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진주 >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쉬나크)

울음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히 내리고, 그리운 이의 인적은 끊어져 거의 일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 그래서, 벽은 헐어서 흙이 떨어지고, 어느 문설주의 삭은 나무 위에 거의 판독하기 어려운 문자를 볼 때.

몇 해고 몇 해고 지난 후에,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가 발견될 때.
그 곳에 씌었으되,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너의 소행이 내게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가져오게 했는가..."

대체 나의 소행이란 무엇이었던가?
혹은 하나의 허언(虛言), 혹은 하나의 치희(稚戱), 이제는 벌써 그 많은 죄상을 기억 속에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때문에 애를 태우신 것이다.

동물원에 잡힌 범의 불안, 초조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철책가를 그는 언제 보아도 왔다갔다 한다.
그의 빛나는 눈, 그의 무서운 분노, 그의 괴로운 울부짖음, 그이 앞발의 한없는 절망, 그이 미친 듯한 순환, 이것이 우리를 말할 수 없이 슬프게 한다.

횔테를린의 시장(詩章), 아이헨도르프의 가곡. 고구(故舊)를 만날 때, 학창 시대의 동무 집을 심방하였을 때, 그리하여 그가 이제는 우러러볼 만한 사람의 고관 대작이요, 혹은 돈이 많은 공장주의 몸으로서, 우리가 몽롱하고 우울한 언어를 조종하는 한 시인밖에 못되었다는 이유에서, 우리에게 손을 주기는 하나, 그러나 벌써 우리를 알아보려 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같이 보일 때.

포수의 총부리 앞에 죽어 가는 사슴의 눈초리.
재스민의 향기, 이것은 항상 나에게 창 앞에 한 그루의 늙은 나무가 선 내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공원에서 흘러오는 고요한 음악.

그것은 꿈같이 아름다운 여름 밤에, 모래 자갈을 고요히 밟고 지나가는 사람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한 곡절의 쾌활한 소성(笑聲)은 귀를 간질이는데, 그러나 당신은 벌써 근 열흘이나 침울한 병실에 누어 있는 몸이 되었을 때.

달아나는 기차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것은 황혼의 밤이 되려 하는 즈음에, 불을 밝힌 창들이 유령의 무리같이 시끄럽게 지나가고, 어떤 예쁜 여자의 얼굴이 창가에서 은은히 웃고 있을 때.

찬란하고도 은성(殷盛)한 가면 무도회에서 돌아왔을 때.
대의원 제씨(諸氏)의 강연집을 읽을 때.
부드러운 아침 공기가 가늘고 소리 없는 비를 희롱할 때.

공동묘지를 지나갈 때, 그리하여 문득 "여기 열 다섯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난 소녀 클라라는 누워 있음."이라 쓴 묘지명을 읽을 때,
아, 그는 어렸을 적의 단짝 동무의 한 사람.

날이면 날마다 언제나 도회의 집과 집의 흥미 없는 등걸만 보고 사는 시꺼먼 냇물.
첫길인 어느 촌 주막에서의 외로운 하룻밤.
시냇물의 졸졸 거리는 소리.

곁방 문이 열리고 속살거리는 음성이 들리며, 낡아빠진 헌 시계가 새벽 한 시를 둔탁하게 칠 때, 그 때 당신은 난데없은 애수를 느낄 것이다.

날아가는 한 마리의 창로(蒼鷺). 추수 후의 텅 빈 밭과 밭.
어렸을 적에 산 일이 있던 조그만 지방에, 많은 세월을 경과한 후에 다시 들렀을 때.

아무도 이제는 당신을 아는 이 없고, 일찍이 놀던 자리에는 붉고 거만한 옥사들이 늘어 있으며, 당신의 본가이던 집 속에는 알 수 없는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데, 왕자같이 놀랍던 아카시아 수풀은 베어지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그러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어찌 이뿐이랴?

오뉴월의 장의 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보랏빛과 흑색과 회색의 빛깔들.
둔한 종 소리.

바이올린의 G현.
가을 밭에 보이는 연기.
산길에 흩어진 비둘기의 털.
자동차에 앉은 출세한 부녀자의 좁은 어깨.

흘러 다니는 가극단의 여배우들.
줄에서 세 번째 떨어진 광대.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휴가의 마지막 날.

사무실에서 처녀의 가는 손가락이 때 묻은 서류 속에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될 때.
만월의 밤 개 짖는 소리.
크누트 함순의 이삼절.
어린아이의 배고픈 모양.
철창 안에 보이는 죄수의 창백한 얼굴.
무성한 나무 위에 떨어지는 백설.

