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거나 숨어있는 지식에 관한 책. 정치, 경제, 의료, 생명, 환경, 역사, 문화, 사회 등 폭넓은 분야의 지식을 모아놓고 있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바하마, 에스파뇰라, 쿠바, 자메이카쯤만 와봤고 이전에 이미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서부터 걸프전과 코소보전은 핵전쟁이었다는 점, 자녀가 유전적으로 부모와 다를 수도 있다는 점, 사람도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것 등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 많은 내용들에 비해서 두께는 그렇게 두껍지 않은 편인 듯. (400페이지 남짓)


<공중그네>, <인더풀>, <남쪽으로 튀어>, <라라피포>로 이미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가진 오쿠다 히데오의 2006년 작. 워낙 문제있는 인물들이나 사회를 코믹하게 그려내는 작가이기에 기대가 되지만 다른 책에서는 주로 여자는 부수적인 인물로 등장했다면(공중그네나 인더풀에서는 거의 환자로 등장할 뿐이고, 남쪽으로 튀어에서 지로의 엄마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고, 라라피포에서도 여자가 중심이 된 에피소드는 몇개 안 되었던 듯) 이번 책에서는 30대 여자들의 삶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니만큼 그가 과연 여자들을 어떻게 그려낼 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워낙 다작하는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20년 넘는 작가생활동안 60여편에 달하는 소설을 펴냈다고-_-;;;)제목인 '환야'는 말 그대로 환상같은 밤을 의미한다. 비록 주변은 낮처럼 밝다고 해도 가짜일 수밖에 없는 밤.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허무한 밤을 의미한다고. 환야는 그 밤길을 걸어가는 여주인공 미후유와 그의 파트너 마사야의 사랑과 배반의 이야기. 백야행의 속편이라기에 아무래도 백야행을 재미있게 읽으셨던 분들이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듯 싶다. 나에겐 히가시노 게이고란 이름만으로 기대되지만.



기원전 700년 경 호메로스가 쓴 인류 최고(最古)의 서사시. 초등학교 땐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저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나중에 읽으려고 봤는데 번역본들이 영 시원찮아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건 어떨지 모르겠네. 이 책은 1996년 번역된 책을 10년만에 재번역해서 다시 출간한 것으로 역자인 천병희는 머릿말에서 "1996년 번역본을 우리나라 언어감각을 고려해 대폭 손질했다"며 "그동안 외국에서 나온 번역들과 주석서를 꾸준히 읽어왔고 최근 들어 의미 전달에 공들이는 번역들에 고무돼 직역으로 어색했던 우리말 표현을 의미가 잘 전달되도록 다시 번역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기대해봄직하다.


얼마 전 나온 <경성기담>에서는 주로 식민지 통치 하에서의 살인사건들과 스캔들에 대해 다뤘다면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소설가인 저자는 '좌포도청등록', '우포도청등록' 등 당시 조정의 기록과 다산 정약용의 흠흠신서에 있는 살인사건 16건을 골라 소설 형식으로 풀어 엮었다. 시체를 검시하는 방법인 '무원록'에 따라 과학수사를 진행한 조선시대 수사기록, 법의학 세계를 서술한 대목도 있다고 하니 읽는 재미를 더할 듯.

 


워낙 나오키상을 믿고있는지라 되도록이면 수상작들을 다 읽어보려고 하는데 하나 읽으면 하나가 나와서 영 진도가 안나가는 것 같다. 흑.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이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절명한다. 하지만 딸이 죽어가던 시간에 튀김을 맛있게 먹은 아빠는 그 날 이후 곡기를 끊는다. 딸의 불행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아버지의 정(부정)때문에 아버지는 파멸의 길로 가게 되고 이에 딸은 환생하게 아버지의 불행을 막게 된다는데... 이런 이야기 외에도 총 6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대체로 초자연적 현상을 매개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다루고 있다고.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기대된다.


