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감동에 휩싸이면 눈물을 흘리나요?
이틀전 리뷰를 하나 올리고 먼저 올리신 분들의 리뷰를 몇개 찾아보니 그 책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어떤 분은 펑펑 울고, 어떤 분은 슬며시 눈시울을 적시고, 어떤 분은 베개를 적시고... 난 보통 가슴이 답답하리만치 무엇인가가 치밀어오르면 눈물샘으로 올라가기 전에 자리를 뜨거나 담배 한개비로 놀란 가슴을 달랜다. 무엇인가 목구멍을 틀어막으며 올라오는 불덩이가 느껴져도, 잘난 이성탓인지, 메마른 정서탓인지 무의식중에 스스로를 통제하는 모양이다.
아마 그때가 대학 4학년때인것 같다. 학교 주변의 어느 만화방, 서른 몇편에 달하는 이두호의 < 임꺽정>의 거의 마지막을 읽을때였을것이다. 잡초같은 민초들이 하나둘 스러지고, 임꺽정의 동지들마저 하나둘 서글픈 운명을 맞이하는 장면이었다. 조금씩 가슴속에 꿈틀대던 불덩어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욱욱거린다는 표현이 맞을라나. 가슴은 우나 눈물은 흘리지 않고, 가슴은 통곡하나 목울대를 울리지 않는다.
라면발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한 젓가락 떠올린 면발이 채 끊기기도 전에 치밀어오른 불덩이에 놀라 그릇속으로 풍덩 빠졌다. 칙칙한 만화방 한구석에서 욱욱거리며 라면발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모습이 참 꼴물견이었으리라. 지방에서 올라온 고학생에게 라면 한그릇이 일용할 양식이었을 시절, 라면발이 팅팅 불어 라면찜이라고 명명할 요리가 탄생할때까지 그렇게 한구석에서 볼쌍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었을 무렵, 나를 감싼 것은 우습게도 임꺽정의 감동도 아니고 라면발에 대한 분노였다. 우동도 아닌것이 팅팅 불어가지고.
책을 읽다 눈물을 흘리는 분들의 감정, 그것이 사뭇 궁금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