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2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규현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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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있으면 그걸 가만히 감추어두게. 침묵은 불행한 자의 마지막 기쁨이야. 고통의 흔적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도록 하게. 상처 입은 사슴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파리들처럼 호기심 많은 인간들은 우리의 눈물을 빨아먹으니까. -111쪽

이제 그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마음속에 은밀히 품고 있는 불안만이 감돌 뿐이었다. 현재의 행복 뒤에는 언제나 다가올 불안이 감춰져 있는 법이다. -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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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규현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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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로 지갑은 물론 목숨까지도 바치고 있는 네 사나이, 언제나 서로 돕고 결코 물러날 줄 모르며 함께 약속한 일이면 혼자서든 함께서든 기어이 해내고야 마는 네 사나이, 때로는 사방을 위협하고 때로는 한 점으로 집결하는 네 개의 팔-이 같은 네 사나이가 뭉쳐 있는 이상, 그들이 달성하려는 목표라면 아무리 요원하고 장애가 많다 할지라도 은밀하게나 공공연하게, 갱도를 통해서건 참호를 통해서건, 계략으로건 완력으로건 반드시 성취되게 마련이었다. 다르타냥이 이상하게 생각한 단 한 가지 문제는 친구들 중의 누구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네 사람의 공동 목표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궁리했다. 네 배가 된 하나의 힘이 나아갈 길을 찾아내려고 진지하게 머리를 짜냈다. 이러한 힘이라면, 아르키메데스가 찾던 지렛대처럼 지구라도 들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145쪽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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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0-09-20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기 시작하셨군요. 뒤마의 소설은 아직 한번도 읽지 못했습니다. 언제 시간 내서 읽어 봐야 할 듯 샆네요. 별로 사고 싶지는 않고;;; 빌려서;

이매지 2010-09-20 22:59   좋아요 0 | URL
저도 빌려 왔어요 ㅎㅎ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집에 있는데 다섯 권짜리라 아직 손도 못 댔구요, 일단 <삼총사>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재밌네요. 오늘 2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후애(厚愛) 2010-09-2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총사> 저도 꼭 구매해서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재미있을 것 같아요.^^
즐거운 독서 되세요~

이매지 2010-09-21 17:56   좋아요 0 | URL
약간 유치한 면은 있지만 재미있네요 ㅎㅎ
후애님도 꼭 읽어보세요~
 


지난 토요일부터 기나긴 추석 연휴의 시작. 9일이나 뭘 하고 논담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순식간에 이틀이나 지나버렸다.

어제는 하도 비가 부슬부슬 오길래 당연히 우천취소가 되겠거니 하고 예매해놓은 걸 취소도 안 하고 있었는데, 2시가 지나고, 3시가 지나고, 4시가 지나도 취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다. 마침내 5시가 되어서도 취소가 안 되길래 그제서야 잠실로 기어나갔는데, 아 정말 비 온다고 안 갔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 2회말일 때 도착해서 연장 11회까지. 아무래도 시즌 막바지라 그런지 다들 미련 없이 응원하는 모습. 4강에 못 갔어도 분위기만큼은 준플 못지 않은 열기. 11회까지 방방 뛰고 목청껏 응원가 부르느라 오늘 목 상태는 메롱이지만 그래도 짜릿한 연장 역전승! 작뱅 만세!! 다음주 일요일 마지막 홈경기 예매도 해놨는데 그날도 즐건 직관이 되었으면. 

오늘 피부과에 가서 점을 또! 빼고 오면 다음주 토요일까지는 침대인간이 될 예정.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못했던 책도 읽고,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보면서 모든 걸 침대에서 해결할 예정. 쌓아놓은 책만 봐도 이리 훈훈하고 즐겁구나.


아무래도 평소엔 3권이나 되서 읽기 힘들었던 <삼총사>. 어릴 때 만화로 본 기억은 있지만 제대로 된 책으로 본 기억은 없는 듯. '달타냥'이 아니라 '다르타냥'은 어쩐지 어색하지만, 영화로, 만화로, 수없이 변형되어 등장하는 <삼총사>의 매력을 즐겨봐야지.