이 모든 것이 또한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초추의 양광이 감잎에 떨어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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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9-08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수의 총부리 앞에 죽어 가는 사슴의 눈초리.
재스민의 향기, 이것은 항상 나에게 창 앞에 한 그루의 늙은 나무가 선 내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공원에서 흘러오는 고요한 음악."
이 구절을 아직도 조금 외우는 것은 국민학교 시절 펜글씨 교본에서 가장 많이 연습하던 문구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무엇을 느껴서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 연습장에 아무 생각없이 꽤나 적곤 했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와 서정윤의 "홀로서기"와 더불어 무의식적으로 끄적이던 구절이다.

2005-09-08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9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0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저 뜸하지 않았다고요....글을 올리지 못해서 그렇지 여기저기 파닥파닥 날라다녔답니다...
속삭님 / ..........................

2005-09-09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9-09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산을 잘 못해서 그러는데요, 이 숫자에 몇 명이 더 와야 만명이 되는건가요?

109990


플레져 2005-09-1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잉크냄새님.

910000


2005-09-11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9-12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이올린의 G현.
이 소리가 슬픈가 보군요...


잉크냄새 2005-09-12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음...그럼 오늘부터 대청소 시작이군요. 슬퍼지려 하기 전에 끝내세요.^^
플레져님 / 영광의 숫자를 두번이나....감사해요...
속삭님 / 그래야죠...노력해보겠습니다....
이카루님 / 바이올린의 G현보다 더 슬픈 것이 우리나라의 퉁소가락이 아닌가 싶네요. 하도 전설의 고향을 봐나서...ㅎ

icaru 2005-09-16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하하하하하...전설의 고향을 봐놔서...역시 잉크냄새 님 정서랑...여그짝이랑 찌찌뽕이여...

잉크냄새 2005-09-16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그죠...전설의 고향 세대만이 누릴수 있는 찌찌뽕...
 

소주값이 얼마인가. 4000원?  아마 이것은 음식점에서 파는 값일테고 실제 값은 얼마인지 모르겠다. 술집이 아니면 술을 먹지 않으니 가게에서 소주를 직접 산 기억이 거의 십여년전의 일이다. 소주값도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그 값이 억대를 호가할 것이다. 소주나 한잔 하시죠? 의 의미가 인간적인 정을 떠나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옷을 걸치면 그렇게 부풀려지는 것일게다. 회사 입사후 2명이 부정한 소주값으로 물러났다. 부정적인 일에 있어서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에 가타부타 떠들지 않는 탓도, 그 사람들이 일을 함께한 정이 든 탓인지 몰라도 아직까지 그들이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고 믿지만 어찌되었든 소주값이 그들 인생의 방향을 틀어버린 것은 사실이다.

대학1학년때이다. 영동고속도로의 새말 휴게소, 고향집을 다녀오는 길에 항상 들르는 휴게소이다. 썬글라스를 낀 낯선 사내들이 날 불렀다. 그들의 시커먼 썬글라스, 시커먼 옷, 시커먼 각그랜저, 조직적인 이미지랄까 그런 냄새가 풍기는 이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들을 미군 군납업자들이라고 말한 그들은 부정한 거래를 하고 있었고 그들의 카메라에 계산적이고 세상이치에 밝은 재벌2세보다는 촌티 팍팍 풍기는 촌놈이 포착된 것이다. 미군군수품을 몰래 빼돌리는 것이 불법이기에 헐값에 넘긴다고 차 안에서 잠시 소개를 했다. 지금은 어느정도 일반화된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였다.   

불법 군납업자 1 : (똥폼 잡으며) 이거 우리나라에 수입 안되고 미군에게만 지급되는 건데 한번 보쇼.
촌놈 : (눈을 번뜩이며 ) 와, 죽이네.
불법 군납업자 2 : (개폼 잡으며) 사실 이거 100만원 넘는 거지만 우리도 불법이어서 싸게 넘길테니...알아서 소주값이나 주쇼.
촌놈 : (참, 이놈들도 어지간히 똥줄이 타는 모양이군. 만원 꺼내준다) 여기요(백만원이면 반학기 등록금...@.@)
불법 군납업자 1,2 : (참새 짹짹....개폼 똥폼 잡고 똥씹은 표정 ) 아이, 왜 그러쇼? 소주값 몰라요?
촌놈 : 만원 줬잖아요.열병은 사겠구만...(나름대로 안주값도 챙겨주는 엄청난 배려였는데...) 

