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요리은 오감으로 먹는다고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오감은 부정적인 의미이다. 미각은 둘째치고라도 향신료가 담배냄새처럼 베어있는 중국식당과 정체불명의 요리재료들은 식욕촉진 호르몬의 분비를 깡그리 멈추게 만들곤 한다. 시각이 지날수록 후각세포들은 적응되어가는 모습을 보이나 시각세포들은 여전히 흠칫흠칫 놀라곤 한다. 그래도 워낙 요리가 유명한 중국인지라 삼삼오오 모일적마다 중국식당을 다니곤 한다. 중국에서 심심한 날, 이렇게 요리나 가끔 올려봐야겠다.

1. 요리명 : 썀바탕
  - 사실 썀바탕인지 확실하지 않다. 중국어는 "닌 하오" 말고는 거의 모르고 왔으니, 중학교때 처음 영어공부하듯이 소리나는데로 적고 있다. 셔쳐 필링 컴인 오버 미~~ 이런식이므로 썀바탕 또한 저러하리라.

2. 식당 : 이름 까먹음
  - 출장와서 처음 간 곳이다. 도심이지만 강호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의 건물이다. 신용문객잔의 장만옥이 피아노줄 걸고 넘실넘실 건너올 분위기지만 청바지에 롱부츠의 아가씨들만 바글바글하다. 역시나 중국의 상징적인 색인 붉은 색 천지의 실내 장식이 등불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3.  재료 : ?, 정체불명의 국물, 소고기, 양고기, 버섯, 미역, 배추, 새우, 두부, 오이, 콩쏘스, 맥주는 공짜
  - 일명 중국 샤브샤브라 불리운다. 세숫대(비유법이 아니라 진짜 찌그러진 세숫대다)를 반으로 나누고 중간에 원형의 공간을 만들었다. 즉, 세가지의 국물이 들어간다. 가운데 원형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먹는 방식은 샤브샤브랑 동일하게 끓는 국물에 살짝 익혀 먹는다. 아직 향신료에 익숙하지 않아 몇점 먹지 못했다. 특히나 중간쯤 누군가 가운데에서 건져낸 오늘의 요리재료 ? 를 보고 나서는 오이만 먹었다.

4. ? 의 정체
  -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원형 공간에서 무언가 언뜻언뜻 보일때 우족이려니 생각했다. 잠시후 옆자리의 J부장이 젓가락으로 우족을 들어올리니 자라가 허연 배를 팔등분하고 누워 익어가고 있었다. 메스꺼움을 참으며 오이만 먹고 있으니 옆자리의 J부장이 자라 등껍질을 앞니로 박박 긁으면 먹고 있다. "부장님, 자라등 구멍 나겠소" 하니 씨익 웃는다. 자라 등껍질에 박준형표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5. 결론
  - 쌈바탕 넌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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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21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신용문객잔에선 인육만두가 나오는데 그곳에선 자라가 나왔군요..^^
자라가 스테미너식이라고는 하던데..^^

춤추는인생. 2007-11-2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샴바탕이라. 중국사람들은 정말로 못먹는게 없으니까요 한 십년전 중국으로 장기출장 떠났던 삼촌이 사온 뱀술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어요 ㅎㅎ 전 남자들이 선호하는 특정음식들. 몸에 좋다고 땀뻘뻘흘려가며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낯설어 보여요;; 차라리 그순간 패스트 푸드 좋아하는 남자가 낫겠다 싶죠^^

가시장미 2007-11-2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부장.. 왠지 친근하다는... -_-ㅋ 근데... 음... 박준형표 이빨자국이라....
친근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어졌습니다. ㅋㅋ

쌈바탕은.. 쌈바춤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아무 연관 없나요? 으흐
혹시 모르잖아요. 쌈바춤을 추면서 먹는 음식일지도... 켁!

icaru 2007-11-21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탑!오.브.더. 월.드으~ 로 시작해서... 썀바탕 넌 끝이다. 흐미 웃겨서 눈물나요~
담배냄새에 절인듯한 향신료... 이 부분에서 마구 (후각 포함) 시각과 미각을 -줄곧 바라마지 않던 방향으로- 자극하는 거이 이 글... 다이어트 하려 할 때 다시 찾아와 읽어야 겠어요.