언제나 믿을 수 있는 마이클 코넬리.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지난 번에 읽다가 미처 못 읽은 <항설백물어>도 추가.



대충 이렇게 다섯 권을 읽으면 목요일 쯤 되지 않을까 싶지만, 혹시나 몰라 쟁여놓은 책 몇 권 더.









아. 생각만 해도 마구마구 풍성한 추석이 될 듯. 연휴 전에는 사실 비행기표 좀 비싸도 외쿡에 갔다 올 껄 그랬나 싶은 마음이 0.1g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언제 또 이렇게 마음껏 쉬어보겠냐는 마음이 더 큰 듯. 추석 만세, 만세 만만세!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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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9-2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이 먹을수록 외국은 고사하고 연휴때는 무조건 집에 짱박히자, 로 생각이 바뀌어버려요. 그런 시간이 오기 힘드니까요.

[새엄마 찬양] 먼저 읽으세요! ㅎㅎ 혹시나 몰라 쟁여놓은게 아니라 완전 후회없는 선택이 될 텐데요. 요즘처럼 밤에 쌀쌀할 때 [새엄마 찬양] 읽으면 이불 덮지 않아도 잘 수 있을거에요. ㅋㅋㅋㅋㅋ

저는 오늘도 근무, 금요일도 근무. 결국 연휴는 3일뿐이에요. 슬퍼라. ㅠㅠ

이매지 2010-09-20 15:58   좋아요 0 | URL
저는 벌써 연휴 때는 무조건 집에 짱박히자는 마인드가 되어버린 ㅋㅋ
이불 없이도 후끈한 밤을 보낼 수 있는 <새엄마 찬양>.
다락방님의 추천 때문에라도 빨리 읽어야겠는데요. ㅎㅎ
일단 다르타냥부터 다 읽구요 ㅋㅋ

라로 2010-09-20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다~~~~.

부러워서 인사도 하기 싫어졌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사신 이매지님이시니 이런 명절을 보내실 자격이 있어요!!!^^
더 즐겁게 보내시길요~~~~.^^

저도 이번 명절에 [번역의 탄생]을 집어 볼까봐요~.

이매지 2010-09-20 15:59   좋아요 0 | URL
어머, 나비님! 무슨 말씀을! ㅎㅎㅎ
나비님도 복 이따~~~~아만큼 가득찬 추석 보내세요!
어째 다들 쟁겨놓은 책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 ㅎ

순오기 2010-09-20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씨 때 명절 연휴 맘껏 놀 수 있는 것도 복이니까 즐기세요!!^^
아~ 나는 금욜밤부터 일욜까지 좀비처럼 잠만 잤더니 허리가 아퍼요.ㅜㅜ
그동안 많이 안 자서 내 몸이 원한다고 생각해 아무 생각없이 잠만 잤어요.ㅋㅋ
오늘은 빨래도 삶고 햇빛에 말릴 것도 내덜고 추석 준비해요.
내일 가는 목포 큰댁은 한 시간도 못 걸리니까 부담없고...

라로 2010-09-20 12:13   좋아요 0 | URL
언니 거긴 비 안와요??
여긴 비가 와요,,,주무시느라 뜸하셨구나~~~.^^
잠이 필요하셨을것 같아요.

이매지 2010-09-20 16:01   좋아요 0 | URL
시집 가면 명절 연휴는 고대로 반납이겠죠 ㅠㅠ
순오기님 서울 강행군을 생각하면 좀비처럼 잠이 오는 것도 당연! ㅎㅎ
그래도 큰집이 멀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울보 2010-09-20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배가 아픕니다,
정말로,
잠시 경비아저씨들 추석선물 챙기느라 마트에 잠시 다녀왔는데 배가 또 살살 이배는 한달에 한번 아픈배라 뭐 ,,아는배라서 다행이지만 이렇게 명절날 이런일이 터지면 좀 그래요 마음도 심난한데 제가 그때마다 좀 센치해지거든요,,ㅎㅎ
아무튼 이매지님이 살짝 부럽습니다
전 가계부들여다보면서 한숨쉬면서 그렇다고 안하고 넘어가자니. 많이들 섭섭할것 같아서
내 허리띠 졸라맸는데 그래도 힘든건사실,,
아! 난 언제 마음놓고 책읽으면서 아무걱정없이 일주일 넘는 휴가를 즐길까요,
끝난거겠지요,,ㅎㅎ이매지님 순오기님 말씀처럼 마음껏 즐기세요,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해가 나네요 저도 얼른 빨래 해야 할것 같아요 명절 이래저래 바쁘니까ㅣ요,