1981년 캐츠부터 2005년 빌리 엘리어트까지 뮤지컬 48편을 모은 책.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작품들도 꽤 되지만 기존에 다른 뮤지컬 책들에서 다루지 않았던 최신 뮤지컬들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긴다.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면서 쓴 작품이라 믿음도 가고 관심도 간다. 다만 3만 6천원이나 하는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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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13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쿠다 히데오가 새 책을 냈군요. 이 사람도 다작하네요. ^^

이매지 2006-09-1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팔리는지 많이 나오는거 같아요. 바야흐로 오쿠다 히데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책들의 러쉬.
 

7편의 연작단편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단편에 비하면 경쾌한 느낌은 들지만 그리 뛰어난 단편이라 평가하기는 어렵겠다는 평을 봤지만 그래도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만으로 기대가 되는 작품.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소설에서처럼 이 책에서도 '가족'이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다고. 미야베 미유키식의 코미디는 어떨지 두고봐야겠다.

 

 


요즘 읽고 있는 <우리 겨레의 미학사상>에서는 벗에게 보내는 편지들도 있다. 그 내용들을 보면 정말 진심에서 우러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그들의 우정이 부럽게 느껴졌다. 이 책은 문헌에 남은 감동적인 일화들이나 편지나 시, 그림등을 소재로 24명의 사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지위의 고하는 물론, 생각과 빈부의 차이, 심지어 남녀를 불문하고 신의를 나눈 24명의 12가지 우정이야기. 나의 진면목을 알아주는 지기. 그런 지기를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한 편으로는 부러우면서 한 편으로는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읽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인 피오는 사기를 쳐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 그녀는 주로 부자들, 유명인사들에게 무작위로 '우리는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습니다'와 같은 편지를 보내 돈을 받아 살아간다. 이러던 중 한 비평가가 돈을 갖다주기 위해서 나왔다가 피오가 그린 그림을 보고 반해서 산 다음 그가 죽은 뒤에 피오의 존재를 공개해서 하루 아침에 피오는 유명작가가 된다. 현대 사회의 사기성에 대해 피오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셈. 블랙 코미디 작품이라고 하는데 마르탱 파주라는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일런지는 잘 모르겠다. 책 표지만 보고는 연애소설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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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9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국민중사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하워드 진 지음/유강은 옮김/시울

 




1930년대 임금과 노동 조건의 향상을 요구하며 공장 밖에서 시위를 벌이는 미국 세탁소 노동자들 

 



하워드 진 Howard Zinn

애틀랜타의 스펠먼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하워드 진은 보스턴 대학으로 옮길 때까지 많은 미래의 민권 운동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만약 인간 진보를 위해 반드시 치러야만 하는 희생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희생당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게 가장 중요치 않을까?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포기하는 결정을 할 수 있지만 질병이나 건강, 삶이나 죽음처럼 명백하고 당면한 문제가 아닌 어떤 진보를 위해 다른 사람의 아이들, 심지어 자신의 아이들까지도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 속으로 던져 버릴 권리가 있는가? - 하워드 진-

 

이 책에도 콜럼버스와 '건국의 아버지들 Founding Fathers' 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콜럼버스 개인이 아닌, 콜럼버스와 미국 원주민들과의 상호작용이 제기한 문제들에 있다. 미국의 창건자들은 뛰어난 정치가임에 틀림없지만,'평등'을 두려워한 부유한 백인 노예주이자 상인, 채권 소유자로서도 그려진다. 여타의 역사서와 마찬가지로 전쟁, 반란, 정쟁 등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만 읽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전쟁과 더불어 전쟁에 대한 저항을, 불의와 더불어 불의에 맞서는 반란을, 이기심과 더불어 자기희생을, 폭정 앞에서의 침묵과 더불어 도전을, 무정함과 더불어 연민" 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보려는 하워드 진의 관점에서 비롯된다. 그는 아라와크족의 시각에서 본 아메리카 대륙 발견의 역사를, 노예의 관점에서 본 헌법제정의 역사를, 체로키족의 눈에 비친 앤드루잭슨의 역사를, 뉴욕의 아일랜드인들이 본 남북전쟁의 역사를, 스코트 부대의 탈영병들이 본 멕시코 전쟁의 역사를, 로웰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들의 눈에 비친 산업주의 발흥의 역사를, 쿠바인들이 본 스펜인-미국 전쟁의 역사를, 루손 섬 흑인 병사들의 눈에 비친 필리핀 정복의 역사를, 남부 농민의 시각에서 본 금박시대의 역사를, 사회주의자들이 본 제1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평화주의자들의 시각으로 본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할렘 흑인들의 눈에 비친 뉴딜의 역사를, 라틴아메리카의 날품팔이 노동자들이 느낀 전후戰後 미 제국의 역사를 서술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여러 고전들이 견지하는 역사로서의 '총체성'과 '일관성'을 견고히 유지하며 미국사의 거대한 흐름을 담고 있다. 또한 기존 역사에서 소외당한 파편화된 역사도 놓치지 않고 해체되어 있던 수많은 민중들의 목소리, 지워진 기억,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촘촘히 아로새기며 '유기성'과 '다양성'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미국민중사>는 미국 역사의 총체적인 흐름과 그 속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면서, 과거와는 다른 역사를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지침서다.

