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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강석아, 서강석!”

누군가의 노크소리에 이어 수업 중이던 교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린 것은 이제 2교시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잠시 교실 밖으로 나가셨던 선생님께서 교실 문을 닫고 돌아서면서 바로 호명하신 것은 바로 나였다.

“강석이 지금 책가방 싸서 어서 집으로 가 보거라. 어머니께서 많이 안 좋으시단다.”

엄마가 안 좋으시단다? 새삼스러웠다. 엄마는 늘 안 좋으셨는데. 2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으시기 전에도 그 후에도, 내 기억 속의 엄마는 늘 자리에 누워계신 엄마이다. 엄마와 함께 어디를 놀러가거나 무엇을 같이 하거나 했던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수술 받고나서 잠시 좋아지시나 싶었는데 1년이 지나 재발한 후에는 수술 전 보다 오히려 더 아파 보였고, 다시 자리에 누워만 계시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와 동생 강진이는 엄마를 대신해 외할머니와 셋이나 되는 이모들이 돌아가며 우리 집에 와서 보살펴 주고 있었다.

그런 엄마가, 늘 안좋던 엄마가 새삼 안 좋으시다니.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선생님 말뜻을 얼른 알아듣지 못했다.

가방을 챙기고 있는 나를 반 아이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고개도 못들고 가방을 챙겨 선생님쪽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교실을 나왔다. 대낮이었지만 12월의 바람은 바로 피부로 느껴졌다. 처음엔 빠르게 걷던 걸음이었는데 집으로 가까워 갈수록 차츰 느려졌다. 집에 거의 다가왔을땐 뭔지 몰라도 안 좋은 소식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엄마가 계신 방에서 이모가 나오다가 막 대문을 들어서는 나를 보고 말했다.

“강석이 오나. 어서 들어가 보거레이.”

평소의 그 호탕하고 씩씩하던 이모 목소리가 아니었다. 나는 그냥 이모 얼굴을 쳐다보고 서있었다.

“어서......”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왜 학교에서 공부하다 말고 지금 집으로 와야 했는지.

신발을 벗고 마루로 올라가 엄마가 계신 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이모들, 그리고 동생 강진이가 앉아 있었다.

“언니, 강석이 왔다.”

이모의 말에 엄마는 나를 향해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뜨셨다.

“강석아”

엄마가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

왜 그런지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엄마는 다시 눈을 감았다 뜨셨다. 그리고는 내 이름을 한 번 더 부르셨다.

“강석아......”

바보같이, 입이 얼어붙었는지 아무 말도 나오질 않았다. 엄마는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던 내 손을 잡으셨다.

“강석이 네가 그래도 형인기라. 강진이 잘 보살펴 주고, 그라고......”

“......”

고개를 푹 숙인 채 엄마가 그 다음 말을 이어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내 손을 잡고 있던 엄마 손이 아래로 툭 떨어지는 걸 느꼈다.

내 뒤에서 흑흑하는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뒤에 서 있던 이모들이 엄마에게 달려들어 울기 시작했다.

옆에서 아버지가 불러도, 이모가 불러도, 엄마는 이번엔 다시 눈을 뜨지 않았다.

“엄마, 엄마”

그때까지 가만히 앉아만 있던 강진이가 엄마를 부르며 울기 시작했다. 나보다 세살 어린 강진이. 강진이는 점점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엄마, 일어나 엄마. 엄마!”

‘어, 엄마는 내게 더 할 말이 있었는데. 얘기하다 마셨는데......’

이게 꿈은 아닐까, 이게 바로 죽는다는 것일까?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리 엄만 이제 어디로 가는거야?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엄마를 태운 상여가 나가는 날은 아침부터 하얗게 눈이 내렸다.

곡소리 속에 알록달록 화려한 꽃상여를 따라 걸으며 나는 상여가 왜 저렇게 알록달록 할까 생각했다.