이매지 2010-09-20 16:02   좋아요 0 | URL
아아. 저도 이번달에는 쓴 돈이 많아서(그래봐야 살림하는 분보다야 적겠지만) 가계부보고 한숨 푸욱. ㅠㅠ
그나저나,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경비 아저씨 선물도 챙겨드리는군요 :)
울보님도 석류랑 옆지기님이랑 푸근한 한가위 보내세요! 이래저래 바쁘시겠지만 그래도^^;;

마노아 2010-09-20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오늘 점 빼려고 해요. 우리 집은 집에 있는 날이 더 시끄러워서 조금 두렵긴 하지만 어쨌든 직장은 쉬니까 좋아요.^^ 우린 오늘 단축 수업해서 수업이 1시 50분에 끝났는데 퇴근 시간은 그대로예요. 이 뭥미..;;;; 여하튼, 연휴 만만세입니다.^^

이매지 2010-09-20 16:03   좋아요 0 | URL
저 오늘 점 빼러 갔더니 사람 너무 많아서 리터치는 못해준데요 ㅠㅠ 결국 그냥 금요일로 바꿨어요. 쩝쩝. 돌아오는 길에 어린 학생들 많이 보이던데 선생님들은 그냥 학교에 대기 ㅠㅠ 이거 뭡니까 ㅠㅠ

세실 2010-09-20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염장이라니. 그저 부럽고 부럽고 또 부러울 뿐입니다.
추석이 빨랑 지나가고 토요일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ㅋㅋ

이매지 2010-09-20 16:03   좋아요 0 | URL
본의 아니게 염장 페이퍼가 되어버렸군요 ㅎㅎ
세실님 추석 연휴 무사히 보내세요오오오~~ㅎㅎㅎ

무스탕 2010-09-2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이번 연휴에 정말 점 빼면 좋았을텐데... -_-;;;
버뜨! 오늘 저녁 or 내일 새벽에 시골로 향할테니 역시 또 계획으로 끝이야요 ㅠ.ㅠ
하여간, 결혼전에 실컷 노세요. 언제 또 이렇게 놀겠습니까?
즐건 명절연휴 보내세요~ ^^

이매지 2010-09-20 16:11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귀여운 지성, 정성이를 보고 기운내세요 ㅠㅠ
사실 제가 하는 트리플 점빼기는 그날 바로 세수할 수도 있어서
꼭 연휴에 안 해도 되긴 하는데, 그래도 좀 귀찮더라구요 ㅎㅎ
어쨌거나, 무스탕님 즐건 명절연휴 보내세요! >ㅁ<

네꼬 2010-09-2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생각만 해도 마구마구 풍성한 추석이 될 듯." 구절에 부러움이 샘솟아요. 음.. 이매지님은 어쩜 그렇게 책을 좋아하고 잘 읽으시는지!!

이매지 2010-09-20 16:12   좋아요 0 | URL
네꼬님도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 ㅎㅎ
남친 버스 터미널에 바래다주고 오면서 <삼총사> 읽기 시작했는데,
이거 완전 재미나네요 ㅎ
그나저나, 네꼬님도 사랑스러운 독자이시면서! =3

가넷 2010-09-20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필 목요일에 당직이 걸려서요. 대구에 두번이나 갔다가 해야되겠네요;;;

이매지 2010-09-20 20:03   좋아요 0 | URL
아. 이런 당직이 왠 말인가요 ㅠㅠ

마늘빵 2010-09-20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구석에서 뒹굴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네요. ^^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오늘은 예매해둔 영화도 예매한 줄 모르고 못 봤어요. 아놔, 극장이 코 앞인데 그 시간에 부시시한 모습으로 카트라이더를 하고 있었으니.

