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나라와 민족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죽음만큼 두려운 것이 있을까.
세계 4대 문명 가운데 하나인 이집트 문명의 흔적에서 읽을 수 있는 주제도 결국 죽음을 두려워했고 영원한 삶을 기대했던 이집트인의 믿음이었다.
이렇게 꾸물꾸물한 날, 가방에 우산까지 챙겨넣고 나선 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집트 보물전이다.
일요일, 게다가 방학 기간!
입장권 사는 줄도 길었지만 입장권 사고나서도 건물안에 들어가서 대기표 받고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이집트 보물이지만 이집트에서 온게 아니라 뉴욕에서 왔다. 브루클린박물관 소장품.
전시실 입구에, 포스터에, 입장권에 실려있는 사진이 바로 이 내관 (관속의 관) 이다.
무슨 관이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울까.
관의 바닥에까지 이렇게 빠짐없이 그림이 그려져있다.
미라 제작 과정.
주검이 미라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70일.
옆구리를 절개하여 모든 장기를 꺼내는데 심장은 꺼내지 않고 남겨둔다.
미라를 싼 수의마저도 이렇게 화려하다.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검에서 꺼낸 장기들을 보관하는 단지이다. "카노푸스 단지"
미라를 감은 붕대. 여기도 빼곡히 글자와 그림.
관에 넣어주는 것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 "사자의 서"라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죽은자 (사자)가 사후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문을 외워야 하는데, 주문을 잘 외워서 사후 세계로 안전하게 들어가게 하기 위한 기원으로, 그 주문을 적어 관 속에 넣어주는 것이 바로 이 사자의 서 (Book of the dead)이다.
관의 구성.
오른 쪽이 미라, 왼쪽과 가운데 것이 관이다.
이집트인들은 동물도 신처럼 인간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의 주검을 미라로 만들때 동물도 함께 미라로 만들어 넣었다고 한다. 동물 미라는 고대 문명 중에서 이집트만이 가지는 독특한 문화유산으로서, 이집트인들이 동물을 사람과 동등하거나 신과 같은 존재로서 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의 사진은 고양이 미라를 넣은 관.
이것은 따오기 미라 (Ibis Mummy).
따오기는 지혜의 신 "토트"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관에 그려져 있는 여러 가지 그림 중에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무척 많은 사진을 찍어왔으나 몇개만 골라서 올렸다.
기원전 유물이 어떻게 지금까지 보존되어 내려올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기술도 놀랍지만, 인간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 그것을 극복하고자 한 인간들의 믿음은 더욱 놀랍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죽음이 찾아온 순간 끝나는 것.
삶은 영원하지 않지만 죽음은 영원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덤에서 잘 살아라"는 위의 싯구가 아이러니하면서도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