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중국이다. 사람의 앞날은 확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동남아를 거쳐 중국내륙을 관통하려는 다소 긴 30대의 마지막 여행계획을 잡으며 비행기표를 검색하던 때에 중국공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소 망설이다 삶이란 아쉬운 무언가를 늘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먼 훗날의 여행계획 속으로 살며시 밀어넣어 보류해두고 중국으로 급하게 날아왔다. 도착한 첫주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2년전 70일간의 출장을 보낸 거리를 걸어보았다. 낯설지 않은, 아니 오히려 친숙한 느낌마저 주는 몇몇 가게의 상호와 골목은 늘 그자리에 있다. 자전거 뒷자리에 보기에도 들쩍지근한 설탕을 녹여 입힌 과일을 팔던 아저씨마저 기억날때는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어쩌면 망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것 같다. 그저 우선순위를 정하여 기억 저 뒤편으로 잠시 돌려보낼뿐. 중국에서의 생활은 앞으로 최소 2년이다. 막막함이나 두려움은 없다. 난 언제나 내 삶의 길 위에 서 있을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여행이 나에게 준 교훈이다. 언제나 길 위에 서 있으리라는 것. 과거로부터 지금의 나를 거쳐 어느 먼 훗날로 이어지는 그 길위에 난 항상 서 있을것이다. 그것이 길의 숙명이고 삶의 숙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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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2 16: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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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1 2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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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2 2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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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1 2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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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9-11-22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일보냄^^

잉크냄새 2010-03-21 21:56   좋아요 0 | URL
바쁘고 정신없어서 그만...그래도 저자 사인본 한권은 꼭 챙겨주세요.ㅎㅎ

2010-01-07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1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 여행을 시작할때는 내가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든가 아니면 내 영혼의 구석 어딘가에 덕지덕지 달라붙어있을 욕망의 덩어리를 버려야 한다든지 하는 의무감 비슷한, 어쩌면 강박관념이라 표현해도 좋을 무엇인가가 분명 존재한듯 싶다. 인도-네팔 45일간의 1차 여행을 마치고 남미와 중동을 저울질하다 중동으로 떠나온 이번 여행은 그저 두 발이 가져다주는 자유로움을 따라 걷고 있는듯 했다. 그런데 터키 카파도키아의 어느 동굴 호텔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체 게바라" 여행을 떠나 삶의 이면을 다시 한번 바라보라고 등 떠민 이가 그였다. 그가 의대생 시절 오토바이 한대로 떠난 남미 여행이 나에게 길을 떠나도록 오랜 세월 재촉했고, 어떤 계기로 그 발을 내딪은 것인데, 그의 여행기를 다시 읽으며 내가 길떠난 의미를 다시 떠올려보게 된 것이다.너무 큰 욕심은 부리지 않을 생각이다. 사실 욕심만으로 될 일도 아니지만, 나이테가 나무는 겨울에도 자라고 있음을 보여주듯 자유로운 길떠남 어딘가에도 영혼은 조금씩 자라고 있을것이다. 비 내리던 터키의 어느 시골 버스안에서 창문밖으로 그려지던 그리운 이들의 서늘한 눈매, 그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히 충만하다.  

  

예상보다 일찍 시리아로 내려왔다. 터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살인적인 물가와 우기 특유의 우중충한 날씨에 시달리다 흑해의 어느 마을에서 일정을 바꿔 카파도키아만 찍고 바로 시리아 국경을 넘었다. 애초 일정이 터키 30일, 시리아 15일 이었는데 터키를 열흘 정도 줄이고 다마스커스까지 내려오니 요르단 국경이 코앞이다. 요르단에는 인디아나 존스 3 <최후의 성전>에 나온 페트라 유적지와 적색의 와디럼 사막이 있으니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고 또 다시 국경을 넘게 될듯 싶다.  