눈으로 들어오는 화려한 꽃상여의 모습과 땡그랑 땡그랑 요령 소리, 가네 가네 나는 가네 노래 소리. 나는 그저 이 시간이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 사진을 가슴께에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걷느라, 손이 시려워도 참아야 했다.

“저 아 봐라, 울지도 않는데이. 다 소용없다 아이가.”

“입 다물라. 아가 지금 뭐 알기나 하건나.”

누군가 뒤에서 소곤거리는 걸 들었다. 그게 나를 보고 하는 이야기인줄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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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9 0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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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9 09: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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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찰서에서 나와 보니 밖은 이미 어두웠다.

아버지는 저만치 앞서서, 내가 따라오는지 돌아보지도 않고 걷고 있었다. 아버지는 늘 그랬다.

“머 묵어야 안 되겄나?”

버스 정류장에 다 와서야 아버지는 내가 가까이 오길 기다렸다가 물으셨다.

“됐어요.”

이럴 때 제일 짧게 끝낼 수 있는 대답이다. 그것도 아버지 쪽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쪽, 허공을 향해 대답하면서, 불빛 번쩍거리는 이 도시는 지금 낮도 밤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맘 놓고 어둠 속에 파묻혀 버리기도 쉽지 않다고.

집에 가는 버스에 올라서도 아버지와 나는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그것 역시 늘 그랬던 대로이다. 내가 아는 아버지는 원래부터 그렇게 말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아무 말도 안하는 것으로 아버지 기분을 파악할 수는 없다. 하긴, 내가 왜 경찰서까지 가게 되었는지는 경찰서에서 이미 다 들으셨을 테고, 패거리들과 싸움질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니 더 물으실 것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십 여분 언덕길을 걸어올라 집에 도착했다. 벌써 7년째 내가 혼자 살고 있는 집이다.

아버지는 내가 신발을 벗고 올라서는 것을 보고 집을 한번 휘 둘러보시더니 들어오지도 않고 바로 돌아서셨다.

“내 간다.”

언덕을 내려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질 때까지 그냥 거기 그렇게 서있었다.

아버지 모습이 안보이게 되었을 때야 마치 김밥을 급하게 물 없이 꾸역꾸역 먹을 때의 그 묵직한 덩어리가 목구멍에서 느껴졌다. 이제는 거의 모습을 감춰버린 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까 시내에서와 달리 제대로 어둠 속에 덮여가고 있는 동네의 배경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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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 부는 아이

 

 

 

 

 

 

 

 

 

“이름이 뭐지?”

“......”

“글자는 쓸 줄 알아?”

아이는 대답대신 고개를 옆으로 젓습니다.

“지금 몇 살이지?”

아이는 손가락을 일곱 개 펴 보입니다.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디오 플레이어에 비디오테이프를 넣습니다. 은하공주 밍밍이 시작되면서 신나는 리듬의 주제가가 흘러나옵니다. 선생님이 먼저 따라 부르면서 아이를 쳐다보았습니다. 아이는 아무 표정 없이 비디오 화면을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이 만화 알아?”

아이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 만화를 모르는 아이는 없을테니까요.

선생님은 비디오를 끄고 종이 한 장을 꺼냅니다.

“여기에 그림 한번 그려볼까?”

아이에게 색연필을 꺼내주며 나무와 새와 연못을 그리라고 합니다.

아이는 천천히 그림을 그립니다. 나무를 그리고 새를 그리고, 다음으로 연못을 그렸습니다.

“그래, 잘 했어. 이젠 나가도 돼.”

 

엄마와 마주 앉은 선생님은 결과지를 보며 말합니다.

“유리 지능에는 문제가 없어 보여요. 인지 능력도 정상이고, 이해력도 정상이고요. 아이가 말을 안 하는 것은 신체적인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폐증 단계까지는 아직 아니고요.”

엄마는 한숨을 푹 내쉽니다.

 

바쁜 엄마가 모처럼 시간을 내어 유리를 백화점에 데리고 갑니다.

나풀나풀 레이스가 달린 노랑 드레스를 가리키며 묻습니다.