잉크냄새 2007-11-2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그나마 이곳에서 중국만두가 입맛에 맞았었는데,,,구태여 그것을 인지시켜주시다니...ㅠㅠ

춤인생님 / 하늘에는 비행기를 빼고, 땅에는 지하철을 빼고는 다 먹는다는 말이 있더군요. 특히 남쪽지방에서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출장 기간중에 남쪽지방을 좀 여행할까 하는데, 참 난감해지네요.^^

장미님 / J부장, 친근하죠? 식당에 새로 산 외투를 입고 왔던데요?ㅎㅎ 쌈바춤이랑은 무관할꺼고 깽깽깽깽 경극을 하면서 먹는 음식일지도 모르죠.

이카루님 / 역시 이카루님도 "어텐션, 플리이지, 바우" 세대다우십니다. 저도 지금 사성도 찍지 않고 "힝 까우 씽" 이런 식으로 적고 다닙니다.ㅎㅎ

stella.K 2007-11-2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자라가 스태미너에 그렇게 좋다던데. 한번 잉크님도 박형준 이빨자국 좀 내시지 그러셨습니까? 가끔 베트남 쌀국집에 가서 쌀국수 시키면 화장품 분냄새와 분필가루 섞어놓은 야릇한 냄새가 나곤 하던데, 역시 우리나라 입맛엔 우리나라 음식이 최고겠죠? 그동안 김치찌개는 드셔보셨습니까?ㅋ

잉크냄새 2007-11-21 14:09   좋아요 0 | URL
보통 이곳 주재원들이 음식 적응하는데 3달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요. 물론 처음부터 자라등 박박 끍을 정도로 훌륭한 적응력을 보이는 출장자들도 있지만요. 이곳은 한국 식당이 많아서 한국음식 먹는건 어렵지 않아요. 다만 비싸고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지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11-2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만한 건 다 먹을 수 있는 제 식성이 중국에서도 통할까 궁금해져요.
:0

비로그인 2007-11-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음...자라.....=_=
하지만 한국에서도 게장같은 것을 먹으니까...나라마다 먹는 문화가 다르니까...중얼
처음에는 '에잉~ 사진 올려주지' 라고 생각했지만, 다 읽고나니 ...안 올려주신 것에
감사를....(긁적) ^^;

잉크냄새 2007-11-2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님 / 속단은 금물입니다. 중국, 특히 남부 지방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ㅎㅎ

엘신님 / 간장 게장은 양반이 아닐까 싶네요. 의식주 모두 그 지역마다의 독특한 습성을 지닌 것으로 이해하지만, 아직 저는 적응하기 쉽지 않네요.ㅎㅎ

은비뫼 2007-11-23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만 해도 아무래도 저도 중국 가면 적응이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살포시 듭니다.
그냥 모르고 먹는게 상책이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풋-
그래도 맛난 요리들을 찾아 먹어야겠죠. 잉크냄새님, 좋은 음식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잉크냄새 2007-11-24 14:11   좋아요 0 | URL
모르고 먹는것이 상책이긴 한데, 후각과 시각마저 모른채 할수가 있어야죠.ㅎㅎ

털짱 2007-12-04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5. 결론 - 쌈바탕 넌 끝이다."에서 완전 뒤집어졌습니다.

저도 중국에서 뱀탕과 비둘기튀김을 먹었던 생각이 새롭게 나네요...^-^

잉크냄새 2007-12-04 11:34   좋아요 0 | URL
뱀탕, 비둘기탕......................
털짱님, 졌습니다.털푸덕.
 