 

지금 머무는 다마스커스는 말그대로 고대 도시가 어떠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인간이 거주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느낌은 굳이 골목골목을 누비지 않아도 알수있다. 다마스커스행 버스에서 내리던 순간 불어닥친 세찬 돌풍이 부드러운 손길처럼 느껴진 순간, " 아, 이 도시에서 한참을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저녁무렵 의식을 알리는 모스크의 영혼의 소리가 들리고 저 수천년의 골목을 밝히던 가로등 위로 푸드득 날아가는 비둘기를 보는 순간 한참을 있기로 결정해버렸다. 내일을 다마스커스 올드 시티를 구석구석 누벼봐야겠다. 

 

중동여행이후 한글이 되는 곳은 이곳 다마스커스 숙소가 처음이다. 인터넷 까페를 찾아다니지 않은 내 게으름이 그 이유겠지만. 

 

인도 네팔의 많은 한국 배낭 여행자와 대조적으로 이곳은 한국뿐 아니라 외국의 여행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중동인들이 영어도 잘 안되다보니 거의 묵언수행을 하듯 여행을 하고 있다.  

 

터키 카파도키아의 열기구는 세계 3대 열기구에 속한다. 110~230유로까지 그 비용도 다양한데 큰 맘먹고 탄 열기구가 카파도키아의 멋진 바위와 부딪히고 벌판에 불시착했다. 나에게 카파도키아는 요정의 굴뚝, 젤베 계곡, 로즈 밸리보다도 그 바위가 더 기억에 남을듯 싶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고 요금도 환불받았다. 어쨌든 난 그 유명한 카파도키아 열기구를 20분을 공짜로 탄듯 싶어 열기구보다 더 날아오를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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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0 08: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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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5 17: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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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0 1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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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5 18: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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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3-10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여행중이시군요. 나중에 여행기 쓰셔도 좋을 것 같군요.
다음엔 사진도 올려 주시면 안될까요?
몸조심하시길...^^

잉크냄새 2009-04-05 17:46   좋아요 0 | URL
이제 여행의 끝을 향하여 달리고 있습니다.
여행기는 아니고 저만의 기록을 남기고 싶군요.

2009-03-10 12: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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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5 17: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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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3-1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야 원...전세계에 잉크 향기를 날리고 계셨군요..^^ 재미있는 여행 마치고 건강하게 귀국하세요.^^

잉크냄새 2009-04-05 17:50   좋아요 0 | URL
지금은 북부 아프리카에서 날리고 있답니다.
메피님도 건강하시길...

paviana 2009-03-1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도 열기구 타보고 다치지 않고 불시착하는 경험까지 해보고 요금환불까지 받는다면 날아오를거같아요. 근데 정말 멋지시네요. 원하는 것을 찾아가지고 건강히 돌아오세요.^^

잉크냄새 2009-04-05 17:51   좋아요 0 | URL
바위에 추락할때의 그 아찔함만 빼면 다 좋죠. 더 높은 상공에서 카파도키아 전체를 보는 기회는 없어졌지만 천천히 하늘을 오르던 열기구 체험만으로도 좋네요.
 

델리에서 맥그로드간즈로 넘어오는 길은 긴 여정이었다. 정해진 버스 시간은 12시간이었지만 보통 인디언 타임 2시간 포함시켜 14시간으로 일정을 잡는다. 게다가 내가 탄 버스는 새벽 2시경 어느 한적한 산길에서 고장나는 바람에 달밤에 체조라도 하듯 현지인들과 뒤엉켜 버스를 밀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새벽 어둠을 뚫고 나타난 마을버스에 올라타기까지 지체된 3시간 포함, 무려 17시간이 소요된 여정이었다. 그 긴 여정에서 두명의 젊은이를 만났다.