 



워싱턴 대행진

20만 명이 운집한 워싱턴 대행진. 이곳에서 마틴 루서 킹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라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그의 연설은 흑백 미국인들을 전율시켰지만 흑인들이 느끼는 분노가 담겨 있지는 않았다.
 



워싱턴 D.C.의 흑인 빈민가

국가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오래 전부터 다수를 차지했으나 이 나라의 입법가들은 이 도시에서 흑인들이 겪는 차별과 빈곤, 불이익을 방관하기만 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1945년 8월 6일 세계최초로 미국 공군에 의해 원자폭탄 공격을 당해 폭탄이 투하된 중심지에서 반지름 2킬로키터 이내는 전면 파괴 전소되었고, 사망자 수는 20만 명이상으로 방사선과 독성 물질로 인한 사망자는 수년 동안 계속 늘어났다.

 

인디언들은 힘들게 바다를 건너온 콜럼버스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러나 황금에 눈이 먼 콜럼버스와 그의 후예들은 대량학살로 인디언들에게 보답했다. 윌슨 대통령은 제1차 세계대전에 개입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세계를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전쟁은 기실 ‘부상하는 강국인 미국을 위해 세계를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트루먼 대통령은 히로시마가 “군사적인 목표물”이기 때문에 원자탄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히로시마에서 사망한 10만 명 거의 전부가 민간인이었다. 베트남전에 대해서 모든 대통령들이 거짓말을 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전쟁이 남베트남의 공산화를 막을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실제로는 남베트남에 아시아 대륙의 가장자리에 있는 미국의 전초기지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욕심 때문에 희생된 베트남인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가 없다. 아버지 부시는 1991년 쿠웨이트를 지키기 위해, 지금의 부시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라는 거짓된 명분을 앞세워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실제로는 중동의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거래되는 흑인 노예들

차꼬와 족쇄를 찬 흑인들이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흑인들은 대규모로 사냥되어 낙인이 찍힌 채 유럽인의 노예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수의 흑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의 역사를 서술하는 진 Zinn 의 관점 엿보기

 

수많은 미국사들 가운데 '미국민중사'가 독보적인 지위를 20년 넘게 유지해온 비결은 바로 '관점' 의 독특함에 있다. 누구 말대로 역사는 곧 '관점'이다. 원제에 '피플스 히스토리 People History' 라고 못 박은 그 '피플'의 시선. 지은이는 '피플'의 '시선'과 이야기를 조합해 이 책을 완성했다. 독자들은 '그들의 이야기'가 역사가 되었다는 전제에서 미국을 읽게 된 것이다.

 

국가의 기억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어떤 나라의 역사가 한 가족의 역사처럼 보이더라도 사실 정복자의 피정복자, 주인과 노예, 자본가와 노동자, 인종 및 성별상의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서 이해관계의 격렬한 갈등을 감추고 있다. 이런 갈등의 세계,희생자와 가해자의 세계에서 알베르 카뮈의 표현처럼 가해자의 편에 서지 않는 것이 생각 있는 사람이 할 일이다.

그리하여 역사에서 선택하고 강조하는 행위로부터 나오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하는 피할 수 없는 문제에 있어서 나는 희생자의 눈에 비친 미국의 역사를 서술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이건 아무리 애쓰러라도 한계에 부딪칠 정도까지 다른 이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보고자' 한다.