이매지 2010-09-21 00:51   좋아요 0 | URL
부시시한 모습으로 카트하는 아프님. 어째 상상이 잘 안 가는데요 ㅎㅎ 카트 얼마나 재미있길래 ㅎㅎ 남은 연휴라도 알차게 보내세요! :)

2010-09-21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1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0-09-2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하고 즐거운 추석 되세요^*^

이매지 2010-09-21 17:56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즐겁고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

pjy 2010-09-21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편먹고 전먹느라 책은 표지만 쳐다만보고 있는 1人
어쩐지 시간이 생기니 더 밍기적거리는데요^^; 살 안찌는 추석이 되길 바랍니다요~

이매지 2010-09-21 20:47   좋아요 0 | URL
아, 추석 때 시골 안 내려가서 다른 건 별로 아쉽지 않은데, 전은 좀 아쉽네요 ㅎㅎㅎ
오늘 삼시세끼 김치찌개만 먹었어요 ㅎㅎ
pjy님도 살 안 찌는 추석 되세요 ㅎㅎ
 
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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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흔 노인의 열일곱 소녀에 대한 사랑이라는 간략한 내용만 보고 어쩐지 <롤리타>가 생각나 머뭇거렸던 작품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 소설을 변태적이라 했고, 어떤 이들은 이 작품을 관능적이라 했다. 무엇이 이 작품을 읽는 독자를 그리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인가, 무엇이 2010년 박범신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라 평하는 것인가, 복잡한 마음으로 어느 늦은 밤 이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책을 읽기 전 들었던 간략한 스토리처럼 이 책엔 일흔 노인인 시인 이적요와 열일곱 고딩 한은교가 등장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이적요의 밑에서 그의 온갖 잡일을 처리해주는 베스트셀러 작가 서지우가 있다. 아버지와 아들, 손녀의 관계라 해도 무색하지 않을 세월을 사이에 둔 이 세 사람은 가족 같은 분위기가 아닌 가족을 가장한 묘한 삼각관계를 이룬다. 이적요 시인이 세상을 떠난 뒤 1년 뒤 고인의 유언에 따라 세상에 공개될 한 권의 노트. 모든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서지우를 죽인 사람이 자신이었음을, 서지우의 이름으로 발표한 소설이 사실은 이적요의 작품이었음을, 세상 사람들이 추악하다고, 변태같다고 손가락질 해도 은교를 사랑했음을 이적요는 낱낱이 밝힌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를 읽어내려간 변호사의 느낌처럼 이 이야기는 너무나 '관능적'이다. 

  욕망, 혹은 갈망. 그것이 무엇이 되었던 간에 <은교>는 본능에 가깝다. 하지만 어떻게든 은교를 쓰러뜨리려는 그런 본능이 아닌, 오히려 젊음을 통해 생존하고자 하는 어떤 의지처럼 느껴졌다. 은교를 자신의 첫사랑, 자신의 딸, 자신의 엄마, 자신의 연인으로 받아들이는 이적요. 하지만 은교는 이적요의 '그 무엇'이 아닌 그냥 여느 여고생 같지만 조금은 당돌한 것 같기도 하고 깊은 눈매를 가진 한은교였기에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그녀를 그토록 아름답게 해준 것은 '젊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삶과 죽음. 그 사이에 서서 마치 세이렌처럼 이적요와 서지우를 흔들어놓는 은교. 그녀는 잡을 수 없기에 더 애틋한, 그리고 베일에 싸여 있을 수 있었던 존재가 아니었나 싶었다.