“이 옷, 예쁘지? 사줄까?”

유리는 옷을 쳐다보고 있을 뿐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엄마는 옷을 삽니다. 노란색 쇼핑백을 들고 나오는 엄마는 만족스럽습니다.

유리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지금 그 옷은 유리 옷장에 걸려 있습니다. 한 번도 그 옷을 입겠다고 하지 않습니다.

엄마는 유리를 데리고 아주 큰 장난감 가게에 갑니다.

“갖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봐. 많이 골라도 돼. 그래야 혼자 있을 때에도 심심하지 않지.”

진짜 같은 인형, 진짜 같은 건물, 크고 작은 블럭, 말하는 로봇, 별의별 모양의 퍼즐. 엄마가 보기에도 신기한 게 많은지 이것저것 구경하며 만져봅니다.

유리는 그 자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볼 뿐 구경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엄마는 유리의 대답을 기다리는 대신 거기서 일하는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일곱 살 여자 아이에게 인기 있는 장난감이 뭐가 있나요? 좀 골라주시겠어요?”

그 사람은 이것저것 골라서 큰 박스에 포장을 해줍니다.

엄마는 이번에도 만족스런 표정입니다.

유리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 장난감 박스는 지금 유리 방에 그대로 있습니다. 한 번도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습니다.

 

유치원에서도 유리는 혼자입니다. 다른 아이들과 장난을 치지도 않습니다. 선생님이 노래를 가르쳐주시면 노래를 부릅니다. 그림 그리는 시간엔 그림을 열심히 그립니다. 하지만 다 같이 나가서 노는 시간엔 혼자 미끄럼을 탑니다. 혼자 시소에 오릅니다. 시소 맞은편에 다른 아이가 와서 앉으면 유리는 곧 내려옵니다.

 

유치원에 새로운 아이가 들어왔습니다.

“오늘부터 친구가 한명 더 생겼어요. 이름은 준희. 준희는 다리가 좀 불편하니까 우리 친구들이 더 많이 도와줘야해요. 알았지요?”

선생님 옆에 서있는 준희 모습이 어딘지 기우뚱해 보입니다.

“네!”

아이들은 입을 모아 대답했습니다.

아이들은 준희와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준희는 아이들처럼 놀 수가 없었습니다. 혼자 걸을 수는 있지만 뛸 수가 없었습니다. 미끄럼도 탈 수 없었습니다. 뛰어다녀야하는 술래잡기도 할 수 없었습니다. 뱅뱅이를 탈 수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나가는 시간이면 준희도 늘 함께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습니다.

시소에 앉아있던 유리가 준희를 보았습니다. 준희는 놀이터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한참 쳐다보고 있던 유리는 시소에서 내려와 준희에게로 가만가만 걸어갔습니다. 준희는 유리가 오는지도 모르고, 과자 부스러기 주위에 까맣게 모여든 개미들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유리는 준희 옆에 쪼그리고 앉아 함께 구경했습니다. 개미들도 과자가 맛있나봅니다. 유리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과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개미들을 손으로 집어다가 과자 부스러기 가까이에 내려주었습니다. 준희도 유리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습니다. 유리도 혼자가 아니고 준희도 혼자가 아닙니다. 준희는 아까만큼 심심해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동안 유리는 그렇게 준희 옆에 있다가 함께 교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흙 속에서 개미집을 찾아내기도 하고, 꽃봉오리가 조금씩 벌어져가는 것도 보았습니다.

준희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냅니다. 파란색 작은 나팔이었습니다. 입에 대고 ‘훅’ 하고 불자 장난감 같은 작은 나팔에서 ‘뿌우~’ 하고 소리가 났습니다. 유리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준희가 웃으며 이번엔 좀 더 세게 불었습니다.

‘뿌, 뿌~’

유리도 웃었습니다.

“불어볼래?”

준희가 유리에게 나팔을 내밀었습니다. 유리는 대답 하지 않고 나팔을 보고만 있습니다.

“말 하는 거 싫어해?”