결국 협상을 결렬되었다. 그 불법 군납업자 1,2 는 참 재치덩어리 촌놈을 만났구나 생각했을테지만 난 소주값은 그냥 가게에서 파는 소주값만 알고 있었다. 삐까번쩍한 각그랜저에서 내리면서도 "아, 그래도 백만원이 넘는데 오만원은 줄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뒷통수를 때리던 순진한 시절이었다. 오만원이 내가 생각하는 소주값의 한계였나보다. 그 심오하고(?) 당대하며(?) 개떡같은 소주값의 의미를 들은 것은 회사생활을 하면서이다. 사과상자와 소주값중 어느 것이 비싼지 목숨걸고 자웅을 겨루던 시절에 알아버렸다. 아, 죽을때까지 소주값은 공병 포함 소매가인 세상에 살다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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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5-09-0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재밌습니다. ^^
근데 소주가 무슨 죄라고 엉뚱하게 그런 데다 갖다 붙인단 말예요.

비로그인 2005-09-0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만원!! 무늬는 갱(!)스러운데 알고 보니 시트콤이었습니다요. 하하하. 친구한테 들려줘야지..(흠..근데 잉크냄새님 소개해달라고 하면 어떡허쥐..그, 그람 안 되는데..-ㅡ+)

비로그인 2005-09-0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고 소주값은 할인마트에서는 공병값 포함해서 930원에서 -80원 사이를 호가하고, 식당에서는 3000원입니다.

paviana 2005-09-0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잉크냄새님이 이렇게 재치만땅이신분인줄 미처 몰랏어요..
소주가 4,000원인 세상이 되면 청하만 먹을거에요..이제까지 그래도 청하보다 싸서 그 맛없는걸 마셨는데....

잉크냄새 2005-09-0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정개님 / 소주, 사과, 개....세 단어의 공통점이 정치가들에 의하여 참 지저분한 의미로 퇴색된 단어들이죠. 소주값, 사과상자, 개만도 못한 어쩌꾸.....
복돌이님 / 점방 운영하나요? 어찌 이리도 소주값을 속속 알고 있나요? 식당이 3000원이군요. 전 식당에서 술을 잘 먹지 않아서...먹어도 다 포함되니 별도로 생각해 본적이 없군요.
파비아나님 / 재치는 오해입니다요. 진짜 소주값에 대하여는 그 이상의 의미를 생각할수도 없던 시절이었죠.

조선인 2005-09-0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떡값 이야기 생각나네요.
낙원상가 아주머니께서 떡값이라고 하고 싶으면, 딱 떡값만 받아서 떡만 사라고. 제일 비싼 셋트가 20만원 짜리고, 그 이상은 줘도 못 만드니, 20만원 이상 떡값받는 놈은 다 영창에 넣으라고 ㅎㅎㅎ

2005-09-01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9-0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용 소주? 맥주...백만원을 호가한다면... 양주인가요? 뭐지..?

잉크냄새 2005-09-0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 맞아요. 떡값이 있었죠. 떡값 시세도 모르는 사람들이 경제를 논하니...ㅎ
속삭님 / 그러니까...그것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니라...진짜로 소주값의 의미를 모르는 멍청한~~ 학생이었다우...
이카루님 / 세종실록 지리지 50페이지 11째줄.... 11번째줄에 보이죠? 비디오 카메라... 그 당시는 참 귀하긴 귀했죠...

파란여우 2005-09-0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떡 이야기 그만 합시다. 님이나 저나 개떡 이야기 여러번 써 먹었는데요
사실, 개떡은 배고프던 우리들의 지나간 시절에 고귀한 은총이었지요
근데, 누가 처음으로 개떡을 비하한걸까요? 전 아닌데요...--;;
가을에 도자기 축제 하면 함 초대나 해 주세요.소주 한 잔 사리다...

2005-09-02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2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9-0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저는 얼마전에야 마트에서 파는 참이슬 한 병이 900원이란 걸 알았어요. 값도 싸고 취기도 금세 오르고~ 암튼요, 저는 에둘러서 말하면 잘 못알아 듣곤 하는데, 이건 어리버리해서겠지요? ㅠ.~ (잉크냄새님이 그러시다는 건 결코 아니옵니다~!!)