  밤에만 썼으니 밤에만 읽어달라는 작가의 부탁의 말이 있었지만, 어쩌면 좀더 본능적인, 좀더 관능적인 밤이야 말로 <은교>에 어울리는 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벌겆 대낮에 만나는 은교도, 그리고 그들의 욕망도 우리 안에 있는 것이기에 부끄럽지는 않으리. 시인 이적요가 남긴 글인만큼 때로는 시의 호흡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때로는 현미경으로 관찰하듯이 세밀하게 묘사하기도 하며, 완급을 조절하는 소설. 무엇보다 작가의 노련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인간의 욕망, 그리고 채울 수 없는 갈증. 책을 덮고 어쩐지 따블이 되어서 다시 <은교>를 읽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때까지 내 마음속 영원한 젊은 신부, 은교여 잠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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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3 05: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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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3 1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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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0 06: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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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3 11: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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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3 13: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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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4 1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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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4 1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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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1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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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은 두말할 것 없이 <오만과 편견>이겠지만, 사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도 어지간한 TV 드라마 못지 않은 재미가 있다(실제로 드라마나 영화화 된 작품도 숱하게 많지만). 젊은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대부분인지라 할리퀸의 원조라고 평가절하 되는 면도 있지만, 단순히 남녀간의 애정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인간의 본질 또는 시대에 대한 날카로움도 담고 있어 고전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작품으로 제인 오스틴을 꼽고 싶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만 주구장창 번역되어 나와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을 만날 기회가 적어 아쉬워하던 차에 <설득>이 출간되었다. 

  <설득> 역시 기본적으로는 엇갈린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비슷한 성향 탓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던 앤과 웬트워스. 하지만 준남작인 앤의 집안과 걸맞지 않은 신분에 재산도 없는 웬트워스와의 만남을 말리는 주변의 '설득' 때문에 앤은 웬트워스와 이별한다. 그리고 8년 뒤, 얽히고설킨 인연의 끈은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한다. 8년 전과 달리 이제는 해군대령이 되어 부와 명예 모두 거머쥔 웬트워스. 껄끄러운 재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만나게 되는 상황에 처하는 이들. 8년이라는 세월과 오해의 장벽이 이들의 사이를 가로막지만 조금씩 서로에 대한 애정의 불씨가 살아나기 시작하는데...

  주변의 설득 때문에 엇갈리지만 결국 진정한 사랑을 되찾는다는 스토리는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인 것은 역시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희화화해서 소재로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어디 여자가 건방지게~"가 어느 정도 통한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비단 우리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책에 나오는 예를 드는 일은 삼가주셨으면 해요. 남자들은 자기들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어느 모로 보나 우리보다 유리했던 거지요. 높은 수준의 교육도, 펜도 남자들의 전유물이었어요. 책으로 뭔가를 증명하려는 건 안 될 일이지요"라는 앤의 말을 읽으며 어쩐지 세상의 편견이나 차별에 부드러운 글로 맞서는 제인 오스틴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 직접적으로 밀당, 즉 밀고 당기기가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만, 마지막 웬트워스의 격정적인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로맨틱했던 작품. 정말 오랫만에 읽으면서 가슴이 콩닥콩닥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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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1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의 글들로 인해,
장바구니에 제인 오스틴 책이 몇권이나 담겨 있습니다.
마기님은 이미 제인 오스틴에 푹 빠져있다더군요.

담주에 저도 몇권 살 생각입니다. 아하하, 지름신 이매지님, 책임지세요!

이매지 2010-09-12 23:42   좋아요 0 | URL
엇, 제 미약한 뽐뿌에도 넘어가시는 분들이 계신단 말입니까? ㅎㅎ
정작 제인 오스틴 몰아 읽으려던 저는 한템포 쉬었다가
<노생거 수도원> 들어가려구요 ㅎㅎㅎㅎ

마기님, 마녀고양이님 저 이렇게 셋이서
제인오스틴 북클럽이라도 만들어야 할 기세 :)

마녀고양이 2010-09-13 09:59   좋아요 0 | URL
오호, 제인 오스틴 북클럽이라...
멋지네여! ^^

이매지 2010-09-13 10:13   좋아요 0 | URL
아. <제인 오스틴 북클럽>이라는 책도 사실 있어요 ㅎㅎㅎ
제인 오스틴 한 번 쫙 읽고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아껴두고 있어요 ㅋ

2010-09-13 0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3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