찡칭,
네가 전화하지 않았다면 참 삭막한 주말이었을꺼야. 누런 하늘을 멍하니 보고 있었거나 목적지 없는 거리를 걸었을지도 몰라. 네가 사천성 출신이라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네가 사천요리를 사주고 싶어한다는 전화기 저편의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했을꺼야. 벌써 낙엽이 바람에 정처 없이 휩쓸리기 시작한 거리 벤치에서 식당에서 쓰는 중국어 표현을 어눌한 발음으로 연습하는 나를 멀리서 쳐다보는 너를 발견했을 때 순간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더라. 알 수 없는 먹먹함은 중국 식당에서도, 거리로 나오고 나서도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어. 내가 그토록 적응하지 못하는 중국음식의 강한 향신료 때문도 아니고, 사천요리 특유의 매운 맛도 아니었어. 물론 향수 때문도 아니었어. 잎을 다 떨구고 겨울을 맞이하는 가로수 옆 너의 모습이 앙상해 보였고, 낡고 닳아 헤어진 소매 자락이 힘없이 나폴거리는 모습이 서글퍼 보였기 때문인지도 몰라. 많은 인파 속에서 네 외투를 가리키며 선물해주고 싶다는 눈치를 보였을 때, 넌 “메이꿘시(괜찮아요)”를 되풀이하였고, 적합한 중국어 표현을 찾지 못한 난 “워~(난~)”만 되풀이하다 너의 손바닥에 “心”자를 적어주었어. 손바닥 위 글자를 따라 내려간 체온이 사라지기 전에 넌 밝은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어. 겨울 외투를 사서 나온 거리에서 한번 입어보라는 제안에 넌 지금 신고 있는 운동화에 입는 옷이 아니라며 다소 뽀로통한 표정을 지었고, 옷을 고르던 모습이나,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이나, 뽀로통한 모습에서 한국이나 중국이나 여자는 똑같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큰 소리로 웃고 말았어. 광장의 다른 중국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찡칭, 천진의 겨울은 뼛속을 파고든다고 한다. 따뜻한 겨울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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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12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쩡찡이란 분은 아마도 잉크냄새라는 후끈하고 훈훈한 인간난로가 옆에 있었기에
그리 춥진 않았을 듯 싶습니다..^^

잉크냄새 2007-11-12 19:26   좋아요 0 | URL
천진은 향후 중국 산업의 중심이 된다고 합니다. 어디나 그렇듯 급속하게 자본이 침투한 곳은 양극화가 심해집니다. 짝퉁 천국이라는 양허시장과 신문화가 넘치는 탕구?중심을 가보았는데 10위엔을 깍는 양허시장과 달리 탕구에는 3000위엔이 넘는 옷들이 줄비하더군요. 댓글이 좀 빗나갔지만 메피님의 마음도 전해드리지요.^^참, 찡찡은 얼음 깨지는 소리고 찡칭입니다요.ㅎㅎ

가시장미 2007-11-1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찡칭님..... 모습이 마구마구 상상이 돼요! :) 축하드려야 하는건가요? 으흐
겨울.... 따스할 수도 있겠죠? 전 요즘 따스한데 ㅋㅋ

잉크냄새 2007-11-13 09:34   좋아요 0 | URL
겨울은 그래요. 얼어붙을듯한 몸의 촉감으로도,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는 바람의 소리로도, 겨울나무의 냄새로도 겨울을 느낄수 있어요. 올 겨울은 낡고 닳은 그들의 외투자락에서 겨울을 더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겨울 2007-11-1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흐뭇하고 따뜻하면서도 그립고 쓸쓸한 풍경.
지낼만 하신가요? 뼛속을 파고드는 천진의 겨울이 사뭇 궁금하네요.
왠지 얼음이 쩍쩍 갈라지는 그런 겨울이 이곳에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잉크냄새 2007-11-13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몽님 / 네, 저도 쓸쓸했던 풍경속을, 흑백사진같던 풍경속을 서성인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아직까지는 얼음이 쩌엉~ 쩌엉~ 우는 겨울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곳 겨울 바람이 가히 살인적이라고 하더군요.

殺靑님 / 저도 그래요. 사람사는 냄새, 어찌보면 당연한 냄새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 참 씁쓸하기도 하더군요.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가시장미 2007-11-1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끼어든 가시장미 -_- 사람냄새... 음.....잉크냄새도 나죠. ㅋㅋㅋ
그나저나.. 중국의 공기나 물에 적응은 하셨나요? 중국가면 그게 가장 힘들다던데...
참 음식도 적응하기 힘드시겠네요. 바쁘시겠지만, 행복한 소식 많이 전해주세요 :)

잉크냄새 2007-11-14 09:45   좋아요 0 | URL
이곳의 공기와 물에 대하여는 이런 말이 있더군요. 여기 있다가 귀국하면 공기와 물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요.ㅎㅎ 진짜 적응하기 힘든건 음식이네요. 자극성 강한 향신료, 징그러운 음식재료,,, 요즘 음식이 무서워지고 있어요.-,.-