잉크냄새 2005-09-0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개떡에게 죄송합니다. 이곳 가을에는 도자기 축제가 열리겠죠. 한번 추진해봐야죠.....
속삭님 / 저도 바로 속닥속닥하러 갑니다.
플레져님 / 에둘러서 말하는 것을 바로 알아듣는 것은 그만큼 세상의 이치에, 그것이 어둡던 밝던, 밝은 때문이겠죠. 저도 지금이야 대충 협상을 하겠지만 그때만 해도 소주값은 대포집 소주값이외에는 별로 생각나지 않던 시기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9-05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법 군납업자들의 표정이 선명하게 그려지는데요? 그런데 대학교 1학년 때라고 하시니깐, 무척 귀여운(!) 잉크냄새님이 연상됩니다. 카카.

잉크냄새 2005-09-06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뭐 씹은 표정이 딱이라고 할수 있죠. 아무리 1학년때여도 전 여전히 귀엽다는 말은 멀리 하고 야만적이다는 말은 벗을 삼아 지내던 시절입니다.^^

2005-09-06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그 마음만으로도 벌써 남음이 있는데요. 소중한 것은 천천히 뜸들이나 봅니다.

2005-09-06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6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0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햐, 그래도 세분중에 두분은 맞췄네요.^^

2005-09-07 0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7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ika 2005-09-0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흐흐~ 이 잼난 글을 이제야 읽다니 ...제가 그동안 뭘한거죠?
오늘 안 사실... "잉크님은 술은 술집에서만 드신다." ^^

잉크냄새 2005-09-0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책읽기 늦어진것 변명하다가 제가 오히려 한방 먹은 기분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곤충들이 태풍으로 곤혹을 치루네요. 매미, 나비....
속삭님 / 항상 세심한 배려.. 감사드려요.
라이카님 / 진짜 그 동안 뭘하신겁니꽈? 저도 오늘 안 사실..." 라이카님은 서재 비우면 여행가신다."^^

2005-09-08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0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그런 극비 사항을 어떻게....대략 짐작이 가긴 하는데...- ―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신영복 교수님, 안타깝게도 그분을 알게된 것은 불과 몇해전의 일이다. < 더불어 숲>을 읽으며 장강의 깊은 물과도 같은 흔들림없는 삶과 호통치지 않되 가슴 가장 깊은 곳을 울리는 단호한 어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나와 너만이 아닌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고, 더불어 숲이 되자고 말하시던 분, 스승이 없는 시대에 감히 스승이라 부르고 싶었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스물여덟의 나이에 수감되어 이십년의 옥중생활을 겪어내신 분, 주체할수 없는 청춘의 열정과 삶의 희노애락과 성숙을 단절된 15미터의 벽앞에서 고스란히 보내야 했다. 벽은 한정과 단절과 구속이다. 벽앞에서 인간의 내면은 입체적이지 못하고 평면이나 소실점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신적 억압으로 대변되는 벽앞에서도 그분는 결코 자신만의 세상속으로 침잠하지도, 세상과의 소통을 끊어버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어떠한 가식이나 허위도 필요치 않은 벌거숭이로 만나는 수인들의 삶속에서 진정한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를 경험한다. 삶의 애락과 오호의 감정이 오직 인간에 의해서만 드러나는 한정된 공간속에서 이끌어낸 관조적인 삶의 시각은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그러나 오직 관념뿐인 삶이란 얼마나 허무할까? 그분의 고뇌는 서간문 곳곳에 드러난다. 
"지식은 실천에서 나와 실천으로 돌아가야 참다운 것이라 믿습니다"  - p140 -
"이처럼 실천->인식->재실천->재인식의 과정이 반복되어 실천과 더불어 인식도 감정적 인식에서 이성적 인식으로 발전해갑니다. 그러므로 이 실천이 없다는 사실은 거의 결정적인 의미를 띱니다. 그것은 곧 인식의 좌절, 사고의 정지를 의미합니다. 흐르지 않는 물이 썩고, 발전하지 못하는 생각이 녹슬수 밖에 없는 이치입니다."  - p277-

수감초기의 냉철한 자기 성찰과 중반기의 진지한 삶과 인생에 대한 태도, 그리고 후반기의 완숙한 삶의 성찰은 시간에 따른 그의 의식변화를 보여주는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80년대 초반에 쓰여진, 후반기의 편지글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후반기의 주된 내용은 관계와 실천이다. 그분에게 있어서 관계는 곧 존재이고 실천이 곧 인식이다. 한정된 관계와 실천이 배제된 인식만으로 이어지는 불완전한 삶의 반복속에서도 자기 논리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그분의 삶의 태도와 시각이 이 책의 근간이 아닌가 싶다.

