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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도 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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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알려져 있는 시이다.
살면서 절망의 순간을 경험해보지 않는 사람 있을까?
때로는 그 절망을 딛고 일어서기도 하고, 때로는 포기도 하면서
그렇게 저렇게 각자의 생을 끌고 나간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에
이런 시도 힘이 되지 않을까
시인도 아마 그런 경험을 했기에 쓴 시가 아닐까
며칠 전 계룡산을 오르기 위해 동학사 입구를 지나는데
늘어선 상점에서 불교 설법 테입을 크게 마이크로 틀어놓고 판매행위를 하는 것을 본 남편이 매우 못마땅해했다. 나도 그렇긴했으나 한편 그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 우리 귀에는 거슬리고 유치하게 들리는 저 테입을 듣고 마음의 위로를 삼는 사람도 있다고.
우리가 하찮게 보고 지나가는 어떤 것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또는 훗날 언젠가 나에게도,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