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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양장)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은 두말할 것 없이 <오만과 편견>이겠지만, 사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도 어지간한 TV 드라마 못지 않은 재미가 있다(실제로 드라마나 영화화 된 작품도 숱하게 많지만). 젊은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대부분인지라 할리퀸의 원조라고 평가절하 되는 면도 있지만, 단순히 남녀간의 애정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인간의 본질 또는 시대에 대한 날카로움도 담고 있어 고전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작품으로 제인 오스틴을 꼽고 싶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만 주구장창 번역되어 나와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을 만날 기회가 적어 아쉬워하던 차에 <설득>이 출간되었다.
<설득> 역시 기본적으로는 엇갈린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비슷한 성향 탓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던 앤과 웬트워스. 하지만 준남작인 앤의 집안과 걸맞지 않은 신분에 재산도 없는 웬트워스와의 만남을 말리는 주변의 '설득' 때문에 앤은 웬트워스와 이별한다. 그리고 8년 뒤, 얽히고설킨 인연의 끈은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한다. 8년 전과 달리 이제는 해군대령이 되어 부와 명예 모두 거머쥔 웬트워스. 껄끄러운 재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만나게 되는 상황에 처하는 이들. 8년이라는 세월과 오해의 장벽이 이들의 사이를 가로막지만 조금씩 서로에 대한 애정의 불씨가 살아나기 시작하는데...
주변의 설득 때문에 엇갈리지만 결국 진정한 사랑을 되찾는다는 스토리는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인 것은 역시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희화화해서 소재로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어디 여자가 건방지게~"가 어느 정도 통한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비단 우리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책에 나오는 예를 드는 일은 삼가주셨으면 해요. 남자들은 자기들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어느 모로 보나 우리보다 유리했던 거지요. 높은 수준의 교육도, 펜도 남자들의 전유물이었어요. 책으로 뭔가를 증명하려는 건 안 될 일이지요"라는 앤의 말을 읽으며 어쩐지 세상의 편견이나 차별에 부드러운 글로 맞서는 제인 오스틴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 직접적으로 밀당, 즉 밀고 당기기가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만, 마지막 웬트워스의 격정적인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로맨틱했던 작품. 정말 오랫만에 읽으면서 가슴이 콩닥콩닥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