책장을 덥자마자 다시 첫장을 넘겼다. 반복해 읽을수록 그분의 글은 명징하게 다가온다. 잔잔한 호수처럼 맑고 명징하다. 허영심이 없다. 말과 글의 본질 위로 올라서려는 허영심이 완전히 배제된 글이다. 그분의 글을 읽는 순간, 난 가장 맑은 호수에서 가장 맑은 삶을 한 웅큼 낚아올린 기분이다. 책장을 넘기는 손맛이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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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30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 세상에 울리는 선생님의 맑고 고운 울림(!)은 시대가 큰 폭으로 변화할수록 더욱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 같아요. 관계는 존재이고 실천은 인식이다.. 흠..고통 속에서도 오히려 더욱 세상을 사랑하고 존재를 껴안을 수 있다니..참..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지만 저같았다면 오히려 타인에게 더욱 상처를 내고 말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잉크냄새님의 감정과 이성의 상승이 조화롭게 잘 느껴지는 좋은 리뷰네요. (하나를 알면 가끔 열을 까먹지만, 일케 또 복습을 해 봐야 나중에 잘난 척을 할 수 있쭁..)

겨울 2005-08-3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첫장으로 돌아가 읽은 자리를 더듬는 근사한 기분, 알지요. 이 책, 다시 읽지 않으면 안되겠어요. 썩은 냄새나는 고인 물에 잠긴 듯 나태했던 일상을 위해서라도요.^^

파란여우 2005-08-30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의 철학적 사유가 신영복 선생의 사색처럼이나 난이도가 높아요.
저도 이 책 읽은지 오래 되었지만 기억력이 별로 없다죠.
원래 이렇게 생겨 먹은걸 어떡합니까.
고통속에서도 세상을 아름답게 보겠다는 근사한 말은 겨우 기억하는데
그게요, 저는 도무지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맨날 잘난척 하면서 깨지고 산다죠.

icaru 2005-08-3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승이 없는 시대에 스승을 삼고자 했다는 것에서, 신영복 선생님을 향한 잉크냄새 님의 마음을 알 수 있겠네요.
님의 말씀처럼 불완전한 삶의 반복속에서도 자기 논리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분은 대단합니다.
그런데 신영복 선생님의 책 <강의>는 읽기에 쉽지가 않더군요.. 오래 전에 중도포기...재시도의 기회를 틈틈이 노리는 중이긴 하지만....
원래 고전 관련이 쉽게 읽어낼 성질의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요...

stella.K 2005-08-3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읽으니 전에 서재 지인으로부터 받은 다른 책이 생각이났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착 가라앉아있는 요즘이었는데 그의 책이라도 붙들걸 그랬습니다.^^

잉크냄새 2005-08-3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 감정과 이성의 조화라는 부분,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면도 있었는데 님이 예를 들어주신 짱구 사례로 확 깨달았습니다. 신영복 교수님 글은 항상 우리를 겸허하게 만듭니다.
우울과 몽상님 / 맞아요 그 기분 참 좋더군요. 책장을 덥자마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경험, 처음이고 근사했지요. 제가 신교수님의 책을 접한 것도 님의 < 더불어숲> 리뷰를 통해서였습니다.
여우님 / 저는 실천할수 있는 여건이 되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니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사고가 썩는지, 녹스는지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잘못인가 봅니다. 여우님이 아니시지요.
이카루님 / 그래요. 하나의 점으로 사라질수 있는 자기만의 세상을 박차고 인간의 관계와 소통을 이야기하시는 분이시죠. 저도 이분의 다른 책을 물색중인데...<엽서>로 할지...<강의>로 할지...아직 미지수입니다.
스텔라님 / 님이 작년에 페이퍼로 꼬박꼬박 올려주시던 <더불어숲>의 구절들이 참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자유의 반대는 구속이 아니라 타성이라는 구절은 평생 간직될 겁니다.

2005-08-31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9-0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완전한 삶의 반복속에서도 자기 논리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 저와 정 반대되는 모습이라 고개가 숙여집니다. 언제쯤 이 불안한 항해는 끝날런지요...

2005-09-02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0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20년이란 세월이 얼마나 장구한 세월인지..그것도 인생의 최고점이라 할수 있는 20대후반에서부터의 20년이니 얼마나 엄청난 세월인가요. 그런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스리는 삶의 자세는 이곳의 우리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플레져님 / 보통 사람들은 자기애가 너무 강한가 봅니다. 어찌 보면 그것이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자기애도 혼자만의 사고는 아닌듯 합니다. 혼자라는 생각은 관념뿐인 함정이라고 합니다.
속삭님 / ㅎㅎㅎ 볼건 보면서 엮읍시다요.^^

sweetmagic 2005-10-06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지하게 부끄럽긴한데...입장 바꿔 하라면 전 진짜 못 할 것 같아요
사색은 커녕 맨날 자학만 하거나 매일매일 미쳐갈지도 .....
이렇게 못난 제가 저도 ....참 애닮고 가슴이 아파요 ,......ㅠ.ㅠ

잉크냄새 2005-12-06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직님 / 보통 사람들의 삶이겠죠. 느끼고 감동하는 가슴에 비해 행동하지 못하는 가슴이 늘 아프답니다.

