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 - 읽고만 있어도 좋은
정숙영 지음 / 부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직접 보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한 아부지덕분에 초등학교 시절에는 제법 많은 유적지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때에는 입시에 치여서,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자금이 부족해서 선뜻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매 방학 때마다 유럽여행을 가야지, 가야지라고 생각만하다가 결국 홀랑 대학생활을 다 보내고 이제는 갈만한 자금은 있어도 당분간 일정을 뺄 수 없어서 국내에 묶인 신세가 되어버렸다. 가고 싶다는 마음은 잔뜩인데 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 책은 그야말로 지름신처럼 강림하고 말았다. 

  국내 여행도 아닌 해외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준비와 함께 용기가 필요하다. 영어 회화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생판 모르는 나라에 가서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사람들 속에서 몇 일, 혹은 몇 주를 보내야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하지만 그까짓것 말이 안 통하면 세계 공용어 바디랭귀지라도 해야지라고 떠나는 것이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들이리라. 

  차근차근 준비를 해도 긴장이 되는 것이 배낭여행일텐데, 이 책의 저자는 아는 언니가 독일에 공부하러 간다는 말을 듣고는 보름 남짓 남은 시점에서 '그럼 나도 유럽 갈꺼니까 거기서 봐'라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날리며 배낭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껏 준비해간 자료들을 현지에 가서 잃어버리는 바람에 '노플랜'으로 여행을 시작하며 온갖 삽질을 하기 시작한다. 처음이기 때문에, 그리고 낯선 해외였기때문에 겪는 온갖 사건들은 그저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도 하나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렇게 좌충우돌하며 간신히 살아서 한국에 돌아간 그녀는 선배의 꼬득임으로 두 번째 유럽 배낭여행을 시작하고 이번에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삽질을 좀 덜하면서 돌아다닌다. 

  사실 그동안의 기행문은 어디에서 뭘 봤고, 그거 참 좋더라는 식의 줄거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온통 유럽에 가서 삽질한 이야기, 지은이 정숙영이 보기에 좋았던 사건들, 그리고 여행 중 만난 하나의 인연들이 담겨있었다. 혼자 여행하면서 느낀 고독감도, 함께 여행하면서 나누는 동감도 이 책 속에는 모두 들어있다. 유럽여행에 대한 환상은 다소 깨졌지만(사실 환상이랄 것도 달리 없었지만) 언젠가 꼭 유럽에 가서 신나게 삽질을 하고 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격의없는 문체로 저자의 주관적인 견해들이 팍팍 담겨있는 책이지만, 부제대로 읽고만 있어도 즐거운 여행기였다. 이번에 <무대책 낙천주의자의 무규칙 유럽여행>도 새로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다시 읽으며 키득거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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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04-09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매지님 글을 읽어보니 저도 갑자기 유럽 여행 가고싶네요.대학때 같어야하는데...
지금은 가기 힘드네요ㅠ.ㅠ

이매지 2008-04-10 00:22   좋아요 0 | URL
학생 때는 시간은 많은데 돈이 없어서 못가고,
직딩이 되면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간다고 하더군요.
계획상으로는
일단 시험을 붙으면 발령대기 기간동안 다녀오는 건데 어찌될런지ㅎㅎㅎ
사실 여행자금이 은행에 1년 동안 묶여있어서
내년까지는 돈도 없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