내 말의 요점은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가해자들을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향해 던져진 눈물과 분노는 현재를 위한 우리의 도덕적 에너지를 고갈시켜 버린다. 그리고 그 구분선이 항상 분명하지만도 않다. 장기적으로 보면 압제자도 결국 희생자이다. 단기적으로 스스로가 자포자기하고 자신을 억누르는 문화에 오염된 희생자들이 다른 희생자들에게 화살을 돌린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이런 복잡한 현실을 풀어나가는 동시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장한 거대한 거미줄로 보통사람들을 사로잡으려는 정부의 시도를 회의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나는 체제의 화물칸에 빽빽하게 갇힌 희생자들이 서로에게 가한 잔인한 행위를 간과하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희생자들을 낭만적으로 그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의 외침이 항상 정의롭지는 않지만,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정의가 무엇인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민중운동을 위해 승리의 기록을 날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역사 서술의 목적이 과거를 지배하는 실패만을 요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역사가들은 끝없는 패배의 순환에서 공모자가 되어 버린다. 역사가 창조적이려면,또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도 가능한 미래를 예견하려면 사람들이 저항하고, 함께 힘ㄹ을 모으며, 때로는 승리한 잠재력을 보여준 과거의 숨겨진 일화들을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가능성들을 강조해야 한다. 어쩌면 순전히 희망사항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미래는 수세기에 걸친 전쟁의 견고함에서가 아니라 덧없이 지나간 공감의 순간들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둔감해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역사를 대하는 나의 접근법이다.

 

 

 아래로부터의 역사, 짓밟히고 빼앗긴 민중들의 수많은 독립선언!

 

인디언 :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비어 있는 땅이 아니라 인디언 부족들이 살고 있는 영토에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유럽인들이 거듭 이야기하듯이, 인디언들은 친절하게 유럽인들을 맞이하며 무엇이든 기꺼이 나누려고 했다. 이런 모습은 로마교황의 종교와 국왕의 정부, 서구 문명을 특징짓는 돈에 대한 열망, 그리고 결코 볼 수 없는 특성이었다.

그럼에도 500년 전, 아메리카 대륙에서 살고 있던 인디언들에 대한 유럽의 역사는 침략과 수탈로 시작됐다. 유럽인들의 행동 이면에는, 또한 인디언 대학살과 속임수와 야만성의 이면에는, 사유재산에 뿌리를 둔 문명에서 태동한 독특하고 강렬한 충동이 있었다.

1900년대에 인디언들과 함께 살았던 미국인 학자 존 클리어 John collier 는 인디언의 정신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만약 우리가 그들의 정신을 가질 수 있다면 ,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대지에서 끝없이 지속되는 평화를 이루며 살게 될 것이다." 신화라는 것은 결함이 있기 마련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여러 종족을 절멸시키면서 진보가 내세운 구실과 정복자와 서구 문명 지도자들의 시각에서 서술된 역사에 의문을 던지게 서술된 역사에 의문을 던지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것이다.

 

흑인 : 과연 '인종주의' 가 백인이 흑인에 대해 갖는 자연스러운 반감의 결과였을까? 이 질문은 중요한데, 역사적 정확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자연스러운 인종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사회체제의 책임을 완화 시키기 때문이다. 인종주의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한 상황이 낳은 결과이고 따라서 우리는 그런 상황을 제거해야만 한다.

우선하는 다른 요인이 없다면 어둠과 검은색은 밤이나 미지의 것과 연결되어 그런 의미를 띠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기들과는 다른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런 존재가 어떤 조건 아래 있느가 하는 점은, 단지 피부색에 따라 인간 이하의 존재로 격하시키는 최초의 편견이 어떻게 잔인함과 증오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주는 관건이 된다.