포로롱 2005-12-2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책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어요. 어제 영풍문고에 가보니 한국 스테디셀러 칸에 있더군요.

잉크냄새 2006-01-16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로롱님 / 훌륭한 책이죠. 개인적으로 수세기가 흘러도 잊혀지지 않을 명작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는 벽으로 인하여 망가진 감정을 너무나 단순하게 처리하려 드는 것을 봅니다. 감정을 이성과 대립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이성에 의하여 감정을 억제하도록 하는, 이를테면 이성이라는 포승으로 감정을 묶어버리려는 시도를 종종 목격합니다.
이것은 대립물로서의 이성을 대립적인 것으로 잘못 파악함으로써 야기된 오류입니다. 감정과 이성은 수레의 두 바퀴입니다. 크기가 같아야 하는 두개의 바퀴입니다. 낮은 이성에는 낮은 감정이, 높은 이성에는 높은 감정이 관계되는 것입니다. 일견 이성에 의하여 감정이 극복되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경우도 실은 이성으로써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성의 높이에 상응하는 높은 단계의 감정에 의하여 낮은 단계의 감정이 극복되고 있을 따름이라 합니다. 

신영복 교수님의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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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5-08-2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신영복샘이군요. 저도 이 책 읽었는데 너무 오래되어서 가물가물.. 다시 읽어야겠어요.

검둥개 2005-08-2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성의 높이에 상응하는 높은 단계의 감정, 저도 배우고 싶어요...

마늘빵 2005-08-29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읽은지 오래되서 별로 기억에 남는게 없네욤. 감옥에서 낑겨 자면서 인간다움 어쩌고 한 그거는 가물가물 기억나는데.

2005-08-29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8-30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보라님 / 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부끄럽게도 전 십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야 감동하며 읽고 있답니다.
검정개님 / 소위 말하는 이성과 감정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더군요. 이성의 높이에 상응하는 높은 단계의 감정이라...
아프락사스님 / 님이 말씀하신 부분은 여름 징역살이 라는 서간문인것 같네요. 철학을 전공하신 님이 바라보는 교수님은 어떨까 궁금하네요.
속삭이신님 / 그렇게 버리는 것이 가장 큰 용기가 아닐까요. 다음에는 이쪽으로도 퍽퍽 줘버려주시길... 아, 근데 전 지금 감정의 기복이 없다고요...ㅎㅎ

비로그인 2005-08-3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구는 못말려>란 만화 영화를 보면 딱 제 스퇄인 캐릭터가 나옵니다. 짱구가 눈치없이 유리몫의 비싼 소갈비까지 먹어치우자 유리엄마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으며 짱구에게 정말 잘 먹는다고, 웃으며 격려해주죠. 그리곤 화장실에 가서 권투 글러브를 끼고 토끼 인형을 꺼내 사정없이 펀치를 날리더라구요. 이성의 높이만큼 감정도 성숙하는 거라면 전 아직 유리엄마 단계인 듯 합니다. 멀었다는 얘기죠. 글고 선생님 책은 시기가 언제든 새로운 감동을 주더라구요.*^^*

잉크냄새 2005-08-3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 오호, 참 적절한 비유군요. <짱구는 못말려>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그리도 잘 짚어내시다니..역시...ㅎㅎ

파란여우 2005-08-3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려워요..너무 철학적에요.암튼, 짱구도 먹고 싶고, 굴비도 먹고 싶어요^^

2005-09-01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0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웬 엄살을 떨고 그러시나요?? 님의 심오한 글에 항상 감탄하는 잉크이거늘...
속삭님 / 무슨 말씀이세요. 그렇게 활달하고 명랑한 모습을 보는것 같아 을메나 흐뭇하다고요. 님의 글 자주자주 접하는 것이 이생의 봄날 (노래 제목?) 같다고요..^^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춤, 설령 몸치는 아닐지라도 춤이라는 행위 자체에 큰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남자의 춤에 매료된 적이 한번 있다.  <25시>에서 게르만인의 전형으로 뽑힌 두상을 가진 남자, 앤서니 퀸이 열연한 < 자유인 조르바 > 라는 영화속 그의 춤이다. 춤의 형태는 달랐지만 우리의 어깨춤이 문득 떠오르는 춤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만난 그의 춤이 한동안 머릿속에 남아있었던 이유는 뭘까. 그의 춤에서 한없는 자유를 보았다는 말은 지금에서야 붙이는 포장일뿐, 아직도 그 당시의 어린 나를 모를 일이다.

