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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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쪽인데 425쪽까지가 12살까지의 이야기이다.

12살 아이의 시각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치 당돌하기도, 조숙하기도 하거니와 아이다운 면모가 없어 공감키 어려운 점이 있었으나, 나의 그 시절과 비교해 보면 그러한 것이지 진희같은 아이가 없을 것도 없다 싶은 생각에, 과연 독서량이 엄청나면 정신세계가 일찍 조숙해 질 듯도 싶어, 초반에 똥통에 장군이를 빠트리는 죄책감 없는 계략에서는 정나미가 떨어졌지만 이후로는 보아줄 만 했다.

이야기를 엮어가는 솜씨가 비범해서 책을 손에서 놓기가 아까울만치 읽는 내내 재미가 있었다.

 

염소와 하모니카의 완벽한 실루엣이 그의 옆모습을 감쌌다.

그러나 물론 허석은 아니었다.

그제야 나는 삶의 경고를 깨달았다." (p.404)

 

"삶은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p.405)

 


출근 전, 오늘 아침 일기장에 사는 것이 조마조마 하다는 글을 적었다.

끝없이 사건과 사고는 이어지고 그 속에서 무사히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기적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그리고 출근길에 검정의 긴 장례 리무진 차와 그 뒤를 따르는 장의버스를 기꺼이 먼저 가시라 양보해 주면서는 눈물을 훔쳤다.

왜 이리 약해지는가......

 

 

그리고 이 책의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그 완벽한 실루엣이 허석이 아니었다에서 껄껄껄 웃음이 연신 삐어져 나오더니 삶은 농담이라는 말에 안도감마저 든다.

조마조마 하던 마음이 허물어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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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생일 문학과지성 시인선 623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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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은 이 시집을 참 좋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내게는 영 공감 되는 것이 없어 반쯤 읽다 덮는다. 


<지금 이 순간 약동하는 티끌 한 점,

나라는 기적 (p.40)>


도무지 뜬금없다. 

티끌이 왜 약동 하는지,

나는 또 왜 기적인지!!


그 다음 문장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생긴 목숨의 겸허한,

찬란>


목숨이 왜 어쩌다 생겼을까, 

어쩌다 생긴 목숨은 왜 겸허하지?

겸허하면 찬란하나?...등등으로 읽어내려 갈수록 토를 달게 된다. 


단어와 단어를 이어서 문장을 만드는데

너무 뜬금없다 싶게 이어지는 문장들이 

내가 읽은 중반부까지 계속인 듯 싶어

내가 시를 보는 눈이 이토록 없나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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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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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의 책에는 

비관하는, 불평하는, 악다구니 하는 주인공이 없다. 

그냥 받아들임만 보인다. 


자가를 소유하고 있는 이도 잘 없어서

집은 삶에서 언제나 중요한 것임을 느끼게도 한다. 


<입동>, <노찬성과 에반>은 마음이 아파서 눈물바람 했고

<풍경의 쓸모>는 참으로 씁쓸했으며,

<건너편>과 <가리는 손>은 현 사회의 문제점을 직시하듯 했다. 


<침묵의 미래>는 이미 읽은 것이긴 하나

내가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언어의 종말에 대한 것이어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읽어볼 수 있게 되어 

이제는 조금 끄덕끄덕 할 수도 있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역시 이미 읽었으나

다시 읽어봐도 처음과 같은 흥미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김애란의 책들은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히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제는 김애란의 소설을 읽을 것이 없다 싶어 서운하다. 

그녀는 글을 고치고 또 고치고 또 고쳐서 한 권의 책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누가 그러던데, 

고은 시인은 글이 수돗물처럼 틀면 그냥 콸콸 나오듯이 글을 쓴다던데,


어쩌면 김애란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기만 한데

이제는 더 이상 읽을 그녀의 소설이 없다는 것이 내게는 참 이상한 일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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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미래 - 2013년 제3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애란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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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애란 - 침묵의 미래


5권의 저자의 책을 읽고 나니 과연 이 대상작은 얼마나 위대하게 내 앞에 우뚝서게 될까 싶은 기대감과 궁금증으로 서둘러 이 책을 읽고 싶었었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뭔말이지?를 다 읽을 때까지 수 번 해댔다.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카드놀이>는 이미 읽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재미가 있는지 다시 읽어도 여전히 김애란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이후 우수상 수상작들을 보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글을 만든다는 느낌를 떨쳐버리기 어렵다. 


우수상 수상작을 대충 훑고, 마지막 심사평도 대충 훑은 후, 뭔 말이지?라 했던 <침묵의 미래>에 대한 나의 독후감은 김애란은 글을, 언어를 무척 사랑하는구나, 좋아하는구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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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Where Would You Like To Go? K-픽션 14
김애란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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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도 전에 한국의 전기밥솥이나 승강기와 말을 섞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냥 그랬니?“, ”백미 취사를 완료했니?“, ”그랬구나.“ 정도의 맞장구였다.(p.30)

  나도 전기밥솥, 승강기와 몇 번은 해 봤을 맞장구인데 이렇게 글로써 읽게 되니 내가 했던 맞장구보다 훨씬 더 재미나게 들리고 킥킥 웃음이 난다.

어쩜 이렇게 말보다 글로써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박완서의 <한 말씀만 하소서>를 읽을 때는 내가 감히 참척의 고통을 어찌 알겠는가 하면서도, 그래도 찢어지는 그녀의 가슴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독자의 예의로써 고의적으로 더 찢어지는 마음을 내며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애도의 불가능성”, “슬픔의 공유 불가능성이란 표현을 이 책(어디로가고싶으신가요)에서 보고 나니, 애초에 이 불가능을 알고 박완서의 그 책을 읽었더라면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좀 덜 찢어지게 해도 죄스런 마음에서는 좀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김애란의 묘미를 이 책에서도 정말 여실히 본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

-어디로 가는 경로 말씀이세요?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p.84)

 제목이 여기서 나왔다는 것도 얼마나 매력적인지!!!

 

 

나는 당신이 누군가의 삶을 구하려 자기 삶을 버린 데 아직 화가 나 있었다. 잠시라도 정말이지 아주 잠깐이라도 우리 생각은 안 했을까. 내 생각은 안 했을까. 떠난 사람 마음을 자르고 저울질했다. 그런데 거기 내 앞에 놓인 말들과 마주 하자니 그날 그곳에서 처음 제자를 발견했을 당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놀란 눈으로 하나의 삶이 다른 삶을 바라보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 순간 남편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 날, 그 시간, 그 곳에선 죽음에게 뛰어든 게 아니라 에게 뛰어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당신이 못 견디게 그리워졌다. 편지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식탁 모서리를 잡았다. 어딘가 기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혼자 남은 그 아이야말로 밥은 먹었을까?” (p.98)

 이 책의 절정은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이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 저자가 얼마나 글을 잘 적는지, 얼마나 글로 잘 표현해 내는지 감동과 감탄이 일고, “혼자 남은 그 아이야말로 밥은 먹었을까?”가 나타내는 클라이맥스는 가히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를, “애도의 불가능성”, “슬픔의 공유 불가능성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내가 김애란을 이토록 좋아하고, 감동하며, 감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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