준희가 물었습니다. 유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말이 속에만 갇혀 있다가 빵 터지면 어떻게 해?”

유리 눈이 더 커졌습니다.

“그럼,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땐 이걸 불어.”

준희는 유리에게 파란 나팔을 건네주었습니다.

유리는 나팔을 받아서 자기 유치원 가방에 넣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유리는 교실 안에서도 준희 옆에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여전히 말은 잘 하지 않았지만 그림 그릴 땐 크레파스도 같이 쓰고 준희가 무엇을 그리나 보았습니다. 점심 먹을 때도 옆에 앉아 같이 먹었습니다.

 

준희 엄마가 유치원 선생님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원래 특수 유치원에 가려던 것을 준희가 하도 고집해서 일반유치원에 다니게 해보았는데 아무래도 준희한테는 무리가 있네요.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특수 유치원에 가서 준희에게 맞는 놀이와 교육을 받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선생님은 서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며칠 후, 선생님이 준희를 앞으로 데리고 나오셨습니다. 내일부터 준희는 다른 유치원에 다니기로 했다고 하십니다. 이 유치원은 오늘이 마지막이니 모두 안녕 인사를 하자고 하셨습니다. 준희 얼굴은 시무룩했습니다.

유리는 준희가 가는 게 싫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은 모두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준희에게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유리는 인사하는 것도 잊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밖에서 기다리던 준희 엄마가 들어와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준희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준희가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유리는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문이 닫히고, 선생님은 준희 엄마가 가져오신 과자를 유치원 아이들에게 나눠주셨습니다.

유리는 가슴 속에서 뭔가 자꾸 차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점점 더 차올라 터질 것 같았습니다.

언젠가 준희가 준 파란 나팔을 유치원 가방에서 꺼내 들고 창가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창밖을 향해 나팔을 불기 시작했습니다.

“뿌우~~ 뿌우~~”

있는 힘을 다해서 나팔을 불었습니다.

나팔 소리가 창밖을 넘어, 바람을 타고 날아갑니다.

유리는 나팔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입에 모았습니다.

“준희야~”

유리가 준희 이름을 불렀습니다.

“준희야, 안녕~~”

엄마 손을 잡고 유치원을 벗어나고 있던 준희가 돌아보았습니다. 창문에서 유리가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시무룩했던 준희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준희도 유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하나 둘 유리 옆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모두 함께 준희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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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26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아이들끼리 서로 기대고 도우며 자라는군요..

hnine 2013-06-26 23:50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노아 2013-06-27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찡하게 만드는 걸요. 감동적이에요.

hnine 2013-06-27 12:52   좋아요 0 | URL
너무 상투적이고, 새로울게 없다는 평을 동료들로부터 들었어요 ㅠㅠ
하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잘라 2013-06-2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속에만 갇혀 있다가 빵 터지면 어떻게 해>... 이 부분에서 뭉클했어요. 요즘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준희는 마음이 참 고운 아이예요. 그림책으로 만들면 참 고운 그림책 될 것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뿌우 뿌우~"

hnine 2013-06-27 16:47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읽어주셨군요. 제가 안되는 솜씨로 끄적거린 것을 누군가 읽어주기만 해도 저는 그냥 감격~ ^^
저도 저런 나팔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안그래도, 아이가 하는 말인데 어른 말투가 들어가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답니다. 그러니 아마추어 아니겠어요? ^^

잘잘라 2013-06-29 17:56   좋아요 0 | URL
앗! 제가 '요즘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이라고 한 것은 제가 쓴 댓글에 '마음이 고운'이라는 표현을 얘기한 것이어요. 오해하실까봐요^^;; (저는 예전부터 '곱다'는 말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잘 안쓰는것 같아요.)

hnine 2013-06-29 18:48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잘못 이해했군요 ^^

다락방 2013-06-27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잘 읽었어요, 나인님.

hnine 2013-06-27 21:2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다락방님.
한동안 동화쓰는 모임을 했었어요. 이제 한쪽으로 접기로 하면서 아쉬움에 그중 한편을 올려봤답니다.