조르바, 그는 부지불식중에 관습이니 문명이니 하는 불문율에 의하여 억압된 감정을 말이 아닌 춤으로, 산투리 연주로, 몸으로 표현하는 사내이다. ( 사실 조르바는 지독한 수다장이다. 작가와 조르바 둘이 밤새 술마시고 떠든다. 부럽다. ) 질그릇을 만들고자 물레를 돌리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왼쪽 새끼 손가락을 자르는 기이하고도 황당한 사내이다. 작가인 동시에 작중화자인 책속의 내가 만나는 조르바는 신에 의하여, 문명에 의하여 잘 가꾸어진 인간이 아닌 오직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사내이다. 조르바를 바라보는 일상의 눈은 어떠한가. 문명은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다. 문명이 흘린 노폐물을 야만이라고 부르며 그것이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인줄 모른다. 그러니 잘 정돈되고 꾸며진 외향에 비하여 지독히도 혼란스러운 내면을 가진 보통의 인간이 만나는 조르바는 혼란스러울 밖에 없다.

자유, 그런 조르바에게서 느끼는 자유로움은 억압된 감정의 일탈을 통한 대리만족은 아니다. 
류시화 시인 가라사대  "다른 사람들이 세워놓은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질서를 발견하는 것, 그것을 나는 자유라 부른다."  - 지구별 여행자 -
신영복 교수님 가라사대 "자유의 반대는 구속이 아니라 타성이라는 사실입니다."  - 더불어 숲-
자유는 결국 행동의 자유로움이라기보다는 자유 자체의 주체성에 있다고 할수 있다. 조르바의 방만하고 개념없이 느껴지는 행동에서 오히려 자유를 느끼는 것은 그 안에 정립된 자신의 주체성과 질서를 발견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사상도, 신도, 문명도 거부한 조르바의 자유는 삶의 방향을 가진 자의 영혼의 자유로움이다. 혼란스러웠던 한때 지독히 인간적으로, 지독히 자유롭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불완전한 말보다는 춤으로 살다간 조르바를 만난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P.S ) 앤서니 퀸이 아니면 어느 배우도 조르바를 표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전부 성우가 아닌 이치우 라는 중견배우가 담당했다. 역시 그 배우의 목소리가 아니면 앤서니 퀸을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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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8-24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인 조르바가 한없이 부러워집니다. 그런데 전 영화를 보지 못해서 앤서니 퀸이 어떤 연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고,(이치우라는 분이 제대로 목소리 연기를 했나 보네요)저 책은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아득하네요. 다시 읽을 목록에 뽑아 놓아야겠어요. 가끔, 어떤 책을 읽긴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는 책이 있어요. 분명 읽은 날짜까지 뒤어 적어 놓았는데도... 이 책도 내용은 기억 안 나고 분위기만 기억 나요. 그런데 <오직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삶>은 어떤 삶일까요?

플레져 2005-08-25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은지 2년쯤 되었나봐요. 나이가 더 들면, 그때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그 자유의 춤이 좋지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고 오카리나 연주가 좋지만 그 연주가 무조건 구슬프게만 들려서요. 조르바씨를 좋아하지만 다른 님들과는 다른 차원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영화를 잠깐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일화가 있군요... 음...

돌바람 2005-08-2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이드님처럼 그리스에 가고 싶었답니다. 젊고 당당한 그녀가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영화는 저도 보고 싶네요. 잉크냄새님을 사로잡은 그의 춤, 목소리도 듣고 싶구요.