프레이야 2007-11-1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바닥에 새긴 필담 '마음'..
잉크냄새님, 너무 따뜻해져요^^

잉크냄새 2007-11-14 13:48   좋아요 0 | URL
전 옆지기님의 사진에 항상 따뜻해지는걸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11-1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람 사이에서 통하는 건 언어가 아니라 마음인 듯.

icaru 2007-11-14 12:52   좋아요 0 | URL
마음 심 자!
초면이지만 빙고를 크게 외치고 싶었다는.... 2

잉크냄새 2007-11-14 14:23   좋아요 0 | URL
마음님 / 이심전심인가 보죠, 세상 어디든지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문이 존재하나 봅니다.

살청님, 이카루님 / 구면이지만 빙고를 크게 외치고 싶었다는....3

잉크냄새 2007-11-14 18:56   좋아요 0 | URL
한때는 이렇게 굴비 엮으며 놀던 것이 유행이었던 적도 있지요.ㅎㅎ

라로 2007-11-14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이 이 계절을 더욱 따뜻하게 해주는것 같아요~.(겨울, 춥지만 따뜻한 계절이라는 느낌~.^^;;;)

잉크냄새 2007-11-15 13:58   좋아요 0 | URL
한국은 지금쯤 늦가을 날씨겠네요. 이곳은 어제부터 초겨울로 진입했네요. 따뜻한 계절 보내시길...

춤추는인생. 2007-11-1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바닥에 심자새기는 부분. 영화에 써도 좋을듯해요.. 저는 과장님 글 읽는 동안 영화 파이란이 생각났어요. 영화속 배경도 겨울로 기억남을만큼 참 시리고 추운 영화면서도 뭔지 모르게 따뜻한 영화니까요.^^

잉크냄새 2007-11-19 20:23   좋아요 0 | URL
파이란, 장백지의 편지를 읽으면서 꺼억꺼억 울던 남자의 모습과 목이 졸려 숨이 넘어가면서도 슬며시 미소짓던 남자의 마지막이 참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영화죠. 복귀, 축하해요.
 

급하게 결정된 3달간의 중국 장기출장이었다. 중국공장에서의 긴급요청과는 달리 한국본사에서는  보내냐 마느냐를 두고 이곳 중국공장과 꽤 오랫동안 입씨름을 한 모양이다. 중간에 끼어 좀 난감한 입장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견해를 묻는 중역이나 팀장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접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는 했다. 새로운 문화라니, 조직구조 속에서 무시당하기 쉬운 의견이지만 내 솔직한 감정은 그것이었다.

출장을 며칠 앞둔 어느 시점부터 가슴속에 묘한 감정이 자라났다. 약간의 두려움, 회피하고픈 욕구, 설레임, 동경, 여행도 아니고 년말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이 분명한 업무를 추진하러 혼자 떠난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본사 업무로 출장이 힘들것이라는 말 한마디면 빠질수 있다는 회피욕구, 삼십여년을 익숙하게 지내온 환경을 버리고 떠난다는 설레임, 내 삶의 저 밑바닥에 언제부터인가 웅크리고 앉아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두려움이나 회피하고픈 나약한 생각이 들때마다 난 차안에서 혼자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만약 내가 20대라면 주저없이 설레임과 동경의 손을 들어주었을꺼야" 점차 두려움과 동경이라는 시소의 무게중심은 동경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나는 열망한다. 세월이 흘러 백발이 성성하여도 설레임과 동경함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살아가길. 좀더 자유로와져 티벳의 어느 거리에서 다이아몬드를 박은듯한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체게바라가 질주하던 남미의 어느 도로위를 달려가기를...

p.s) 호텔이 아닌 아파트에 투숙하게 되었다. 공안당국에 거주지 신고가 늦어져 오후에 경찰서로 출두해야한다. 한국에서도 안가본 경찰서를. 퇴근길에 세제와 피죤을 사야한다. 중국어로 알아두어야겠다.

p.s) 불빛이 없다. 시내중심의 화려한 불빛과는 반대로 거주지에는 거의 불빛이 없다. 그래서 삭막하다.