아영엄마 2013-06-2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가 분 나팔소리가 가슴을 찡하게 울리네요.
나인님 오랫만에 들려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__)

hnine 2013-06-27 21:25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님, 정말 오랜만이어요. 세공주님들과 얼마나 바쁘세요. 막내도 많이 컸을텐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인데 별로 유쾌하고 재미있게 쓰는 재주가 저에게는 없네요.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더 관심이 가서요.
오랜만에 들러주신것만 해도 좋은데 가슴 찡하게 읽어주셨다고 하시니 제 마음이 오랜만에 활짝 개는 느낌이네요.

순오기 2013-06-28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 엄마 모습은 대부분 아이들 뜻은 알아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하는 우리들 모습이네요.
나팔을 부는 아이, 찡한 울림과 잔잔한 감동이 있어요~ 정말 그림책 만들면 좋을 거 같아요.^^

hnine 2013-06-28 09:18   좋아요 0 | URL
유리 엄마 자신은 모를거예요. 엄마들은 엄마들의 생각대로 아이를 사랑하니까요.
안그래도 나팔을 부는 장면이 머리 속에 그려져서 그림으로도 한번 그려볼까 시도해봤다가,... 절망했습니다 ㅠㅠ

프레이야 2013-06-2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동화 동시 습작하시는거에요? 정말 좋아요. 약자의 편에서 쓰라고 하더나구요, 동화는. ^^

hnine 2013-06-28 12:51   좋아요 0 | URL
이젠 "했었다"고 말씀드려야지요. 한 3년 했었나봐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 분야가 아닌 것 같아서 접었답니다. 그동안 써놓았던 거 이렇게 심심할때 하나씩 올려보려고요 ^^

Grace 2013-07-05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준희야, 안녕~" 아니라, "준희야, 같이 놀자. 가지마~" 라고 외치고 싶어져요.
그래서 준희와 유리는 계속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며......
같은 대학을 나오는 겁니다. 계속계속 같이 있게 해주고 싶어져요!

말이 속에만 있다 빵 터지면, 하소연이나 불평말고 저도 나팔을 불고 싶어요~~
뿌우 ~뿌우~~~~^^

hnine 2013-07-05 12:28   좋아요 0 | URL
마지막을 그렇게 해도 좋겠어요. 그게 더 아이다운 솔직함일 것 같고요. 유리가 얼마나 헤어지기 서운했겠어요. 순순히 "안녕~"하는건 아이답지 않다는 생각이, 지금에서 드네요 ^^ 언젠가 한번 말씀하신대로 고쳐보고 싶어요.

안녕미미앤 2013-07-07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힝........................ 영화 같아요.. 다음편 계속 올려주세요. 어떻게 됐을까 계속 궁금해요 준희랑 유리..

hnine 2013-07-08 19:51   좋아요 0 | URL
저는 동화를 써도 꼭 이렇게 슬프게 결말을 맺는게 문제랍니다 ㅠㅠ

하늘바람 2013-07-13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멋진 글이 있네요
음 요즘은 단편동화를 초등 1~2학년 읽기책으로 출판하기도 해요
그림동화로는 좀 내용이 길고 약간 주제가 어려워서요.
저학년 읽기책으로 만들면 아주 좋을 것같아요.
소통에 대한 주제를 더 명확히 하면 좋을 것같고요,
님을 응원합니다

2013-07-13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3 0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3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4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3-08-04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고운 아이들 이야기에 울컥했어요....

hnine 2013-08-04 12:07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자기 마음을 표현 못하는 아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수 없는 아이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집에 혼자 있던 오후.

일찌감치 저녁 준비나 하자고 콩나물을 다듬는데 지루하기에 TV를 틀었더니, EBS 초대석에 강신주씨가 초대손님으로 나와있었다. '철학, 방향을 잃은 삶의 안내자' 라는 제목이 자막으로 나오고 있었고, 엄길청씨가 진행자.