검둥개 2005-08-25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의 방향을 가진 자의 영혼의 자유로움"!!! 어떻게 이렇게 멋있는 말을 쓰세요?
저도 이 책 참 좋아했는데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생각이 희미하네요 ^^

잉크냄새 2005-08-25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앤서니 퀸 스스로도 "나는 조르바이다" 라고 말했을 정도로 상당한 열정을 가지고 임했던 작품입니다. 인간의.....는 그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마다 달리 느껴질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이 책이 터키에서 금서였다는 사실만 살짝 말씀드립니다.
플레져님 / 전 영화중 기억나는 것은 춤추는 장면뿐입니다. 님이 조르바를 좋아하는 또 다른 차원, 살며시 흠쳐보고 싶네요.
돌바람님 / 그리스, 정말 한번 가보고 싶네요. 지명이 생각나지 않지만 포카리 스웨트 선전하던 하얀 건물이 즐비한 동네, 그곳으로요. 아, 그리고 이치우씨의 목소리는 KBS 명화극장에 나오는 앤서니 퀸의 목소리 전부라고 보면 됩니다. KBS 탤런트였거든요.
검정개님 / 아, 아침부터 저를 붕~ 뜨게 해주시다니요. 그러고보니 조르바는 만인의 연인이군요.

비로그인 2005-08-2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을 잠시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잉크냄새님이 좀 못생기신 분이라면 좋겠어요. 저 사람 전직 개그맨 아냐, 할 정도로 탁월한 유머감각에, 우워~하고 쓰러져버릴만큼 기똥찬 리뷰,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섬세한 감성..이거이거 안 됩니다! 거기에 얼굴까지 잘 생겨버린다면, 세상이 넘 불공평하쟎아요!! 돌잔치 이벤트하실 때, 애기아빠인 줄 알았고 몇 주전까지만 해도 그리 알았소만, 잉크냄새님, 저 좀 키워달랑게요, 쓱쓱~ 그나저나 왠지 원초적이고 매우 짐생스러웠던(!) 안소니 퀸과 이치호님의 목소리, 잘 알죠. 맞아요. 전부 더빙하셨을 거에요. 노틀담의 꼽추도, 길도, 조르바도. 저도 플레저님처럼 춤추는 장면이 흐릿하게 생각납니다.

파란여우 2005-08-25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암것두 몰라요. 조르바가 물레 돌리는 일이 구찮어서 손가락을 자른 것하고
바람둥이라는 것하고 실제 안소퀸도 바람둥이였고 그리고 잉크님이 좀 생긴편이라는 것을 몰라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8-25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리뷰를 읽고 나니, 참, 자유롭고 싶군요. 자유롭지 못하니 자유, 라는 말에 뒤이을 말을 만들지 못해요... 근데 사색 좀 해볼라는데 복돌님이랑 파란여우님 댓글 보다가 그냥 풀어지지 모예요. 꽈당.

잉크냄새 2005-08-25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 참, 너무 띄워주시네요. 그리고 페이퍼 제목도 잘 지어야할것 같아요. 돌잔치라고 지으니 그런 오해가 있을수도 있군요. 멕가이버 목소리가 배한성이고 멀더 목소리가 김도현이라면 앤서니 퀸은 역시 이치우씨밖에는 없죠.
여우님 / 마지막 문장을 보니 진짜 아무것도 모르시는군요.ㅎ.. 앤소니 퀸, 지독한 바람둥이죠. 여든이 넘어서 자식을 보았으니...헐...
이안님 / 자유, 라는 말뒤에 이안님이 뭔가를 뒤이으신다면 진짜 사려깊은 문장이 만들어질것 같네요. 사색할 분위기가 풀어져 버렸다면 춤으로 한판 구성지게 표현해보심이 어떨런지요.^^

Laika 2005-08-25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싶었는데, 아직까지...올핸 꼭 읽어야겠어요...
여긴 주인장이 글을 잘 쓰니 .... 댓글들도 너무 재밌는거 있죠...^^ 정말 대단한 서재예요..^^

2005-08-26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8-2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 님의 리뷰 기대할께요. 라이카님 서재의 댓글들이야말로 판타스틱하다구요.
속삭이신님 / 책장 표지도 안소니 퀸의 얼굴이잖아요. 영화속의 인물로 완전히 동화된 배우가 있다면 조르바의 안소니 퀸이라고 할수 있을것 같네요. 저도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포로롱 2005-12-2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애 최고로 감동받았던 책 중의 하난데(너무 거창한가^^) 리뷰를 못 쓰겠더군요. 거장의 책을 함부로 논하기에 엄두가 안나서요. 안소니 퀸의 영화는 아직 못 봤어요. 잘 읽었습니다.

잉크냄새 2006-01-1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로롱 / 전 이렇게 수박 겉핣기 식의 리뷰라도 올린답니다.^^ 그것이 나의 책읽기의 흔적이 아닌가 싶어서요.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던 리뷰는 분명합니다. 님이 올리시는 조르바의 이야기라면 무척이나 감동적일것 같네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05-0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영화도 있었네요. 기회가 된다면 영화도 보고 싶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