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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김 종 삼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시문학, 1975) 

 

 

---------------------------------------------------- 

 

우리는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이란 말을 가끔 한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알게 된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어느 시기를 거쳐 가고 있는 바로 우리들 자신의 모습임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의 노인의 모습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본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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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0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20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5-20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영희교수의 책 제목이 이 시에서 왔나보군요.
방금 그 책 주문했어요.^^
왠지 위로의 말을 얻을 것 같아서요.

hnine 2009-05-20 20:52   좋아요 0 | URL
예, 이 시에서 제목을 정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조금 더 있다가 그 책을 읽어보려고 해요.
프레이야님 (아직 어색~ ^^) 댓글을 읽노라니, 나의 생은 끝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무엇인가를 남기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세실 2009-05-20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제목때문에 한달동안 고민하다가 싯구 응용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요즘 읽고 있습니다.

hnine 2009-05-20 20:55   좋아요 0 | URL
세실님은 읽고 계시군요.
제목 정하기에 한달동안이나 고민하셨다니, 제목 정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군요. 그래서 그런지 더욱 의미있는 제목인듯 해요.
 

일요일 아침마다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오늘 초대된 출연자는 시인 나 태주.
처음에 목소리만 듣고 김 용택 시인이 아닌가 했는데, 억양이 약간 다르다. 알고 보니 충남 공주 출신의 나 태주 시인이었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한참 지내시다 지금은 정년퇴직하셨단다. 오래 전부터 시인이 꿈이셨다는데, 그의 시들은 조용하고 따뜻하고 때론 눈물 글썽여진다. 

많이 알려져 있는 시 중 두 편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자세히 보고, 오래 들여다봐야 예쁘다. 하지만 갈수록 우리들은 자세히 보지 않는다. 오래 들여다보지 않는다.
행복이란,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원하던 곳에 이르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인생에 이런 순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 우리가 사는 시간들은 저녁 때이고, 힘들 때이고, 외로울 때 인 것이다. 그 때마다 작은 일들에서 감사하고 위안을 얻는 것, 그것이 행복일 수 있다면. 

이 시들도 자주 머리 속에서 오가며 기억될 것 같다. 

중학교 3학년때 우리 반 교생 선생님은 화학을 전공한 선생님이셨는데, 좋아하는 시라며 어느 날 읊어주신 시, 유 치환의 '파도'이다. 

파도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님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짧은 시이기도 하고 운율이 살아 있기도 해서, 어디에 적어 놓을 필요도 없이 그 날 이후 지금까지 기억이 되고 있는 시인데, 짧은 시라고 모두 기억되는 것이 아니니 아마 그게 이유의 다는 아닐 것이다. 

이 페이퍼를 다 써가니 7시가 다 되어가고, 라디오 프로그램도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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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5-0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번째 시가 맘에 들어요.
나인님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

hnine 2009-05-03 09:11   좋아요 0 | URL
어쩔 수없는 절절함이 느껴지지요.
아직도 하늘은 흐려있어요.
이제 아침 먹고 막 치웠네요. 쉴만하니 다린이가 농구하러 나가자고 해요. 늙은 엄마 힘들어요 흑 흑...

LAYLA 2009-05-0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박히는 시, 다이어리에 적고 갑니다. :)

hnine 2009-05-03 13:02   좋아요 0 | URL
LAYLA님 마음에도 드셨다니 기쁩니다 ^^

순오기 2009-05-0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아도 팍 꽂히는 시들이 있지요~~
풀꽃과 행복은 인생에 나이테가 많아져야 깨달을 것들이네요. 포근합니다~ ^^

hnine 2009-05-03 13:03   좋아요 0 | URL
인생의 나이테가 많아져야...공감합니다.
나 태주 시인의 음성도 아주 푸근~하더라고요.

마노아 2009-05-0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시가 확 스며들어요. 시인의 이름을 기억해야겠어요.^^

hnine 2009-05-03 20:44   좋아요 0 | URL
끝자가 마노아님과 같은가요? ^^

마노아 2009-05-03 22:21   좋아요 0 | URL
오, 빙고입니다. 저는 두루 주를 씁니다.ㅎㅎㅎ

무스탕 2009-05-0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요, 낮에 산책 나갔다가 몇몇 풀꽃들을 보고 왔어요. 그래서 그런지 첫번째 시가 더 와 닿네요 ^^
근데요, 와 닿은 시와 별개로 가슴을 후벼 파는 시는 세번째 시에요..
같이 가슴치며 울고싶은 심정이랄까요.. ㅠ.ㅠ

hnine 2009-05-04 05:20   좋아요 0 | URL
저도 저 세번째 시를 처음 듣는 순간 가슴을 꽝 한대 얻어맞는 느낌을 받았더랬어요. 중3때이니 아직 뭘 모를 때임에도 아마 누구를 사랑한다는 건 저런 느낌으로 산다는 건가보다, 생각했더랬어요.
화려한 꽃도 예쁘지만, 눈에 금방 안띄는 풀꽃들에도 눈길을 돌리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 나이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늘바람 2009-05-04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꽃은 제 이야기 같고요. ㅎㅎㅎ
행복은 투덜대는 이에게 지금 문자 보냈지요.
마지막 시는 제가 자주 쓰는 ~

hnine 2009-05-04 18:2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시 세편이 모두 나름대로 괜찮으셨군요 ^^

2009-05-04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4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09-05-0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풀꽃처럼, 나를 풀꽃처럼,, 봐주는 님이 아직은 없어서 파도처럼 애절하지 않고 기냥 맹숭맹숭~ 그래도 외롭지 않고 행복한건 제가 가진게 많아서입니다^^ 가족~ 친구~

hnine 2009-05-05 15:46   좋아요 0 | URL
그렇게 봐주는 사람이 어딘가에 분명히 있으실겁니다.
스스로 외롭지 않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요즘에, 자신감 있어보이시고 좋습니다.
 