콩나물을 다듬고 있었던지라, 메모하고 싶은 것을 할수 없었다.

저녁 다 먹고 치우고 난후, EBS 홈페이지에 들어가 다시보기로 '다시' 보았다.

알고 보니 지난 11월 28일에 방송된 것을 오늘 오후에 다시 재방송했던 것이었다.

구성작가가 썼겠지만 질문도 잘 뽑았고, 이야기를 하는 강신주 철학자는 책에서 접한 것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 메모한 내용만 간단히 옮겨본다.

 

Q. 생각을 많이 하면 더 행복해지는가?

- 삶 자체가 행복하지 않은 것이며 힘든 것이다.

생각을 함으로써 더 불행해지는 쪽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삶 자체가 힘든 것이라는 것을 알면 가끔 찾아오는 행복에 대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다.

 

Q. 철학으로 상념을 정리할 수 있는가?

- 상념이 많다는 것은 본질적인 핵심을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은 그런 곁가지를 잡아주고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Q. 철학은 현실과 떨어진 학문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 철학자에게는 책도 텍스트이고, 현실도 텍스트이다.

 

Q. 인문학 위기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인문학 위기론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보라. 대개 대학에 계신 분들이다. 지원하는 학생이 적고, 공대나 자연과학에 비해 정부 지원이 적은 것에 대한 투정같은 것이다. 현실에서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인문학적 성찰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Q. 탐욕으로부터 벗어나려면?

- 행복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소유하면 소유할 수록 느끼는 행복이 있는데 이것은 B급 행복이다. 반면에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내것을 덜어주면서, 내 소유를 덜어내면서 오히려 행복을 느끼는데 이것은 더 고차원적인 A급 행복이다.

소유를 많이 해서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B-->A급 행복으로의 생각의 전환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

 

Q.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가치는?

- 사실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붕괴되었다고 봐야한다. 가족의 이미지만 남아 있다.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데 피곤한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다.

'최적생계비'를 잘 생각하여 계산해보고 더 많이 가지려는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신 그 이상은 버려라.

 

Q. '돈'이라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 내가 좋아서 하는 일,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해라. 그래서 돈이 들어오면 'Thank you!'하면 된다. 돈이 안들어와도 그렇게 나쁘진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니까.

안 좋은 경우는, 돈을 목적으로 일을 했는데 돈도 안들어오는 경우이다. 이 때는 삶이 비참해진다.

 

Q. 사랑만으로 결혼할 수 있을까?

- 원칙적으로는 그래야한다. 최소한 사랑이라는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이 다른 부수적인 조건이 더 크게 작용하여 한 결혼은, 상대방에게서 그 조건이 없어졌을 때 관계를 지속하기가 힘들것이다.

 

Q.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에게 해줄 말은?

- 누구의 기준대로, 남 보기 좋은 삶을 살려고 하지 말고, '나'로 살아라. 개나리로 될 사람이 다른 사람이 장미를 좋아하니 억지로 장미로 자신을 바꾸려고 애쓰는 삶을 살지 않는지.

 

Q. 일반인들에게도'글을 쓴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까?

- 글을 쓰는 동안은 나를 내려다볼수 있다. 거리두는 작업.

'이야기된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 그래서 행복해질 여지가 있다' 라는 이성복 시인의 말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글을 써야할 시대이다.

 

Q. 경쟁사회에서 철학적 사유가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가?

- 현실을 살다보면 시야가 좁아진다. 문학과 철학이 시야를 넓혀줄 수 있다. 현재의 삶에서 길을 잃었다 싶을 때, 수직으로 올라가 현실을 내려다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철학이다.

 

Q. 외톨이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철학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 글을 쓰게 해봐라. 자기가 쓴 글을 얘기하도록 해봐라.

 

Q. 나눔, 타자에 대한 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사랑의 잣대는 내가 힘들어지는 데서 찾아야 한다. 내게 남아서 주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줌으로써 내가 불편해짐에도 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고 진정한 배려이다. 사랑의 제스쳐가 아니라.