21살의 한국인 처자는 벌써 2달째 여행중이었다. 티벳 자치구와 파키스탄을 거쳐 이곳 인도에 머물고 있었다. 그녀는 맥그르도간즈에 살고 있다는 티벳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녀가 머물던 바라나시에서 델리까지 기차로 12시간, 다시 델리에서 맥그로드간즈까지 버스로 12시간, 무려 24시간의 거리를 달려가는 길이었다. 앙탈이라도 부리듯 혼자 투덜거리다 누구냐는 물음에 남자 친구라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폼이 영락없는 소녀다. 근데 사랑일까, 호기심일까.

21살의 티벳 청년은 올초 티벳사태 이후 6000미터의 히말라야를 넘어 이곳 맥그리드 간즈로 왔다고 한다. 맥그리드간즈에서 만난 한국인 처자를 배웅하기 위해 델리까지 12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12시간의 버스에 올라탄 상태이다. 같이 찍은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며 여자친구라 말하며 환하게 웃는 폼이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청년이다. 근데 사랑일까, 착각일까.

그들의 사랑을 호기심일까, 착각일까 내 나름의 잣대로 생각한다는 것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곳에서 티벳인과 결혼한 사람을 셋이나 보았다. 사랑에 국경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사랑은 번갯불 치듯이 그렇게 시작되기도 한다. 근데 여기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며 본 젊은 티벳인들의 눈에는 불안함과 고독이 서려있다. 히말라야 저쪽에 고향과 부모를 모두 두고 넘어온 그들이기에, 국적불명의 불안한 미래이기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여행자의 객창감에 던진 아주 작은 호의에도 큰 의미를 두게 되지 않을런지. 여행자는 본질적으로 이방인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런지. 벼랑끝까지 몰려있는 그들에게 단 하나의 상처는 돌이킬수 없는 아픔을 주게 될 것 같다. 

사랑은 쉽게 말하여지면 안될것 같다. 쉽게 말하여진 사랑은 부서지기 쉽고 깨어지기 쉽다. 그 조각은 가슴에 돌이킬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는 오래도록 아물지 않는다. 단순한 나의 노파심으로 그치길. 그들의 사랑이 진정이길.

"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늙어가는 아내에게" 일부 - 황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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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8-12-1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이면 맥그로드간즈를 떠난다. 참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다시 델리로 가는버스에 12시간 시달리고, 자이살메르까지 기차로 무려 19시간을 달려가야한다. 그 다음에는 사막이 나를 기다릴 것이다.

2008-12-12 2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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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3 21: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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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8-12-13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먼곳에 가셨네요.지금쯤이면 사막을 보기 위해서 열실히 달려가시겠네요.
건강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다른 사람의 연애가 아니라 님의 연애이야기가 슬며시 기대되네요.ㅎㅎ

잉크냄새 2008-12-13 22:00   좋아요 0 | URL
하하, 중이 제 머리 못깍잖아요. 그저 남의 연애담이나 이렇게 떠들고 다니게 될런지도.

가시장미 2008-12-1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시더니 언제 또 그 먼 곳까지 가셨어요? 와우~!! 대단하세요 ^^
잉크냄새님의 글을 볼 때마다 놀라네요. ㅋㅋ 인도의 커리는 어떤가요? 드실만 한가요?

참 사랑이 뭔지..라는 생각을 만들게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이군요. 그렇게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다는 건 행복일텐데, 현실의 어려움에 의해 오래 지속되지 못 한다면 상처로 남을 수도 있으니, 타인으로 하여금 그런 의문을 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정말 사랑일까?

하긴 남 이야기가 아니죠. 제가 사랑한다고 말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가는 순간입니다. "우린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 느낄 수가 없잖아~~"라는 노래가사도요 ㅋㅋ 사실 사랑이냐 아니냐로 정의할 수 있는 성질의 감정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유지되지 않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하긴 힘들겠죠. 누구에게나 지금의 감정이 중요하니깐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 모든 사랑이 그때는 중요하고 소중하고 간절했으니.. 모두 사랑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현재의 감정은 아니니... 이거 참 ㅋㅋ

어쨌든 몸 건강히 잘 다녀오시고 종종 소식전해주세요 ^-^* 홧팅!