 

 

음악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
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이 성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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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도 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많이 알려져 있는 시이다.
살면서 절망의 순간을 경험해보지 않는 사람 있을까?
때로는 그 절망을 딛고 일어서기도 하고, 때로는 포기도 하면서
그렇게 저렇게 각자의 생을 끌고 나간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에
이런 시도 힘이 되지 않을까
시인도 아마 그런 경험을 했기에 쓴 시가 아닐까 

며칠 전 계룡산을 오르기 위해 동학사 입구를 지나는데
늘어선 상점에서 불교 설법 테입을 크게 마이크로 틀어놓고 판매행위를 하는 것을 본 남편이 매우 못마땅해했다. 나도 그렇긴했으나 한편 그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 우리 귀에는 거슬리고 유치하게 들리는 저 테입을 듣고 마음의 위로를 삼는 사람도 있다고.  

우리가 하찮게 보고 지나가는 어떤 것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또는 훗날 언젠가 나에게도,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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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4-0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는 생명력이 느껴져 좋아요.
6월 시낭송회에서 누군가 암송하면 좋을 것 같아 뽑아 두었어요.
아무도 안하겠다면 내가 하던지... ^^

hnine 2009-04-06 05:10   좋아요 0 | URL
예, 힘이 되는 시이지요. 순오기님께서 이 시를 낭송하시는 모습을 혼자 상상해봐요~ ^^

순오기 2009-04-06 10:20   좋아요 0 | URL
오늘까지 낭송할 시를 문자로 알려달랬는데 들어온 문자는 딸랑 네 명 뿐~~ㅜㅜ
참여자가 적으면 나까지 해야겠지만 사회자가 나서서 하기도 그렇죠.ㅋㅋ
 

봄 풍경 

 

꽃 피는 이 좋은 봄날
자가용 몰고 떠들썩 봄나들이 가는 가족들 천지에 널려 있는데
산기슭에 게딱지같이 엎드린
제 판잣집을 빠져나와 그 산자락 밑에서
대여섯 살, 서너 살짜리 두 딸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쑥을 캐면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봄 햇살을 담뿍 받고 앉아 있는 보잘것없는 한 사내
여기저기 피어 있는 앙증스런 민들레꽃 무리보다
더 정겹고 눈물겨워 보이는
그 가족 

 

- 양    정 자 - 

 

 

 

 

 

 

 

 

 

------------------------------------------------------------------------------------ 

 

봄 풍경을 찾아 어딘가 떠나지 않아도
내가 그 풍경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구나
그 생각을 한다. 
2009년 3월의 어느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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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3-25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따뜻해요.
오늘하루도 봄풍경 만드는 시간 보내시기 바래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오늘아침 여긴 바람이 많이 부네요.^^

hnine 2009-03-25 16:08   좋아요 0 | URL
이 시집은 산지 꽤 되었는데 가끔 꺼내어 읽을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시가 하나씩 보여 아끼는 시집 중의 한권이지요.
여기도 바람이 만만치 않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3-2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박하게 더 소박하게 살기를 바라는 봄입니다.

hnine 2009-03-25 16:09   좋아요 0 | URL
소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욕심이 자꾸 방해해요 ^^

하늘바람 2009-03-25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냐면 그런 가족 흔치 않으니 더 그럴 것같아요 예전엔 몰랐는데 한 가족이 오손도손 정답기란 정말 흔치 않고 이상적인거라 더 눈물나는 것같아요

hnine 2009-03-25 16:10   좋아요 0 | URL
가진 것 많은 사람들이 더 여유를 잃고 살지 않나 싶어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데 말이어요.

혜덕화 2009-03-25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진 것은 많은데 만족하는 마음은 더 적어졌어요.
그래서 손에 가득 쥐고도 남들이 바구니에 담아 놓은 것을 보고 부러워하고 싸우고들 하지요.
쑥을 캐는 봄, 저도 이번 토요일엔 쑥 캐러 가야겠어요.
서너 살 짜리 아기들은 없지만, 남편과 둘이 도란도란^^
쑥도 캐고 햇살도 듬뿍 쬐고 오고 싶네요.

hnine 2009-03-25 23:18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내 손에 잔뜩 쥐고 있는 것은 두고 남이 가진 것만 부러워하네요.
쑥 캐러 가신다고요. 어릴 땐 그 쑥 냄새가 싫기만 했는데, 지금은 쑥이라는말만 들어도 쑥국, 쑥버무리, 쑥부침개 등등, 향긋한 냄새와 함께 군침까지 돌아요.

비로그인 2009-03-2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위의 글 보고, 이 시를 읽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가는 금요일이에요.. 우리도 가족과 도란도란 소박한 주말을 보내자구요, hnine님.

hnine 2009-03-27 16:35   좋아요 0 | URL
전직 변호사이며 '희망제작소'이사인 박원순 님의 명함에 social designer라고 새겼다는 글을 읽고서, 나는 무엇을 design하며 사는 사람인가, 궁금해졌어요. 아무튼, 내 행복은 내가 짓는다, 이말을 새겨보는데, 욕심이 그것을 자꾸 방해하지요.
주말에 자전거 타고 (아이 새로 사준 자전거를 제가 더 즐기고 있어요 ㅋㅋ), 먹고 치우고 아이랑 토닥거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지내겠지요 뭐. 더 바라지도 않는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