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
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이 성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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