p.s) 택시를 탈때마다 공포를 느낀다. 신호무시, 사람무시, 차량무시...먼저 들이대면 임자다. 어제도 반대 차선에 널부러진 오토바이와 사람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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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11-06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여 년...? 그 보다 더 되지 않으셨나요? ㅋ
그럼 지금도 중국에 계시는가 보군요. 세제와 피죤은 중국어로 뭐라고 하나요?
암튼 건강하게 잘 마치시고 귀환하시길 빕니다.
간간히 잉크님이 보시는 중국이야기도 올려 주시면 고맙구요.^^

잉크냄새 2007-11-06 14:00   좋아요 0 | URL
30여년이면 31~40을 다 포함하지 않나요.ㅎㅎ 40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전 항상 30여년입니다. 세제와 피죤은 좀 찾아봐야할듯 합니다. 중국은 영어가 하나도 통하지 않아요. 택시도, 호텔도 영어로 이야기하면 전혀 못알아듣더군요.

장미 in Korea 2007-11-0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선물 사다줘요. 홍콩판 육포! ㅎㅎ (맛난걸로 유명하다던데..)
중얼중얼..

Mephistopheles 2007-11-0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달 동안 몸 건강히 일 무사히 마치고 오세요 잉과장님..^^
길에서 마주 친 어여쁜 꾸냥이 잉과장님을 유혹해도 절대 넘어가지 마시고요.^^(아 갑자기 시마이사 중국출장편이 생각이 나버린다는..)

잉크냄새 2007-11-0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오호, 그럼 중국어판 소설을 읽으실 정도로 중국어에 정통하시다는 말씀이신데,,,잠시 여기 오셔서 통역좀 해주세요.

장미님 / 홍콩판 육포의 맛은 잘 모르겠고 얼마전 중국 육포를 선물받기는 했는데, 그건 맛이 영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메차장님 / 큰일입니다!!! 어여쁜 꾸냥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뎁쇼!!!

2007-11-06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7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비뫼 2007-11-0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에서 적응하셔야 겠네요. ^^ 건강 잘 챙기시고요.
그나저나 택시 탈 때 걱정 좀 되시겠습니다. 가끔 재미있는 중국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11-0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단기 출장이 아니었네요. 저는 다음에 여행을 가면 딱 한 나라만 정해서 몇 달 살아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출장은 여행이 되기 어렵다눈. ㅡ,.ㅡ 그래도 석 달 동안은 신선하겠어요.:)

마노아 2007-11-0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그럼 해 바뀌어서 돌아오시는 거야요? 건강히 잘 지내셔요~ 택시는... 듣는 사람도 무섭네요ㅠ.ㅠ

잉크냄새 2007-11-0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비뫼님 /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보니, 구태여 아파트 적응이라는 부분이 생소하네요. 택시는 여전히,,,,맘에 들지 않아요.^^

마음님 / 전 현재 생각중인 것은 인도 6개월 / 남미 6개월 이렇게 장기여행을 하는겁니다. 은퇴후나, 혹은 이직을 하게 될경우 꼭 해보고 싶은 겁니다.

마노아님 / 그렇죠, 한살 더 먹고 와야죠, 그리고 중국에서 먹은 나이는 잊어야죠.ㅎㅎ

2007-11-07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7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1-0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중국 계신 거군요. 3개월 안녕히 지내시다 오시길요..
택시 타기 겁난다시니 참..ㅜㅜ

잉크냄새 2007-11-12 18:17   좋아요 0 | URL
택시는 이제 익숙해져갑니다. 혜경님도 건강히 잘 지내시길...
 

망각의 저편에 있던 기억 한조각이 불현듯 다가오는 때가 있다. 그것이 잊지못할 추억이라는 이름이라도 품고 있다면 그려러니 하겠지만 전혀 쌩뚱맞은 기억이라면 그 기억 자체가 궁금해지곤 한다. 도대체 발자국 한걸음도 찍지 않은, 손길 한번 쓰다듬지 않은 장소가 이토록 강렬하게 떠오르다니. 수구지심이란 사자성어에 홀린듯 차를 끌고 다녀온 곳은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이다.