잉크냄새 2008-12-13 22:03   좋아요 0 | URL
지나간 사랑의 감정일지라도 그 순간에 진실하였다면 사랑이라 할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저 글을 쓴것은 티벳이라는, 여행자라는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추억거리로 생각한 감정이 남겨진 자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어서 몇자 적어본 겁니다.
인도 음식은 라씨 빼고는 아직까지 별로입니다. 라씨는 나중에 한국가면 한번 만들어보고 싶군요. 아니면 프란차이즈라도 하나 차려야할듯...

가시장미 2008-12-13 22:55   좋아요 0 | URL
저 라씨 알아요! ㅋㅋ 예전에 인도 음식점에서 일한 적이 있거든요. ^^
저도 일하면서 제일 맛있는 게 라씨라고 생각했어요. 으흐 체인점 차리시면 저도 자주 먹으러 갈텐데. 으흐

잉크냄새 2008-12-14 15:45   좋아요 0 | URL
특히 바나나 라씨가 최고.
원래 지금쯤 델리에 도착해서 기차역으로 가야하는데 어제 버스가 끊겨 오늘에야 이곳을 떠납니다.

stella.K 2008-12-13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중이시군요. 멋지십니다. 그 여행에서 잉크님의 사랑을 주운 줄 알았더니
정말 남의 사랑에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ㅎㅎ
암튼 여행 잘 하시고 무사히 귀환하시길...아, 언제쯤 귀환하시는지...?^^

잉크냄새 2008-12-13 22:06   좋아요 0 | URL
원래 연애 못하는 사람들이 남의 연애에 콩나라 팥나라 떠든다죠.ㅎㅎ
아마 귀국은 1월 중순이나 말경이 될것 같네요.

2009-01-06 0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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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0 0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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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3 16: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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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0 03: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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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가만히 돌아보니 12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그 세월을 같이 해오신 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다보니 문득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의 마지막 구절이
떠오릅니다.
IMF의 여파속에 천박한 자본주의를 대변하던 강자의 논리,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진창길을 통과하던 시기였지만 같이 울고 웃으며 지내온 여러분은 제 기억속에
저 싯귀처럼 오래도록 간직될 겁니다.
산다는 것은 때론 홀로 눈물자국 간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뜨거운 국수김이
창문을 뿌옇게 물들이는 그런 선술집에서 두런두런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가슴속 뜨겁게 따뜻한 국수를 먹는 것이기도 한가 봅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샤르트르가 "그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칭송한 남미 혁명가 체 게바라의
명언입니다. 의대생이던 그가 남미 오토바이 여행을 통하여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것은 육체의 치유가 아닌 정신과 의식의 치유라는 깨달음으로 20세기 가장 위대한
혁명가로 거듭 태어납니다. 쿠바 혁명의 성공 이후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아프리카의
콩고로, 남미의 볼리비아로 떠납니다. 그는 알고 있었을겁니다. 쿠바와 달리 콩고와
볼리비아의 혁명은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그가 떠난 것은 그의 평생의 신념과 꺼지지
않고 남아있던 가슴속의 꿈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현재 계획상으로면 제가 체 게바라의 발길을 따라 남미를 돌고 오면 39살이 되어있을것
같습니다. 우연히도 볼리비아의 산중에서 사살된 체의 나이가 39살입니다. 그가
죽음으로 세상에 알려준 신념과 꿈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돌아올수 있었으면 합니다.