우리는 순조로운 상황 아래서 백인과 흑인이 서로에게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시험해 볼 방법은 없다. 초기 아메리카에서 흑인과 백인이 처해 있던 상황은 적대와 학대의 방향으로 강력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 아래서는 두 인종 사이의 하찮은 인간애의 표시조차도 공동체를 바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보여주는 증거로 간주될 수 있다. 17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흑인의 독특한 예속관계에도 불구하고 백인과 흑인이 공동의 문제,공동 작업,주인에 대한 공동의 적대감을 가지게 되는 곳에서는 서로를 동등하게 대했다는 증거가 있다. 한 노예제 연구자가 지적한 것처럼, 17세기의 흑인과 백인 하인들은 "눈에 보이는 육체적 차이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인종적인 이질감이나 공포감과 수백만 대규모 노예화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전자에서 후자로의 이행은 자연적인 경향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다. 역사적인 조건의 결과라고 이해하는 것이 합당하다.

우리는 이제 아메리카 흑인들을 노예제라는 함정으로 몰아넎은 역사적으로 복잡한 그물을 보게 된다. 굶주린 정착민들의 필사적인 생존 욕구, 고향에서 쫓겨 온 아프리카 흑인들의 무력감, 노예무역상과 농장주의 강력한 이윤 추구, 가난한 백인들이 느낀 우월한 지위에 대한 유혹,탈주와 반란을 막기 위한 정교한 통제체제, 흑인과 백인의 협력에 대한 법적, 사회적 처벌 등이 그것이다.

 

여성 : 역사책의 비가시성 속에서 여성들은 흑인 노예와 마찬가지인 어떤 존재였다(따라서 여성은 이중적인 억압에 직면했다). 여성의 생물학적 특수성은 흑인의 피부색과 얼굴 생김새와 마찬가지로 그들을 열등한 존재로 대우하는 근거가 됐다. 여성들에게 있어 실제로 피부색보다 생물학적으로 더 중요한 무언가 - 출산자로서의 지위 - 가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성이나 너무 어리거나 나이가 들어 임신을 할 수 없는 여성들까지 사회의 모든 여성을 뒤로 밀어내는 전반적인 압력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하인,성적배우자,친구,자기 아이의 출산자,교사,보호자 역활을 동시에 담당하는 여성의 육체적 특성은 남성들에게 편리한 도구가 되어 버린 듯하다.

여성들은 산업이나 전쟁,사회운동에서 그들의 활동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경우에 아내,어머니,여성,가사노동,외모 가꾸기,고립감 등의 감옥에서 처음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 일종의 가석방 프로그램을 통해 - 여성들은 변화를 위해 투쟁하게 됐다.

 

노동자 : 미국의 산업 및 정치 엘리트들은, 국가를 장악해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경제성장의 행진을 조직하려고 했다. 이것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기계를 만들어 내는 천재적인 발명가와 새로운 기업의 유능한 조직자,또는 관리자가 필요했으며 또한 토지와 광물이 풍부한 국토, 고되고 비위생적이며 위험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엄청난 인력이 필요했다. 엘리트들은 흑인 노동자, 중국인 노동자, 유럽 이민 노동자, 여성 노동자 등의 도움과 희생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또한 그들은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 인종, 성별, 출신 국적, 사회계급 등에 따라차별적으로 보수를 주어 분리된 억압 충위를 만들어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칼 맑스가 묘사했던 자본주의 국가와 거의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다. 질서 유지라는 중립성을 가장하면서 부자들의 이해에 봉사했던 것이다. 부자들이 서로 합의를 이루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의 목표는 상층계급의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고 하층계급의 반란을 통제하며 체제의 장기적인 안정을 향상기키는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은 점점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료에게 눈을 돌리고 효과적인 저항 수단들을 이용하면서 점점 성장했다. 수많은 도전과 좌절을 경험하면서, 도농자들은 짧은 순간이나마 노동과 투쟁과 교우와 자연 속에서 느끼는 기쁨을 통해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

 

출처 : http://paper.cyworld.nate.com/damho/1735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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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비롯해 <맛>과 <세계챔피언>, <당신을 닮은 사람>으로 익숙한 작가 로알드 달의 새로운 단편집. <맛>과 <세계챔피언>도 읽다보니까 왠지 모르게 좀 뻔한 감이 있어서 좀 실망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로알드 달의 글은 재미있다. 단편뿐만 아니라 '행운-나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가'를 통해 자전적 탄생담을 들려주고 있다고. 게다가 자신이 최초로 쓴 이야기도 실려있다니 다듬어지지 않은 시절의 그의 글도 만나볼 수 있을 듯 싶다. 이래저래 기대감이 큰 책.