<그림 출처 : 네이버 블로그-치앙마이님  >

사실 배다리 골목은 한치의 기억도 없던 곳은 아니다. 대학을 버스로 등하교하던 시절, 동인천을 휘감듯 돌아다니던 41번 버스의 창밖으로 골목 언저리가 잠시 스치듯 보이던 곳이었고, 배다리의 '배'자가 주는 인상은 어촌 출신인 나에게 향수처럼 스며들곤 하여 그곳을 지나며 배다리 표지판이 보이면 나도 몰래 "배~~"하고 길게 읊조리고 하였다. 그렇게 잦아들던 기억이 알라딘에서 인천과 헌책방에 인연이 깊으신 된장님과 파란여우님의 페이퍼를 통하여 다시 표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내가 가진 기억외에 <아벨서점>으로 대표되는 헌책방의 기억이 더하여진 것이다. 더하여진 것이 아니라 헌책방의 기억은 내 기억위에 무의식적으로 각색된 것이다.

 

<그림 출처 : 네이버 블로그-치앙마이님>

고즈넉하고 적막했다. 아벨서점을 필두로 한손가락에 꼽히는 정도의 헌책방만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그 분위기가 원래의 모습이었는지 아니면 산업화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풍경인지는 알수 없었다. 어쩌면 아벨서점에 붙어있던 산업도로 관련 글들이 주는 이미지와 다른 기억속의 배다리에 얹혀진 각색된 또 다른 기억의 과장 때문일지도 모른다. 골목 이곳저곳을 한참을 걷다 아벨서점으로 향하였다. 오래된 책과 자그만한 공간이 풍기는 향기속에서 2시간여를 서성거렸다. 삼십여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곳 서점 이 자리에서 누군가 또 그렇게 서성거렸을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장 그르니에의 <섬><까뮈를 추억함>를 들고 돌아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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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0-0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헌책방의 기억은 동대문일대와 서울역에서 조금 내려오면 있었던 고래서점이 전부인데. 인천에는 왠지모를 고풍스런 헌책방이 존재하는군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10-0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저 아벨서점이 주인아저씨가 무지 사람 좋으시다는 그 헌책방인가요?
친구가 싸이에서 헌책방 모임에 나가는데,
인천에 있는 한 헌책방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가면 대접을 너무 잘 받아서,
이집이 이러다가 망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면서요. :)

잉크냄새 2007-10-0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차장님 / 된장님의 서재에 가시면 헌책방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들을 볼수 있습니다.

마음님 / 땡!!! 아벨서점 주인은 아저씨가 아니고 아줌마입니다.^^ 마음님이 말씀하시는 분의 이야기도 된장님 페이퍼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나네요.

겨울 2007-10-0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 주변의 헌책방들은 거의 창고나 책들의 무덤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작년에 작심하고 찾아갔다가 허탈해서 돌아왔는데, 불현듯 다시 찾고 싶네요.

잉크냄새 2007-10-05 13:25   좋아요 0 | URL
전 고등학교때 참고서를 헌책방에서 산 이후 처음 가보았어요. 다른 분의 기억에 동화되어 찾아가본 곳이랍니다.

icaru 2007-10-05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배다리...
전, '배바지'로 읽었네요.
배바지와 잉과장님과 얽힌 사연 좀 들어보자고! 왔네요.

근데근데...찌찌뽕야~ 저도 최근에 카뮈를 추억하며.. 를 샀고만요~
두번쨰 사진에 커피 자판기가 무지 인상적이네요. *.*

가시장미 2007-10-07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오래된 서점이네요. 갑자기 잉크님의 연륜이 느껴지는 것 같다는..;; ㅋㅋ
생각해보니, 전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도 책과의 인연이 깊었던 것 같지는 않네요. 생각나는 서점 한 곳이 없는 것을 보니.. -_-

영화 속에 한 장면을 장식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풍경이네요..

잉크냄새 2007-10-07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아쉽게도 배바지에 대한 추억은 없네요. 서점에 장 그르니에의 전집이 있던데, 나중에 가면 한권 두권 사보려고요.^^

