진리를 깨닫는 것이요, 둘째는 그저 보통사람들의 평등이다. 내가 어렵고 힘들어도 남도 같이 어렵고 힘들면 그것으로 스스로를 위안삼고 살아가는, 사는게 다 그렇지, 라고 말할수 있는 사람들이다. 중국의 혼란하던 혁명기를 지나며 살아온 보통 사람들의 삶, 그것은 그 어떤 유창한 표현도 필요치 않는 그저 동시대의 아품을 함께한 사람들의 동질감이요 삶의 평등이라는 것일게다. 죽음으로써 맞는 평등이 아닌 삶으로써 맞이한 평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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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9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1-29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화의 책들 모두 좋아해요.
<사는 것은 연기와 같다>
'허름해서 좋은 위화의 사람들'......

미네르바 2005-01-3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많이 웃고, 울며 읽었던 책이었지요. 허삼관 매혈기가 아닌 "賣命記 " ...그렇지요. 단순히 피를 판 것이 아니라, 생명을 판 것이지요. 위화는 지금 중국에서 한참 뜨는 작가라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다음엔 다른 책도 읽어야겠어요. 잘 읽었어요^^

잉크냄새 2005-01-3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화의 또 다른 소설을 읽어볼까 해요. "허름해서 좋은 위화의 사람들"이란 표현도 참 적절한것 같군요. 허삼관식 웃음과 울음이 중국인의 정서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2-05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들었다 놨다 했어요. 의외로 너무 가슴 아플 것 같은 책은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역시 잉크냄새님 리뷰를 읽어보니 또 새삼 마음 아픈 책이다, 주지가 되어선 또 고민합니다. 담담하게 쓰셨는데도 그 속에 피흘린 돈으로 자식에게 고구마 사먹이는 주인공에, 피흘리다가 기어이 오줌보까지 터진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오는군요. 전 내내 고민하다가 언젠간 읽고 맙니다. 이 책 조만간 읽게 되겠군요.

잉크냄새 2005-02-1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의 글에서 허삼관은 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궁금해집니다. 위화의 글 자체가 담담했던것 같아요. 일부러 감성을 자극하지는 않지만 글뒤에 감춰진 서글픔이랄까요.^^ 언젠가 올라올 님의 리뷰 기대합니다.^^

2008-11-17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18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