"석과불식(碩果不食), 엽락분본(葉落糞本)"

어느덧 가을 풀벌레 소리가 들립니다. 그 소리가 가득한 창가에서 풀벌레 소리 너머의
가을과 그 너머의 겨울을 상상해봅니다. 가끔 내것이 아닌 열망들에 휩싸여 괴로울때면
겨울벌판의 나목이 되고 싶었습니다. 여름날의 그 푸르른 신록을 하나의 망설임도 없이
떨구고 의연히 겨울을 나는 그런 나무가 되고 싶곤 했습니다.
"석과불식"은 씨과실을 먹지 않고 땅에 묻는다는 뜻입니다. 개인의 어려움이든 사회의
어려움이든 역경을 견디는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가슴속에 꺼지지 않을
희망과 꿈을 묻는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엽락분본"은 잎사귀를 떨구어 뿌리를 거름한다는 뜻입니다. 올겨울에는 나를 둘러싼
거짓과 위선과 내것이 아닌 열망들을 하나둘 발아래 떨어뜨려볼까 합니다.
그 희망이 있기에 가슴 떨리는 여행이 될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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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메일이 없어지기에 여기에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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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2 08: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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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2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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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2 2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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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9 2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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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9-0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 사표를 내셨나 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이네요.^^

플레져 2008-09-0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다리 밑에서 고기 구워드셨다던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
그동안 수고 많으셨구요, 앞으로도 수고 많이 하셔요! ㅎㅎ
새로운 계획이라도 있으신건가요?

꼬마요정 2008-09-0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간 열심히 사셨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또 열심히 사시겠죠?
사람은 삶을 살아가는 존재잖아요~ 그 삶을 얼마나 열심히 행복하게 사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오늘 잉크냄새님 글 읽고 다시 한 번 느낍니다. 퇴직은 하나의 마무리이자 또 하나의 시작이니까요~ 잉크냄새님 앞으로 가시는 길에 행복과 만족이 함께 하길 바랄게요~^^ 남미는 덥겠죠?

잉크냄새 2008-09-0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 오랫만이네요. 오래도록 정이 든 곳을 뒤로 하게 되었네요.

플레져님 / 그 글을 기억하고 계시네요. 이곳에서 보낸 추억들이 한동안 그리울겁니다. 계획은 당분간 백수로 여행을 좀 다닐까 합니다.

꼬마요정님 / 모든 것의 끝과 시작은 맞물려있나 봅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 또 다른 길이 이어지겠지요. 남미는 더울것 같아 겨울에 다녀올까 합니다.

paviana 2008-09-02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나가신다는 건줄 알고 순간 뜨끔했어요. 여긴 그만 두시지 않을거죠?
근데 사표치고는 너무 멋져요.

잉크냄새 2008-09-02 17:07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도 퇴직금을 지급할 용의가 있다면야...ㅎㅎ
책을 읽는 동안은 이곳에 머무르게 되겠죠.

2008-09-07 2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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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9 2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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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9 0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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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9 2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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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8-09-22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서울에 언제 오시나요...?
묵은 친구들과 한잔 해야지요..?
잉과장님의 퇴직금이 다 날라가기 전에...


잉크냄새 2008-09-22 18:50   좋아요 0 | URL
지금 자전거 전국 여행을 준비중입니다.
자전거 여행이 끝나면 상경 한번 할까합니다.
그때까지 퇴직금은 충분할테니, 좋은 술집 섭외하세용!!

털짱 2008-09-22 19:42   좋아요 0 | URL
콜!!!! ^-^

하얀마녀 2008-09-23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퇴직인사가 너무 멋진거 아니가요.

잉크냄새 2008-10-05 14:16   좋아요 0 | URL
어제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나중에 또 뵙지요.
 

1. 출입국 심사대의 혼란

예전에 한번 페이퍼에 올랐던 인물인데, 여지껏 사람들을 만나면서 괴짜 행동이 가장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사람이다. 네트워크를 조사하며 컴퓨터 위치를 묻는 직원에게 책상 밑에 있다는 발언으로 좌중을 압도한 포스를 지닌 그다. 특히 소품 사용에 대단한 기지를 발휘하는데, 길거리를 지나다 우는 아이를 발견하면 플립형 핸드폰을 열고 오른쪽 눈에 갖다되며 "베지터"를 연발하는가 하면, 식당에서 숟가락 두개 만으로 완벽한 "울트라 맨"을 소화한다. 물론 애들은 더 울지만.