장미님 / 가끔 저런 고풍스런 거리를 걷다보면 흘러간 시대의 어디쯤을 걷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은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춤추는인생. 2007-10-11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저도 이페이퍼 보고 헌책방에 다녀왔답니다. 이곳에 이사온지 얼마 안된터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다녀왔는데. 새책못지않게 깨끗한책은 좋았지만. 대형서점분위기라 아쉬웠어요 저한테 헌책방은 그런곳이예요. 가게라고 하기보다는 `전방`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그곳에 등이 구부러지신 할머니한분이 늘 물속에 푹 담근 마늘을 까고 계셨고 손톱이 까만 그손으로 500원 거스름돈을 남겨주시던... 스물한살에 마지막으로 가보고 다녀오지 못했으니. 할머님도 잘 지내셨는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잉크냄새 2007-10-11 12:46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미지로 형상화된 장소가 있나봅니다. 전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뭐랄까요 아주 오래전에 다녀온, 그래서 내 추억이 조금이라도 묻어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아는 한 팀장은 잘 생긴 외모와 호탕한 기질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노는 것도 무지하게 좋아하여 회사에서 워크샾을 가면 팀원들을 이끌고 나이트에 부킹을 하러 다니곤 한다. 그러던 팀장이 어느날부터 나이트 부킹을 끊더라. 남자의 변신은 무죄이던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었다.

최근에 알아낸 결정적 사건은 이러이러했다.

어느날, 모팀장은 워크샾 종료후 예전과 같이 팀원들을 이끌고 모시내 나이트 클럽으로 직행했다. 역시나 출중한 외모와 능수능란한 솜씨로 부킹에 성공하였고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좌중의 부킹녀들에게 한마디 했단다.

모팀장 : (느끼하게) 아, 사모님들...어찌하여 가정을 버리고 방황하시나이까?

사모님 A : (기쁨에 겨워) 아, 제 남편이 워크샾 갔거든요.  

모팀장 : ..................... ☎

그날 이후로 워크샾후 나이트 부킹의 신화는 저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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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9-05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하하...인과응보..사필귀정..!!

비로그인 2007-09-05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참 웃었어요 잉크냄새님 :)

고맙습니다. 진짜
덥석 손이라도 잡고 싶네요.....

마늘빵 2007-09-05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하하하. 근데 딴소리지만 저도 부킹이란거 한번 해보고 싶군요. -_- 아직까지 나이트를...

2007-09-06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6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7-09-0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차장님/체셔냥/아프님/정아무개님 / 저도 며칠전 출장가다 들은 이야기인데, 저 타이밍이 어찌나 절묘하던지요. 왜 썼냐면 그냥 웃지요.^^

마노아 2007-09-06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찐한 여운을 주는 일화군요^^ㅋㅋ

은비뫼 2007-09-0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핫. 재미있어요. 인과응보 제대로군요. :)

잉크냄새 2007-09-0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은비뫼님 / 제대로 된 인과응보 펀치를 맞으면 정신차리나 봅니다.

춤추는인생. 2007-09-1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제대로 펀치맞은 팀장님 얼굴한번 보고싶네요ㅎㅎ 근데 써놓으신 대화내용이 너무 리얼해서. 자꾸 잉과장님이 팀장님이 아니실까. 의심되는걸요?ㅎㅎ

가시장미 2007-09-11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근데, 생각보다 순진한 분이시네요. 보통 사람은 저런 말에 눈하나 깜짝 안 하지 않을까요? 아내분을 끔찍하게 생각하시는 건가? 아니면, 가정을 지키고 싶어서? 으흐

잉크냄새 2007-09-18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인생님 / 어허,어찌 그리 엄한 생각을 하시나이까.^^
장미님 / 의외로 밖에서 대범한 분들이 안에 들어가면 얌전해지나봐요.

icaru 2007-09-1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전화 이모티콘 마저도 우껴요.

가시장미 2007-09-19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갑자기 궁금하네요. 잉크님도 결혼을 하셨는지요? ^^

잉크냄새 2007-09-1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오랫만이네요. 웃겨드릴테니 자주 오세요.ㅎㅎ
장미님 / 전 결혼이랑 인연이 없어서요.....

가시장미 2007-09-2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저랑 비슷하시네요 ㅋㅋㅋㅋ 전 독신주의자예요!!!! -_-a (당분간!ㅋㅋ)

잉크냄새 2007-09-20 12:29   좋아요 0 | URL
바람이 불면 부는데로...인연이 없으면 없는데로...ㅎㅎ

2007-09-21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3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21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3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짱 2007-10-2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베푼 만큼 받는군요... 삶은 왜 이런 건지.. 사람이 그런 건지..

잉크냄새 2007-10-23 12:46   좋아요 0 | URL
음, 사필귀정이죠.
삶도, 사람도 사필귀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