 

언젠가 진로를 고민하는 딸에게 '인문학'이 이 세상에서 무슨 쓸모가 있느냐고 했다던 친구 남편얘기를 들으며 내심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막상 나라면 뭐라고 대답을 할까 생각해봐도 언뜻 떠오르지 않았었다. 다만 정말로 '인문학'이 쓸모 없는 세상이 되면 안되는데 하는 안타까움만 들었었는데, 오늘 방송을 들으며 안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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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12-16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묻는 말은 구성작가가 궁금해 하는 이야기 아니었을까 싶어요.

이를테면, "철학을 어떻게 사랑하나요"라든지 "아이들하고 나눌 생각은 어떻게 일굴까요"라든지 "우리 나라에서 힘들다고 말하는 이들한테 밝은 말 한 마디를 들려준다면"이라든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살아가는 생각은 왜 생겨날까요"라든지, 한결 깊이 파고들면서, 강신주 님 스스로도 더 깊이 생각을 가다듬도록 도울 수 있을 테니까요...

고흥에는 12월 한복판에 봄꽃이 벌써 피었답니다.

hnine 2012-12-16 19:23   좋아요 0 | URL
어떤 경우엔, 뭐 저런 질문만 하나 생각이 들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어제는 질문이 겉돌지 않고 초대된 이의 의견이 잘 드러낼 수 있게 골랐구나 싶었어요.

그리 땅덩이가 넓은 편이 아닌 나라에서, 대전과 고흥이 그렇게 차이가 난다니 참 '겨울 한볕'이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닌가봅니다.

2013-02-22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17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녕미미앤 2013-03-17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ebs채널 좋아하는 편인데 이건 못봤네요.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해요^^

hnine 2013-03-17 17:37   좋아요 0 | URL
저도 일부러 본건 아니고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인터뷰 프로그램이라면 TV, 라디오를 막론하고 좋아하지요.
 

한때는 새벽에 일어나 영화를 보며 두어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한때는 새벽에 일어나 운동부터 하여 몸을 풀고 마음을 가지런히 하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 계속 이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이야 말로 한번에 읽어치울 책이 아니라 조금씩 매일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양보다 질로, 즉 페이지를 넘기는 것보다, 한줄 한줄 집중해서 읽으려 하고 있다.

 

 

 

 

 

 

 

 

 

 

 

 

 

 

 

 

 

 

 

 

 

 

위의 저 겉표지를 벗겨 내고 읽고 있는데 그래서 더 내게 눈에 익은 표지는 이렇다.

 

 

 

 

 

 

'쉴 휴 (休)'

 

 

오늘 읽은 것중 일부분을 발췌하여 올려본다. 대략 352쪽에서 380쪽 사이에 있는 내용이다.

 

 

 

삶을 바르게 살면, 삶을 진실로 살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진실로 사는 자는 죽음을 기꺼이 맞이 한다.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한 사람에게는 죽음의 두려움이 일어난다.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한 사람에게 죽음은 더 살아야 될 생과 시간과 기회를 앗아가는 저승사자가 된다. 여기에서 두려움이 떠오른다. 이 두려움은 죽음에서 오는 게 아니라 제대로 살지 못한 삶에서 온다.

왜 우리는 삶을 놓치는가? 왜 우리의 몸은 나이를 먹지만 정신은 나이를 먹지 못하는가? 무언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길을 잘못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렸을 때 타협을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하여 자신의 존재를 판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데 타협을 한다. 거기서부터 그릇된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이런 사람이 되라 하고 아버지가 저런 사람이 되라 하며 사회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되라 강요한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 그러다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리라고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왜 저는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합니까? 이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십시오." 라는 질문을 하는 그대는 두려움을 이해하려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그저 없애려고 한다.

무조건 문제를 없애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가면을 벗으려고 노력하라. 누구의 말을 들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깨우치고 체험해야 하는 것이다.

두려움은 사실 그릇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좋은 증상이다. 사실 아무도 그대를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없다. 어떤 인도자도 바른 인도자가 될 수 없다. 인도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인도를 맡기면 그는 그대 인생에 해가 될 것이다.

