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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서 나와 보니 밖은 이미 어두웠다.

아버지는 저만치 앞서서, 내가 따라오는지 돌아보지도 않고 걷고 있었다. 아버지는 늘 그랬다.

“머 묵어야 안 되겄나?”

버스 정류장에 다 와서야 아버지는 내가 가까이 오길 기다렸다가 물으셨다.

“됐어요.”

이럴 때 제일 짧게 끝낼 수 있는 대답이다. 그것도 아버지 쪽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쪽, 허공을 향해 대답하면서, 불빛 번쩍거리는 이 도시는 지금 낮도 밤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맘 놓고 어둠 속에 파묻혀 버리기도 쉽지 않다고.

집에 가는 버스에 올라서도 아버지와 나는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그것 역시 늘 그랬던 대로이다. 내가 아는 아버지는 원래부터 그렇게 말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아무 말도 안하는 것으로 아버지 기분을 파악할 수는 없다. 하긴, 내가 왜 경찰서까지 가게 되었는지는 경찰서에서 이미 다 들으셨을 테고, 패거리들과 싸움질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니 더 물으실 것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십 여분 언덕길을 걸어올라 집에 도착했다. 벌써 7년째 내가 혼자 살고 있는 집이다.

아버지는 내가 신발을 벗고 올라서는 것을 보고 집을 한번 휘 둘러보시더니 들어오지도 않고 바로 돌아서셨다.

“내 간다.”

언덕을 내려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질 때까지 그냥 거기 그렇게 서있었다.

아버지 모습이 안보이게 되었을 때야 마치 김밥을 급하게 물 없이 꾸역꾸역 먹을 때의 그 묵직한 덩어리가 목구멍에서 느껴졌다. 이제는 거의 모습을 감춰버린 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까 시내에서와 달리 제대로 어둠 속에 덮여가고 있는 동네의 배경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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