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풍경 

 

꽃 피는 이 좋은 봄날
자가용 몰고 떠들썩 봄나들이 가는 가족들 천지에 널려 있는데
산기슭에 게딱지같이 엎드린
제 판잣집을 빠져나와 그 산자락 밑에서
대여섯 살, 서너 살짜리 두 딸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쑥을 캐면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봄 햇살을 담뿍 받고 앉아 있는 보잘것없는 한 사내
여기저기 피어 있는 앙증스런 민들레꽃 무리보다
더 정겹고 눈물겨워 보이는
그 가족 

 

- 양    정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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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풍경을 찾아 어딘가 떠나지 않아도
내가 그 풍경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구나
그 생각을 한다. 
2009년 3월의 어느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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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3-25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따뜻해요.
오늘하루도 봄풍경 만드는 시간 보내시기 바래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오늘아침 여긴 바람이 많이 부네요.^^

hnine 2009-03-25 16:08   좋아요 0 | URL
이 시집은 산지 꽤 되었는데 가끔 꺼내어 읽을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시가 하나씩 보여 아끼는 시집 중의 한권이지요.
여기도 바람이 만만치 않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3-2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박하게 더 소박하게 살기를 바라는 봄입니다.

hnine 2009-03-25 16:09   좋아요 0 | URL
소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욕심이 자꾸 방해해요 ^^

하늘바람 2009-03-25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냐면 그런 가족 흔치 않으니 더 그럴 것같아요 예전엔 몰랐는데 한 가족이 오손도손 정답기란 정말 흔치 않고 이상적인거라 더 눈물나는 것같아요

hnine 2009-03-25 16:10   좋아요 0 | URL
가진 것 많은 사람들이 더 여유를 잃고 살지 않나 싶어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데 말이어요.

혜덕화 2009-03-25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진 것은 많은데 만족하는 마음은 더 적어졌어요.
그래서 손에 가득 쥐고도 남들이 바구니에 담아 놓은 것을 보고 부러워하고 싸우고들 하지요.
쑥을 캐는 봄, 저도 이번 토요일엔 쑥 캐러 가야겠어요.
서너 살 짜리 아기들은 없지만, 남편과 둘이 도란도란^^
쑥도 캐고 햇살도 듬뿍 쬐고 오고 싶네요.

hnine 2009-03-25 23:18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내 손에 잔뜩 쥐고 있는 것은 두고 남이 가진 것만 부러워하네요.
쑥 캐러 가신다고요. 어릴 땐 그 쑥 냄새가 싫기만 했는데, 지금은 쑥이라는말만 들어도 쑥국, 쑥버무리, 쑥부침개 등등, 향긋한 냄새와 함께 군침까지 돌아요.

비로그인 2009-03-2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위의 글 보고, 이 시를 읽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가는 금요일이에요.. 우리도 가족과 도란도란 소박한 주말을 보내자구요, hnine님.

hnine 2009-03-27 16:35   좋아요 0 | URL
전직 변호사이며 '희망제작소'이사인 박원순 님의 명함에 social designer라고 새겼다는 글을 읽고서, 나는 무엇을 design하며 사는 사람인가, 궁금해졌어요. 아무튼, 내 행복은 내가 짓는다, 이말을 새겨보는데, 욕심이 그것을 자꾸 방해하지요.
주말에 자전거 타고 (아이 새로 사준 자전거를 제가 더 즐기고 있어요 ㅋㅋ), 먹고 치우고 아이랑 토닥거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지내겠지요 뭐. 더 바라지도 않는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