그런 대단한 기지와 재치와 배짱을 가진 그가 동남아 어느 곳으로 직원들과 여행을 갔다. 출입국 심사대를 가장 늦게 통과하는 그에게 출입국 심사직원이 물었다. 앞의 사람들과 일행이냐고. 영어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직원은 "Group?" 이라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일행을 가르키며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는 들리지 않는 말은 포기한 채 바디 랭위지에 충실하기 위해 손가락을 따라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돌았다. "이것들이 미쳤나? 왜 자꾸 돌라고 해." 하는 불만에 가득한 채. 일행이 데려가기 전까지 직원은 "Group?"를 여섯 번 정도 외쳤다고 한다.   

2. 모스크바 테러의 숨은 진실

95년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납치사건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런지. 간략히 설명하자면 연수중인 현대전자 직원 28명을 태운 버스를 붉은 광장에서 납치한 사건이다.

내가 아는 차장님도 그 당시 인질중의 한명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단체 관광의 습성이 그러하듯 붉은 광장에서 모자를 산 직원들은 대기중인 차에 올라타 서로 누가 싼 가격의 모자를 산것인지 대하여 떠들썩했고 한참의 논쟁끝에 차장님이 가장 유력한 후보에 올라있는 상황이었다. 바로 그때 버스 뒷문으로 올라탄 괴한이 은행 강도들이 쓰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총을 들고 당당하게 걸어왔다. 상황을 인지못한 버스에서는 새로운 모자의 출현에 열광했고 유력한 1위 후보로서 불안감을 느낀 차장님은 가슴을 툭 밀며 지나가는 테러범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일갈했다고 한다. "야, 임마. 너 모자 얼마 주고 샀는데?"

인질로 잡혀있던 시간은 18시간 정도였다고 한다. 그 시간동안 조금만 세게 때렸으면 테러범을 검거하여 영웅이 될수도 있던 기회를 가게 점원의 역활로 대치한 차장님은 혹여나 인질 사살이 있을 경우, "야, 아까 뒤통수 때린 넘 먼저 나와!" 라는 말이 나올까 두려워 더 극심한 공포에 휩싸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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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8-07-1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동건에게 똥침을 가한 털짱님의 친구분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춤추는인생. 2008-07-11 16:21   좋아요 0 | URL
와우 오랜만에 나타나신 살청님 그리고 잉과장님. 두분덕분에 알라딘이 풍성해진것같은 느낌이예요.^^

전 주변에 이런분들 계시면 너무나 즐겁고 재미있을것같아요. ㅋㅋ 첫번째 언급하신분은 나름 재치도 있으시고 살짝 엉뚱하실듯한 예감이...압권은 그래도 두번째 이야기네요.ㅎ 정말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요?ㅎㅎ

파란여우 2008-07-12 16:01   좋아요 0 | URL
'그 미녀'를 알고 있는 저로서는 고발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합니다아~~
(알라디너 아님)

잉크냄새 2008-07-18 10:50   좋아요 0 | URL
살청님 / 똥침은 털짱님이 아니라 털짱님 친구.ㅎㅎ

춤인생님 / 평생을 두고두고 안주거리로 삼지요.

여우님 / 고발의 자리를 한번 마련하심이...ㅎㅎ

하얀마녀 2008-07-15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차장님 대박

잉크냄새 2008-07-18 10:52   좋아요 0 | URL
좀더 세게 때렸다면 더 대박이었을겁니다.

털짱 2008-09-2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제서야 이걸 읽은거죠?
하하하하 모처럼 사무실에서 박장대소했습니다.^0^

잉크냄새 2008-09-22 18:50   좋아요 0 | URL
장동건 똥침에야 어찌 비할까요.
그 글 읽고 더욱 존경심이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