한 때는 잘 나가는 칼럼리스트였지만 이제는 별볼일없는 은행의 홍보부서 말단 직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바짐. 그는 Prayer라는 이름으로 문서를 만들어놓고 상사들의 욕을 하면서 겨우겨우 그 생활을 버티고 있다. 그러던 중 그게 들통나버리고 바짐은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이를 통해 그의 이성은 무너지고 마피아에게 선전포고를 하기에 이르는데...

우연찮게 받아서 읽고 있는 책인데 아직 프롤로그 부분만 읽었지만 읽히는 감이 괜찮다. 원래 스릴러물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으로 스릴러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까 싶기도.




문국진씨가 워낙 이런 책들을 많이 펴내서 다 거기서 거기같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어쨌거나. 미술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범죄들을 법의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책. 책 속에 실린 작품들은 성서, 신화, 역사 속의 살인, 참수, 독살 현장을 그린 작품들이라고. 이 외에도 고가의 미술품을 둘러싼 범죄까지 그리고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역사적 사건의 현장과 주요 인물을 다룬 사진집. 비틀즈, 체게바라, 마틴 루서 킹과 같은 인물들과 베트남전 속에서의 사람들, 베를린 장벽을 올라타는 사람들 등의 역사적인 장소 속에서의 사람들의 모습도 다루고 있다고. 20세기에 어떤 뛰어난 사람들이 있었고, 어떤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는지 사진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궁>의 황인뢰, <꽃보다 아름다워>의 노희경, <네 멋대로 해라>의 인정옥, <안녕 프란체스카>의 신정구.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드라마 작가들의 작품과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 인터뷰와 드라마론, 명대사와 스틸 컷등을 담고 있다. 여기에 드라마 비평도 곁들였다고. 드라마는 잘 보는 편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분야라 한 번쯤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기도 하다.


하나의 동일한 대상을 두고 어떤 용어로 설명하느냐라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문제 속에는 복잡한 사연이 들어있다. 짧은 그 용어 속에는 그 용어를 지은 주체와 그 주체의 역사의식이 들어가있기때문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잘못 사용해왔던 40개의 역사 용어를 재검토하고 있다. 학문적인 검토없이 잘못된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이다가 학술용어로 정착한 것이나 관용적으로 잘못 써왔거나 의미가 탈색된 것 등의 잘못 사용된 역사용어들을 올바르게 잡아가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잡아가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올바른 역사를 위해서 읽어봄직한 책.


좌파 역사학자인 하워드 진이 미국 민중의 관점에서 본 역사이야기. 약자와 소수자의 눈으로 본 미국사를 다루고 있다. 뉴욕 아일랜드인들이 본 남북전쟁, 쿠바인의 시각에서 본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 루손 섬 흑인 병사들의 눈에 비친 필리핀 정복, 할렘 흑인들이 본 뉴딜같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뉴욕타임즈에서 급진주의자로 분류하는 하워드 진의 성향으로 본 책이기때문에 단순히 이 책 한권만으로 미국을 이해하는 것은 지우치는 감이 있지만 미국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을 이루는데는 도움이 될 듯 싶다.안그래도 이번학기 미국학 수업을 듣는데 읽으면 도움이 될 듯 싶은.   


기존에 나온 <조선시대 최대갑부 역관>에 이은 표정있는 역사 두번째 시리즈물로 지금과는 사뭇 다른 형식의 조선시대의 상속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분재기' 즉, 오늘날로 보면 상속문서를 통해서 어떻게 재산이 상속되었는지를 분석, 파악하고 있다. 저자는 분재기에서 남녀평등상속을 찾아낸다. 이는 양반들뿐만 아니라 양인과 노비들에까지 이르는데 노비 복만의 분재기에는 두 딸에게 상속한 재산이 작은 솥 하나까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고. 하지만 17세기 이후 이런 평등상속은 없어진다고. 과연 조선시대의 상속은 어떤 모습을 가졌고, 왜 평등상속이 없어졌는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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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0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국진씨꺼는 글이 약해서 좀 ㅡㅡ;;;

