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우주처럼 신비한 씨앗을 간직한 식물만이, 긴 시간 늘어지게 겨울잠을 자던 양서류들만이 깨어나는 시절은 아니다. 다람쥐 체바퀴 돌듯 일상적인 업무의 반복속에 잠재된 동아리들의 활동도 같이 기지개를 켠다. 조기 축구가 시작된지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어두컴컴하던 하늘이 하루가 다르게 밝아지고 집으로 몰듯 몰아치던 찬 기운도 슬슬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6시면 새벽 하늘을 가르는 공의 궤적이 훤히 눈에 잡힌다.
변화가 있었다.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만큼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던 동아리였다. 실력의 차이 또한 빈부의 격차와 같은지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동아리에도 어김없이 나타난 것이 작년의 현실이다. 학창시절 축구선수로 활동한 사람들에 비해 축구가, 운동이 좋아 모인 오합지졸은 비할바가 아니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로 내려진 것이 동아리 팀의 분활이었다. 회사의 이름을 걸고 회사의 공식적인 지원을 얻은 선수 위주의 팀과 아마추어의 이름을 걸고 회사의 눈총을 얻은 오합지졸의 팀이다. 난 물론 오합지졸팀이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대외 경기시 유급휴가와 개인휴가의 차이라고나 할까.
팀이름이 정해졌다. 역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버금가는 이름이었다. " 재미사마 ", 한창 독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판에 설마 " 욘사마 " 의 사마를 빌려쓰기야 하겠는가. 순수한 국어 문법인 연음(?)에 의하여 탄생하였다. " 재미삼아 " -> " 재미사마 " , 한때 "너머져도" " 우스면서" 와 각축을 벌이기도 했다. 웃기는 짬뽕 수준의 오합지졸들이라 축구 외적인 재미도 쏠쏠하다.
4월 중순 시에서 개최하는 JC배에 등록되었다. 아마 선수팀은 우승일 것이고 재미사마는 1회전 승리에 목말라 할것이다. 오늘 새벽도 어김없이 오합지졸들의 목소리는 작은 초등학교 주변을 시끄럽게 했다. 너머져도 우스면서 재미사마 차는 축구의 진정한 묘미를 보여주는 4월이 되었으면 싶다. 올 여름 쯤에는 배에 임금 왕(王)자는 아니어도 비스무리한 방패 간(干) 자라도 하나 새겨지길 열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