틀 없는 삶을 살라. 틀과 이론과 체계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라. 이 순간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라.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써 있는 두줄은 이 모든 내용을 집약하지 않나 생각된다.

 

무대에서 내려오라.

삶을 공연으로 만들지 말라.

-Osho-

 

보이기 위한 삶을 살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나를 변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읽지 않는다.

그냥 읽는다.

그냥.

 

목적없이 읽지만

읽고 나면 차분해져서 좋다.

5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다 읽고 나면 다시 처음부터 조금씩 또 읽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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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11-1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라는 문장. 지금 읽고 있는 책에도 똑같은 구절이 나와요. 정말 나로서 진짜로 살아가는 건 뭘까요? 추위와 졸음으로 엉망이다 싶은 하루, 그런 생각에 더 머리가 복잡하네요.

hnine 2012-11-14 15:09   좋아요 0 | URL
추위와 졸음의 악조건 속에 계시는군요! 이런 날은 집에 들어가 내 방에 들어섰을 때 몇배는 더 포근하고 아늑하게 느껴지겠지요?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자체를 모르고 살아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제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고 할까요.
따뜻한 코코아라도 좀 마시지...(온기 + 카페인 효과) ^^

프레이야 2012-11-14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쇼의 글, 참 좋아요. 실천하기엔 쉽지 않지만 각성제가 되구요.
무대에서 내려오라, 삶을 공연으로 만들지 말라!.. 새겨봅니다.
삶은 한 편의 연극, 자신이 무대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산다는(살라는)
진부한 상투적 표어가 생각나는군요. 공연으로 만들지 말자, 내 삶!
나인님, 편안한 저녁 쉬면서 보내세요^^
사람은 쉬기 위해 산다는 속담이 떠올라요. 티비에서 봤는데, 유럽 어느 작은 나라의
속담이래요. 태어날 때 이미 힘들게 세상에 나왔으니 이제 쉬자고..ㅎㅎ

hnine 2012-11-14 22:13   좋아요 0 | URL
마음이 평화로울땐 저런 책으로 눈이 안가요. 요즘 새벽에 눈뜨면 저 책부터 펼쳐드는 것은 제 마음에 분란이 일고 있다는 증거가아닐까 해요.
읽으면서, 정말 그런가? 생각해보기도 전에, 그냥 보자마자 마음이 쿵!하고 울려오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직관이 사유를 앞선다고 저 책에도 나와있던데, 직관이 어쩌면 더 꾸밈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아침은 저 구절을 읽고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오늘 밤은 프레이야님 댓글을 보고 평안해져서 좋아요.

책읽는나무 2012-11-15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한 사람이 죽음의 두려움이 일어난다.
삶을 공연으로 만들지 말라.
음~
이런 문구의 글들!
내마음이 심란할때 내눈에만 확대되어 다가오는 묘한 마력이 있어요.ㅋ
저도 분명 심란하고 마음에 분란이 일고 있나봅니다.
조용한 이시간,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이시간,
저도 사뭇 명상의 시간이 되네요.^^
잘 읽고 갑니다.

hnine 2012-11-15 16:02   좋아요 0 | URL
고백하자면 저는 죽음이라는 걸 떠올릴때마다 무섭고 허무해요. 결국 어떤 삶을 살던 종착역은 죽음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어제 읽은 부분에 바로 그것에 대한 내용이 있더라고요. 늙는다는 것은 쇠퇴기가 아니라 점점 더 성숙해져 가는 것이고, 완성되어 가는 것이라고.
읽는 동안이나마 위안이 되었어요. 며칠 지나면 약발, 아니 책발이 떨어지겠지만요 ^^ 그래서 다 읽고나서도 처음부터 다시 계속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시간... 전 가끔 돌아가는 세탁기 앞에 앉아 빨래가 돌아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을 때도 있었어요. 정말 무념무상의 순간은 그런 순간인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