이매지 2006-09-0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책은 참 꾸준히 내서 좋은데 글빨은 좀^^;

marine 2006-09-23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행복한 사람, 타샤튜더 / 타샤의 정원 

The Private World of Tasha Tudor / Tasha Tudor's Garden

 



타샤 튜더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작가다. 칼데콧 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비밀의 화원>과 <세라 이약기>의 일러스트를 그린 화가로, 지난 70여 년간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카드나 엽서에도 사용되는 타샤의 그림은 미국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독특한 라이프스타일로 더 유명하다. 91세(1915년)의 나이에도 동화보다 더욱 동화 같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버몬트 주 시골에 집을 짓고 30만 평이나 되는 단지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는 타샤는 손수 천을 짜서 옷을 만들고 염소젖으로 요구르트를 만든다. 19세기 생활을 좋아해서 골등품 옷을 입고 골등품 가구와 그릇을 쓰고 장작 스토브로 음식을 만든다. 우울하게 지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이 부지런한 할머니는 마리오네트 인형들을 만들어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을 공연하고 직접 키워 말린 허브를 끓여 오후의 티타임을 즐긴다.

타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정원 가꾸기다. 그녀의 정원은 18세기 영국식으로 꾸민 커티지(전원풍) 가든으로 일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비밀의 화원'이다. 레몬빛 수선화 무리 속에서 흰색 돌능금꽃이 피는 5월이면 정원은 지상 낙원이 된다. 이곳에는 자연을 존중하고 삶을 사랑하는 타샤 튜더의 낙천성과 부지런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 책은 꽃을 통해 친구가 된 토바 마틴과 리처드 브라운이 수년 동안 타샤의 생활을 지켜보며 그냥 지나쳐버리기에 아까운 정원의 매혹적인 풍경과 타샤의 통찰력 넘치는 말들을 한테 모아 글과 사진으로 엮은 것이다. 색의 향연을 펼치는 화려한 튤립, 눈밭에서 피어나는 성스러운 수선화, 탐스러운 꽃잎이 복슬대는 작약, 품위 있는 자태를 뽐내는 돌능금나무 등 온갖 꽃과 나무들이 그리는 매혹적인 드라마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그 드라마의 주인공, 타샤 튜더. 그녀의 자연에 깊이 뿌리내린 삶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나는 책으로 교육을 받았다. 그웬 아줌마는 밤마다 10시나 11시까지 책을 읽어주었고, 우린 다음 날 아침 8시에 학교에 가야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아줌마는 스콧과 디킨스, 윌키 콜린스, 코난 도일의 작품 전부를 읽어주었다. 난 일곱 살 때부터 <허클베리 핀>과 <이상한 낯선 사나이> (둘 다 마크 트웨인의 작품 주인공)와 친했다.

 





여름

Summer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살아요.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

 



타샤의 동화
 



Corgiville Fair
 





나는 오래 전부터 인형극을 좋아했다. 사람으로 낼 수 없는 효과를 마리오네트로 낼 수 있다. 이카보드 크레인(워싱터 어빙의 소설<슬리피 할로>의 주인공)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오래 살아서 <슬리피 할로>를 공연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늘 겁이 났다. 국화가 피면 다시 학교에 다녀야 된다는 뜻이었다. 학교는 질색이었다! 하지만 남서풍에 향기가 실려 오고, 귀뚜라미 울음이 느려지기 시작하면서 밤하늘의 별자리가 바뀌는 이맘때는 늘 아름다웠다. 봄에 태어난 병아리와 오리 새끼들이 통통하게 자랐고, 거위들은 사과나무 아래 모여 빨갛게 익은 첫 사과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카누에는 묘하게 원시적인 구석이 있다. 아비(물새의 일종)가 노래 부르는 소리 같다고 할까. 아주 오래 전, 내 전생의 뭔가를 살살 흔드는 느낌.

 





촛불을 켜면 늙은 얼굴이 예뻐 보인다. 난 항상 초와 등잔을 쓴다.

 

다들 내 집이 어둡다지만, 사람들은 옛날 집들이 얼마나 어두웠는지를 모른다. 난 집이 어두운 게 마음에 든다. 예쁜 다람쥐의 둥지 같거든.

 



나는 다림질, 세탁, 설거지, 요리 같은 집안일을 하는 게 좋다. 직업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늘 가정부라고 적는다. 찬탈할 만한 직업인데 왜들 유감으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가정주부라서 무식한 게 아닌데. 잼을 저으면서도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겨울

Winter
 

"바랄 나위 없이 삶이 만족스러워요.

개들, 염소들, 새들과 여기 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답니다."

 






동화 속 코기빌은 겨울이 놀랄 만치 길다. 동물 주민들은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썰매를 타고, 교회 앞 연못에서 얼음을 지친다. 주민들은 장사를 하고 수다를 떨고, 겨울 스포츠를 즐기느라 분주하다. 에드거 톰캣은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고, 사람들은 모닥불을 피우고 재미난 놀이를 한다.

 



우리는 구유까지 눈 덮인 오솔길에 1미터마다 촛불을 밝힌다. 소나무, 자작나무, 솔송나무 사이로 촛불들이 구불구불하게 놓이고 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광경은 정말이지..... 완전히 마법이다! 고요하고 푹신한 눈밭이 펼쳐지면 바랄 나위가 없다. 그 광경은 아이들에게 트리나 선물보다 큰 의미를 안겨준다. 내 손녀는 두 살에 맞은 크리스마스 때 아기 예수의 구유를 처음 보고는 몇 년 후에도 '숲속의 아기' 이야기를 했다.

 



3월에는 겨울의 텃세를 완전히 알아낼 수 없지만, 타샤는 코기들을 데리고 정원으로 나가 생명의 흔적을 살핀다. 밖에 오래 있을 때는 눈신을 신는다.

 

타샤는 길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는다.

"에너지 낭비거든요. 대신 눈밭을 휘휘 걸어다니죠."

 



날씨가 궂어도 할 일이 많다. '아가씨들' - 젖 짜는 염소 - 은 살림집에 연결된 헛간에서 산다.

동물들에게 사료를 주러 가는 길에 타샤는 구근의 싹이 나왔는지 살펴보고,

가끔은 고개를 내민 용감한 '글로리 오브 더 스노' 를 발견하기도 한다.
 





염소들이 층층이부채꽃의 바다를 지나 새로운 초지로 향하고 있다. 염소들의 여왕인 아만다는 딴 데로 가지 않도록 목줄을 매었을 것이다.

 



6월이면 패랭이가 원을 이루며 초롱꽃을 에워싼다.

타샤의 세계 전체가 그렇듯 이 원도 순수한 환상을 안겨준다.

 



누구나 쥐오줌풀을 좋아하진 않지만 타샤는 그것이 '고운 허브이고 그 향이 좋아요' 라고 말한다. 그래서 테라스 하단에 쥐오줌풀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계절이 깊어지면 타샤는 저녁 내내 불가에 앉아서, 흰 수선을 옆에 두고 그림을 그린다. 겨울에는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하고 옷을 깁는다. 그녀의 손은 늘 분주히 움직이고, 머릿속에는 항상 꿈이 넘친다.
 



 


타샤의 작품
 

 
출처 : http://paper.cyworld.com/d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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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8-22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동화처럼 사는군요. 완전 멋져요!

이매지 2006-08-2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이 그림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 정말^^

하늘바람 2006-08-2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아름다운 모습 담아갈게요

해적오리 2006-08-2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 멋진 인생입니다.

해리포터7 2006-08-2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매지님 이페퍼 좀 퍼갈께요..제가 추구하는 삶을 사시는 분이군요..예전에 이분에 관계된 기사를 읽은것 같았는데 맞는지 모르겠어요^^감사히 퍼갈께요^^

이매지 2006-08-23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별말씀을요^^
날난적님 / 환경때문인지 몰라도 참 곱게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리포터님 / 암요^^ 저 분 책 사시면 좀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redballoon94 2006-12-26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스런 페이지.. 감사히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